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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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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청년 사이

 

2.

 

 

 "쉬잇."

 

 

 찬열이 제 검지를 코와 입에 가져다 대며 백현더러 조용히 하라는 뜻을 내비쳤다. 연신 찬열 들으라 궁시렁대던 백현이 입술을 툭 내밀며 괜히 바닥에 발을 탕탕 굴렀다.

 

 

 "조용히 좀 해요, 형. 자습실에서 매너 없게 진짜."

 "자습도 안 하는 주제에."

 

 

 튀어나온 백현의 입술은 들어갈 줄 몰랐다. 그러니까, 찬열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도록 문을 닫았던 백현 탓에 당연히도 수업 시간에 지각을 하고야 만 찬열은 그 벌로 수업이 끝난 후 자습실에 머무르는 중이었다. 시무룩해진 찬열의 표정을 보며 괜히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었던 백현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그 팔을 낚아채 제 옆에 딱 붙여 앉혀둔 찬열은, 사실 손톱만큼도 시무룩하지 않았더랜다. 저도 모르게 실실 웃음까지 흘리며 바보 같은 얼굴로 읽지도 않는 문제집을 들여다보는 찬열의 옆모습에 백현은 헛웃음을 날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요?"

 "집에 안 가니까 걱정 마."

 "어디 가는데!"

 "화장실."

 "같이 가요."

 

 

 백현의 눈이 단박에 세모꼴로 변했다.

 

 

 "미쳤어?"

 "왜요, 왜 화장실 가는 걸로 욕이야?"

 "……그럼 너 먼저 다녀와."

 "아, 그냥 나중에 갈래요."

 "……그럼 내가 지금……."

 "같이 갈까?"

 

 

 찬열이 짓궂게 웃었다. 기가 찬 백현이 목을 한 번 비잉 돌리며 뭐라 소리를 내지르려던 순간, 찬열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다른 학생이 큼큼하는 헛기침으로 눈치를 주는 게 느껴졌다. 결국 백현은 대형견이라도 되는 것 같은 찬열을 뒤에 졸래졸래 달고 자습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뭐, 막상 나오긴 했지만 둘 다 화장실에 볼 일은 없던 게 사실이었다.

 

 

 "백현이 형."

 

 

 자습실이 있는 층의 계단에 털썩 앉은 백현을 보며 찬열이 생글생글 웃었다.

 

 

 "뭐."

 "애인 없죠?"

 "……있어."

 "에이-. 없네, 뭘."

 "있어!"

 

 

 괜한 자존심일지는 몰라도 어느 것 하나 찬열에게 밀려 보이긴 싫었던 백현이 찬열을 빼꼼 올려다보며 그렇게 우겼다. 그러나 조금도 백현의 말을 믿는 것 같지 않는 찬열이었다.

 

 

 "연애는 해 봤어요?"

 "해 봤어!"

 "아아, 지금 애인은 없고?"

 "이, 있다니까!"

 

 

 또 빨개지는 백현의 얼굴에 찬열이 소리 내어 웃었다.

 

 

 "형, 거짓말하는 거 되게 티나요."

 "……."

 "잘 봐요, 형."

 

 

 또 무슨 꿍꿍이속인지 찬열이 허리를 스윽 낮춰 백현과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뗐다.

 

 

 "나 사실 형 안 좋아해요."

 "……."

 

 

 뭔가 대꾸를 하려 열렸던 백현의 입술이 잘게 떨렸다. 뭐야. 언제는 마음에 든다고 난리를 쳤으면서. 그런 생각들을 선뜻 말로 내뱉지 못하고 뻐끔거리는 백현의 입에 찬열이 픽 웃으며 눈앞의 동그란 볼을 손으로 잡아 늘렸다.

 

 

 "봤죠? 거짓말은 이렇게 듣는 사람이 속아야 되는 거."

 "……."

 

 

 한참 어린 찬열에게 놀아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백현이 인상을 썼다. 그러나 제 볼을 만지작대는 찬열의 손은 떨어지질 않았다.

 

 

 "손 떼."

 "왜요? 느낌 좋은데."

 "난 별로니까 손, 아으으……."

 

 

 죽 늘어나는 볼살에 백현이 말을 마치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찬열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양손으로 백현의 볼을 당기고 주무르길 반복하며 웃어댔다. 

 

 

 "형."

 "왜, 인므아-."

 

 

 한껏 뭉개진 백현의 발음에 그제야 찬열의 손이 떨어졌다. 다소 얼얼하기까지 한 볼을 슥슥 문지르며 백현이 찬열을 톡 쏘아보았다. 이 멀대 같은 놈이 진짜…….

 

 

 "백현이 형."

 "뭐."

 "나 형 계속 좋아해도 돼요?"

 

 

 굳이 답을 바라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묻는 찬열에 백현이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평소보다 퇴근이 한 시간 넘게 늦어지고 있었다.

 

  집에 가고 싶다. 피곤하다. 귀찮다. 귀찮다. 귀찮다…….


 백현의 생각은 그런 것들뿐이었다.

 

 

 "마음대로 해."

 "아싸." 

 

 

 정말로 신이라도 난다는 양 함박웃음을 짓는 찬열을 물끄러미 보던 백현이 천천히 계단에서 엉덩이를 뗐다. 그리고,

 

 

 "아악!"

 

 

 딱딱한 운동화 앞코로 찬열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프잖아, 볼."

 "아, 그래도! 아아……."

 "남은 자습 시간 꽉꽉 채워서 하고 가라. 난 먼저 간다."

 "형! 백현이 형, 같이 가요-. 네? 같이 가요!"

 

 

 정말로, 귀찮다는 생각뿐이었다.

 

 다시 몇 주가 더 흘렀다.

 

 

 "덥다."

 

 

 찬열이 입을 벙긋거렸다. 방학 딱 한 달만 성실하게 학원에 출석 도장 찍으면 용돈 오 만원을 더 준다는 엄마의 솔깃한 제안에 홀랑 넘어가 못 이기는 척 이렇게 앉아 있는 기간이 벌써 보름을 훌쩍 지나 한 달에 이르고는 있었지만, 천성에 엉덩이와 의자가 맞붙을 운명이 타고 나지는 못한 찬열이 이런 학원에 손톱만큼이나마 흥미를 느낄 리 없었다.

 

 

 "덥다."

 

 

 정말로 그럴 리가 없었다.

 

 

 "덥다."

 

 

 정말로.

 

 

 "덥……."

 

 

 백현만 아니었다면, 정말로 그랬을 것이었다. 팔랑거리며 오늘 수업의 진도에 맞는 유인물을 정리하는 백현의 허리선에 찬열의 시선이 콕콕 박혔다. 그를 느끼기라도 했는지 잠시 주변을 한 번 두리번거리더니 숙였던 허리를 펴 이리저리 기지개를 켜는 백현의 모습에, 정확히는 그러면서 누구 보라고 살랑거리듯 움직이는 백현의 엉덩이에, 팔팔한 남고생 찬열은 괜히 침을 꿀꺽 삼켰다.

 

 수업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그저 강사의 옆에서 이것저것 하며 움직이는 백현을 지켜보던 찬열은 수업 끝이라는 말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강사를 따라 조르르 교실을 나가는 백현의 뒷모습을 확인한 찬열은 다른 학생들이 모두 학원을 나가도록 부러 어기적어기적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백현이 나오는 때에 맞춰 슬그머니 눈치를 보다 따라 나섰다. 그런데 어째 백현의 가는 길이 퍽이나 눈에 익숙한 것이었다. 

 

  같은 동네 사나. 찬열이 히죽 한 번 웃었다. 그때였다.

 

 

 "야."

 

 

 백현이 불쑥 뒤로 돌아 찬열을 불렀다. 찬열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 멈추어 섰다.

 

 

 "네?"

 "왜 따라와?"

 

 

 백현의 말에 찬열이 눈을 끔벅거렸다. 

 

 

 "……따라가는 거 아닌데……."

 "그럼 뭔데?"

 

 

 백현이 따져 물었다. 사실 백현의 성격에 찬열에게 이렇게 맞서 바락대는 것만도 꽤나 큰 일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않으면 자꾸 신경이 쓰이는걸.

 

 

 "따라오는 거 아니면 뭐냐니까?"

 "집이 근처예요."

 "거짓말."

 "진짠데……."

 

 

 백현이 코웃음을 쳤다. 변명이라도 좀 그럴싸한 것으로 대라며 앙칼지게 구는 백현에 찬열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진짜 집이 근처라니까요. 미리내 아파트 백삼 동 천육백이 호."

 

 

 찬열이 말하는 구체적인 주소에 백현이 입을 다물었다. 미리내 아파트라면 제 집과 썩 멀지도 않았다.

 

 

 "……진짜?"

 "진짜."

 

 

 백현은 다시 조용히 몸을 돌렸다. 듣고 싶지 않아도 찬열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너무나 잘 들렸다.

 

 

 "왜요, 내가 형한테 관심 있어서 따라온 줄 알았어요?"

 

 

 백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날이 적당히 어둑한 게 다행이라면 천만다행이었다. 찬열의 집은 제 집보다 골목을 조금 더 들어가야 나올 테니, 이대로 집까지 영락없이 같이 걷겠구나하는 생각에 백현은 속으로만 발을 동동 굴렀다. 

 

 

 "뭐, 그것도 맞아요."

 "……."

 

 

 백현의 걸음이 우두커니 멈추었다. 찬열은 끅끅대며 터지던 웃음을 밀어 넣고 짐짓 점잖은 척 말했다.

 

 

 "형 말도 맞아요. 사실 아직 집에 들어갈 시간 아니긴 한데, 형 데려다 주려고 따라온 거예요."

 "……."

 "우리 엄마가 보면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냐고 박수 치시겠네. 아무튼 잘 들어가요, 형."

 

 

 백현이 멈춘 게 집에 도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찬열은 씨익 웃으며 백현에게 손을 흔들고 가방을 휙휙 흔들며 백현을 지나쳐 갔다. 백현은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찬열을 빤히 바라보았다. 

 

 

 "……들어가긴 어딜 들어가란 거야……."

 

 

 그리고 곧 다시 발을 뗐다. 데려다 주려면 집 앞까진 데려다 주든가. 왠지 모르게 조금 아쉬운 생각도 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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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박찬열 밀당쩌네??ㅋㅋㅋㅋㅋ 왜이렇게 사람마음을 들었다놨다하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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