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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 아니야."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첫 마디부터 티가 나는 거짓말. 그냥 전처럼 니가 모른척 해줬으면 좋겠어. 제발.

"거짓말. 변백현이지?"

"하.. 응.."

"받을꺼야?"

"하..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다. 자꾸만 받으라고 시끄럽게 울려데는 핸그폰을 손에 쥐고만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제풀에 지친듯 울리지 않았고 나는 다시 침대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나 있어서 안받은거야?"

"모르겠어.. 찬열아.. 그만.. 나 지금 너무 복잡해 그러니까..."

내 말이 끝나리도 전에 성큼성큼 나에게로 걸어오던 녀석이 나를 끌어 안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복잡하던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막혔던 목이 싹 뚤리는 느낌.

"강요 안할께.. 기다릴께. 내가 복잡하게해서 미안해."

찬열이에게 고백을 받은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마음이 많이도 복잡하고 힘들었기 때문이었을까.

변백현의 뜬금없늨 카톡부터 전화까지 이 모든 상황이 가득 뒤엉켜 나를 조였기 때문이었을까. 상처받은 여린 아이처럼 눈물이 나왔다.

"하..."

그저 말 없이 아무런 미동도 없이 눈물만 흘렸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흘려진 눈물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감정을 가득 담고있었고.

내가 손으로 닦기도 전에 찬열이의 옷으로 스며들었다.

그런 나를 말도 없이 토닥여주는 손길에 결국은 내 울음 소리가 터져버렸다.

미안하고 고맙고 복잡한 마음들이 기어코 세상밖으로 툭 내뱉어졌다.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그러니까 그만 울어. 나 속상하다."

"너 때문 아니야... 그냥.. 하.. 그냥..."

"응 그래 그냥. 알겠어. 울어. 다 울고 활짝 웃자."

그렇게 내가 울다 지쳐 졸릴때까지 나를 안고 토닥여주다 지쳐버린 나를 침대에 눕혀주고는 집으로 갔다.

그날 밤 나의 꿈은 그저 검은색이었다. 검은 어둠 속에서 힘에겨워 다 울지 못했던 울음을 마저 토해냈다.

 

이젠 정말 이 꼬여버린 일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어. 박찬열은 갑자기 끼어들어버렸고 변백현은 갑작스럽게 전화를 걸어오고.

내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제 나는 어떤 결론을 내려야하지. 뭘까. 모두들 편히 잠드는 밤 마저도 난 편히 잠에 들 수가 없어.

 

 

 

밤새 뒤척인 것이 피부를 푸석하게 만들었고 힘들었던 마음을 대변하듯 머리 위로 먹구름이 가득하다.

차라리 아무렇지 않은척 해야하는데 그것마져도 쉽게 되지 않아. 제발, 이제 그만하고싶어.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실 문 앞까지 걸어왔다. 밤 사이 내 몸이 물을 머금은 스폰지 마냥 무거웠다.

특히 내 손은 문 하나도 열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마음이 제일 무거운거겠지.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두 인물이 있을테니.

 

 

드르륵-

 

낡고 가벼운 교실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렇게 나는 바닥만 쳐다보며 내 자리에 앉았고 쳐다보지 않아도 시선이 느껴졌다.

아, 제발. 오지마. 오지마.

 

"너 지금 피하는거냐? 너 나랑 친구도 안할꺼야?"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처럼. 그럼 이제 차가운 바다에서 물거품만되면 이 이야기는 끝인걸까?

 

"어? 아.. 아니. 무슨소리야."

 

"그런데 왜 아는 척도 안해? 내가 그냥 기다린다니까. 아무것도 안할께. 보채지도 않을꺼야. 그러니까. 불편해지지만 말자."

 

진심이었다. 이녀석도 무언가 잃을까 두려워한다. 마치 내가 백현이를 영영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단지 대상이 다를뿐. 너는 나를 잃을까봐, 나는 백현이를 잃을까봐.

 

나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습관처럼 백현이를 살폈다. 마주친 백현이의 눈에는 나와 찬열이가 그려졌다.

너도 지금은 두려울까. 내가 너의 곁을 영영 떠나버릴까봐. 이렇게 찬열이와 둘이되어 버릴까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낡은 의자가 바닥과 부딪히며 삐그덕 소리를 냈다.

그리곤 그대로 백현이에게로 걸어갔고 백현이 앞에 섰다.

 

"어제 왜 전화했어?"

 

"....."

 

"무슨 할말 있었던거 아니야? 어제 전화를 못받았어."

 

"별거 아니야. 나중에 말해줄께."

 

"알겠어."

 

역시나 경계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척 한다.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이상한 자존심이 생겼다.

아니 원래 그런 자존심이 있었다. 나와 사귀는 사이인데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한 자존심.

자신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정리하고 일방적으로 나에게 대해준다. 마치 내 마음을 다 이해했다는듯.

그리고 그렇게 백현이가 나를 대할때면 나는 고마우면서도 서운했다. 이런 일방적인 느낌이 싫었다.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털어 놓고 서로 이해해줄것은 이해해주고 그렇게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연인이라 생각했는데, 백현이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나는 다시 백현이가 나를 대하는 것과 똑같이 백현이를 대했다.

백현이가 나를 보지 않으면 나도 보지 않았고 백현이가 그렇듯 가끔 관심있는척 바라보았고 또 가끔은 찬열이와 연인같은 분위기도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위를 나는 변백현 그리고 김종인.

 

"형!"

 

"어? 어쩐일이야?"

 

"형, 보고싶어서 왔죠."

 

"그렇다고 삼학년 교실을 이렇게 막 들어오면 어떡해."

 

"그래서 지금 내가 온게 싫다는 거에요?"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알면서 그래?"

 

그 말을 끝으로 백현이의 하얗고 긴 손은 김종인의 머리카락을 헤집었고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짜증나.

 

그리고 정말 짜증이 났던건 그 날따라 매 교시마다 찾아와서 나의 속을 긁어놓는 김종인이었다.

더군다나 나에게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변백현이 그 아이와는 히히덕거리며 좋아 죽었다는것.

정말 헤어지자고 전화를 걸었었을까? 그래서 대놓고 앞에선 마할 수 없었을까?

 

나는 참다 못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나를 따라다니던 박찬열은 자고 있었고 나혼자 복도를 배회했다.

나는 그렇게 나의 자리도 내가 걷던 길도 그리고 애인도 빼앗겨 버렸다.

 

종이칠 무렵 나는 다시 반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무언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비키지 않는 물체에 고개를 드니 내 앞엔 뜻밖에 김종인이 서있었다. 뭐지?

 

"뭐야. 할말있어?"

 

"네."

 

"뭐..뭐? 할말이 뭔데. 나 지금 수업들어가야하는데?"

 

"백현이형한테 잠시 보건실 다녀온다고 해달라고 말했어요. 제가 형이랑 할 이야기가 있거든요."

 

뭔데 저렇게까지 하면서 나와 이야기 해야 하는걸까?

괜시리 다른 느낌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설렘으로 뛰었던 심장은 어느새 긴장과 불안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종이치고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네모난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나는 손가락만 꼼지락 거리고 있었고 김종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

 

"경수형, 백현이형이랑 헤어지면 안되요?"

 

"뭐? 그걸 왜 니가 상관해?"

 

"상관있죠. 제가 지금 백현이형이랑 사귀고 있잖아요. 보니까. 이건 말만 아니지 헤어진거던데?"

 

"말을 안하건 헤어진게 아니지. 너 지금 엄청 주제넘다? 세컨드 주제에?"

 

"과연 세컨드일까요? 누가 세컨드인지는 생각해보세요. 지금 백현이형과 키스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지금 백현이의 눈에 담아진것은 김종인이었다.

나는 아주 형식적으로 눈에 담고 대답을하고 말을 할뿐. 결국은 김종인만을 사랑하고 바라보고 김종인에게 키스를했다.

마음이 간지러웠다. 찌릿찌릿 자꾸만 콕콕 찔리고 있었다. 아무리 아파도 쓰다듬을 수 조차 없었다.

 

 

 

 

 

 

 

 

"형!"

 

"어..어?"

 

"내가 몇번을 불러요. 몇번을!"

 

"어..어. 그래 얘기해."

 

"형, 백현이형 아직 사랑하세요?"

 

"뭐? 그건 왜?"

 

"음.. 아직 사랑하신다면 해드릴 얘기가 있어서요."

 

"....아마도?"

 

"아마도? 그럼 아직 사랑하시는거죠?"

 

"응... 왜?"

 

"그럼, 백현이형 기다리세요."

 

"뭐라고?"

 

"백현이형 기다리시라고요."

 

"왜? 그게 무슨말이야?"

 

"백현이형이랑 저랑은 그냥 잠시 서로 즐길뿐이에요. 그러다 서로 매력이 없어지면 빠이빠이하는거에요."

 

"뭐? 그런게 어딨어.. 지금 무슨소리야."

 

"그럼 설명은 생략하고요. 아무튼 좋아하면 기다리라고요. 백현이형도 오래 놀 생각은 아닌것 같으니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기 갈 길을 가버린다.

 

분명 헤어지라고 할 줄 알았다. 우리가 서로 좋아하고 내가 세컨드가 되어버렸으니 그만 떨어져달라고 말할 줄 알았다.

마치 내 상상속처럼. 내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이건 또 뭐야 도대체. 너는 왜 매시간 얼쩡거려서 사람 기분은 다 망쳐놓더니. 이제와서 뭐? 사랑하면 기다리라고?

지금 뭐하자는거야 이것들이. 나가지고 장난하나 진짜. 이젠 진짜 질린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질려버렸다. 이 사람저사람 쿡쿡 찔러보고간다. 못먹는 감이 되어버린듯이.

가장 아픈것은 변백현이 나를 짓밟고 있다는것. 자신은 나를 가질 생각도 없으면서 아무도 갖지 못하도록 짓밟는다.

 

이젠 정말 다 포기하고 싶다. 이제 포기해 버릴까?

나도 할만큼은 한 것같은데.

 

 

 

 

빠르게 달려왔다. 그러다보니 지친 내모습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변하지만 말아달라고 조금 나를 멀리해도 너의 주위에만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나의 자리를 김준면이 채워버렸고 그리고 완벽하게도 김종인이 나의 자리를 모두 가져가 버렸다.

그리고 비어있던 나의 옆자리엔 박찬열이 자릴 채우고 앉아있다.

 

어느날 박찬열은 나에게 고백을 했고 변백현은 의문의 전화를 걸어왔고 김종인은 사랑한다면 포기하지말라는 말만을 남겼다.

지친다. 질린다. 짜증난다. 포기하고싶다. 화가난다.

 

다짜고짜 변백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나 경수야. 너 지금 전화할 수 있어?"

 

-어? 어.. 잠시만 종인아.... 어, 말해.

 

"김종인이랑 같이있어?"

 

"후... 응. 왜? 그거 알아보려 전화했어?"

 

"설마, 내가 그랬겠어? 아까 김종인이 나한테 한말 뭐야?"

 

"무슨 말?"

 

"모르는척 하지마. 김종인이 내가 아직 널 사랑하면 기다리래. 이게 무슨소리냐고."

 

"아.. 잠깐만 진정해. "

 

"나 위하는척말고 니 얘기 좀 들어보자. 지금 뭐하자는거야?"

 

"그러니까.. 김종인이랑 처음 사귀기로... 된 날. 서로.. 가볍게 만나기로 한거야. 언제든 헤어질 수 있도록..."

 

"그게 말이되? 그럴꺼면 왜사겨? 키스하려고 사귀는거야? 아니면 도둑질처럼 몰래하는 사랑이 하고픈거야? 아니면 내 속을 다 뒤집어 놓고 싶은거야?"

 

"경수야.. 그런거 아니고 잠시만 나에게 시간을 줘. 나도 지금 너무 복잡해.. 그러니까 내가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줘."

 

"몰라. 끊어. 그리고 정리되면 연락해."

 

홧김에 저질러 버렸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렇게 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으로 되어버리는데.

이제 어쩌지. 참았던 마음이 한번에 터져버렸다.

더이상은 변백현을 볼 수가 없을 것같다. 변백현이 김종인을 정리하고 나에게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상은.

친구? 아마 난 너와 친구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연인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친구가 되겠어.

더군다나 이렇게 끝이 않좋은 사이가 되어버렸는데.

 

 

백현아, 나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너는 어떻게 할꺼야?

 

 

 

 

헐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며칠만이에요 ... ㅠㅠㅠㅠㅠㅠ

제가 좀 바빠가지고.. ㅠㅠㅠ(핑계중)

아무튼 이제 마지막까지 연재 열심히 할게용 하핫

 점점 더 알 수 없어지네요. 나도 모르겠다고하면 혼나겠죠? ㅋㅋㅋㅋㅋ

저는 압니당 ㅋㅋ 재밌게 보시고 댓글로 사랑을 ㅠㅠㅠㅠ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아니 뭘정리햌ㅋㅋㅋㅋㅋ그냥백현이와의관계를정리하라고ㅜㅡㅠㅠㅠㅠ변백진심 나쁜남ㅋㅋㅋㅋㅋㅋㅋ잨ㅋㅋㅋㅋ그걸말이라고..후..
12년 전
대표 사진
백연
ㅋㅋㅋㅋ 그러게요 나쁜남자..... 변백현... 부들부들 ㅋㅋㅋ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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