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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이되자 자습시간이 많아졌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거의 공부하는데 힘을 쏟아부었고 잠깐씩 잠을 청하고는했다. 내가 목표하는 것은 서울로 대학을 가는 것이다. 처음 의도는 경수에게 떳떳해 보이고 싶었고 내가 해냈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욕심이란게 너와 나 사이를 이렇게 만들게 될줄이야.  

 

 

 

몇 시간을 하얀 바탕 위에 놓은 글씨만 쳐다보고 있자 눈도 피로해지고 목도 뻐근해졌다. 잠시 잠을 청하기 위해 두 팔을 책상 위에 포개어 놓고 이마를 올려놨다.  

 

조용한 교실 분위기와 나른함과 피곤함 속에서 금새 잠이 들었고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보니 경수 자리에 경수가 없었다. 그것도 가방도 없이. 사물함을 열어보니 신발도 없었다. 

 

 

"야, 경수 갔어?" 

 

"넌 니 애인이 어딜가는지 왔는지도 모르냐? 그게 애인이야?" 

 

"아 닥쳐. 애들 들으면 니가 책임질래?" 

 

"그러니까 작게 말래줬잖아 새끼야. 관심 좀 가져라. 아니면 깔끔하게 끝내던가. 이게 뭐냐 도경수만 겁나 힘들고." 

 

"아 씨발. 넌 상관하지마. 우리 일에 껴들지말고 도경수한테 찝적거리지도마." 

 

"찝적? 저게 도와줘도 지랄이야." 

 

괜히 박찬열한테 물어봤어. 짜증나는 새끼. 지가 뭔데 자꾸 경수 옆에 붙어있고 지랄이야. 그러니까 더이상 내가 필요 없어졌고 내가 다가갈 수 없어졌잖아. 

 

 

"자 여기 아까 물어본거. 설명해줄께. 앉아." 

 

그래. 어쩌면 니 탓도 있을까, 김준면? 너와 친해진 뒤로 김종인도 알게되었고 난 안될걸 알면서도 니 곁에서 김종인 손을 놓지못해. 그래 어쩌면.  

 

"됬지? 그렇게 풀지말고 이렇게 풀어. 그럼 시간도 단축되고 계산도 더 정확.. 뭘 그렇게 빤히보냐? 반했냐?" 

 

"..뭐래. 풀어준건 고맙다. 근데 너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냐?" 

 

"뭐? 왜 잘해줘도 지랄이야. 뜬금없이." 

 

" 그냥 갑자기 의심쩍네. 너도 바쁜데 손수 이러는거 보니까." 

 

"나한테는 복습 너한테는 알아가는거 너 좋고 나 좋고 오케이?" 

 

그냥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넌 아무 의미 없이 나에게 잘해주는걸까. 그냥 문득 너의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 나도 지금 내가 뭐하는건지 모르겠다.  

 

도경수란 행성을 빙빙 돌던 위성이 지금 궤도를 이탈해도 한참 멀리에 있다. 다시 돌아갈 방법도 없어졌다. 처음엔 안간힘으로 나를 잡아당기더니 이젠 나를 놓아버리려한다. 내가 그렇게 힘없이 멀어져갈 수록 너마저도 나를 힘없이 놓고있다.  

 

수업시간 종이쳤다. 습관적으로 경수의 자리를 쳐다보았다. 아파서 갔다는데 괜히 나때문인것 같아 마음이 안좋다.  

 

 

오늘도 바쁘게 하루가 지나갔다. 가운데 버티고 있던 기둥이 사라진듯이 허전하고 공허해 자꾸만 신경쓰였다.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연락했다.  

 

갑작스럽게 날아들어온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부인' 그래 부인. 나의 하나뿐이었던 부인. 그랬던 너를 어쩌다 놓게 되었지. 아, 아마도 이 때부터인둣 싶다. 

 

 

 

"흠...." 

 

수학 문제집 중에서도 고난이도 문제를 풀고 있을 때였다. 한참을 들려다봐도 모르겠다가 생각나는데로 풀고 정답지를 보니 답은 것을 보고 살짝 미소를 띄우는게 김준면이 지켜보고 있었던지 내 뒤쪽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그렇게 푸는거 아닌데? 그렇게 풀면 그건 맞아도 아래문제는 틀려" 

 

괜히 짜증이났다. 모른척 그냥 지나가겠거니 아래문제룰 풀었고 정답을 확인하자 역시나 틀렸다. 이제 내 스스로 왜 틀렸는지 확인하려할 때였다. 

 

"야, 내가 쉬운방법으로 알려줄께. 답지는 어렵게 나왔더라." 

 

하며 내 이면지에 슥슥 풀더니 보여주며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오- 고맙다." 

 

"고마우면 나중에 밥사줘. 앞으로 자주 도와줄께. 모르는거 있음 물어봐." 

 

그래 이 때부터였지 네가 날 도와주기 시작했고 경수 대신 너와 있는 시간이 많아졌던게. 개인의 시간으로도 바쁘다는 핑계로 경수를 모른척했다. 경수가 용기내 나에게 말을 걸을 때면 귀찮았고 경수의 모든것에 무심해졌다. 옆에 앉아있는게 어색했고 두 눈을 마주치는것 또한 하지 않게 되었다.  

 

경수 대신 가까워진 김준면과 함께 집에가려 준비하고 있을 때쯤 우리반 교실을 들여다보는 애가 있었다. 내가 빤히 쳐다보고 있자. 그 아이도 날 빤히 바라보았고 김준면이 시선을 빼앗아갔다. 

 

"왜? 귀엽지?" 

 

"..뭐? 아니..뭐.. 그것보다 쟤 알아?" 

 

"어. 내가 의형제 맺은애. 진짜 귀여워. 무뚝뚝한척 하는데 허당이고 웃겨. 나랑 매일 집에 같이가는데 너도 같이가도되지?" 

 

"나야뭐.. 너희 가는데 끼는건데 뭐." 

 

"다챙겼지? 가자." 

 

그게 김종인과 첫만남이었다. 붙임성 좋고 형에게 잘하고 귀여운 애였다. 그리고 우리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던건 김준면이 일이있다며 빠지고 우리 둘이 집에가게 되었던 날이다. 

 

"형. 우리 저기 잠깐 앉았다 갈래요?" 

 

"저기? 왜?" 

 

"왜는요. 그냥 형이랑 대화 좀 할려고 안되요?" 

 

"안될것까지야. 그래." 

 

그렇게 평소에 못했던 서로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시작했고 그러다 김종인이 나에게 물어왔다. 

 

"형, 형은 게이 어떻게 생각해요? 포비아에요?" 

 

"뭐..뭐? 게이? 나야..뭐. 괜찮아. 자기들이 사랑한다잖아." 

 

"그럼 형이 되는건요?" 

 

"나? 글쎄. 나도 좋아한다면.. 상관없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시야엔 오직 김종인의 감은 눈만 보였고 내 어깨위로는 김종인의 손이 있었고 내 입술 위로는 김종인의 입술이 나를 탐하고 있었다. 

 

아마 이때 내가 밀쳐냈다면 거기서 끝이었을까. 하지만 난 밀어내고싶지 않았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오랜만에 닿은 입술이 좋아서였을까. 안되면서도 하게되는 사람의 심리였을까. 나의 손은 김종인의 뒷목을 잡았고 그렇게 내가 리드해나갔다. 

 

"형.. 이거. 받아들이는걸로 생각하면 되는거죠?" 

 

"하.. 그런데.. 나 이미.." 

 

"알아요. 상관없어요. 우리 그냥 쿨하게 대해요. 아 말고 형의 그분한테 가도 상관없어요. 괜찮죠?" 

 

"너 진짜 상관없어?" 

 

"네. 상관없어요. 그럼 우리 오늘부터 일일인거에요." 

 

"무슨 그런걸 따져." 

 

"에에? 그럼 그분하고도 안따졌어요?" 

 

"어? 따지기는했는데.. 걔가.. 먼저.." 

 

"에이 나쁘다. 둘만의 기념일은 같이 챙겨야 의미가 있는거죠." 

 

그렇게 나는 위에서 바라본 장미꽃에 홀려 그 곳에 몸을 던졌다. 던지고보니 줄기에 솟아있던 가시에찔려 온통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아프다. 그런데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아래서 바라보았어도 장미꽃은 놓고싶지 않았다. 

 

 

지잉- 

 

책상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고 홀드를 열었다. 김종인에게서 카톡이 와있었고 지금 산책하고 싶다고 잠시 보자는 내용이었다. 알겠다고 답문을 보내고 겉옷을 챙기고 나왔다. 집이 그리 멀지 않아 금새 김종인이 보였고 무작정 어둠 속에 인조적인 불빛으로 가득한 거리를 걸었다. 

 

"야! 변백현 김종인!" 

 

설마하며 소리의 근원지로 눈을 따라가니 너와 박찬열이 있었다. 이 시간에 왜 둘이 있는거지. 왜? 어째서? 둘이 그렇게 친했나? 이 밤에 함께 있을만큼? 

 

그렇게 안절부절 다가오던 니가 꾀병이란 말에 발끈했는지 나를 원망과 어이없음에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 큰 두 눈이 나를 원망한다. 나에게서 멀어진다. 나를 싫어하고 비웃는다. 그래 나는? 나는 왜 김종인과 있는걸까.  

 

너는 돌아봐줄 사간이 없다면서 김종인의 부름엔 한 걸음에 나왔다. 너는 아프다는데 예전처럼 너에게 어디가 아프냐며 물어 약을 사가지도 않았다. 네가 아프다는데 나는 잠을자고 있었고 그렇게 네가 집으로 갔는지도 몰랐다.  

 

아마도 난 너와 멀어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내가 너를 멀리해도 넌 언제나 나를 바라봐줄거라고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아니 그래. 그런데 너도 이제 그건 아닌것같아. 나를 등지고 걸어가는 너를 보니. 너의 옆에서 너를 챙기는 박찬열을 보니.  

 

난 이제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 너의 손도 김종인의 손도 놓기 싫어. 어딘가 멀리서부터 달려오던 행성에 부딪혀 너에게로 갈 힘을 받게 되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너의 궤도 속에서 안정적이고 싶은데. 이리 멀리 떠나는 이 길이 나는 여행을 떠나듯 흥미로워. 

 

조금만 기다려줄래? 그렇게 박찬열 곁에서 잠시만 보호받고 있어줄래. 네가 날 원망하고 미워해도되. 여행이 끝나면 너에게로 돌아갈께. 잠시만 이 혼란 속에서 나를 좀 지켜봐줄래. 

 

 

 

 

 

 

 

 

 

 

 

 

 

 

 

오늘은 처음으로 백현이의 속내를 보게되었네요 ㅠㅠ 백현이도 참 나쁘면서 혼란스러워하네요잉 ㅠㅠ 모티로 작설하는바람에 오타가 많을꺼에요 ㅠ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ㅠㅠ 

 

읽으시고 소감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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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흡 그래도 어떻게 경수를 ㅠㅠㅠ나쁜 변백현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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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ㅠㅠㅠ 저도 끝이 궁금하네여 ㅋㅋㅋㅋㅋㅋ 범인도 써야하는데.. 내일 써야겠어여 ㅎㅎㅎㅎㅎ 굿밤 보내세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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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나변백현나빠ㅠㅠㅠㅠ그냥대놓고바람을피고돌아올테니기다리는거아닌가여..ㅠㅠㅠ경수야그냥다른남자를잡아ㅠㅠ아주못된심보를가지고있는백현이네여ㅠ 아휴...아휴 보고있는제가더 마음이ㅋㅋㅋㅋ(((오지랖)))
현기증나네여 다음화기다릴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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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ㅎㅎㅎㅎ 다음화 빨리 오도록할께여~~ㅎㅎㅎ 오늘 와야겠어요 ㅎ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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