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대표님. 알겠습니다. " 벌써 한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창 밖은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고, 홍빈은 그런 와중에도 일에 충실하기에 바빴다. " 안녕하세요. " " 우리 쪽에서 원하던 마스크는 아니네요. " " 안되면 되게 해야죠. " 어느새 이 바닥에 꽤 흥미를 붙인 그는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었다. 언제나 가면을 쓴 채,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강하게. 원식이 첫 시작이긴했지만, 그 이후로도 섭외나 다른 스폰서 제의들은 어두운 쪽이던 밝은 쪽이던 꽤 탄탄하게 들어왔고 이제는 그에게 제법 요령도 생긴 터, 이젠 그런 자리가 들어와도 아무렇지 않게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홍빈이었다. 뒷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는게 들렸지만 이 인간들 앞에서 확인했다가는 계약이 날라갈 것이 뻔했다. 자존심까지 굽히고 나섰던 이 계약을 그대로 보낼 수는 없었기에, 홍빈은 대충 핸드폰을 뒤로 숨겨 전원을 꺼버렸다. 아, 문자의 발신인은 김원식이었다. 40분 정도가 더 흘렀을까. 치밀한 눈치싸움아래 결국 계약을 해 낸 홍빈이 밖으로 나와 핸드폰을 켰다. 차가운공기에 금방 볼이 빨개졌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더 잡히지 않는 택시때문에 꽤나 고생을 한 그가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문자를 확인했다. [ 10분 뒤에 도착해. ] 문자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딱 세글자였다. 망했다. 눈길을 달려 겨우 도착은 했지만 약속시간을 훨씬 넘긴 바람에 이 날씨에도 땀이 날 지경이었다. 고요한 엘레베이터는 긴장감을 배로 만든다. 띠리릭, 도어락이 열렸다. 온통 깜깜했다. 결국 간 모양이었다. 불도 켜지 않은 채 홍빈이 그대로 현관에 주저앉아 차가워진 손바닥으로 연신 마른세수를 해대었다. 원식과의 약속을 어겼다. 있을 수도 없는, 아니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 벌어져버렸다. " 내가 지난번에 말했지. " " ……. " 원식의 목소리였다. 낮지만, 화를 꾹꾹 눌러 참고 있는게. " 니 앞가림부터 잘하라고. 그리고 일하라고. " " ……. " " 니가 이제 배가 좀 불렀다고 뭘 착각하는 모양인데. " " ……. " " 왜 내가 먼저인지. 다른 놈들은 왜 안되는지. " " 확실하게 보여줄게. 이홍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