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원식씨?" "..네?" "그, 혁이 집에 있어요?" "아니요, 유치원 보냈는데.. 제가 지금 곡 작업 중이라.. 괜찮대서 혼자 보냈어요." "네? 아.. 어떡해." "왜요?" "혁이가 유치원엘 안 왔어요.." [랍택] 젤리유치원 택운쌤@.@ (부제 : 혁이 실종사건) 몇 날 며칠을 밤을 새고 심혈을 기울인 곡이 담긴 노트북을 그냥 멀리 밀어버린 원식이 입고 있던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 쓰고 겉옷조차 입지 않은 채로 운동화를 대충 구겨 신었다. 문을 열고 뛰쳐나가서 유치원까지 도달하는데에는 뛰면 2분, 걸으면 5분. 이 사이에 아이가 한 눈을 팔만한 곳은, 없었다. "원식씨!" "아직도 안 왔어요, 혁이?" 끄덕끄덕. 입술을 뜯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택운의 손을 잡아내려 입술을 뜯지 못 하게 한 원식이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유치원 놀이터에도 없구요?" "유치원 근처는 전부 찾아봤어요." 택운의 손목을 놓은 원식이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슈퍼도 가 보았고, 놀이터란 놀이터는 전부 찾아보았다. 으슥한 골목에도 들어서서 혁이를 불러대던 원식이 제 손목을 잡는 손길에 다급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 같이 찾아드릴게요." 앞머리가 땀에 젖은 택운이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볼품없이 튼 입술을 물었다가 놓은 원식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둘 모두 뜀박질을 시작했다. * "혁아! 한상혁!" "상혁아!" 마음이 답답했다. 곡작업에 필이 받았다는 미친 이유로 여섯짜리를 혼자 내보낸 내가 미친놈이다, 원식이 생각하며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았다. 혁이가 어딜 자주 가는지도 몰랐고 누구와 친한지도 몰랐다. 나는 삼촌 자격에서 박탈이었다, 아주 많이. "원식씨, 혁이 곧 찾을 거에요." "..미쳤나봐요, 여섯살짜리를 혼자.. 울고라도 있으면 어떡해요." "..." 쪼그려 앉아있던 원식이 몸을 일으켰다. 눈 밑이 발갛게 부어 있는게 마음이 많이 쓰여서 택운이 원식의 후드티 모자 위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원식씨 잘 못 아니에요, 원래 애기들은 어디로 튈 지 몰라요." "..." "멀리 못 갔을 거에요, 더 찾아봐요." 엷은 미소를 지은 택운이 다시금 혁이의 이름을 부르며 걸음을 옮겼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원식이 눈가를 문지르며 몸을 일으켜 택운을 뒤따랐다. * "한상혁!" "엥, 삼촌?" "너, 너 어디 갔었어!" 혁이를 발견한 곳은 꽤 멀리 있는 인형 판매점이었다. 꽤 큰 인형 판매점의 트럭에는 뽀로로가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었고, 아이는 그에 홀려 멋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진열된 뽀로로 인형에 정신이 팔려 있었으리라. 한 겨울에 둘 다 빰에 흠뻑 젖은 택운과 원식이 인형 판매점에 들어서자 혁이는 의아한 표정을 띄웠고, 알게 모르게 죄책감에 고생했던 원식은 울음을 터트리며 혁이를 끌어안았다. "너 진짜! 말도 안 하고 여길 왜 와있어!" "뽀로로 따라 왔는데.. 삼촌 울어염?" "뽀로로때문에 삼촌이랑 영영 못 볼 수도 있었어, 이 놈아! 아 진짜.. 너 이제 뽀로로 금지야!" "싫어! 뽀로로 모욕하지 마삼!" "시끄러워!" "그럼 타요 볼거야!" "타요도 금지야!" "삼촌 미워어!" 이게 스물하나와 여섯살인지, 아니면 여섯살과 여섯살인지.. 허, 웃으며 원식과 혁이를 내려다보던 택운이 슬쩍 뽀로로 인형 하나를 사서 혁이의 품에 안겨주었다. "늦었는데 가요. 혁이도 피곤할거에요." * "이런 거 안 사주셔도 되는데.." 뽀로로 인형을 안고 잠에 든 혁이를 품에 안은 원식이 느릿느릿 조그만 등을 토닥이며 택운을 바라보았다. 꽤나 도도하고 고양이를 닮은 얼굴인데 애기들만 보면 어쩜 그리 순해지는지. 속으로 감탄을 하며 택운의 옆태를 보던 원식이 택운이 고개를 돌려 저와 눈을 맞추자 고개를 홱 앞으로 돌려버린다. 뭐야 씨.. 놀랬잖아.. "혁이는 좋겠다, 원식씨같이 친구같은 삼촌도 있고." "에?" "나는요, 늦둥이에 아버지가 군인이시라 어른들이 되게 불편했거든요." 그냥, 그렇다구요. 작게 웃어보인 택운이 발을 멈추고 원식을 바라보았다. "집 이쪽이에요, 저는. 갈게요." "아.. 안녕히가세요, 오늘 고마웠어요." "아, 그.." "네?" "..여,연락해요." 귀 끝까지 빨개져서 골목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귀여운 뒷태에 원식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퍼뜩 스친 생각에 원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집으로 뛰었다. 아, 난 망했어. * 택운 [택운씨 나 곡 작업 다 날렸어요.. 저장 안 해놓고 혁이 찾으러 가느라..ㅠㅠ] [그러니까 택운씨가 영감 좀 줘봐요. 원래 작곡가에겐 뮤즈가 필요한 법이래요. 헷.] 풉! 마시던 물을 고대로 뿜은 택운이 사레가 들려 콜록거렸다. 뭐야.. 오글거려.. 답장을 치며 중얼거리는 택운의 귀가 붉은 건 사레가 들렸던 탓일까, 아니면? 애기 찾다가 눈 맞고 그러는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지만 랍택이 살렸닭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