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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엑소 성찬
챠루그레이 전체글ll조회 519l
11




요즘 찬열이가 부쩍 열심히 공부하는 느낌이 들었다.설마,정말 내기같은 것때문에 공부하는 건 아니겠지?나는 설마,하며 삼각김밥을 한 입 베어물었다.앞에 앉은 찬열이 안경을 치켜세우고는 파일을 훑어보는데 그 눈빛이 무언가 결의에 찬 것처럼 보여서 약간 두려웠다.내가 더 열심히 공부했는데,설마 찬열이가 더 잘 치진 않겠지.난 은근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나 사실 독서실 처음 와 봐"
"..그래?나도 자주는 안와 시험 전 주말에만"
"근데,아무리 그래도 그걸로 저녁이 되겠어?"



찬열이 걱정하는 기색을 띄었다.자기는 아예 아무것도 안먹으면서….둘 뿐인 독서실 휴게실 안에서,내 귓가엔 입 안 가득한 김밥을 우물거리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괜찮아,집에 가서 또 먹을거야.내 말에 찬열이 살짝 웃음짓더니 너 살 찐다?지금도 밤이야-하고 말했다.

"이 정도 먹는다고 안쪄..!"

내 말에 다시금 찬열이 미소 짓는다.흥….요즘 들어 찬열이 저를 놀리는 횟수가 잦아졌다.내가 이렇게 발끈 반응할 때면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가득 미소를 띄고 내 반응을 살피는데 여간 얄미운 것이 아니었다.저도 찬열을 놀리고 싶지만 쉽게 당할 그가 아니었다.불현듯 찬열과 하교했을 때 쳤던 장난이 생각났다.그때 찬열이 표정 좀 볼 만했는데….그 얼굴이 생각나 키득거렸다.찬열이 내가 웃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왜 웃어?

너때문이잖아,바보야.



"그냥,"
"뭐야.참,근데 여기는 왜 친구끼리 같은 방 못써?"
"원래 그래..왜?같이 쓰고 싶어?"
"너랑 한 공간에 있으면 더 집중 잘 될 것 같아"
"뭐래"




찬열의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게 웃겨서 비웃어주었다.뭐래?너 방금 뭐래라고 했어?찬열이 어이없는 듯 웃음지었다.평소엔 혼자 오던 독서실에 친구랑 함께 오니 휴게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다.그래도,휴식은 제대로 취하는 게 나으니까….난 꼭 찬열처럼 자기합리화했다.그나저나 찬열이가 좋아한다던 애가 정말 누구일까?찬열이 여자애랑 있는 모습,연지를 제외하곤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이 학교가 아닌가.난 궁금해졌다.중학교때도 인기 많았다면서,여자친구도 많이 사귀고.고등학교 올라와서는 왜,본 적이 없지?



"찬열아"
"어?"
"네가 좋아한다는 애,이름이 뭐야?"
"..."
"..아,내가 모르는 사람인가"
"왜?"
"궁금해서.."
"왜 궁금해?"
"응?"


궁금하니까 궁금한거지,이유가 꼭 필요한가….찬열의 사뭇 진한 표정에 움츠러들었다.



"궁금하면 안돼?"
"아냐,이름말고 다 알려줄게."
"..음..그럼"



이름이 제일 궁금한데,어차피 알려줘도 모를텐데 왜 안알려주려고 하는걸까.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뗐다.



"우리 학교 애야?"
"응"
"..나,맨날 너랑 다녔는데..왜 난 몰라?"
"..그러게"
"예뻐?아..예쁘니까 좋아하겠지?"
"예쁘진 않은데 귀여워."


맞아,찬열이는 귀여운 걸 좋아했었지.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날 보던 찬열의 꾹 닫힌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또,왜 웃어?난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가 없어 찬열을 갸우뚱 쳐다 볼 뿐이었다.


"그 애는,왜 좋아하는거야?"
"나도 모르겠다,왜지?"
"...음.."
"사람 마음이 뜻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그렇지.."


찬열이 턱을 괴고 풀린 눈으로 날 응시했다.음….뭐야,이 부담스러운 분위기..?꼭 찬열이 더 질문해봐-하고 말하는 느낌이었다.더,물을 건 없는데.난 그 분위기에 눌려 조금 머리를 쥐어짜냈다.



"..짝사랑이야?"
"......"
"..?"
"그렇겠지.."



찬열의 표정이 조금 침울해졌다.순간 당황해 말문이 막혔다.어,진짜 그럴 줄이야.뭐라고 말해줘야 하는거지?


"고백 안해봤어?"
"어.."
"..그럼 모르는거지!걔도 널 좋아할 수도 있잖아.."
"..."
"넌,잘생기고 키도 크고..또 착하잖아!걔도 널..좋아하겠지?"



갑자기 의문형이 돼버렸다.찬열이 내 마지막말에 푸시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더니 하하-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내가 웃기게 말하나?왜 자꾸 웃는거야.거슬렸지만 찬열이 표정을 푼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삼각김밥은 다 먹은지 오래였고,또 시계를 보니 꽤 시간이 지나있었다.10시….조금만 더 공부하다가 가야 할 것 같다.우리 이제 공부하러 가자- 내 말에 찬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한 시쯤에 문자할게,같이 갈거지?"
"..음..난 더 하다 가도 되는데"
"..더 할거야?"
"응"
"..."
"..아냐,같이 가자."


혼자 가기 싫은 표정이 너무 티가 났나.찬열이 내가 말이 없자 금세 같이 가자고 말했다.휴게실을 나오며 나는 찬열에게 살금 미소지었다.난 8열람실,찬열은 9열람실이었다.열심히 해- 휑하고 쥐죽은 듯 조용한 독서실 복도에서 찬열에게 입모양으로 그렇게 말했다.찬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흔들며 9열람실 안으로 들어갔다.이제,제대로 공부해야겠다.그렇게 다짐하며 8열람실 손잡이를 당겼다.






-



찬열과는 집이 정반대편이라 대화 몇 마디 나누고 나니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으,쌀쌀해.차가운 공기에 옷을 여미었다.오늘 아침에 들은 말로는 아버지가 출장을 가서 오늘 집엔 없을 예정이었다는 것이 생각나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피곤한데 마음 쓸 일은 없겠구나.쓸쓸히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텅 빈 길을 걸으며 차분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야자가 끝나고,밤에 매일 이 길을 같이 걷던 연지가 지금은 없다.나는 조금 씁쓸해졌다.이대로 멀어지는걸까.초등학교때부터 의지하고 지내온,또 짝사랑했던 아이를 친구때문에 한 순간에 멀어져버렸다.내가 무슨 말을 한대도 한 번 서먹해진 관계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서글펐다.다시금 생각이 났다.찬열인 왜 그렇게 연지에게 쌀쌀맞게 거절했을까.그렇게까지 할 필욘 없었잖아.조금만 더 부드럽게,더 자연스럽게 거절했다면…연지가 나에게 그렇게까지 말했을까.왜 그랬어 찬열아?난 속으로 찬열에게 물었다.아니야,괜찮아.그리고는 다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연지와 서먹해졌음에도 내가 이렇게,그나마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찬열이었기 때문이다.



집 앞에 다다랐다.언제나처럼 심호흡을 하고는 비밀번호를 느리게 입력했다.띠리리-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오늘따라 긴장됐다.현관에서 자연스레 신발을 벗고 버릇처럼 다녀왔습니다-인사를 했다.그리고는 고개를 드는데 평소처럼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어야 할 엄마가 없었다.엄마,어디 간거지.엄마는 집을 잘 비우는 편이 아니었다.아니 그런 편이 아니라,아예 이 시간대에는 집에 없는 것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어딜 간거야.나는 거실을 둘러보다가 그냥 내 방으로 들어와버렸다.이 시간에 집을 비우는 엄마가 아니니까,곧 들어올거야.그렇게 생각했다.




오랜만에 글이나 읽을 요량으로 책을 집어들었다.내 책장에 있는 책들은 거의 뻔하고 뻔한 책들이다.차마 다 채우지도 못한 조그만 책장은 읽은 것이 거의 바닥났는데,아마 이 책이 마지막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책을 읽으면 잡생각이 그닥 들지 않아 자주 반복적으로 읽기도 했다.나는 흥미없이 글들을 읽어나가다가,어느 부분에서 눈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 많소
그들이 행복해 보이는 것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오


무언가 와닿는 느낌이었다.떠올려보면,난 항상 다른 애들을 부러워했던 것 같다.너무 절박했을 때엔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꼭,그런 것만은 아니었다.문득 그가 생각났다.그를 볼 때마다 난 항상 위압감을 느꼈다.그가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나를 쳐다만 보아도.무엇을 잘못한지도 모르고 구타를 당할 때,그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의자에 앉은 채 날 보는 그의 표정은 마치 지배자같았다.그래서 부러웠다.난 그가 모든 걸 가진 줄 알았다.하지만 언제였더라,그가 없는 틈을 타 반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그의 가정사를,또 그에 대한 험담을.그것을 들었을 때 나는 무언가 부끄러웠다.왜였을까?아마 세상에 나 혼자만 이런 고민을 가졌을 것이라는 우습고 비참한 생각이,제일 부러웠던 그와 공통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었을까?




나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져 책을 덮었다.생각하기 싫다.어쩐지 책을 읽으면 이렇게 순간순간 문장에 깊게 생각에 빠지는 경우가 있어서 자주 읽다가 책을 확 덮어버리곤 했다.나는 살짝 거실에 얼굴을 내밀었다.엄마는,정말 왜 안오는거지.나는 아예 거실로 나와 정말 엄마가 없는지 두리번거렸다.그러다가 현관 앞에 발을 멈춰세웠다.


"...어.."





엄마 신발은 그대로였다.몇 켤레 되지도 않는 신발이 정확히 수를 맞춰 놓여져있었다.엄마?나는 작게 불러보았다.엄마의 신발이 집에 있는데,엄마가 밖에 나가있을 리가 없잖아.나는 순간 이유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엄마,엄마.나는 빠른 걸음으로 엄마의 방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젖혔다.휑했다,황량하다는 말을 쓸 정도로.나는 이번에는 설마-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벌컥 열었다.불이 꺼져있을 뿐이었다.

그럼..





각방을 쓴지 오래인 우리 집이었다.심장이 쿵쿵 뛰었다.난 뛰다시피 걸어가 아버지방의 방문 손잡이를 꾹 잡았다.손에 땀이 차는 느낌이었다.숨을 들이마시고는 조심스럽고 침착하게 손잡이를 돌렸다.끼익-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그 동시에 역겨운 냄새가 났다.

...

"......."


잔뜩 어질러진 서류들과 깨져버려 산산조각난 유리파편들 
액정이 나가버린 휴대폰 제 자리를 잃어버린 물건들
그것들보다 더 역한 피비린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엄마.."

용기내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그저 그 파편과 물건들이 흩어진 것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부르르,떨렸다.손이 부르르 떨렸다.심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친듯이 뛰었다.마침내 내 눈 끝에 엄마의 손끝이 닿았다.눈을 깊게 감았다 다시 뜬다.조금 더 눈을 굴려 엄마의 손이 보였다.조금만,조금만.그리고 한 번 더 눈을 감고,고개를 든 후 조심스레 눈꺼풀을 들려올렸다.파르르르 떨린다.떨려왔다.


엄마?


피를 잔뜩 뿜어내 역한 비린내로 가득 찬 이 공간의 갑갑함이
엄마가 만들어낸 거였다니.


발자국을 디딜 수가 없었다.손목을 잔뜩 난도질해 차마 보기 힘든 그 형체를 앞에 두고 나는 숨 쉬고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엄습하는 두려움에 나는 도망치듯 그 방에서 뛰어나와버렸다.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내가 뭘 할 수 있는거지.어떻게 할 수 있는거지.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오늘은,아버지가 출장을 가고 없는 날이었다.





잔뜩 얼은 내 몸이 조금씩 상황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더니 곧 마른 얼굴에 눈물이 한 방울,두 방울 떨어지더니 쉴 새 없이 그것을 떨궈내기 시작했다.아,어떡해.어떡하면 좋아.도대체 어떡해야 해.뇌가 정지해버린 것 같았다.입술마저 파르르 떨려 나는 그만 입을 굳게 다물었다.울음이 목까지 차오르고,심장을 쥐어짜는 느낌에 얼굴이 잔뜩 구겨져 눈물을 두 방울 세 방울 떨궈내는 것 외엔,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어떡해
어떡하지









...찬열아
찬열아


도와줘 찬열아..



결국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휴대폰을 찾았다.찬열아,찬열아 도와줘.찬열아.한 번 떠오르자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찬열아 나 좀 살려줘.제발 도와줘.나는 속으로 그렇게 끊임없이 되뇌었다.어렵사리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잡아들었다.119에,전화를 해야 하는데.내 손은 찬열의 번호를 치고 있었다.찬열아,찬열아,찬열아.그의 이름이 닳도록 되뇌인다.





'힘들면..말해도 돼 나한텐'

그 한 마디에,난 도대체 얼마만큼 그에게 기대게 된 것일까
기대게 되는 것일까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버텨내기 어려웠다.흐르는 눈물을 계속해서 닦아내며 나는 끝내 소리 내어 울었다.나는 망설였다.기대고 싶었다.나도 이제는 알아차렸기 때문이다,기댈 사람 하나 없이 내 삶을 버티기엔 너무 힘들다는 것을.하지만,하지만…
그가 나와 같은 것을 느낄 필요는 없으니까..


"흐으..흐.."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엄마는,죽지 않았다.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일까?나는 쓰러져있는 엄마가 어느 것보다도 두려웠다.아버지의 횡포보다,아이들의 괴롭힘보다.비교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웠다.결국 난 떨리는 손으로 통화버튼을 눌러버렸다.눈을 질끈 감았다.나 이래도 되는 걸까.되는 거야.될까.안될까.안돼.이러면 안돼….



이러면 안되겠지만
찬열이 네가
기대도 된다고
너한텐 말해도 된다고
그렇게 말해줬잖아















'..여보세요?'




'백현아,왜?'






'왜 말을 안해..여보세요?백현아-'


* *

어제 글 마쳤지만 너무 새벽이라 오늘 올려요
백현이엄마 죽을만큼 크게 다친 건 아니에요..!! 
음..그리고 완결은 20화정도로 예상하고 있어요 가능하면 1월안에 끝내려구 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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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백현아ㅜㅜㅜㅜㅜㅜㅜ불안해하지마 백현아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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