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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달 전체글ll조회 1211l 1








[VIXX/정택운차학연] 벚꽃 길에서 만난 우리의 시간은. 2




택운은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먼저 명함을 준 일은 거의 없었다. 다른 거래처의 사람들과도 겨우 주고 받았던 명함을 사적인 마음때문에 누군가에게 준 일은 처음 이였다. 사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벚꽃 나무 옆에 웅크려져 있는 작고 검은 고양이. 왜 이렇게 쓸쓸해 보일까. 다음 사진으로 넘겼다. 꽤나 잘 자란 뒷모습의 어깨가 동그라니 예뻐 보였다. 저장되어있지 않은 번호로 언제 쯤 가야 하냐는 문자에 솔직하게 답했다. 관심. 터덜터덜 병원에서 나와 엉엉 우는 그에게 관심. 호기심일지도 모른다. 택운은 이 호기심이 정말 호기심일 뿐인지 궁금했다.

 


"인쇄하러 갈 껀데, 같이 가자."

 


홍빈의 물음에 택운은 카메라와 가방을 챙겼다. 홍빈아, 너는 이런 느낌 뭔지 아냐. 뭔 개소리야. 빨리 나오기나 해. 그래.

 

 

 

 


//

 

 

 

 


택운은 곱게 나온 사진을 보았다. 재환에게 이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달라고 말할까 생각했다. 내년에 할 자신의 전시회에 이 사진이나 그림을 넣고 싶었다. 그만큼 택운의 마음에 쏙 들었는지 애타는 듯 사진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오늘은 그가 오는 날이다.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택운은 홍빈이 내온 녹차에 한 숨을 뱉으며 그를 기다렸다. 문 앞에 걸어둔 작은 종이 울렸다. 늦게 오지도 않았고, 잘 찾아온 그가 고개를 까닥였다. 택운도 택운 옆에 담배를 집어 든 홍빈도 고개를 숙였다.

 


"왜 찍으셨어요?"

 


소파에 마주 앉자마자 그는 물었다. 날씨가 추운지 다홍색의 야상을 입고 온 그의 얼굴이 옷에 파묻혀 꼬마 아이 같았다.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의 그가 택운은 신기했다. 그냥요. 사진 작가가 언제 이유 있게 사진 찍나요. 택운이 말을 하지 않자 담배를 내려 놓고 녹차 한 잔을 그의 앞에 둔 홍빈이 대신 답했다. 학연은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뭐에요?"

 


답을 할까 싶어 물은 택운은 차학연이라고 들려오는 이름에 사진을 빤히 보았다. 검고 작은 고양이는 차학연이구나. 학연은 사진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택운은 사진을 바로 학연에게 보여주었다. 보여주기 싫었지만 자신이 먼저 한 약속이기에 어쩔 수 없이 사진을 건내었다. 학연은 사진을 두 손으로 들고 빤히 보았다. 이런 느낌이였구나. 사진 작가가 이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었구나. 자신이 참 작고 초라해보였다. 사진 안의 벚꽃은 저렇게 웅장하게 흩날리는데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 작았다. 저 조그만 나에게 서러움이 흘러 내리는 것 같아 학연은 사진을 가방에 구겨 넣었다.

 


"부탁이 있어요."


"네?"

 

"그 사진을 제 전시회에 올리고 싶어요."

 

"형 그건 아니야."

 


홍빈이 대뜸 말렸다. 아마 전시회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기에 어울리지 않으니 말리는 듯 싶었다. 택운은 홍빈에게 조용히 하라며 입을 턱 막았다. 학연이 당황했는지 무슨 말인지 한 번만 다시 해 달라며 부탁했다. 택운은 내년 봄에 전시회를 작게 열 생각이라며, 그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서 올리고 싶다며 말했다. 상대방의 허락만 있다면 바로 실행에 옮길 듯한 기세였다. 학연은 사진을 꺼냈다. 벌써 끝이 구겨져버린 사진을 조심스럽게 곱게 펴놓았다.

 


"왜 하필 이 사진이에요. 하필이면."

 


너무 불쌍하잖아요. 뱉지 않은 마지막 말을 택운이 이해했는지 사진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이 왜 우는지 몰라요. 모르는데도 사진을 보면 슬퍼요. 난 그 느낌이 좋아요. 당신의 모습이 이렇게 작은데 나한테는 너무 커다랗게 왔거든요. 학연의 흔들리는 눈을 정확하게 보며 말하는 택운이 고마운 건지 미운 건지 학연은 가슴 한 쪽이 맹맹했다.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홍빈은 둘 사이의 미묘한 느낌에 자리를 떴다. 휴지라도 가져와야겠다. 홍빈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택운은 학연의 코를 검지 손가락으로 톡 쳤다. 놀란 학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부탁이 하나 더 있어요. 뭔데요? 차학연씨, 당신 번호 좀 알려줄래요? 매일 연락하게요. 자꾸 울면 토닥여주고 싶잖아요. 울기 전에 안아줄께요. 학연은 그 말을 듣고 또 울어버렸다. 왜 나는 정택운씨 말만 들으면 자꾸 울까요. 학연은 홍빈이 가져다 준 휴지로 눈을 훔치며 택운의 토닥임을 간신히 받아냈다.

 

 

 

 


//

 

 

 

 


식어버린 녹차는 버렸다. 학연이 택운에게 받은 사진을 다시 돌려주었다. 택운의 핸드폰에 저장한 학연의 번호가 또렷했다. 사진 한 번 보고 저장된 학연의 번호를 보고. 택운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뒷 머리를 벅벅 긁었다. 홍빈은 택운에게 죽을 때가 되었냐며 껄껄 웃어재꼈다. 이렇게나 솔직한 택운은 고2 한창 첫사랑과의 즐거운 한 때를 보냈을 때 빼고는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근데 어디서 만났어?"

 

"...병원에서."

 

"어디 아프데?"

 


아플 꺼야. 아프겠지. 뭐야 아프다는 거야 안 아프다는 거야. 글쎄 나도 모르겠다. 아프던 안 아프던 일단 차학연이니까. 이 형이 진짜 미친 것 같다. 홍빈은 자신의 카메라를 챙겨 자신 먼저 간다며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가 문에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형 근데 너무 어려운 사람을 골랐어. 뭐? 그냥 힘내라고. 택운이 던진 소파 쿠션에 홍빈의 머리를 맞고 떨어졌다. 저 형은 조준율은 더럽게 좋아요. 맞은 머리를 정돈하며 오늘은 원식에게 짜파구리나 끓여 달라 해야지 생각하는 홍빈이다.

 

 


 

 

//

 

 

 


 

자신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리겠다 말하는 택운의 자세에는 당당함이 들어있었다. 당신의 지금 생각 마음 표정을 담으려 노력하겠다는 모습이 아마 자신 있게 보였나 보다. 그 당당함은 무엇 이였을까. 학연은 자신이 또 바보같이 운 것에 대해 아주 많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거기다가 품에 안겨 울었다니. 남자 구실도 못하겠다. 집으로 오는 길에 교수 님을 만나 말을 할까 하다 아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무작정 걸었다. 이번 주부터 춥다고 하던데 역시나 바람이 메섭다. 학연은 빨게진 코를 숨기려 마스크를 올렸다. 집에 가기도 싫은 날씨다.

 

 

 


 

//

 

 

 


 

오늘은 자신의 가장 크고 아름다운 일을 정리하는 날이다. 할 일이 많아 아침 일찍 일어나 현관문을 여니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어제 뉴스를 보지 않고 자서 날씨를 몰랐는데, 보고 잘 껄 그랬나봐. 학연은 쭈그려 앉아 맨 손으로 눈을 깊게 콕 찔러보았다. 검은 바닥을 보이는 점 같은 작은 공간을 빤히 바라보았다. 꼭 빨려 들어가는 어지러운 느낌에 머리가 울렸다. 쌀쌀한 바람에 몸을 움츠리다 이내 집으로 들어갔다. 혼자인 집 안에서 학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즈막이 읊조리는 앵커의 뉴스 소식은 캄캄했다.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다. 학연은 오늘의 시작을 개운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며칠 전 입었던 야상을 다시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흰 눈 때문인지 눈이 시려웠다. 내 발이 시려워 할 텐데. 학연은 눈을 뻥 차버렸다. 이렇게 예쁘면 어떡할꺼야. 짜증나. 학연은 예쁜 눈이 미운가 보다.

 

 

 


 

//

 

 


 

 

연습실에 들어간 학연은 동료들의 눈치에 기가 죽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학연이 무려 보름이나 빠지다니. 학연은 알까, 아이들이 언제 오는지 내기를 하며 낄낄 거리는 것을. 학연은 누구와 인사를 하지 않고 바로 교수의 계신 방으로 들어갔다. 교수의 미간이 잔뜩 구겨져있다. 학연은 두 손은 고이 잡고 고개를 숙였다. 병원에 가자마자 바로 오라던 교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자신이 그렇게 큰 병이 있을 줄 몰랐던 학연도 참 바보같이 그저 고개를 숙였다.

 


"몸은 어때?"

 


침착한 척 교수는 학연에게 물었다. 미간은 풀어지지 않는다. 학연은 차마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게 가장 비참할 것 같았다. 학연은 더 이상 무용을 못하겠다며 말했다. 못하는 것일까 안 하는 것일까 그래 학연은 못하는 것이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그렇게 되어버렸다. 교수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왼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구겨진 미간을 피려 노력했지만 안되는지 팔짱을 끼셨다. 교수는 소파에 앉았다. 두 손을 허벅지 위에 가지런히 두었다.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표시에 학연은 고개를 들었다.

 


"이 년 안에"

 

"그래."

 

"죽는다네요."

 


남의 이야기처럼 학연은 흘리듯이 말했다. 교수의 표정이 볼만했다. 잔뜩 일그러져 있는 게 꼭 화난 미치광이 같았다. 그러다 얼굴이 점점 빨게 진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교수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이 꼭 학연과 닮았다. 학연은 이미 울고 있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까무잡잡한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참으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학연은 마치 고해성사 하듯이 조근조근 할 말을 다 뱉었다.

 


"무대 위에서 죽고 싶은데"

 

"그것마저도 안되고,"

 

"이미 내 모든 건"

 

"여기가 전부인데"

 

"그만 하라네요. 전부."

 


학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계집애처럼 예쁘게 울지도 않고 넋두리를 표현하는 것처럼 거칠게 울어재꼈다. 교수는 학연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을 저번 달 평가에 사랑을 주지 못해 아쉬웠다. 너의 마지막은 나의 비난이였구나. 교수는 학연을 안아 달래지도 못했다. 학연이 간신히 눈물을 닦고 허리를 굽혔다. 다시는 보지 마요. 욕심 나기 전에. 하고 싶어지기 전에. 학연은 굽힌 허리를 간신히 피며 웃었다. 지금은 마지막이니까 웃을 께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교수님."

 


학연은 더 울기 전에 밖으로 나왔다. 웅성거리던 아이들도 학연의 나오는 모습에 웅성거림을 멈추고 학연의 발자취만 가만히 보았다.

 

 

 


 

//

 

 


 

 

이제 겨우 하나가 끝났다. 실컷 울어버리니 배가 고팠다. 힐끗힐끗 처다 보는 시선에 살짝 민망했다. 한겨울에 공원 벤치에 앉아 엉엉 우는 남자가 신기하겠지.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오후 시간이다. 뭘 했지. 무용을 그만 두겠다고 그 한마디를 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지나간 건가. 학연은 헛 웃었다. 그래도 가장 크고 웅장한 산을 넘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진동이 울린다. 문자가 왔다.

 


[오늘 하루는 어때요]

 


문자 타이밍도 참 지랄맞다. 물음표 하나 심지어 온 점 하나 찍히지 않은 여덟 글자는 학연에게 많은 의미를 주었다. 속이 시원하고 죄송스럽고 원망스럽고 답답하고 왜 나일까 생각이 들고 그렇네요. 생각을 하다 답을 하지 않았다. 답을 하면 그 답에 대해 또 물을 것 같다는 예상이 들었다. 택운의 문자에 학연은 뭔지 모를 연결 고리가 생길 것 같아 홀더 버튼을 눌렀다. 더 이상은 내가 힘들다. 점심은 뭐 먹지. 혁이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한 끼 때워야지. 학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혁이에게 말하는 건 쉬울 것 같아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제 작은 산들을 넘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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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나하나 정리해가는게 넘 슬퍼요ㅠㅠㅠ 택운이는 학연이를 어떻게 보듬을라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새벽달
앞으로 많은 산들을 잘 정리해가고 택운이는 옆에서 토닥여주고 손잡아주고, 하지만 그렇게 다정할 수록 독이 되주는 그런 택운이가 될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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