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누누
콩닥
뽀잉뿌
칰칰
별꽃
울렁이
달
젤리
벼리니똥꼬
최고자
토마
밍이
신알신 해준 예쁜 빚쟁이들 나라세!!
시작은.
너빚쟁의 부모님이 치킨집을 운영하셔.
부모님도 도울 겸, 내 자신에게 자유도 줄 겸 오토바이 자격증을 따.
아버지께서 배달 가기 싫다고 하면 너빚쟁이 대신 배달을 해.
부모님께서 겅정하시지만 괜찮다며 금방 다녀오겠다며 부모님을 안심시키고
부모님의 일을 조금이나마 돕고싶은 우리 효녀!! 나, 나름 효녀인 너빚쟁!!
부모님 몰래 가끔씩 몸이 완치되지 않았지만 동네 한 바퀴 돌기도 하고. 호호호!
사실, 너빚쟁은 몸이 아파서 고등학교 1년을 꿇었어.
산 속에서 요양도 하고 병원에서 누워있기도 하고.
그래서 스무 살인데도 고삼이지. 주르륵.
유난히 너의 치킨집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이용하는 세탁소 집이 있어.
너빚쟁의 교복을 드라이 할 겸 종종 가는 그 세탁소의 아줌마와 아저씨와 어느새 친해진 너빚쟁!
그러다 우연히 빅스를 만나.
같은 학교인 빅스는 너와 학년은 같지만 나이는 너빚쟁이 한 살 많은 누나!!
너빚쟁은 모의고사를 신명나게 망쳤다.
차마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하고 가방만 버려둔 채 오토바이에 올라 타 바로 배달을 하려 나왔다.
미친듯이 울리는 진동 느낌이 매우 불안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일단 오늘은 살고싶다.
배달 목록을 보니 오늘 마지막 배달은 다행히 세탁소집인지라 너빚쟁은 한 두바퀴 여유롭게 돌고 세탁소집 문을 열었다.
“아주머니 치킨왔어요!”
큰 소리로 말하던 너빚쟁의 목소리를 단박에 들으신 아주머니께서 도도도 달려오셨다.
너빚쟁보다 많이 작으신 아주머니께서 어찌나 귀여우신지, 어른한테 귀엽다는 말 하면 안되지만 아주머니는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뚝뚝 떨어지신다.
너빚쟁은 아주머니께서 꼭 잡은 두 손을 바라보다 자기 자식처럼 모의고사를 잘 봤냐는 등, 우리 아들은 영 연필을 잡지 않으신다며 신세한탄을 조용히 들었다.
그러다 너빚쟁의 뒤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 보자 키가 상당히 큰 남학생이 들어와 너빚쟁을 툭 밀쳐냈다.
“이 놈의 자식이 또 늦게와! 학교 끝나면 빨리빨리 들어와야지!”
아주머니의 호통에 남학생은 예쁜 두 눈만 꿈벅꿈벅 거릴 뿐 말은 하지 않았다.
남학생은 너빚쟁과 아주머니를 번갈아 보다가 방으로 휙 들어가버렸다.
아주머니께서는 아들 뒤로 쪼르르 달려가셔서 너 혼자남은 너빚쟁은 조용히 치킨을 내려놓고 안녕히 계세요, 아무도 듣지 않는 인사를 하고 세탁소 밖으로 나왔다.
저 세탁소 집은 참 발랄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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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점심을 먹고 운동장 벤치에 앉은 너빚쟁은 뛰어 노는 남학생들이 부럽게 느껴진다.
몸이 아파 쉽게 뛸 수도 없는 너빚쟁은 체육 시간에도 앉아있고,
시간이 남은 점심시간에도 그저 가만히 앉아 운동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그저 부러워 할 뿐,
그 이상의 행동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점심 먹고 운동장을 뛰노는 축구부의 남학생들은 참 발랄하고, 제 나이 대의 학생 같아서 참 아름다웠다.
너빚쟁은 축구를 지켜보았다.
아슬아슬하게 골대 앞에 당당히 달려 가 멋지게 골을 넣는 모습을 보고 너빚쟁은 환호를 질렀다.
그 환호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축구하는 아이들이 흘낏흘낏 너빚쟁을 처다보았다.
골을 넣은 남학생도 너빚쟁을 힐끔 보았다.
어제 세탁소 아들이다.
너빚쟁은 창피함에 벌덕일어나 교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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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 후, 세탁소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오늘 느낌 상 그 남학생을 만날 것 같아 가기 싫었지만 빨리 주고 빨리 나오자는 생각에 너빚쟁은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차가운 바람이 코를 어찌나 세게 치던지 자동으로 코맹맹이 소리가 나왔다.
오토바이를 안전하게 세우고, 세탁소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여!”
코가 징하게 막혔는지 애교를 피우는 소리가 나 너빚쟁은 코를 이리 저리 비틀었다.
더 빨게진 코가 꼭 울다 만 아이같아 아주 조금 웃겼다.
역시나, 세탁소집에는 그 남학생이 있었다.
너빚쟁의 코맹맹이 소리를 들은 것인지 입꼬리 한 쪽이 슬쩍 올라갔다.
너빚쟁은 민망해서 애꿎은 아주머니를 애타게 불러 계산을 하고 거스름 돈을 꺼내려 고개를 숙이는 데 누가 너빚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응원해줘서, 고마워.”
남학생의 목소리가 너빚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성의 목소리가 참 예뻤다.
남학생은 곧장 세탁소 문을 열어 나갔다.
잔돈을 아주머니께 드리려하자 아주머니게서도 놀랐는지 두 눈을 토끼처럼 동그랗게 뜨고 입을 살짝 벌리셨다.
“우리 택운이가, 세상에나. 어머. 빚쟁아 너 택운이랑 친하니? 잘 지내렴. 우리 아들이 말 수가 많이 적은데 어머,”
너빚쟁은 볼을 붉히며 친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주머니께서 너빚쟁의 어깨를 토닥이며 우리 택운이좀 잘 챙겨 달라며 신신당부를 하셨다.
글쎄요 아주머니 저도 오늘 처음 목소리를 들은거라서,
너빚쟁은 후다닥 밖으로 나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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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빚쟁은 오늘도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와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오늘은 어떤 팀도 골을 넣지 못한 채 무승부로 끝난 경기에 너빚쟁은 조금 아쉬웠다.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가니 뒤에 어제 본 세탁소집 아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세탁소집 아들이 성큼성큼 올라오더니 너빚쟁에게 물었다.
“오늘은 왜 응원 안해줬어.”
“그냥, 잘하길래.”
“네가 보고만 있어도 좋다.”
어제처럼 머리를 쓰다듬는 세탁소 집 아들은 너빚쟁이 상상하던 이미지와 다르게 부드러웠다.
내일도 볼꺼지? 라는 세탁소집 아들의 말에 너빚쟁은 너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탁소집 아들 손에 들린 작은 음료수 병을 너빚쟁에게 건내었다.
너 마셔.
성큼성큼 올라가는 세탁소집 아들이 조금 더 멋있어 진 것 같아 너빚쟁은 음료수 병을 무작정 볼에 가져다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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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거의 매일 점심시간을 운동장 벤치에서 보내는 어느 날, 너빚쟁이 병원 가는 날이라며 조퇴를 하고 운동장 끝을 가로 질러 교문 쪽으로 걸었다.
꽤 멀리 있는 병원에 오토바이를 가져올 껄 후회하다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하필이면 한 쪽이 들리지 않는 이어폰을 가져와 너빚쟁은 그냥 한 쪽만 이어폰을 낀 채 생각 없이 걸었다.
한창 걷는 모습을 세탁소집 아들이 보았는지 경기하던 와중에 너빚쟁의 곁으로 뛰어왔다.
“어디, 가?”
“병원 가.”
조심히 다녀오라는 세탁소집 아들의 말에 볼이 빨게 졌다.
오늘은 못 봐서 아쉽다며 너빚쟁이 입술을 쭉 내밀자 세탁소 집 아들은 검지 손가락으로 톡 너빚쟁의 입술을 쳤다.
축구를 하던 아이들이 정택운, 빨리 안와?! 거칠게 부르자
세탁소집 아들은 머리를 두 번 쓰다듬고는 뛰어갔다. 너빚쟁은 야상의 모자를 휙 뒤집어썼다.
자꾸만 얼굴이 빨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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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정택운이 여자랑 말도 하고.”
“그러게. 철벽남이 이게 무슨 일이야.”
주변 아이들이 정택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정택운은 민망한지 다리로 다른 아이들의 애꿎은 다리를 쳐냈다.
아주 남자야, 여자애들이 머리 그렇게 쓰다듬는거 되게 좋아하던데.
근데 그 여자애 누나 아니야?
일 년 꿇었다며.
누나지.
일진이니 뭐니 그런 소문도 있던데.
아이들의 말에 택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여자면 내가 좋아하겠냐,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