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에서 나오는 친한 선후배의 관계는 참 좋다. 으르렁 대며 싸우지도 않고 매일같이 웃으며 연애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어려운일이 있으면 돕기도 하고 진짜 형 동생사이마냥 사이가 좋다. 그러나 그건 누나가 읽던 인터넷 소설속에서만 존재한다는것을 깨달은건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학교때부터 친분이 있던 선배를 남고에서 한번 더 만나 좀 더 진득하게 친해진 사이가 되자 그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으르렁 대며 싸우기 바쁘고 칙칙한 남고에서 연애고민을 들어주는 일은 사치였다. 그러나 내가 인터넷 소설에서 별 신경 안쓰고 넘긴 사실이 하나 있었다. 친한 선후배 사이에서 사랑이 싹튼다는 것. 하루 온 종일을 서로를 헐뜯고 투닥거려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 같은 감정이 점점 커져갔다.
별로 신경쓰지않던 웃을때 들어가는 보조개도 막상 그 감정이 점점 커져가니 관심이 가고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쓰였다. 카카오톡에 자주 바뀌지 않는 상태메시지도 매일같이 확인하고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그에게 매일같이 내가 먼저 연락을 걸었다. 단호하게 왜. 하며 반응하는 그였으나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한번쯤은 좋게 받아주겠거니 했다.그렇게 일년이 흘렀다.
" 형 "
[ 어, 왜? ]
" 어디에요? "
[ 나 지금 원식이랑 놀고있는데 왜, 뭐 큰일 있어? ]
" 아니요, 그냥. "
[ 뭐야, 시시하게─ ]
" 원식선배랑 계속 노세요, 다 놀면 전화해줘요. "
응, 알겠어. 하는 대답이 들리고 전화를 끊었다. 매일같이 전화를 하는데도 매번 똑같이 큰일이 일어났냐며 묻는 홍빈이 귀여웠다. 목소리 듣고싶어서 전화했어요. 하고 간질거리는 말을 하면 질색할게 분명했다. 홍빈이 대놓고 싫어하는 표현을 하면 안 그런척 해도 내 마음 상할게 분명했으니 진작부터 그런 간질거리는 표현은 접어뒀다. 침대에 누워 하얀 천장을 바라보니 흰 종이에 내가 화가라도 된 냥 슥슥 그의 얼굴이 그려졌다. 그 얼굴을 생각하며 실실 웃었다. 학교가는 날이 매일같이 지겹다며 투덜거리는 날도 일년이나 지났다. 학교를 가면 복도에서 마주하는게 그의 얼굴이었고 매번 점심시간에 뛰노는 그를 구경하는게 일상이었다. 그는 내가 열번도 넘게 찍었지만 넘어오지 않았다. 혼자서 매일밤 위로를 했다.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깊게 패인 도끼 자국은 남았을거라고.
그렇게 혼자 생각하다가 깜빡 잠에 들었나보다. 분명 해가 지기 시작했던때에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뜨니 캄캄한 밤이었다.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하자 부재중전화 한 통과 카카오톡 메시지 다섯개. 기분좋게 웃었다. 전부 홍빈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전화하라며...]
[왜안받냐..ㅋ]
[자냐??]
[자냐고!!]
[어휴...]
그리고서야 확신했다. 나무에 깊게 패인 도끼 자국이 남은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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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독방에서 일어난 글잡 대란은 저에게 큰 힘이 되어줬습니다!
전부 감사드려요ㅠㅠ.. 요즘따라 글 쓸 엄두도 안나서 힘들었는데 전부 힐링힐링
독방 빚쟁분들은 재환이 닮아서 힐링요정이신가봐요!
진짜 진짜 감사드려요ㅠㅠㅠㅠ♥
그리고 암호닉 공룡님 아몬드님 쓰리빈님도 정말정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