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 오래된 노래
더 아프기 전에,
더 상처 받기 전에,
그만 헤어집시다, 우리
[EXO/징어] 헤어집시다, 우리 (부제: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것) 03
늦은 밤 무렵의 카페는 한산했다. 구석에 자리잡은 민석이, 딸랑 종소리에 카페의 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8년 만이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리웠던 얼굴은 카페
내부를 이리 저리 둘러보다 저를 발견하곤, 걸음을 옮겨왔다. 많이 길어 버린 머리와, 아찔한 킬힐. 여전히 앳되었지만 마지막으로 마주한 얼굴 보다 성숙해진 모습에 민석은
입을 떼려다 다시 앙 다물고는, 아메리카노를 입에 물었다. 마주한 자리에 앉은 징어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 보던 민석이, 말했
다.
" 바닐라 라떼, 맞지? "
커피라고는 그것만 마셨었잖아. 이어진 말에, 징어가 살풋 웃었다. 아까, 만난 준면과 똑같은 말을 하는 민석에 징어는 마음 한 구석에서 부터 따뜻함이 잔잔한 울림 처럼 퍼져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바닐라 라떼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징어가, 잔을 들고는 입을 열었다.
" 준면 오빠가, 이건 말 안해줬나 봐요. 저 이제 바닐라 라떼 안마시는데. "
" ........ "
" 달달한 건.. "
" ........ "
" 어린애들이나 좋아하는 거 잖아요. "
그래도 고맙게 마실게요. 싱긋, 미소지은 징어가 따뜻한 잔에 입을 갖다 대었다. 달디 단 바닐라 라떼도, 눈 앞의 민석도. 모두 오랜만이다. 잔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는 민석과
시선을 마주했다. 여전히, 동안이구나. 징어는 문득, 이질감을 느꼈다. 정말, 이상하지. 8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닌데, 낮에 만난 멤버들도 눈 앞의 민석도, 분명히 옛날 과는
달리 성숙해지고, 많은 것들을 감당해내고 있는데.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달라진 시간임에도 마치, 어제도 만난 사람들 처럼 익숙했다. 그게 무서웠다. 익숙함, 그 익숙함에 속
아 기대고, 의지하게 될까봐. 늘, 어리광만 피우던 저라 습관처럼 민석에게 털어 놓게 될 까봐. 잠시간 지속된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민석이였다.
" 그 동안, 어디있었어. "
" 묵비권, 쓰고 싶은데. "
" 징어야, 오빠 사실은 엄청 화 나. "
" 오빠. "
" 그 동안, 얼마나 걱정했는 지 알아? "
" ....... "
" 너 그렇게 사라지고선, 우리 모두 제정신 아니였어. "
" ....... "
" 너는, 궁금하지도 않았니. "
약간의 원망이 담긴 목소리로, 물어오는 민석에 징어는 입술만 달싹거릴 뿐이였다.
" 찬열이를 만났어요. "
" ....... "
" 촬영이 끝나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나봐요. 저를 제 차에 태우고선, 아무말도, 한 마디도 않더라구요. "
" ....... "
" 오빠처럼, 잔뜩 원망이 담긴 눈동자로 저한테 쏟아내는데 그 상황이...걔 눈빛이, "
" ........ "
"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제 기억속에서, 너무 나도 잘 웃던 애였는데 밝던 애였는데... 오빠도 알잖아요. "
" ........ "
" 제가 다 망친거예요. 저 때문이예요. "
두서 없는 말들이 뱉어져 나왔다. 민석은,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마주해 올 뿐이였다. 징어는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오빠, 시간이 약이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 질 거라고, 저 믿어요. 그러니까, 네? 아무것도, 묻지 말아주세요. 그냥, 예전처럼. 8년 동안 지내왔던 것처럼 그렇게 지내주세요. 저는 지나갈 사람이예요. 알잖아요. 저 때문에, 다시..다시 망가지는 거 , 저 못봐요. 못 견뎌요. 제가 사라질게요. 그저, 찰나의 꿈처럼 그렇게 생각해주면 안되요? 오빠...제발요.. "
내뱉어지는 말 속에, 점차 눈물이 스며들어 울먹임으로 번져갔다. 맑은 두 눈동자 가득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던 민석이,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 가끔씩, 늦은 새벽에 숙소를 돌아다니다가 루한의 방을 지나갈 때면. "
" ........ "
" 울음 소리가 들려. "
징어는 주먹을 꼬옥 쥐었다. 눈물을 참으려 짓이겨 물은 입술은 이미 잔뜩 헐어 피 맛이 났다.
" 루한의 방에 뭘 좀 찾으려고 서랍을 열면, 항상 액자가 보여. "
" ........ "
" 루한 옷 좀 빌려입을까 싶어서, 루한의 옷장 문을 열면, 보풀이 조금 일어난 붉은 색 목도리가 매번 다르게 개어져 있어. "
" ........ "
" 징어, 네 말대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모두 미소지으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추억이 될지도 모르지. "
" ...흐으,오빠.. "
징어가, 가늘게 몸을 떨며 흐느꼈다.
"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루한, 그 자식은... "
" ...흐으.. "
" 여전히 과거에 살아. "
아아. 민석의 마지막 말에, 무너지듯 얼굴을 감싼 징어의 어깨가 반복적으로 떨려왔다.
" 징어야, 네가, 루한 좀..그 미련한 새끼좀 잡아줘라. "
눈 앞에, 기억 조차 희미한 루한의 맑은 미소가 흩뿌려졌다. 징어야. 다정한 목소리, 다정한 눈빛. 따뜻한 품. 늘 다정하고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했던 사람. 자국을 떠나 한국으
로 유학을 올 정도로 노래와 춤을 사랑했던 남자. 무대에서, 밝게 웃는 모습이 빛이 나는 사람. 그를 떠올리던 징어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익숙함에 속아, 나약해지지 말자.
" ...저, 못해요. 할 수 없어요. "
" ....징어야. "
" 전,저는...그럴 자격 없는 애예요. 오빠, 미안해요. "
먼저, 일어날게요. 징어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민석의 얼굴을 마주 할 자신이 없었다. 징어가 등을 보였다.
" 루한, 올거야. "
이어진 민석의 말에, 징어가 경악에 물든 눈으로 민석을 향해 몸을 돌렸다.
" 그게, 무슨!! "
징어는, 문득 아까의 통화에서 떨려오던 민석의 목소리를 상기해냈다.
" 내가, 거짓말했어. "
" ..오빠!! "
" 너 있다고는 말 안했어, 그냥 오라고 했어. "
" ..흐으, 오빠 제발.. "
" 나한테는 징어 너도 둘도 없는 동생이지만, "
딸랑, 카페의 종소리가 청아하게 울렸다.
" 루한도 소중한 친구야. "
민석! 한적한 카페의 내부로 다정한 목소리가 가득 울렸다. 점차, 가까워져 오는 발걸음에 징어가 잔뜩 경직된 몸을 돌렸다.
" 왜 여기로 오라고..... "
마주한 이의 얼굴에서 사라진 미소가, 징어의 가슴을 아프게 때렸다.
" ...너... "
- Rrrrrrr
징어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징어가, '집' 이라고 쓰여 있는 발신인을 확인한 뒤 다급한 손길로 액정을 건드렸다.
" ..어,어 빈아. "
' 엄마아, '
" 응, 빈아. 엄마, 엄마야. 깼어? "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졸음 가득한 아이의 음성에 징어가 목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입 밖으로 뱉어내는 목소리는 잔뜩 물기가 어려 있었다. 여전히, 목이 메여왔다. 엄마.
징어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루한의 눈동자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 엄마, 어딨어요오?..빈이, 깼는데에..집에 아무도 없고오..'
" 빈아, 미안해. 엄마, 지금 가. 빈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사서 갈게. 빈아, 엄마 지금 가니까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요, 응? "
네에, 빨리오세요오. 전화가 끊겼다. 카페 내부에 사람이라곤, 없었다. 징어의 숙여진 고개는 오랜 시간 멈추어 있었다. 이내, 적막을 깬 것은 징어의 아찔한 킬힐이였다. 한적
함을 깨는 이질적인 구두 소리는 이내, 루한을 스쳐지나 갔다. 루한은, 아무것도 붙잡지 않았다.
♡ 암호닉 ♡ |
피자 님/ 형광팬 님/ |
루한까지 등장! 4편 부터는 과거이야기로 전개될 예정입니다. 과거이야기가 글 흐름상 많은 부분을 차지하니, 지치지 않고 함께 가주실거죠?
독자여러분 믿습니당 :-) 그저, 끄적거렸던 글인데 예상 외로 많은 독자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리버는 폭풍눙물이...(됴륵)
그리고 암호닉 신청까지 해주셨어요 ㅠ_ㅠ 제 깜냥에 암호닉은 무슨!! 했었지만, 이렇게 먼저 신청해주시구 감동이여요. 그런 의미에서
암호닉 신청 받겠습니당. 저도 독자분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ㅎ_ㅎ 그럼 4편에서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