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Fashion, Passion
W. 레녹
"저랑 좀만 더 얘기하다 가요. 우리 얘기한 적 별로 없잖아."
백현은 그렇게 말하며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 찬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백현이 다시 쇼핑백을 내려놓았다. 왜 내가 얘한테는 고집을 못 피우겠는지 모르겠다니까. 백현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백현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찬열은 그런 백현을 보며 남은 에이드를 다 마셨다. 빈 잔을 백현에게 들어보였다.
"디자이너님이 사주신 거 다 먹었어요!"
어쩌자는 거야? 백현이 유리잔을 흔들어보이며 활짝 웃는 찬열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찬열은 빈 잔을 구석으로 쓱 밀어놓았다. 다시 선글라스를 쓰고는 백현에게 물었다.
"디자이너님 음식 뭐 좋아해요? 난 다 잘 먹는데."
"나도."
근데 너랑 먹음 체할 것 같아. 차마 하지 못한 말에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백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찬열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백현이 물었다.
"너 근데 왜 자꾸 나 쫓아다녀?"
"그냥. 디자이너님이 좋으니까요."
찬열은 백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대꾸했다. 단번에 나온 찬열의 대답에 당황한 건 백현이었다. 눈을 뻐끔거리다가 괜히 찬열의 시선을 피해 다시 벽에 붙은 싸구려 그림을 쳐다봤다. 찬열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찬열의 눈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냥 이유없이 부끄러워졌다. 백현이 그림을 보며 헛기침을 했다. 귀엽다니까, 진짜. 찬열이 괜히 그림만 쳐다보는 백현을 보며 킥킥 웃었다. 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저 콧잔등에 쪽 하고 뽀뽀도 하고 싶고. 그러면 저 하얀 볼이 분홍색으로 물들겠지. 찬열의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너…, 남자 좋아하니?"
백현이 그림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물었다. 백현의 물음에 찬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단번에 사라졌다.
"저는 사람이 좋은 거에요. 그게 남자냐, 여자냐 그 차이일 뿐이지."
찬열의 말에 백현이 찬열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동그래진 걸 보니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찬열이 다시 빙그레, 웃었다.
"전 그냥 인간 변백현이 좋은 거에요. 만약 디자이너님이 여자였어도 전 좋아했을 거에요. 물론 남자인 디자이너님도 좋구요."
찬열의 말에 다시 백현이 눈을 뻐끔거렸다. 얘가 이런 진지한 말도 할 줄 아네? 백현이 꼴깍, 마른 침을 삼켰다. '인간 변백현이 좋다'는 찬열의 말에 첫사랑을 고등학교 시절 처음 만났을 때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누구 앞에서 고개를 숙인 적 없던 백현이 푹, 고개를 숙였다. 조금, 아주 약간 부끄러워졌다. 고개를 푹 숙인 백현의 귓가가 조금 빨개져 있었다. 찬열은 백현의 발갛게 달아오른 백현의 귓가를 흘끔, 보고는 두 눈을 감았다. 뱃 속이 간질간질해졌다. 쪼그만 변백현이 들어와서 깃털로 이곳저곳 간지럽히고 있는 것만 같았다. 찬열이 괜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는
"배고프겠다. 이 근처 맛집 찾아볼게요."
하고 말하고 한참 동안을 핸드폰 액정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 찬열의 얼굴을 못 쳐다보고 찬열의 핸드폰만 쳐다보던 백현에게 찬열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큰 키 만큼이나 길게 쭉쭉 뻗은 손가락에 빨간 반점이 군데군데 나있었다. 찬열은 핸드폰으로 서핑을 하는 중에 종종 손등을 긁거나 뒷목을 문질렀다. 백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붉은 반점이 점점 더 커지고 찬열이 손등을 긁는 텀이 점점 짧아질 때 즘, 백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찬열의 선글라스를 벗겼다. 부어오른 찬열의 오른쪽 눈이 보였다.
"야, 너!"
찬열이 머쓱하게 웃으며 백현의 손에서 선글라스를 다시 뺏어 썼다. 백현의 눈에 텅 빈 에이드 잔이 들어왔다. 백현이 머쓱하게 웃는 찬열을 보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너 레몬 알러지 있어?"
"…네."
"야!"
백현이 기어들어갈 만큼 작은 찬열의 대답을 듣자마자 소리를 버럭 질렀다. 급하게 쇼핑백이며 가방을 챙겨들었다. 그런 백현을 찬열은 그저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넌 알러지가 있음 먹지를 말았어야지! 너 바보야?"
백현이 찬열의 손을 쥐고 일으키며 연신 화를 냈다. 빨간 반점이 보기 흉하게 돋아나있었다. 찬열은 그저 백현이 이끄는 대로 일어나 백현을 따라 카페를 나섰다.
"야, 너 병신이야? 준다고 다 먹어?"
"디자이너님이 준 거니까요. 저 주려고 사신 거니까 그랬죠."
찬열이 백현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백현이 찬열의 그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주려고 산 게 아니고 맛이 없어서 준 거였는데. 백현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숙이고 끅끅거리며 우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이 오히려 어쩔 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거렸다.
"왜 울어요, 응? 왜 울어?"
키가 작은 백현이 고개까지 숙이자 찬열은 백현과 눈높이를 맞추려 무릎을 굽혔다. 왜 울고 그래, 응? 찬열이 다정하게 물으며 백현을 살짝 끌어안았다. 백현은 순순히 찬열의 품에 안겨왔다. 찬열이 백현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나 걱정되서 우는 거에요? 기분 좋다."
그 와중에도 속 없는 찬열은 백현이 저를 걱정해서 우는 거라고 생각하고는 실실 웃었다. 찬열의 말에 백현은 더 목놓아 울었다.
"미안해…."
백현이 울면서 말했다. 찬열은 천천히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옷이 백현의 눈물로 젖었지만 아랑곳않았다. 백현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찬열이 백현을 살며시 떼어내고 무릎을 굽혀 다시 눈높이를 맞췄다.
"다 울었어요?"
"응."
백현이 코를 훌쩍이며 대꾸했다. 울고 나니 쪽팔림이 물밀 듯 몰아닥쳤다.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 백현이 두 손으로 제 뺨을 감쌌다. 차가운 손이 뜨거운 볼에 닿아 홍조가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여전히 빨간 반점이 돋아난 찬열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백현이 제 뺨을 감쌌던 손을 떼 찬열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제 병원 가."
"안 가도 돼. 약 있어요."
찬열이 제 가방에서 하얀 약통을 꺼냈다. 빨리 먹어! 백현이 꽥 소리를 질렀다. 찬열이 낄낄 웃으며 약을 한 알 먹고는 꿀꺽 삼켰다. 이미 작은 알약은 목구멍에서 넘어갔지만 찬열은 일부러 목이 막힌 양 가슴을 주먹으로 퉁퉁 두드렸다. 무울…! 찬열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을 달라고 하자 백현이 얼른 물 한 잔을 떠와 찬열에게 내밀었다. 찬열이 물을 마시고 빈 컵을 다시 백현에게 내밀자 백현은 다시 뛰어가 컵을 직원에게 건네주고는 찬열의 옆으로 뛰어왔다.
"괜찮지?"
"네."
괜찮냐고 물어오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이 활짝 웃었다. 귀엽다! 귀여워! 찬열이 속으로 소리쳤다. 당장이라도 와락 끌어안고 머리를 부벼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밥 먹으러 갈래요?"
백현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가요! 찬열이 백현의 손을 잡고 앞장섰다. 쉽게 따라오는 백현의 걸음에 찬열이 빙그레 웃었다.
"뭐 먹을래요?"
찬열의 물음에 백현이 눈을 굴리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 좋아, 하고 대꾸했다.
"아. 레몬 든 것만 빼고."
뒤이어 덧붙인 백현의 말에 찬열이 환하게 웃었다. 그래요, 우리 레몬 든 것만 빼고 다 먹어요. 찬열이 그렇게 말하고는 백현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꼭 주었다.
'
레녹 |
안녕하세요! 레녹입니다!
내사랑 암호닉입니다! 맹구 신퀴 백구배켠 초딩입맛 카레라이스 천연미네랄 사과 괴로 비회원 쿵니 에어콘 로맨틱 버블티 바니바니 행쇼 뱈 복숭아 립밤 피자빵 큥 빙구 타이니팜 똥개 아망 향수 빵떡 됼망됼망 치킨 체리 생수통 DDD 레고 찌롱이 카스타드 망고 보리밥 소금 외계인 패릿 민트 딸기밀크 페펭 수녀 노랑이 거품 서나 창샤 치즈 시계토끼 몽구 안약
없는 분들은 댓글로 찔러주세요!
'잘봤어요' 하고 짧게 한 마디 남겨주셔도 큰 힘이 된답니다! |
연재시간은 월,수,금 다섯시로 정했답니다.
늦어도 여섯시안으로 올라갈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