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친형 맞아여?"
"응.맞아."
"형이 태닝을 잘못한거에여?아니면 우리 준면이형이 박피를 심하게 한거에여?"
"...우리 엄마한테 물어보는게 어때."
"혹시 몰라여,출생의 비밀이 있을지."
"그래.혹시 모르니까 엄마한테 물어볼게."
그렇게 세훈을 넘기긴 했지만 종인 본인도 자신의 피부가 궁금하긴 했다.
"형."
"왜?"
"어렸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준면이 의아함을 품고 쳐다본다.
"..왜 내 피부하고 형 피부가 이따위로 차이나는거야."
"....그 문젠 나도 좀 궁금해."
"제 생각엔 형의 멜라닌이 잘못 된거같아여."
세훈이는 착하지만 개새끼다.
"너 경수 만나봤지?"
"응."
"어때?"
"..좋은거같아."
"맞아여,경수 형 진짜 착해여."
"잘해줘.둘이 잘 지낼수 있을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경수형은 정말 착해여."
"알아."
"형이 생각한거 이상으로 착해여."
"알지."
"너무 착.."
"세훈아.고구마 먹을래?"
입에 쳐넣고싶다.
"형.나 형집에 가보면 안돼?"
"집??"
"응.하나밖에 없는 동생인데 형이 어떻게 살고있는지는 알고있어야지."
"안돼여!!!"
세훈이 고구마를 힘차게 뱉어내며 막는다.
"...내가 가는게 그렇게 싫었니?"
바닥에 흩뿌려진 세훈의 흔적들을 보며 종인은 눈을 감았다.
"아직은 때가 아닌거같아여.우리가 좀더 서로를 알아간 다음이 어떨까여?"
"그,그래.그때가 좋겠다.종인아.그러기로 하자."
"그전에 세훈아.이걸 좀 치우는게 어떠니?"
"제가 치워드릴게여."
치워드리는게 아니라 치워야하는거야.새끼야.
"세훈이는....참..종잡을수없는 애같아요."
"맞아요.좀 또라이같은 면이 있어요."
겁나 속시원해!!!!!종인은 쾌재를 불렀다.
"그래도 애는 착해요."
"...."
"너무너무."
종인은 아까의 데쟈뷰를 느꼈다.
"경수씨."
"네?"
"여긴 어쩌다가 오신거에요?계속 여기서 사신거에요?"
"전 할머니 간호차 온거에요.할머니가 암이시거든요.온지는 2년정도 됐어요."
"아...죄송해요."
"죄송할게 뭐가 있어요.할머니도 다 나아가세요."
경수가 싱긋 웃고 책이 가득한 책장 앞에 선다.
"저 오늘 무슨 책 주실거에요?"
"보자..뭐 읽어보고싶은거 있어요?"
"저는 종인씨가 쓴거 읽고싶은데.그거 선물해주시면 안돼요?"
"제 책이요?제 책은 좀 그런데.."
"왜요??나 읽고싶은데."
경수가 눈을 빛내며 말하자 종인은 아무 말못하고 책장 한켠에 있던 책을 하나 준다.
"대신 나중에 집가서 펼치기에요.지금은 너무 민망하니까."
"알았는데 싸인해주시면 안돼요?"
"싸인이요?"
"네.싸인싸인싸인!!"
경수가 펜을 찾아와 푸른 책의 첫장을 펼친다.종인이 웃으며 펜을 휘두른다.
"피에스도!"
"피에스?"
"네.피에스!"
그제야 알아들은 종인이 자신의 싸인밑에 뭐라 끄적인다.
"이것도 집에 가서 보기."
밝게 웃으며 확인하려던 경수의 앞으로 단호하게 책이 덮혀진다.
"..알았어요."
"나 이제 여기 구경 좀 시켜주면 안돼요?"
종인이 경수와 눈을 맞추고 말했고 경수도 웃으며 응답했다.
"여기는 봄되면 진짜 이뻐요.벛꽃천지거든요.지금도 이쁘긴한데.."
경수가 나란하게 서있는 나무들 사이를 손으로 훑으며 앞서간다.
"벛꽃 좋아해요?"
"네.진짜 좋아해요.이쁘잖아요.햇빛 받으면 반짝반짝."
경수가 양 손을 흔들며 말한다.그리고 종인은 몰래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는다.
"아!제가 가장 좋아하는 데 알려드릴게요.이건 진짜 비밀인데 종인씨만 알려드리는거에요."
경수가 느릿하게 걷는 종인의 손을 잡고 이끈다.
"괜찮죠?"
"와..."
종인과 경수의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이 한눈에 펼쳐지고 뒤론 커다란 나무가 굳게 서있다.
"여기는 겨울에 올라와도 봄에 올라와도 항상 이뻐요.저기가 세훈이하고 준면이 형사는데고 저어기는 종인씨 사는데."
"그러네요.경수씨는 어디 살아요?"
"저는..저어어어기."
경수가 마을의 가장자리를 가리킨다.
"집이.."
"작죠?"
"아뇨.경수씨처럼 생겼어요.귀여워요."
"...내가 귀여워요?"
"네."
종인이 아무렇지않게 대답하다 경수의 표정이 좋지않는걸 확인한다.
"...싫어요?"
"종인씨 귀여워요."
"네?"
"하면 좋아요?"
경수가 입을 툭 내밀고 얘기한다.
"전 좋은데.경수씨한테 그런말들으니까."
"나 집에 갈래."
"..진짜 가요??"
"네!!"
경수가 쿵쾅거리며 간 걸 보고 종인은 혼자 낄낄대며 웃었다.이 시골이 생각과는 다르게 재밌는거같다.
경수는 경수대로 웃고있었다.경수의 손안에 들린 책안엔 종인의 글씨로 정갈하게 적혀있었다.
'우리 이제 반말할까?'
"나는 좋아!!!나는 좋아!!종인아!!!"
경수의 방안이 경수의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달달하게 만들려고했는데 어쩌다보니 도경수를 모자란 애로 만들고있단 느낌이 든다..
아니겠지..아니겠지..
세훈아.난 니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