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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비오는 어느 날이었다. 비가 위에서 누군가 들이 붓는 것 처럼 힘차게 쏟아졌다. 나는 빠르게 우산을 접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같은 과인 준면 선배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전해주기 위해 어쩔수 없이 학교에 들렀다. 그냥 선배가 집 근처에 잠시 들러주면 될텐데. 한숨을 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 뒤를 돌아보니, 나의 발자국대로 물기가 바닥에 찍혀있었다. 청바지의 밑단 뿐만 아니라 신고있던 컨버스 운동화와 양말도 모두 흠뻑 젖어버려 몸이 무거워졌다. 나는 축축한 느낌이 매우 싫어 에어콘 앞으로 가서 바람을 쐬었다. 에어콘 바람은 차갑고 건조했다. 나는 차갑고 건조한 에어콘 바람이 좋았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머리도 조금씩 말려보고 있었다. 비가 쏟아지는 창밖을 쳐다보니 비가 그칠 기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집에 가기전에는 안 그치겠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음료수라도 먹을 생각으로 자판기쪽으로 걸어갔다. 음료수를 뽑고, 마련되어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준면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뚜르르- 하고 신호음이 들리더니, 곧이어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 선배, 어디세요? ”

 - 나 지금 강의 끝났어.

 “ 그럼 저 휴게실에서 기다릴게요. ”

 - 알았어.

 

 

 

 나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발끝을 바닥에 툭툭 쳐댔다. 오늘 경수는 학교 왔을라나, 이렇게 비가 많이오는데. 강의는 있는 것 같던데. 하루 빠지려나? 나는 도경수의 스케줄 생각을 하면서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혼자 홀짝홀짝 음료수를 마셨다. 곧이어,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휴게실의 문이 열렸다. 준면 선배가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준면 선배는 웃으며 내 앞으로 왔다. 나는 일어서며 선배를 맞았다.

 

 

 

 “ 내가 가져오라는 건 가져왔지? ”

 “ 당연하죠, 선배. ”

 “ 비 많이오는데 다 물먹은 거 아니야? ”

 “ 아니예요, 제가 얼마나 사수를 잘했는데. ”

 

 

 

 나는 흐흐, 웃으며 크로스백에서 주섬주섬 서류봉투를 꺼냈다. 준면 선배는 서류봉투를 보더니 안심되었다는 듯 얼굴이 풀렸다. 야, 찬열아. 진짜 고마워. 선배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선 선배에게 봉투를 건네주고 다시 크로스백을 돌려매었다.

 

 

 

 “ 선배, 그럼 저 가봐도 되죠? ”

 “ 야, 미안한데 괜찮아? 이렇게 비도 많이오는데 수고해줬는데. ”

 “ 괜찮아요, 이런걸로 뭘요. ”

 

 

 

 준면 선배는 나의 쫄딱 젖은 꼴을 보더니 연신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괜찮다며 쑥스럽게 뒷머리를 긁었다.

 

 

 

 “ 박찬열, 니가 이렇게 고생했는데 내가 오늘 밥 한번 쏠게 먹으러 가자. 나 오늘 수업 다끝났어. ”

 “ 정말요? 아싸. ”

 

 

 준면 선배가 밥을 쏘는 일은 매우 흔치 않다. 오늘 이렇게 나에게 밥을 사준다는 것은 선배는 나에게 정말 미안한 것 같았다. 솔직히 여기까지 오느라 귀찮고, 축축해서 기분이 별로였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선배가 밥을 사준다는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우산을 챙겨 시원한 휴게실 밖으로 나갔다.

 

 

 에어콘이 나왔던 휴게실을 나오니 정말로 후덥지근하고, 축축한 습기가 확 올라왔다. 선배는 건물 문 밖을 보더니 말했다. 와, 진짜 비 많이 온다. 나는 맞장구 쳤다. 그러게요. 선배와 나는 각자 우산을 활짝 펴고 빗속으로 쳐들어갔다. 쏴아아- 빗방울들이 우산을 맞고 튕겨져나갔다. 나간지 얼마 안되어 또다시 바지 밑단이 적셔지고 있었다. 선배와 나는 잡다한 얘기를 나누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준면 선배가 도경수의 얘기를 꺼냈다. 조심스러워 보였다.

 

 

 “ 저기 너, 도경수 말야. ”

 “ 네? ”

 “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도경수는 아닌 것 같애. ”

 

 

 선배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마치 나를 설득해보려는 말투였다.

 

 

 

 “ 너 소문 못들었어? 지금 학교에 너가 도경수 매일 따라다닌다고 소문 쫙났어. ”

 

 

 나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별 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냥 끄덕끄덕 거렸을 뿐이다. 아무도 없는 학교 거리에서 선배와 나는 우뚝 멈춰서 있었다. 선배의 말소리는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차피 계속 나를 설득 해봤자, 나는 듣지 않을 것이 뻔했다. 쏴아아-. 빗소리가 좋아서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쏴아아-  빗소리와 함께 우리의 말소리가 비를 타고 퍼져나가고 있었다.

 

 

 

 “ 솔직히 내가 생각해봐도, 도경수는 아니야. 걔 4차원 짓 하는짓도 그렇고, 무엇보다 걘 남자야! ”

 “ ...... ”

 “ 너가 도경수 매일 따라다닌다고 했을 때, 충격먹은 애들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진짜 너랑 말도 안한다고한 애 까지있었어. 솔직히 네가 훨씬 아깝지, 얼굴 잘생기고, 키크고 성격 좋은 니가 뭐가 아깝다고 그런 병신같은 애를 따라다녀! 어차피 도경수는 너한테 관심도 없는데. ”

 “ ...... ”

 “ 그냥 포기해. 너만 힘들어질 뿐이야. ”

 

 

 

 선배는 나한테 말하던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다. 나도 따라서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갑자기 선배의 걸음이 딱 한걸음을 걷다가 멈춰섰다. 나는 무슨일이지? 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우산을 놓치고, 숨이 멎을 뻔했다. 우비를 쓰고, 우비속에 내가준 모자를 쓴 도경수가 빗속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빗속의 도경수는 우리를, 아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쟤가 왜 여길…. 언제부터 있었을까. 경수의 표정을 살펴보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또, 나를 매우 원망하는 눈빛이 가득 담겨있었다. 평소에는 이런 표정은 구경도 할 수 없을 만큼 도경수의 표정변화가 극심했다. 비가, 비가 너무나도 많이와서 경수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몇 초동안 나와 경수는 말 없이 시선을 마주쳤다. 내리치는 비때문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느낌으로 그가 나를 보고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고요한 길바닥에는 무섭게 비가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쏴아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우리 셋은 아무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몇 초가 지났을까, 도경수가 정적을 깨며 몸을 돌려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또다시 눈이 커다랗게 커졌다. 준면 선배는 눈이 커진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나를 툭툭 쳤다.

 

 

 “ 박, 박찬열? ”

 “ …­선배, 밥은 나중에 꼭 사주세요. ”

 

 

 나는 달려간 경수를 멍하니 바라보며 급하게 말했다. 나의 시선 끝은 달려가는 도경수를 쫒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말이 끝나자 마자 나는 빗속을 가르며 달렸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준면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달렸다. 경수는 벌써 저기 앞을 우비를 휘날리며 뛰어가고 있었다. 나는 전력을 다해서 뛰었다. 처음 도경수를 만났을 때 보다 훨씬 더 정신없게 뛰었다. 나는 온통 머릿속에 도경수를 잡아 해명을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달리는데 걸리적 거리는 우산은 던져버린지 오래였다. 들이붓는 비때문에 머리부터 양말까지 모두 다 젖었고 얼굴을 타고 흐르는 빗물 때문에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도경수만을 생각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어느새 간격이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다. 경수의 속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아마도 일부러 천천히 속력을 줄이는 듯 했다. 앞서 달리던 도경수는 뛰는 것을 천천히 멈추더니, 이내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섰다. 나는 빠르게 달려와서 경수의 앞에서 멈췄다. 숨이 차서 온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온 몸이 터지더라도 말은 해야겠다. 헉헉대는 소리가 아무도 없는 길가에 울렸다. 경수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난 번에 내가 씌워준 모자에 얼굴이 다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나와 경수만이 존재하고 있는 길에는 나의 거친 숨소리만이 있었다. 나는 경수의 팔을 잡고 숨차게 말했다.

 

 

 “ …도,헉…경수. 헉.”

 “ ……. ”

 

 

 경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아무말 없는 경수를 내 팔로 끌어안았다. 모두 다 젖어버린 우비가 축축했지만 나는 아무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나는 쫄딱 젖은 쥐 같은 꼴이다. 우비와 내 몸에 부딫히는 빗소리가 적나라하게 내 귀에 크게 울렸다. 나는 정신없는 머리를 경수와 빗소리로 진정시켜가고 있었다. 도경수는 내가 자기를 끌어 안아도 아무말도 없었다. 나는 그를 세게,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게 끌어안았다.

 

 “ 도경수. ”

 

 “ 찬열 선배…. 나 어떻게 된지 모르겠어요. ”

 

 

 경수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웅얼웅얼거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무슨 소린지는 알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안고있는 경수는 조금씩 떨고 있었다.

 

 

 “ 선배가 처음에 나 좋다고 따라 다닐 때, 솔직히 별 느낌 없었어요. 졸졸 따라다니는게 짜증났어요. ”

 “ ……. ”

 “ 그리고, 갈수록 적응이 되가는 거예요. 선배가 나를 따라다니는게. 오히려 없으면 허전했어요. ”

 “ …….”

 “ 나는 그 때까지, 선배가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꼴이 너무 웃겨서, 근데 선배가 없으면 웃을 수 있는게 사라지니까... 그래서 허전했다고 생각했어요. ”

 “ ......”

 

 

 나는 조용히 경수가 하는 말을 모두 들어주었다. 경수는 내품에 안겨 조곤조곤 말했다. 경수의 떨림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경수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나는 경수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경수는 한번 쉼호흡을 하더니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목소리가 조금 커진 것 같았다. 끌어안은 우리의 몸이 비와 함께 젖어가고 있었다.

 

 

 “ 사실 나도 내가 다른사람보다 이상한 거 잘알아요. 뒤에서나 앞에서 나에대해 수근거리는거 다 들어봤어요. 그래도 별 느낌 없었어요. 너네가 그렇게 말하든 나는 내 알바 아니다. 이런식으로요. ”

 “ ...... ”

 “ 그런데 방금 전에 그 찬열 선배 옆에 사람이 하는 말을 모두 들어버렸어요. 물론 우연이였지만요. 몰래 들으려던건 아니였어요. 미안해요. 아무튼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으니까…. 그러니까 평소 같으면 모두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말이였어요. 또라이라느니, 병신 같다느니..  근데 갑자기 무서웠어요. 찬열 선배가 나에 대한 나쁜 말을 듣고, 나를 따라다니는 걸 그만 둘까봐. 그리고 그것보다 더 무서운건..! ”


 

 

 경수는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숨을 다시 한 번 크게 들이마쉬었다. 눈물을 애써 참고있는 모습이 얼굴을 보이지 않아도 눈에 훤했다. 아마 경수는 최대한의 용기를 많이 내고 있는 걸 것이다. 나는 경수가 안쓰럽기도 하고,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강인해 보이기도 하였다. 도경수는 다시 한번 말했다.

 

 

 “ …내가 이상해서, 그런 나를 선배가 따라다니니까 뒤에서 선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잖아요. 근데 찬열 선배가 아까 그 사람 말을 듣고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나를 원망할까봐.. 갑자기 정신차려서, 내가 얘같은걸 왜좋아했지? 괜히 얘같은 걸 좋아해서 나만 뒤에서 욕먹잖아. 모두 얘 때문에. 도경수 때문에. 모두 나 때문에. 그러면서 나를 원망하며 돌아서 버릴까봐. 그 때, 나는 선배한테 이런 생각이 들까봐 너무 무서웠어요. ”

 


 “ ...... ”

 

 “ 중요한 건,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두려워 하는지, 예전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 하던걸 왜 두려워 하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

 

 


 도경수는 줄곧 자신을 안고있던 나를 밀어내고 우비 밑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저 모자는 내가 몇 일 전에 경수에게 씌워주었던 모자였다. 곧이어 모자에 가려져 있던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눈이 빨개져 있었지만 눈물이 흐른 흔적은 없었다. 울지는 않은 것 같다. 경수는 벗은 모자를 내 머리위에 씌어주었다. 그리고 푹 눌러서 씌워주었다. 모자가 내 머리에 딱 알맞게 씌워졌다. 내 얼굴과 머리에 들이치던 비가 모자에 가로막혀 더이상 들이치지 않았다. 모자가 나를 비로부터 지켜주고 있었다. 경수는 나를 보며 슬프게 미소짓고 있었다. 비와 정말로 잘 어울리는 웃음이었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경수의 어깨를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 다정하게 말했다. 경수가 내 말을, 나를 믿을 수 있도록 말이다.

 

 

 

 “ 경수야, 잘들어.”

 “ ...... ”

 “ 그런 말은 듣지마. 나만 믿고, 나만 따라와주면 되는거야. 네 마음만 날 보면 되는거야. 누군가를 의식할 필요도 없고, 신경 쓸 필요도 없어. 누가 뭐래도 난 네가 좋으니까. 그런거에 흔들리지 않아. 미쳤다고 해도 상관 없어. 나는 도경수를 좋아하니까. ”

 “ ……. ”

 “ 내 말 맞지, 도경수? ”

 

 

 

 도경수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나는 경수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뻔했다.

 

 

 “ 나 좋아해? ”

 “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

 

 

 좀 흐지부지한 대답이었지만, 나는 그걸로도 만족했다. 만족뿐만 아니라, 정말로 심장이 쿵쿵거려 몸밖으로 뛰쳐나갈 것 같다. 도경수가 대답을 하는 순간, 나는 정말로 지금 쏟아붓는 비마저, 핑크빛 빗방울로 보였다. 정말로…. 환상을 보는 것만 같았다. 도경수에게 고백을 받는 순간이 올 줄이야. 나는 정말로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행복했다. 도경수의 머리가 비로 축축히 젖어들어갔다. 나는 우비에 달린 모자를 경수의 머리에 살포시 씌워주었다. 더이상 머리는 비를 맞지 않게 되었다.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 사실 지난번에 준면 선배랑 얘기했었어. 준면 선배는 그랬지. 도경수는 박찬열 같은거에 관심 없을거라고. 근데 내가 그랬어. 도경수가 나같은거에 관심 없다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무슨일이 있어도 도경수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거라고. ”

 

 

 

 경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비 쫄딱 맞은 얼굴을 보니까 더 귀엽다. 나는 도경수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너무나도 고마운 도경수.

 

 

 

 “ 고마워. 내 말 이루게 해줘서. ”

 

 

 고마워. 이 말을 하던 순간, 나를 바라보던 경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다시 큰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도경수는 안쪽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아내었다. 나는 그가 우는 것을 못 본척 하고, 우비 속에 숨겨진 손을 잡았다. 나도 덩달아 눈가가 시려왔다. 살며시 잡은 경수의 손이 차가워서, 깍지를 끼었다.

 

 

 

 “ 가자, 집에 데려다 줄게. ”

 “ …네. ”

 

 

 

 경수는 쿨쩍 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손을 잡고 도경수와 나만이 존재하는 비오는 거리를 걸었다. 우리가 걷는 걸음 마다 찰박찰박 소리가 났다. 경수와 나란히 걷고 있어서 인지, 온 몸이 흠뻑 젖는 것도, 찰박찰박 거리는 물소리도, 모두 기분 좋은 것들이었다. 경수가 씌워준 모자는 비로부터 내 머리를 잘 지켜주고 있었다. 이 모자가 경수를 지켜주길 바랬는데 오히려 경수가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경수가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잠시 경수의 집앞에 서있었다. 혹시 경수가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해줄까, 하고 창문을 보며 잠시 기다렸었는데 도경수는 매정하게 나에게 인사해주지도 않고 집안으로 잠적했다. 역시 도경수네. 나는 속으로 실실 웃으며 아파트 단지를 걸어 나왔다. 어느새 비가 그쳐 구름사이고 해가 조금씩 모습을 보였다.

 

 

 

***

 

 

 

 몇일 후, 우리는 다시 캠퍼스에서 만났다. 비오던 날 이후로 처음 만나는 재회였다. 경수와 나, 모두 그 날 비를 쫄딱 맞아서 감기로 몇일 호되게 고생했었다. 나는 경수를 보고, 먼저 달려가 인사를 했다. 도경수! 나는 경수를 불렀다.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경수가 돌아보았다. 나는 경수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고, 경수는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만났다. 나는 따가운 햇빛 때문에 눈을 찡그리며 하늘을 한번 보고 말했다. 오늘은 날씨가 맑네. 경수는 대답했다. 네. 햇빛도 따갑고요. 나는 다시 말했다. 아이스크림 사줄까? 경수는 다시 대답했다. 좋아요. 우리는 그 날 처럼 손을 잡고 걸었다. 나는 지금 걷는 거리에서 달콤한 아이스크림 향기가 나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연애하면 정말 이렇게 정신이 이상해지는 건가? 사람들은 경수가 이상하다고 하지만, 나는 내가 더 이상한 것 같다. 정말로.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 우리 둘은 슈팅스타를 주문했다. 곧이어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아이스크림 가게를 나왔다. 도경수는 혀를 낼름낼름거리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도경수는 말했다. 역시 아이스크림은 슈팅스타가 제일 맛있어요. 나는 내가 들고있는 아이스크림은 신경도 쓰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경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내가 경수를 바라볼때면 눈에서 핑크색 하트가 발사되는 것 같다. 나는 이러는 내가 우스워서 킥킥하고 웃었다. 도경수는 뭐예요, 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나는 곧이어 웃음을 거두어 내었다.

 

 

 

 “ 공원 갈까? ”

 “ 음, 그래요. ”

 

 

 

 도경수와 나는 내가 처음 그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처참하게 차였던 공원으로 갔다. 우리는 우리가 앉았던 벤치 앞으로 갔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이 그대로 였다. 나는 내가 쓰고있던 모자를 벗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모자는 내가 경수에게 씌워주었던, 경수가 나에게 씌워주었던 그 모자였다. 나는 모자를 벗어 경수에게 다시 씌워주었다. 그것도 아주 푹 씌워서. 경수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 뭐예요? ”

 “ 내가 씌워준 모자. ”

 “ 내가 씌워준 거잖아요. ”

 “ 그냥 너가져. ”

 “ ...... ”

 

 


 경수는 모자의 뒷머리를 쓱쓱 만졌다. 역시 이 모자는 나보다는 머리가 작은 도경수에게 더 잘어울린다. 나는 도경수의 정수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 절대 남 주지도 말고, 벗지도 마. 알겠지? ”

 “ 네? ”

 

 


 경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었다. 벗지 말라니. 나는 큭큭대며 말했다. 농담이야. 경수는 모자챙을 푹 내리면서 벤치에 털썩 앉았다. 나도 도경수의 옆에 털썩 앉았다. 경수의 다리를 베고 눕고싶은데 아이스크림 때문에 어떻게 하지 못하겠다. 나는 경수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주었다.

 


 

 “ 그냥 이것도 너가 먹어라. ”

 “ 엑, 왜 더럽게 먹던 걸 줘요. ”

 “ 그냥 먹어. ”

 

 

 나는 아이스크림을 막무가내로 경수에게 주고, 경수의 다리를 베고 벤치에 살짝 누웠다. 경수의 다리는 역시 남자라서 그런가, 좀 딱딱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편했다. 아늑하고 시원하고. 나는 눈을 감고 그늘 밑에서 바람을 느꼈다. 역시나 달콤한 향기가 스쳐지나간다. 심장도 적당히 뛰는게 천국이라면 이곳이 천국일까. 경수는 양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자신의 다리를 베고 누운 나를 보았다. 허, 하고 어이없게 웃었다. 나는 경수의 무릎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바보.

 

 

 경수는 글씨를 쓰는 나를 보더니, 정색을 했다. 그리고 말했다. 진짜 또라이 같다. 나는 경수가 내뱉는 거침없는 말에 머리가 들썩거릴 정도로 킥킥 하고 웃었다. 정말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웃겨서 그런건가, 행복해서 그런건가, 아님 …진짜로 미쳐서 그런걸까. 나는 정말로 내가 미쳤나? 하고 잠깐동안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는 내가 웃겨서 또, 큭큭하고 웃어댔다. 도경수는 선배 때문에 다리가 아프다며 그만 일어나라고 했다. 나는 도경수의 잔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도경수의 다리를 꽉 붙잡고 매달렸다. 경수는 그런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 찬열 선배. ”

 “ 왜. ”

 “ 선배 진짜 미친 것 같아요. 저만큼. ”

 “ 응, 나 미쳤어 ”

 “ ……. ”

 “ 너한테. ”


 

 

 

 또다시 바람이 불었다. 정말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평화롭고 좋은 시간이었다. 영원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경수는 내 머리를 슥슥 만져주면서 말했다. 진짜 미쳤네요, 선배. 나는 눈을 감은채로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져주는 경수를 느낀다. 그리고 생각한다.

 

 


 

 ‘ 처음 보았을 때부터 나는 너에게 미쳤을거야, 아마. ’

 



fin.



-




이러케 찬디는 해필리에버애프터로

끝났습니다 (박수함성)


혹시 텍파 원하시는 분 계신가여?

없으심 말규.. 만약 원하시는 분 계시면 텍파멜링글 쓰구....☞☜


읽어주신분들 모두 감사합니다^ㅛ^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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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악 재밌게 봤어요!!!! 텍파 원해요!!!!!!!! 달달달달ㅠㅠ 작가님 글쓰시느라 수고하셨어요ㅠㅠ 넘 재밌어요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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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됴경자에요!드뎌완경이낫네여ㅠㅠ굥수너무긔욤터지네여ㅠㅠ겁나귀여유ㅓ요ㅠㅠ차녀리도 멋잇고ㅠㅠ준멘덕에이뤄진듯한이기분!찬디행쇼 ㅎㅎ텍파원해요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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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와!!!! 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해피하게 끝났네용ㅎㅎㅎㅎㅎㅎ찬디행쇼 ㅎㅎㅎ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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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작가님 저 치약이에요! 이거 읽으면서 메일링은 안하실거냐고 물을 생각이었는데 텍파공유해주시면 완전 사랑하죠 진짜~ 오르비스도 완결나면 ㅎ,해주실거죠..? 아 그리고 작가님 글을 읽으면 항상 드는 생각이 되게 이야기를 지루하게 끌고가지 않는거같아요 사실 제가 설명이 좀 긴 글들은 안읽고 대충대충 넘겨버리거든요, 읽으면 머리속에서 그게 막 분산돼서 내용에 집중이 안되가지고. 근데 작가님은 전혀 그런게 없으신거같아요! 되게 이야기를 잘 풀어내세요 부럽습니다 작가님 역시 사람은 재능을 타고나야돼요 저는.. 어휴 그런 재능 따위ㅋㅋㅋ 아 그럼 이건 이렇게 끝난거죠? 텍파 해주실거죠 해주셔야돼요! 받으면 두고두고 계속 보려고 부끄부끄.. 작가님 항상 작가님 글 기다리고 있어요 사랑합니다~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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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4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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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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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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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 05:15 l 콩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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