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못볼 꼴을 봐버렸네.
재환은 눈을 버렸다며 양 손을 제 눈에 가져다댔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둘이.
어쩐지 집에 찾아갔을때 당황하던것도 그렇고.
냉랭 했던 그 남자도 그렇고.
암 그렇고 말고.
재환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잠겨있는 양호실 문을 열기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열쇠를 찾았다.
어어, 왜 열쇠가 없지?
재환이 당황해 메고있던 가방을 내려 뒤적이는데, 다급한 마음을 아는지 잔뜩 장난을 머금은 웃음을 지은 종인이 재환의 귀 뒤로 짤랑이며 열쇠를 흔들었다.
" 어? 김종인. "
" 쌤, 열쇠요. "
" 아아 어제 내가 너한테 맡기고 갔었지 "
" 그렇다니까요. 아니 어떻게 학생한테 문을 잠그게 하나? "
" 그건 네가.. "
" 아아 그만 그만 잔소리 시전 그만. "
매일매일 아프다는 핑계로 양호실에 얹혀 살듯 하는 종인이 능숙하게 열쇠로 양호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제일 오른쪽 침대에 냉큼 몸을 눕힌다.
" 너, 진짜 수업 안듣고 맨날 여기 와서 뺀질댈래? "
" 아 쌤, 제가 진짜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래요. "
못산다 진짜.
재환이 종인의 머리를 살짝쿵 쥐어박았다.
" 아아아악! 쌤이 날 폭행했다. 머리가 너무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네 으악! "
" 어? 아팠어? 뭐야 왜그래. "
" 그런 의미에서 오전수업은 양호실에서 쉬는걸로 하겠습니다. "
" 하여튼 김종인 잔머리는 알아줘야해. 으이구. 그러다 졸업은 하겠어? "
" 쌤, 저 자요. "
재환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그제서야 종인이 편안한 자세로 누워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러기도 잠시 금방 양호실에서 쫒겨나 터덜터덜 너털걸음으로 교실로 올라가는 종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쌤은 츤데레야. 내가 여기있는게 쌤도 좋으면서.
라는 말을 중얼이지만 않았어도 오전교시를 양호실에서 보낼 수 있었을텐데.
입이 방정이었다.
[택운/학연] 너는 펫. 11
w. 유리엘
양호실 문이 다시한번 스륵 열리자 재환은 쳐다도 보지 않고 머그잔에 탄 커피를 휘휘 저었다.
" 또 왜 왔는데 김종인. "
" 저어.... "
어.. 김종인 아니네.
재환이 학연을 보며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그 옆에 멀뚱히 서있는 택운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넙죽 인사부터 했다.
" 안녕하세요? 저 어제도 뵀죠? "
" 아.. 재환쌤 그러니까아... 이 로봇.. 아니 사람은! 그러니까 아까 본 그 광경이 말이예요.. 내가 설명할건데..그게.. "
학연이 아둥바둥 당황해 마구 손짓을 하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데 옆에 멀뚱히 서있던 택운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게 폭탄 발언 이었다는게 문제지만.
" 연이 연인 입니다. "
뜨헉.
학연의 입도
재환의 입도
떡 하니 벌어졌다.
" 그.. 그런말을 하면 어떡해! 정택운! 미쳤.. "
" 왜 연인이라며 아니야? 그럼.. 주인.. "
" 거기까지! ㅇ..연인이야 맞아! "
엉겹결에 그걸 학연이 인정까지 해버리고 얼쑤.
재환이 벌렸던 입을 제 손으로 직접 다물고 떨리는 손으로 커피를 마저 휘저었다.
학연이 무언가 해명을 하려는지 난감한 표정으로 쳐다보는게 장화신은 고양이마냥 불쌍해 보였다.
그 표정에 연민이 확 끼쳐와 재환이 중재하듯 먼저 말을 꺼냈다.
" 그러니까. 지금 둘이. "
" 연인입니다. "
" ...그... 그렇구나.... 음.. 난 학연이 네가 그런 쪽의 사람일 줄은.. 몰랐..네... 더군다나... 이렇게.. 건장하신... "
" ... 재환쌤 거기까지. "
" 흠...큼.. 일단.. 당연히.. 비밀로 해줄게. 무슨 용기로 학교까지 애인을 데리고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조심해라 소문나면 너 끝장이야. "
" ... 어쩌다보니 데리고 오게 됐어요. 조심 할게요.... 정말 고마워요 쌤.. "
한 차례 폭풍이었다.
뜬금없이 커밍아웃이라니.
재환은 왠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나가보라며 손짓을 휘휘 하니 학연이 쭈뼛거리며 택운의 팔목을 잡고 양호실을 나갔다.
자연스레 제 책상 뒤의 침대에 누웠는데 종인의 체취라던지 온기가 느껴져서 또 벌떡 일어났다.
" 뭐야.. 왜... "
제가 미쳤나보다.
방금 되게 좋았는데.
김종인 생각을 하며 좋다니.
착착 제 양 뺨을 때리는 재환이 얼이 빠진 표정이다.
이게 차학연 때문이 분명해.
차학연이 나 게이예요 라면서 제 애인까지 데리고 와 말하는 바람에 내가 게이병에 걸린건가봐.
침착하고 커피를 마시자며 재환이 머그잔을 손에 들었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 때문인지.
커피의 향보다 종인의 향이 깊게 재환의 코를 찔러왔다.
미쳤어 미쳤다 진짜.
재환이 머그잔을 손에 든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그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 같이.
열린 문 틈새로.
" 쌤 저 머리가 진짜 너무 아파서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어, 쌤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요 열 나요? "
" ... 김종인. "
" 쌤 괜찮아요? 나 이마에 손 올려요. 버릇 없다고 하면 안ㄷ.. "
" 종인아. "
" 네? "
종인이 들어왔다.
고객님, 엑소나와서 당황하셨째요?
너는 펫. 11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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