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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택] 시나브로 로맨스 上 | 인스티즈

 

[랍택] 시나브로 로맨스 上 | 인스티즈

 

 

 

 

 

*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체대의 신입생 환영식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라고 택운은 생각했다.

 

 솔직히 가능하면 피하려고 했던 자리였다. 택운의 성격 자체가 그닥 여러 사람과 둘러 앉아 놀기에 적합하지 않은 터도 있었고, '운동바보'인 택운과 술은 절대적으로 가까워 질 수 없는 사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찌저찌 되어서 결국은 이 씨끄럽고 술냄새 풍기는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만. (모든 원흉은 택운의 옆에 앉아 신입생들에게 차례로 폭탄주를 돌리는 악마 차학연이다.) 술은 커녕 고기 조차 입에 대지 않고 물만 홀짝이며 슬쩍 자리에서 빠져 나갈 궁리를 하던 택운의 앞으로 불쑥 작은 잔이 들이 미뤄졌다. 소주잔 이다. 택운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자, 우리 택운이도 한잔 들어야지!"

"....하아."

 

 

 

 역시나, 자신에게로 술잔을 내민 까만 학연의 손을 내칠까 아주 잠깐 고민 하던 택운이 마지 못해 잔을 받아 들었다. 딱 한잔만, 한잔만 마시면 괜찮겠지. 두 눈을 질끈 감고 억지로 입안에 술잔을 채우던 투명하고 톡쏘는 술을 채워 넣고 그 맛이 느껴지기도 전에 꿀꺽 삼킨 택운이 고개를 숙여 정수리를 보였다. 아, 써.. 택운은 진심으로 학연의 멱살을 잡고 욕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

 

 

 

 신입생 환영회는 점점 더 무르익어 가고 택운은 벌써 강제로 권유 받아 마신 술잔만 다섯번 째였다. 솔직히 말해서 더이상은 무리. 택운은 다시한번 내밀어지는 학연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학연이 상처 받은 표정을 짓건 말건 택운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신입생들은 자신들의 테이블에서 중간 중간 선배들이 앉은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인사를 나누는 듯 싶었다. 그래봤자 대게로 거의다 남자. 물론 선배들이 먼저 신입생들에게 다가가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체대 2학년 아줌마 이재환이라던가, 3학년 아줌마 차학연이라던가. 그들에 반에 택운은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사실 택운은 숫기가 없어 먼저 다가갈 용기도 없는 데다가 신입생들은 가만히 있으면 포스있고 무서운 택운의 모습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건들이면 죽는다. 라는 느낌? 그래, 지금 택운이 뿜어내는 분위기는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하지만 걔들 중에서도 무모한 도전을 하는 자는 있는 법이다. 굵고 낮은 저음의 목소리에 택운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 눈에 들어온 것은 꽤나 훤칠한 기럭지. 완전히 시선을 드니 학연 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까무잡잡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택운은 그 얼굴 뒤로 비춰지는 형광등 빛에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택운의 앞에 서있던 남자는 털썩 택운의 옆자리에 앉았다. 초반까지만 해도 학연이 앉아있던 자리였다.

 

 

 

 

"한잔 받으실래요?"

"...아니."

 

 

 

 

 택운은 약간 어지러운 정신을 다잡고는 제 옆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앉은 신입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꼬리가 왠지모르게 축 쳐져 있어 어딘가 순해 보였다. 신입생은 자신의 권유가 거절 당한 것이 머쓱하지도 않는지, 턱까지 괴고는 택운에게 집요하게 시선을 맞췄다. 택운은 알게 모르게 익숙한 얼굴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한데. 유독 사람들을 기억 하는 것에 있어선 일가견이 있는 택운이었지만 그것도 얼굴의 잔상이 흐릿하게 남아 있어 구분 하는 것일 뿐이지 사실상 자세한 것 까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지금 택운은 약간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으니, 평소보다 더 할 수 밖에.

 

 

 

 

"나 기억 안나요?"

"응."

 

 

 

 

 택운은 직설적인 성격은 아니었다만 돌려서 말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대게로 대답은 단답으로, 먼저 말을 걸어도 길게 말하는 법은 거의 없다. 노래를 부른다면 모를까, 택운의 거침없는 대답에 신입생이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택운은 그런 신입생의 얼굴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사촌동생인 유치원생 상혁이 그렇게나 노래를 불러 대던 라바 라는 캐릭터가 떠올랐다. 그냥, 닮았다. 택운은 저도 모르게 정수리를 보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저 멀리에서 신입생인 홍빈을 달달 볶아 대던 학연이 어이없다는 듯이 입에 물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헐, 재환아. 택운이가 웃었어.

 

 

 

 

"왜 웃어요?"

"라바, 닮았다."

"...라바요? 그 벌레?"

"응."

 

 

 

 

 택운의 웃음에 신입생의 표정도 당황스러워 보였다. 택운은 술에 취하면 말수가 더 없어지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달랐다. 그냥, 웃음이 먼저 나와서 웃었을 뿐이고, 웃는 이유를 묻길래 답했을 뿐이었다. 신입생은 제쪽으로 정수리를 보이며 웃는 택운의 머리칼 위로 제 손을 얹었다. 부들부들한 택운의 머리칼을 잔잔하게 흐트리면서 신입생도 약간의 미소를 띄었다. 이미 택운의 웃음으로 시선이 집중된 두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학연이 아닌 재환이 들고 있던 잘익은 고기 한점을 떨어 뜨렸다. 순간적으로 학연과 재환의 시선이 마주 닿고 둘은 새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신입생, 저거 미친거 아니야? 학연은 지금 당장이라도 뛰어가 둘을 갈라 놓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형, 그대로네요."
"...어?"

"나 정말 기억 안나요? 나 약속 지켰는데."
"무슨..."

"형 따라서 체대 수석입학 하면, 나랑 연애하기로 했잖아요."

 

 

 

 택운은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제서야 조금씩 나는 듯한 기억에 택운이 작게 아.. 하고 탄성을 뱉었다.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다 싶더니 역시나 택운이 아는 이였다. 김원식. 자신보다는 3살 아래. 택운이 고등학생일 때 잠시 아르바이트 식으로 원식의 운동을 코치해 주었던 적이 있었다. 성장기의 아이라 충분히 자랐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만 이렇게 까지 남자로 자라왔을 줄은 몰랐던 터라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순했던 쳐진 눈꼬리는 그대로 이다만. 택운은 곰곰히 원식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서로 아는 사이였던 부모님들을 통해 학교에서 유망주로 꼽히던 운동선수 택운은 아르바이트 식으로 원식의 운동을 (정확히는 방황하는 원식의 진로를) 바로 잡아 주는 일을 했었었다. 원식은 중학생이메도 불구하고 쌩 양아치 처럼 굴었고 택운은 그런 원식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히면서도 꿋꿋히 주말마다 원식을 잡아다가 운동을 시키고 가르치곤 했었다. 그때 그 꼬맹이가 이젠 자신의 학교 후배가 됬다니. 택운은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연애를 조건으로 무언가를 걸었던 적이 있던가. 하지만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랬나?"

"발뺌 하지마요. 그때 동영상까지 찍어놨으니까."

 

 

 

 

 쓸대없이 준비성이 철저하다. 라고 택운은 생각했다.

 

 

 

 

 

=

갑자기 쓰고 싶어서 쓰는 달달한 랍택 @.@

짧아서 구독료 걸기도 죄송스럽네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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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짱짱 달달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재환이랑 학연이도 너무 귀엽고 수석 입학하면 사귄다고 하니까 진짜 수석입학해서 온 원식이도 그렇고 정수리 미소를 보여주는 레오도 하나같이 짱 예쁘니들이네요ㅠㅠㅠㅠ잘보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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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핀
오랜만에 달달한게 써 보고 싶어서 용기내서 한번 도전해 봤어요! 단편으로 나누기엔 턱없이 짧고 엉망진창인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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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난 믿고 보는 작가님인데 무슨소리.......짧아도 괜차나여....아 근데 뒷편 빨리 보고싶어 어뜨케 달달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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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핀
믿고 본다니요 ㅠㅠ 과찬이세요 뒷편은 흠... 어.. 최대한 빨리 써서 올려 드릴게요!!! (의지)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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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어유ㅠㅠ이달달함ㅠㅠㅠㅠㅠㅜㅠ완전취향저격당했어오ㅜㅜㅜㅜ아이고이뻐라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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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핀
취향 저격 당하셨다니 제 의도가 잘 먹혀 들어 간것 같아 뿌듯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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