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와 편의점 알바생의 상관관계
01
사고를 친 것 같다.
내가 어제 뭐했더라. 일단 어제 스태프들끼리 내가 못생겼다는 험담을 들은 것 같다. 그래, 이렇게 또 눈물이 나오는거보면 틀림이 없다.
두번째는, 겨우 촬영을 마치고 동네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 4병은 마신 것 같다. 아니, 마셨다. 마시고 그 상태로 집 앞 편의점을 갔다. 가자마자 인사하는 알바한테 손가락질하면서 소리를 지른 것 같은데.
'야, 너도 내가 그르케 몬생겨써?!!?'
라고.
알바가 대답을 못했다. 꽤 당황한 표정이었지, 아마. 그런 다음, 내가 맥주 두 캔을 집어 계산대에 내려놨다. 그 때 알바가 그리 물었다.
'신분증 있으세요?'
그 질문에 나는 또 울었다.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며 애같이 울었다. 왜, 몬생겨서 그래에?!! 하고 떼까지 썼다. 그러다 혼자 짜증이 나 핸드백을 열고 지갑을 열어 신분증을 보여줬다.
그 다음 알바가 뭐랬더라. 이걸 기억해내야하는데. 이게 기억이 안나면 나 뛰어내려야 되는건데.
한참을 집안을 굴러다니며 생각해보았으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히 뭐라 말했는데 그게 생각이 안난다. 에이, 설마 그냥 싱거운 대화였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곧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소리를 질렀다. 도무지 기억이 안나서.
그래도 내 할 일은 해야했다. 진짜 이 바보, 멍청이, 미친거 아냐? 화를 내며 씻고, 어떻게 그거 하나 기억을 못해? 자책을 하며 옷도 갈아입고, 다음부턴 그 편의점 절대 안 가!! 괜한 결심을 하며 화장까지 했다.
쓸데없이 화장은 잘됐어. 화장대 앞에 앉아 립스틱까지 바르고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나 곧, 어제 나를 두고 하던 험담이 생각나 급히 입을 다물었다.
"...별로야, 김여주."
나를 향해 눈을 흘기고는 나오려는 눈물을 참았다. 안돼, 안돼. 아이라인 번져. 고개를 들어올려 손으로 눈가를 부채질했다. 그렇게 한참을 마음정리를 하다 곧 나오라는 매니저의 문자에 베이지색 핸드백을 맸다. 몇걸음 걸어가 신발장에서 검은색 단화를 신었다.
오늘 하루도, 상처받지말고, 열심히 하자. 그 한 문장을 되뇌이며 문을 열었다.
그러나 한 걸음 내딛기도 전에 걸음을 멈췄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반대편에서 나오는 남자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얼굴을 돌려 눈이 마주쳤을 때,
'예뻐서요.'
'그 쪽 예쁜 얼굴 사진으로 보고싶어서 신분증 보여달라고 한거예요.'
그리 생각이 나지않던, 그 두 문장이, 문득 기억이 나버렸기 때문일까. 저 옆 집 남자, 어제 그 알바생.
나보고, 예쁘다고 했던.
"아침에도 여전히 예쁘네요."
그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