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그래프꼭짓점 인물 상세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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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그래프꼭짓점 인물 관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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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그래프꼭짓점 24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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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재야."
새로운 사람이 생겼어. 지우개로 성열의 코 부분을 다듬던 순재의 손이 멈칫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다시 지우개질을 하며 순재가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진짜? 잘 됐네."
순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우현의 눈이 조금 서먹하게 흔들흔들거렸다.
"…우현아."
순재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꼭,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우현은 결국 순재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남자의 첫사랑은 그림자와도 같다던 말이 사실이었다. 자신이 정말 순재가 아닌 다른 사람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도 되는 건가? 우현은, 순재의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약해졌다. 성규에게 올곧게 나아갈 것만 같았던 마음이 순재의 깊고 사연많은 눈을 마주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흔들린다는 걸 깨달았다. 이게 죄책감일까? 아님 연민일까? 그것도 아니면 옛 추억의 잔여물이 아직 가슴에 가득 쌓여있는 걸까. 첫사랑과 옛 연인이라는 타이틀은 모든 감정선을 무너트렸다. 그러면서도 순재의 모습과 성규의 모습이 동시에 머릿속을 맴돌았다. 물론 성규를 향한 마음은 정말 진심이었다. 절대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성규에게 그런 말들을 했던게 아니었는데, 지금 자신은, 성규가 미리 경고하던 '양다리'라는 걸 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이건 엄연한 '양다리'였다.
"우현아. 너 지금 이러는 거, 그 사람한테 큰 실수하는 거야."
잠시 목소리를 높인 순재가 힐끗 성열이 자는 방을 쳐다보곤 다시 점잖게 목소리를 낮췄다. "이건 정리가 아니야, 우현아. 방식도 틀렸고…. 그리고…우린 이미 예전에 정리됐어. 너도 잘 알잖아. 니 마음속에 그 사람만 있어야 맞는거야. 난 오래된 가구처럼 니 마음속에 놓여있기싫어. 그 사람한테 모든 걸 쏟아부어. 나랑 그 사람 사이에서 방황하지말고. 잔인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넌 나한테 다시 돌아올 수 없어, 우현아."
순재는 마지막 말을 하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고 우현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순재의 말을 들으며 알 수 없는 안정감을 찾았다. 복잡하던 감정이 순식간에 평온히 가라앉았다. 순재와 우현의 두 눈이 촉촉히 반짝거렸다. 두 사람 머릿속에 한때 '연인'이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모두 과거. 지난 일. 다신 돌아갈 수 없는 날들. 정말 순재 말대로, 자신과 순재는 이미 예전에 끝나있었다. 그걸 우현만 몰랐다.
"이건 너무 딱딱하고, 이건 너무 평범해! 음, 이 옷은 좀 촌스럽구 이건 너무 웨이터같잖아. 심플한 거로 입어야겠다."
결국, 모두 올블랙으로 맞춘 호원이 넥타이를 매려다가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잠시 훑어보더니 검은 셔츠의 윗단추를 두어개 풀렀다. 매려던 넥타이는 침대위로 휙 집어던지고 검지와 엄지로 다시 왁스칠한 머리를 세심하게 매만졌다.
"오케이. 완벽해. 다 잘될 거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니면 죽도 밥도 안 되든, 일단 동우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동우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시간이 갈수록 진해지면 진해지고 깊어지면 깊어졌지,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서면서 동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우형. 나 지금 가요. 아직 저녁 안 먹었죠?"
전화를 끊고 서둘러 차를 출발시켰다. 오늘따라 유난히 신호등에 많이 걸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데 오는거였으면 미리 말하지…. 나만 이상하게 입었잖아."
방울이 달린 털모자에 체크남방을 입은 동우가 레스토랑 안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다행히, 가게가 아직 수리중이라서 옷에서 고기냄새는 안 났지만 주위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정장의 차림이었다.
"괜찮아요, 형. 하나도 안 이상해요. 귀여워요."
동우가 조금 멍청한 소리를 내며 되물었다.
"귀엽다구요, 형."
못 알아들은 듯한 동우에게 확실히 말해줬다, 귀엽다고. 볼이 붉어진 동우가 나이프와 포크만 챙챙 부딪히며 '고,고마워'하고 얼버무렸다.
"아,참. 오늘은 내가 살게."
그 말에 환하게 웃고있던 호원이 진지한 얼굴로 변했다. 말했잖아요. 난 형이 돈쓰는거 싫다고. 꽤 딱딱한 어조로 말했지만 그래도 동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냐아냐. 나 화재보험비 나왔거든. 남우현씨가 가게 고쳐주는 덕분에 이 돈, 꽤 많이 남을 것 같아."
동우가 입을 앙 다물면서까지 굳센 의지를 표현해보였다. 오늘은 내가 꼭 계산을 하리라는 표정의 동우를 보고 있자니 화를 낼수도 없고 그렇다고 고백하는날 얻어먹기도 그렇고….
"그래요, 그럼. 밥은 내가 살테니까 커피는 형이 사요. 그럼 되죠?"
알았어요. 마지못해 대답한 호원이 피식 웃으며 동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따라 더욱 자상하고 부드러워진 호원의 모습에 동우는 자꾸 목언저리가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꼈다.
"근데 할말이 뭐야?"
에피타이저로 나온 빵을 냐금냐금 먹던 동우가 물었다.
"밥 먹기전에 들을래요, 아님 밥 다 먹고나서 들을래요?"
동우의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투명한 글라스에 담긴 물을 한모금 마셔 목을 적신 호원이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은요…."
우현이 선물로 준 엽기토끼인형을 다리사이에 끼고 누운 성규는 한참전에 보낸 '자요?'라는 문자에 답이 오지 않는 우현을 열심히 속으로 씹어대는 중이었다. 보고도 씹은 건가, 아니면 자는 건가. 결국 한참을 기다리다 슬슬 잠이 몰려와 핸드폰을 내려놓고 이불을 덮었을때, 문자알림음이 아닌 벨소리가 울렸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던 명수가 힐끗 핸드폰을 보며 '안 받아?'하고 물었다.
"으응."
핸드폰을 감싸며 밖으로 나가는 성규를 명수가 가만히 쳐다봤다. 왜 나가서 받지,하는 눈치. 마당으로 나와 평상에 앉은 성규는 얼른 우현에게서 온 전화를 받았다.
"일찍도 답이 오네요?"
우현의 목소리가 좋지않다.
"…무슨 일 있어요?"
성규의 담담한 농담에 우현이 푸스스 웃으며 '바람소리들리네. 밖이에요?'하고 물었다. 네. 마당이에요. 잠깐 불어오는 바람에 반팔티를 입고 나온 걸 후회하며 손으로 팔뚝을 쓱쓱 문질렀다.
[잠깐 기다려봐요.]
그러더니 곧 2층 다락방 창문이 벌컥 열리고 귀에 핸드폰을 대고 있는 우현이 손을 살짝 흔들었다.
"죄졌다면서요. 손 흔드는 건 나중에 하고 일단 죄명부터 말해요."
멀리서도 우현이 헤실헤실 웃고 있는게 보였다. 옛날엔 기분 나빠했던 웃음인데 지금은 꽤 많이 설레인다. 같이 웃음이 나올만큼.
"…말해봐요. 지은 죄가 뭔지."
성규가 팔짱을 껴며 평상에 앉아 멀리 다락방 난간에 옆으로 살짝 걸터앉아있는 우현을 쳐다봤다.
"그럼 내일 얘기해요, 얼굴보면서. 그리고 그렇게 앉아서 위험한 묘기부리는 거 지켜볼 만큼 강심장 아니니깐, 얼른 내려와요."
전화를 끊고 우현쪽으로 한번 손을 흔든 성규가 후다닥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베시시 웃으며 방안으로 들어가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던 명수가 힐끗 성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금세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사귀기로 한거야?"
나 잘꺼야! 침대에 풀쩍 누운 성규는 이불을 머리 꼭대기까지 뒤집어썼다.
호원의 진솔한 고백에 동우는 괜히 테이블 냅킨만 만지작거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미안해요."
물을 마시던 동우가 사래에 들려 켁켁거렸다. 괜찮아요? 금세 동우의 옆자리로 몸을 옮긴 호원이 동우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어루만졌다.
"으응. …괜찮아."
호원이 '싫다해도 괜찮아요. 각오하고 말한거니까요'하며 서먹하게 웃어보였다. 고개를 푹 숙인채 끄덕거리는 동우의 손을 호원이 조심스럽게 꼬옥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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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얼른 일어나! 언제까지 엄마가 깨워줘야 일어날래!"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자 아침 햇살이 뽀얗게 내려와 방안의 먼지를 가득 비춘다. 그제서야 어슬렁어슬렁 일어난 성규가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명수의 엉덩이를 툭툭 건드려깨운다.
"야, 김명수우… 엄마가 일어나래…."
제일 먼저 화장실로 향한 성규, 뜨끈한 물로 머리와 세수를 하고 나와 졸린 눈으로 스킨과 로션을 찾아바르고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든다.
"이제 여름 다 갔나봐. 새벽에 조금 쌀쌀해…."
입을 삐죽이며 따뜻한 국으로 목을 데우고 금세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 성규는 빨랫대에 걸린 새하얀 와이셔츠를 껴입고 옷장에 걸려있는 넥타이를 골라맸다. 명수가 내리지않고 나간 변기의 물을 내리고 굵은 빗으로 머리를 정리한 뒤 양치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정장 마이를 입고 가방을 어깨에 걸쳐맸다.
"다녀오겠습니다."
구두를 고쳐신으며 대문을 열자 익숙한 우현의 차가 멈춰서있다.
"좋은 아침."
이젠 꽤 익숙해진 아침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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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가 차안의 라디오 채널을 돌리며 물었다. 핸들만 잡고 묵묵히 운전하던 우현이 성규의 눈치를 본다. 마치 사고치고 엄마 눈치를 보는 아이처럼 말이다.
"자꾸 눈치만 보면서 쭈뼛거리지말고."
이 남자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러는 거지? 성규는 살짝 긴장되기 시작했다.
"노력은… 해볼게요."
우현이 말을 잇지 못하고 엄한 엄지손가락만 잘근잘근 씹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성규가 담담한 말투로 먼저 말을 꺼냈다.
"고백했다가 차이기라도 했나보죠?"
한참 말이 없던 우현이 먹먹한 말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슬픔이 뚝뚝 묻어나는 그런 말투로.
"오랫동안 머물고 나서 얻은 안정감같은거요."
안정감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막연한 행복이 느낄 수 있어요.
"내가 왜 안정감이 떨어져요? 내가 얼마나 안정적인 사람인데."
성규는 조금 너그러워지기로 했다. 잠시 쳐다본 우현의 얼굴이 너무나 애틋하고 슬퍼보여서. 그리고 괜한 오기도 생겼다. 내가 저 흔들리는 마음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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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꼭 BGM을 들으셔야해요 같이 ㅠㅠㅠ
꼮!! 로딩 금방이니까 꼭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