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희와 김루트 - 홍대 부르스
출격! 애증남녀!
0 2
증(憎)의 이유
비가 오려나 무릎이 시큰거리네
오늘은 오전 강의가 있는 날. 학교 갈 준비를 하던 OO는 문득 해가 뜰 시간임에도 어두컴컴한 창밖을 내다보았다. 일찍부터 쿠릉쿠릉거리는 게 점심때면 꼭 비가 올 것만 같다. 일기예보에서 아침에 딱히 비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OO는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다 오늘따라 유독 시큰거리는 왼쪽 무릎팍을 매만졌다. 이제 좀 가실 때도 됐지 않았나. 이제 흉터도 거의 안 보이는데.
흉터. 그래 흉터.
초등학교 일 학년이었다. 학교라는 새로운 공간, 같은 반 친구라는 새로운 인연, 교칙이라는 새로운 질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로울 때, OO는 정국을 만났다. 작은 교실 안에 줄맞춰 놓인 책상들이 사이좋게 두 개씩 붙여져있으니 이것은 좋아도 좋지 않아도 필시 남녀 짝꿍이 이뤄지지란 말이었다. 아직 자리가 정해지지 않아 교실 뒤쪽에 아이들이 종알거리며 옹기종기 모여있자 교탁에 선 선생님이 출석부를 보며 마구잡이로 한 명씩 이름을 호명했다. 이선옥, 선옥이는 여기 교탁 앞에 앉고 김철수, 그래 철수는 선옥이 옆에 앉자.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으로도 아무 생각 없이 있던 아이들은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짝꿍이라는 게 생기는구나. 한 명씩 순서대로 자리에 앉아 뒤에 서있던 아이들의 대화가 사라졌다. 긴장했다는 말이다. '친구'가 학교 다니는 이유의 반인 초등학생인 이상 짝꿍은 앞으로 겪어야 할 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물론 OO도 초등학생이었기에 긴장을 피할 수는 없었다.
"OOO?"
"네!"
"OO는 세 번째 줄 창가에 앉을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긴장한 만큼 시원하게 대답한 OO는 씩씩하게 선생님이 정해준 자리로 향했다. 나무 바닥이 작은 발걸음에 맞춰 열심히 삐걱거린다. 책상 위에 메고 있던 가방을 올려놓고 조용히 앉자마자 선생님은 또다시 다른 이름을 크게 호명한다.
"전정국"
"네"
"OO 옆에 앉자"
전정국이라는 이름과 함께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OO는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될 정도로 얼굴에서 긴장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이 매사에 여유로운 꼬마 아이. 그것이 정국의 첫인상이었다. 타박거리며 걸어온 정국이 쨍한 파란색 책가방을 옆 책상 위에 올려놓자 OO는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유치원 선생님이 친구에게는 밝은 표정으로 안녕, 하고 인사하라고 했으니까. 나는야 말 잘 듣는 착한 아이.
"안녕"
"어 안녕"
얼굴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인사를 받아주는 정국에 OO는 순간 빈정이 상할 뻔했다.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하지만 순수함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가진 어린아이인 만큼 애써 정국과 친하게 지내려 노력하는 OO다. 너 혹시 그거 봤어? 어디 살아? 어디 유치원 다녔어? 무슨 음식 좋아해? 무슨 색깔 좋아해? 혈액형이 뭐야? 검찰 수사관급 OO의 심문에도 정국은 절대 당황하는 법이 없었다. 안 봤어, 옥미동, 옥미 유치원, 바나나 우유, 검은색, A형. 무심하지만 물어보는 질문에는 성실하게 대답해주기까지 하니 꼬투리 잡아 대화를 길게 만들 거리마저도 없었다.
학교 오기 전, 밤 열 시까지 깨어있으면서까지 생각해낸 짝꿍에게 할 이야깃거리를 모두 소진한 OO는 으응... 하며 뻘쭘하게 올려두었던 책가방을 책상 옆 걸쇠에 걸었다.
하지만 정국의 이런 성격은 전혀 미워할 이유는 되지 못했다. 특유의 무심한 성격 탓에 OO가 정국을 좋다고 따라다닐 때면 제아무리 따라다니지 말라며 툴툴 거렸지만 필통을 안 가져온 날에는 아무 말없이 연필을 빌려주고, 같이 수학 숙제를 하지 않은 날이면 쉬는 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는 끙끙거리고, 수업시간에 책상 밑으로 몰래 자기와 나눠먹자며 사탕 세 알을 건네주던 아이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일학년 말이었다.
정국아 일어나서 학교 가야지. 엄마의 재촉에 꾸물거리며 일어난 정국은 지끈거리는 머리와 뻐근한 턱에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왜 이러지. 난생처음 느껴본 고통에 눈을 반쯤 감고는 한쪽 손으로 아픈 턱을 감싸자 이상하리만치 후끈거린다. 평소 같았으면 빠릿빠릿하게 화장실로 직행하고도 남았을 텐데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는 정국에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엄마가 다급하게 정국의 조그마한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앗 뜨, 열이 펄펄 끓네, 왜 이러지?
그렇게 물어봤자 당연히 정국이 알리 없었다. 의문도 모른 채 힘 없이 축 늘어져있던 정국은 콧물을 킁킁 거리며 아픈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학교 가야지... 지각을 하면 선생님이 혼낼 거야... 혼나는 건 싫어... 오직 혼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걸어가자 커다란 손바닥이 정국을 막아섰다.
"어디 가, 아들"
"화장실... 학교 가야 되는데..."
"오늘은 못 가. 엄마가 선생님한테 말할게, 병원부터 가자"
"병원 싫어..."
으으... 병원 싫어... 주사 싫어... 안 갈래... 아무리 도리질을 해보아도 엄마는 끄떡없었다.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병원에 끌려간 정국은 의사 선생님 앞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바닥에 닿지 않은 발을 달랑거렸다. 오기 싫었는데. 짜증 난다는 얼굴로 간호사 누나가 준 딸기 맛 사탕을 잘도 빨아먹는 정국이다. 입을 벌려보라길래 입도 벌리고 침 삼키면 아프냐고 물어봐서 침도 한 번 삼켜보고, 달콤한 사탕의 대가로 시키는 데로 고분고분히 말을 듣던 정국에 의사는 한참을 살펴보더니 진료 차트에 무언가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는 말.
"볼거리네요"
어머, 볼거리요? 그거 전염병 아닌가요? 호들갑을 떠는 엄마에 비해 정국은 평온했다. 생애 처음 걸려보는 전염병이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에 볼거리 유행에 대한 가정통신문을 받긴 했지만 아직 가방 한구석에 마구 구겨져 있다는 건 정국 혼자만의 비밀. 근데 볼거리가 뭐? 정국은 어떡하냐며 동동 발을 구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의사 선생님의 말에 떡하니 입을 벌렸다.
"요즘 볼거리가 유행이라 많이들 턱이 이만큼 부어서 오거든요. 딱히 약은 없는데 일단 열이 좀 있으니 해열제랑 항생제 처방해드릴게요. 초등학생이죠? 다른 아이들한테 옮을 수 있으니 낫기 전까지는 학교 안 보내는 게 좋겠네요. 진단서 써드릴 테니 받아 가세요"
...
학교에 안 간다니? 학교에 안 간다뇨?
누구나 그렇듯이 수업은 싫어했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만큼은 좋아하던 정국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오늘 친구랑 떡볶이 사 먹어야 되고 나 따라다니는 OOO도 놀려야 되는데. 학교 다닌 지 1년도 안됐지만 처음 빠져보는 학교에 출생의 비밀을 들은 아이처럼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의사선생님과 엄마를 번갈아 쳐다보는 정국이다.
병원, 약국 그리고 학교. 팅팅 부어버린 턱에 약국에서 약 타는 김에 산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덮어버린 정국은 홀로 교무실 앞, 복도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아무 데나 가지 말고 여기 가만히 있으라는 엄마의 말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정국이 너, 엄마가 선생님 만나 뵙고 올 동안 여기 가만히 있어야 해. 교실로도 가면 안 되는 거 알지? 다른 친구들도 정국이처럼 병 걸려서 아플 수도 있으니까 다 나을 때까지 우리 조금만 참자. 참자, 다른 친구들도 나처럼 아플 수도 있으니까 다 나을 때까지 조금만 참자.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인 정국은 자꾸만 교무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교실로 시선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쉬는 시간인지 요란하게 떠들썩한 교실이 자신을 부르는 듯했다. 금방이라도 정국아! 하며 개구지게 뛰쳐나올듯한 친구의 모습이 눈에 밟히고 정국아 어디 가, 하며 자신을 졸졸 따라올 듯한 OOO의 모습이 신경 쓰였다. 한쪽 신발 앞 코로 아무런 잘못 없는 복도 바닥을 콕콕 찍던 정국은 울상으로 교실을 쳐다보았다.
조금만 보는 것도 안 되나? 진짜 조금만 보면 괜찮지 않을까? 나도 애들이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알고 싶단 말이야. 선택의 기로에 선 정국은 엄마가 들어간 교무실 문을 빤히 바라보았다. 개뿔 아무런 미동도 없는 교무실 문에 정국은 결심했다.
반에만 안 들어가면 되겠지, 엄마 나오기 전에 빨리 보고만 오자.
정국은 혹시라도 교무실 안쪽까지 자신의 발걸음 소리가 들릴까 까치발을 들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조심조심.
친구들이 자신을 보고 달려들기라도 할까 숨을 죽이고 앞문으로 빼꼼 눈만 내민 정국은 교실 안쪽을 살폈다. 선생님 무서운 줄 모르고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니는 종이비행기와 바닥에 앉아 딱지 치며 도박의 맛을 알아가는 아이들, 옹기종기 모여 수다 떠는 아이들, 평상시와 특별히 다를 건 없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OO의 자리에 OO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친해지라는 의미에서 짝꿍이 열두 번은 더 바뀌었어도 매번 정국을 따라다니거나 자리에 앉아만 있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말이다.
이상하네, 어디 갔지. 정국은 놀란 토끼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교실 이리저리를 살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O의 머리카락은커녕 코털조차 보이지 않으니 혹시라도 병이 옮을까 친구를 불러 물어보지도 못하고 속만 답답해질 뿐이었다. 앞문에서부터 눈을 떼고 다시금 복도에 등을 붙이려는데 그때였다.
"정국아!"
활짝 핀 얼굴로 정국의 이름을 외치며 화장실에서부터 OO가 달려 나왔다. 일순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정국은 애써 자신의 표정을 숨기기 바빴다. 사실은 숨길 이유가 없는데 왜 표정을 숨기는지 제 자신조차 모를 일이었다. 마스크 위로 손을 올리고 기침을 뱉어내던 정국은 바로 앞에서 다가오는 OO를 무시한 채 엇갈려 걸어나갔지만 재밌게도 그 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기에 OO는 쫑알거리며 뒤를 따랐다.
"오늘 왜 늦었어?"
"..."
"마스크는 왜 낀 거야?"
"..."
"응?"
정국은 저리 가라는 듯 손만 휘적였다. 하지만 포기할 OO가 아니었다. 왜? 왜 그러는데? 하며 계속되는 질문 공세와 팔을 잡자 정국은 인상을 쓰고는 팔을 빼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리 가"
여기서 더 웃기게도 '저리 가'라는 말은 확실한 주의가 되지 못했다. 기분 나쁘다는 듯이 손을 쳐낸 건 조금 당황스러운 일이 될만했지만 '저리 가'는 정국이 OO에게 하는 단골 멘트였으니까. 마냥 좋다는 듯이 웃던 OO는 정국의 옷자락을 잡으며 소심하게 반으로 이끌었다.
"나 오늘 초콜릿 가져왔어. 같이 먹자"
그 말에 정국은 무심코 OO를 따라 반으로 들어갈뻔했지만 곧 머릿속에 한 문장이 스쳐 지나갔다. 다른 친구들도 정국이처럼 병 걸려서 아플 수도 있으니까.
아플 수도 있으니까 교실에 들어가면 안 돼. 아플 수도 있으니까 친구들 만나면 안 돼. 잠깐 잊고 있었던 턱이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누가 포크레인으로 머리를 후벼파는 것 같은 통증에 정국은 반으로 자신을 이끄는 OO는 손길에도 가만히 서서는 턱을 부여잡았다. 나 때문에 친구들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고? 팍 미간을 찌푸리며 교실 앞에서 조용히 서있기만 하자 OO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다가온다.
"저리 좀 가라니까!"
정국은 OO가 저처럼 아프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과격해져 팔을 세게 뿌리친 나머지 OO는 교실 문 턱에 발이 걸려 큰 소리를 내며 엎어지고 말았다. 쿠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앞문으로 향했다.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시선에 당황하던 정국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다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OO에게 소리쳤다.
"짜증 나니까 따라오지 말라고!"
그리고는 마침 복도 저편에서 자신을 찾는 엄마의 목소리에 냅다 달려가버리는 정국. 넘어져서 아픈 것보다는 그간 자신에게 저리 가라며 툴툴 거리기만 했던 정국이 마구 화내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이 더 충격이었던 OO다. 그대로 멍하니 엎어져 있자 OO야! 하며 친구들이 달려와 일으켜 주었는데 그전까지 무릎이 날카로운 나무 바닥에 쓸려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던 것도 몰랐으니 말이다.
정국이 그렇게 떠나버리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가 되자 심각성을 눈치챈 친구들이 보건실로 OO를 부축했다. 보건실 침대에 앉아 상처에서 새어 나오는 피를 조용히 내려다보던 OO는 한참을 멍청히 눈을 깜빡거리다 코가 찡할 정도의 소독약 냄새가 날 때서야 잊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엉엉 어린아이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보건실을 가득 메웠다. 물론 그를 지켜보던 친구들과 보건 선생님은 그저 무릎에 난 상처가 많이 아파서 그런 것일 거라 생각했다. 아침부터 정국과 나눠먹으려 녹는 것도 모른 채 평소 좋아하던 초콜릿을 소중하게 품고 온 OO의 마음도 모른 채.
정국의 볼거리가 완전히 다 낫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그동안 정국과 OO는 만날 일이 없었으며 심지어 자리도 바뀌었다. 원래부터 짝꿍은 아니었지만 바뀐 자리는 완전히 정반대의 자리였다. 사과는커녕 가까이서 시답지 않은 대화를 나눌 기회도 없었으며 그날 이후로 OO는 정국을 피했다. 짜증 나니까 따라오지 말라고. 그 말이 어린아이의 여린 팔뚝에 불도장을 찍 듯 완전히 마음에 각인되어버린 것이었다.
더해서 둘의 사이에 완전히 마침표를 찍 듯,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겨울 방학이 찾아왔고 2학년 때 둘은 같은 반이 되지 못했다.
*
그 사실을 지금 학교에 가기 위해 정류장에 서서 모닝 과자를 조지고 있는 정국이 알리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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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3세, 화양대 조소학과, 어릴 적 성격 드러웠음)
냠
"형"
"..."
"석진이 형"
"응..."
"그만 자고 일어나"
"... 나도 과자 줘"
정국이 정류장에 앉아 자고 있는 석진을 흔들어 깨우자 퉁퉁 부은 눈으로 자기도 과자를 달라며 허공에 손을 휘적거린다. 주지 말까 생각했지만 돈까지 받으면서 같이 사는 입장에 그건 너무 매정한 거 같아 한 입 베어 문 과자를 석진의 손바닥에 올려놓는 정국. 하지만 그런 과자도 석진은 아무런 군말도 없이 입안에 집어넣는다. 이 둘이 이렇게까지 친한 이유?
사촌이니까.
지방 살던 석진이 정국의 집에 매달 하숙비를 주며 얹혀사는 것도 근 삼 년이 다 되어간다. 학교 주변에 살만한 원룸이 없어 꾸역꾸역 왕복 다섯 시간의 통학을 버티던 석진에게 비교적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는 정국의 집은 그야말로 한줄기의 빛 같은 존재였다. 거기다 정국과 같은 학교라니, 세상 어디서 30만 원만 내면 한 달 동안 밥도 주고 빨래도 하고 잠도 잘 수 있는 홈스윗홈을 얻을 수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같은 집에서 같이 학교 가고 밥 먹고, 한마디로 친형제 남부럽지 않은 사이랄까.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자신의 볼때기를 소리 나게 챱챱 치던 석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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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아... 버스 언제와..."
"7분 기다리래"
"그럼 5분만 더 잘까...?"
그래, 자라 자. 다시 눈을 감은 석진을 게슴츠레 뜬 눈으로 바라보는 정국. 그 와중에도 과자는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해서 오작 거리며 입으로 가져간다. 내가 수강신청만 안 망했어도 아침부터 이 형 데리고 학교 가는 일은 없었을 텐데. 정국은 속으로 꾸역꾸역 불만스러움을 삼켰다. 눈치 빠른 지민이 형 때문에 OOO의 제대로 된 번호를 뜯긴 것도 불만스럽고 제 톡에 살가운 답장을 한 번이라도 해준 적 없는 OOO도 그렇고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다 짜증 나.
세상에 대한 불만을 무음으로 마구 토내해며 3분 정도 지났나. 그래 버스 대기시간이 4분으로 줄었을 때 정국은 허공에서 갈 곳 잃은 시선을 반대편 정류장으로 던졌다. 그리고 돌연 까만 눈동자에 눈에 띄게 들어오는 익숙한 실루엣.
정국은 들고 있던 과자를 떨어뜨릴 뻔했다.
*
개강 죽어...
버스에 겨우 난 한자리에 후다닥 앉아 창문에 머리를 기댔다. 학교 가는 동안 조금이나마 수면을 취해볼까 하며 정신줄을 놓고 있는데 다 들릴 정도로 휴대폰이 시끄럽게 몸을 떨어댄다. 조물주는 나를 한시라도 가만히 두면 엉덩이에 털이 나는 병에 걸렸나 보다.
하... 하며 깊은 한숨을 쉬던 나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메신저를 확인했다.
오늘도 역시 전정국이다.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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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출격! 애증남녀!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2/27/1/c8b49ec0da63d678152f76423ea711c9.jpg)
어디가십니까? 오전 7:58
?
옛날엔 내가 너 좋다고
따라다녔는데
오전 7:58 이젠 너가 나 따라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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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X
버스타려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보이길래 오전 7:59
그럼 넌
오전 7:59 아침부터 어디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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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교가지 오전 7:59
오전 8:00 나도 학교가지
![[방탄소년단/전정국] 출격! 애증남녀!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2/27/1/c8b49ec0da63d678152f76423ea711c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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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는 안 그러던 애가 왜 커서 이 모양일까? 그때는 무뚝뚝하고 말도 잘 안 해서 엄청 똑 부러지다고 생각했는데. '아'라는 한 글자에 세상 모든 놀라움과 깨달음이 섞여 들어가 있는 것 같아 픽 하며 실소를 터뜨렸다. 그 와중에 날 어떻게 본 거야, 나는 반대편 정류장에 서있는지도 몰랐다.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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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출격! 애증남녀!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2/27/1/c8b49ec0da63d678152f76423ea711c9.jpg)
오전 8:02 연화대
![[방탄소년단/전정국] 출격! 애증남녀!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2/27/1/c8b49ec0da63d678152f76423ea711c9.jpg)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아님? 오전 8:02
ㅇㅇ
오전 8:03 넌 어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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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거기 짱 가깝잖아
싸울래?
오전 8:03 나 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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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놀리는 거 아니구
놀러오라구
가깝잖아 오전 8:04
내가 참 할일도 없다
오전 8:04 거길 왜 놀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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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๑˃̵ᴗ˂̵)و 오전 8:05
응
오전 8:05 갈 일 없다
어휴;; 당황스러운 전정국의 카톡에 슬금슬금 오려던 잠도 쏙 들어가 버렸다. 오늘도 익숙하게 지나가는 창밖 풍경에 무표정으로 있던 나는 이어폰을 꺼내서는 귓구멍에 꽂았다. 평소 같았으면 버스에 타서부터 너무 지루해서 벌써 딥 슬립에 빠져버렸을 일이지만 오늘은 왜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어쩐 일로 일기예보가 딱 들어맞았던 건지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어두웠던 하늘 한구석에서부터 쨍한 햇빛 한줄기가 내리쬔다. 아무것도 없는 입을 우물거리던 나는 괜스레 아프지도 않은 왼쪽 무릎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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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출격! 애증남녀!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2/28/18/13801f6aaea41b4460b77867646e02e0.gif)
"OOO, 이번 달 말에 엠티 가는 거 알아?"
강의실에 도착한 나는 익숙하게 민윤기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어쩌다 반강제적으로 친해진 선후배 사이라고 해야 할까. 일학년 때같이 팀플레이했었던 인연을 그대로 지금까지 끌고 와 이번에도 얼떨결에 또 같은 팀이 되었다. 평소 모습을 보면 매사에 귀찮아하고 과제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모르겠지만 팀플 할 때면 언제나 일 인분 이상씩은 해내니 내 입장에서는 굳이 싫어할 이유도 없는 선배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게 엠티 이야기를 꺼내는 민윤기. 뭔 또 엠티, 귀찮게.
"뭐 그놈의 엠티는 맨날 가요? 새내기들이나 가라 그래요. 난 안 가"
"애가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가서 2박 3일 동안 먹고 토하는 경험하는 건 한두 번이면 족하죠. 멤버십 트레이닝은 무슨 얼어 죽을 멤버십 트레이닝"
"그건 인정"
"선배는 갈 거예요?"
"아니 나도 안 가"
보나 마나 과대가 또 찔러봤겠지. 과대면 과대 답게 지 혼자 갈 것이지 왜 애꿎은 사람 붙잡고 난리야. 우리 짬에 엠티 가면 뻔하지, 새내기들의 놀이터에 선배들이 끼어서 무슨 득을 보겠다고.
파일과 책을 꺼내 책상 위에 가지런히 세팅해놓은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혹시라도 전정국에게 톡이 왔을지도 모르니까. 그렇다고 딱히 연락을 기다리는 건 아니고... 그냥... 왔을까 봐. 그런 쓸모없는 걱정에도 역시나 메신저 알림은 無의 상태로 굉장히 깔끔했다.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폰을 내려놓으니 내 기색을 살피던 민윤기가 재빨리 눈치를 채고는 입을 열었다.
"왜? 기다리는 연락 있어?"
"아뇨, 기다리는 건 아니고. ... 그냥"
"딱 봐도 기다리는 건데?"
"아니거든요"
민윤기는 내 단호한 대답에 입을 닫고는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았다. 강한 부정이 조금 오버스러웠던 건가 싶다. 혹시라도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지!라는 개소리라도 시전할세라 고개를 돌려버리려는데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까딱이는 민윤기.
"아니면 아닌 거지"
그렇지. 내가 이런 쿨한 성격 때문에 같이 팀플 하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님이 안경알을 반짝이며 들어오셨다. 약간 소란스러웠던 강의실이 미리부터 입을 맞춰놓기라도 한 듯 일제히 정적을 굳혔다. 교수님의 묵직한 구두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볼펜으로 책 맨 앞장에 의미 없는 낙서만 하던 나는 옆에 앉은 민윤기를 힐끔거렸다. 민윤기도 벌써부터 졸린지 초점 잃은 눈동자와 반쯤 정신 놓은 상태로 책상에 기대어있다. 교수님 오늘도 역시 푸린의 향기가 나시는군요. 좋은 자장가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우웅]
아,
깼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다음 시간까지 분석해올 주제 선정하고 자료 조사까지 해오세요. 해오라고 하나만 하지 말고 A 안, B 안 두 개 해서 팀 별로 저한테 컨펌까지 받아야 합니다. 중간고사 전에 프레젠테이션 할 거니까 그거 감안해서 해오세요. 팀플레이니까 당연히 두 개 해올 수 있겠죠?"
아뇨...
얕은 잠에서 핸드폰 진동소리 때문에 겨우 깨어난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비볐다. 학기 초인데 벌써부터 도대체 무슨 주제를 선정하라는 거야. 교수님이 강의실을 나가자마자 여기저기서 나와 마음이 동한 학우들의 불평불만이 엽기 떡볶이를 먹은 응꼬마냥 쏟아져 나왔다 무슨 주제 선정? 아무것도 안 알려줘놓고 뭘 하라는 거야? , 아 진짜 짜증 나 이 강의 빡세다고는 들었는데 괜히 들었다. 수강 신청 정정기간에 정정할걸.
하하 우리 모두 위 아 더 월드 친구들아.
나는 꾸물떡거리며 어느새 뒤에 앉아있는 같은 팀, 또 다른 멤버인 선옥이에게 말을 걸었다.
"어, 선옥이 너 언제 왔어?"
"너 신나게 자고 있을 때. 오늘 9시에 일어났거든"
역시 내 친구답다.
"들었냐. 두 개 정해 오고 자료 서치해오래"
"아 개토나와. 야 일단 네 옆에 앉아있는 사람 좀 깨워봐라"
선옥이의 말에 옆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니 거의 쓰러지다시피 뻗어있는 민윤기가 보인다. 누가 보면 교수님이 수면 총 쏜 줄;
어이, 일어나 봐요 선배, 하며 민윤기의 어깨를 흔들자 막 죽은 사람처럼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이 출렁거리기만 한다. 학교에서 자도 어떻게 이 정도로 딥 슬립을 할 수가 있을까. 경이로울 지경이다. 일어나 보라니까요, 하며 뺨을 아프지 않게 두어 번 쳐줄 때가 되어서야 힘겹게 감긴 눈을 뜨는 민윤기. 어지간히도 피곤했나 보다.
"ㅇ... 어..."
"무슨 잠을 그렇게 자요?"
"아, 너무 피곤한데"
축하합니다. 과제가 생겼습니다.
"주제 선정에 자료 서치 해오래요. A 안, B 안"
"아, 쓰읍"
과제를 듣자마자 민윤기는 온갖 짜증을 얼굴로 표현했다. 너무 알맞은 표정이라서 내 속이 다 통쾌해지는 기분이다. 말없이 있던 우리 셋은 이내 자포자기한 듯 굶주린 배를 움켜잡았다. 여기저기 텅텅 빈 강의실 한쪽 벽면에 달려있는 시계를 보니 어느새 바늘은 점심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짜란, 오늘도 이렇게 세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민윤기는 밥이나 먹자, 하며 나와 선옥이의 동의를 구했다. 뭐 구하나 마나 당연히 대답은 만장일치로 오케이. 밥은 언제나 옳습니다.
오늘은 뭐 먹을까, 별거 없지만 기분 좋은 질문을 던지며 가방을 챙기는데 뒤에 있던 선옥이 말했다.
"너 아까 핸드폰 울리던데, 톡 온 거 아니야?"
맞다.
그제야 생각이 난 나는 챙기던 가방을 던져버리고는 재빨리 책상 한구석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을 들었다. 어플 위로 조그맣게 떠올라 있는 빨간 풍선에 적인 숫자 1. 수업도 끝났겠다 이제 밥도 먹으러 가겠다, 룰루랄라 가벼운 마음으로 터치한 나는 약간의 실망을 금치 못했다.
(광고)지만 절대 놓칠 수 없는 찬스! 이 주간 단독으로 진행되는 1+1 이벤트 ······
꺼져.
싸하게 굳은 얼굴로 핸드폰을 가방 안에 버리듯이 던져 넣었다. 이놈의 광고 다 끊어버리든가 해야지, 사람 마음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아니고. 잠깐, 왜 내가 톡 하나에 이렇게 절절매야 하는 거지. 이게 바로 파블로프의 개라는 건가. 주말 동안 계속되었던 전정국의 소소한 톡에 달갑지는 않았지만 나름 일일이 답장을 해주니 벌써 길들여져버린 건가.
설마.
얼마 전 오랜만에 전정국을 마주쳤을 때 들었던 전정국의 얄미울 정도로 간지러운 웃음소리가 귓가를 지나가는 듯하다. 한쪽 가방끈을 보릿자루 들쳐매듯 어깨에 걸치자 얼른 밥을 먹으러 가자며 민윤기와 선옥이 나를 재촉한다. 둘에게 끌려나가듯 걸음을 옮기던 나는 애써 내 머릿속에 대자로 드러누워있는 전정국을 지우러 애썼다. 어머니 제발 제가 전정국의 어장 안에 니모1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나 선옥쓰 사담인디 |
Aㅏ... 개강이 머지 않았어요... (뛰어내리기)
학생분들은 이미 개학한 걸로 알고있는데 우리 모두 힘냅시다.
외쳐 위 아 더 월드
오늘두 재밌게 봐주셔욘 ~3~ 쪼옥...
+
자꾸 글에 에러가 나네요ㅜㅜㅜㅜ 왜 이러지... 사진도 안뜨고...
신알신 두 번 죄송해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미리보기로 확인 계속 하는데도 그러네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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