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희와 김루트-캡송
출격! 애증남녀!
0 3
둘의 문제
아
"아!!!!!!"
"깜짝이야"
"아 진짜아!!!!!!"
OO 덕분에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평일을 보낸 주말, 석진과 같이 거실에 앉아 과자를 먹으며 티비를 보던 정국은 난데없이 과자 봉지를 으스러뜨리며 소릴 질렀다. 염병엔 약도 없다더니. 조용히 과자를 먹다 봉변을 당한 석진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과자 봉지에 손을 집어넣었다. 백 번 부서져도 과자는 맛있으니까. 자신을 보고 있는 눈은 일절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정국은 하루 종일 옆구리에 끼고 있던 핸드폰을 들며 팔을 방방 거리며 휘둘렀다. 언젠가부터 계속 핸드폰만 잡고 있더니 드디어 마음의 병에 걸린 듯 싶다. 가끔 발작적으로 보이는 모습이니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그런 석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국이 소릴 쳤다.
"아니 형!"
"... ㅇ, 왜"
자신이 뭐 정국에게 잘못한 것이 있나 급히 생각해보는 석진이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출격! 애증남녀!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3/02/21/16f4f322a15a5fdb3cb0bce6c933ee4d.gif)
"왜 그럴까?"
"내가 미안해"
"?"
"..."
"형, 나한테 뭐 잘못했어?"
"아니"
"근데 왜 미안해"
저번에 네 하얀 후드티 입고 학교 갔다가 학식으로 나온 김치찌개 흘린 적 있어,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른 석진은 억지로 말을 삼키고는 도리질을 했다. 뻘쭘한 표정으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정국의 시선을 애써 회피했다.
"아무튼 그건 둘째 치고 형, 내 이야기 좀 들어보라니까?"
"말해"
"내가 얼마 전에 여자애 한 명 만났다고 했잖아"
"아, 초딩 때 친했던 애 맞나"
그래! 초딩 때 친했... 긴했는데 중간에 뭐가 잘못된 건지 멀어졌단 말이야? 어? 막 나 피하고 무시하고, 삼학년 때 짝꿍 한 번 된 적 있었는데 유치하게 책상을 손가락 세 개 들어갈 만큼 띄어놓질 않나, 쉬는 시간마다 말도 못 걸게 제 친구들한테 홀랑 가버리고, 말만 걸면 싫다는 눈치 팍팍 주고, 일 년간은 그렇게 나 좋다고 따라다니더니!
이미 OO의 마음에는 찬바람이 쌩하니 불기 시작한 시기이자 뜻하지 않게 같은 반으로 배정이 되어버린 초등학교 삼학년이었다. 새 반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OO의 얼굴에 정국은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런 희소식 와중에도 불만인 것이 있다면 이미 OO의 옆에는 다른 여자아이가 꿰차고 있었다는 것. 들리지 않게 투덜거리던 정국은 조용히 OO의 대각선 뒤에 앉았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인사해줄까 싶은 작은 희망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헛기침을 해가며 나 여기 있어요 티를 내는 정국에 귀엽도록 허접한 작전이 통한 건지 OO의 눈길이 힐끔거리며 뒤로 향했다. 이제 인사해주겠지, 후훗, 그럼 나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손을 흔들어줘야지. 정국은 인사를 받아주기 위해 후드집업 주머니 안쪽에 있는 손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런 정국에게 쌍엿을 날리듯 OO는 정국을 지나가는 날파리 보듯 본 채 만 채 하며 옆에 앉은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럴 수가.
정국은 패닉에 빠졌다. 어린 왕자가 제 머리를 거대한 바오밥나무로 내려치는 듯한 충격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OOO가 나한테 이럴 리가 없는데. 머리에 털 나고 처음 겪어본 배신감은 엄마가 키 크는 데 좋다며 억지로 먹인 한약보다 더 쓰디썼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충격에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자 OO는 정국을 완전히 투명인간 취급해버리고는 친구와 손을 잡고 화장실을 가자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정국은 공허한 동공으로 OO가 앉았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지만 표현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정국은 그저 OO의 주변에서 겉돌 수밖에 없었다. 짝피구할 때같이 짝하자고 말하러 가려 하면 뭔 놈의 사교성이 그렇게 좋은지 이미 짝과 함께 있는 건 다반사요. 애들 몰래 군것질거리를 건네면 자기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한다며 사람 무안하게 손을 슬슬 내빼질 않나 꼭꼭 챙겨온 필통을 안 가져왔다고 거짓말하고 연필을 빌려달라 하면 무슨 놈의 발바닥만 한 필통에는 연필이 한 자루밖에 없는지. 결국에는 눈치 없는 친구가 자기 연필을 쓰라며 손에 쥐기도 힘든 몽당연필을 빌려주었다.
이런저런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정국에 아무것도 모르고 헤실 거리기에만 바쁜 친구들은 왜 그러냐며 물었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전정국이 OOO 좋아한대요!!! 하고 동네방네 발가벗고 소리 지르러 다니는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할 뿐이었다.
돌연 어느 날, 정국은 꿍해있는 자신의 마음도 모르는 OOO가 미웠다. 저렇게 교실 뒤에서 친구들이랑 깔깔거리며 수다떨기나 하고, 속 편해서 좋겠다. 누군 지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다리만 달달 떠는데. 갑자기 왜 저렇게 변해버린 걸까. 분명 속에 마귀가 들어간 것이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리 한순간에 변해.
그날 하루, 찐득한 우울함에 빠져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게 허우적거리던 정국은 힘없이 집에 도착해서는 침대에 엎드려누웠다. 계속해서 자신을 무시하는 OO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다. 내가 바퀴벌레도 아니고, 서글퍼서 살 수가 없어.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정국은 베개 커버에 자신의 눈코입에 달린 구멍 자국이 다 젖어들도록 애통하게 울었다. 엉엉, 나한테 왜 그러냐고, 오늘은 구몬 선생님도 보기 싫어. 방문을 닫고 베개로 입을 막으면 소리가 안 새어 나갈 거라 생각했지만 거실까지 그 서글픈 울음소리가 다 들렸다는 건 함정.
게다가 밤새 얼마나 울어댔는지 다음 날 퉁퉁 부은 얼굴로 코를 훌쩍거리며 학교에 간 정국은 더욱 서글프게도 친구들의 놀림을 피하지 못했다.
정국의 눈물을 마지막으로 둘의 삼학년은 또다시 어영부영 지나가고 말았다.
중학교 때 복도에서 가끔가다 마주쳐도 정국은 눈만 동그랗게 뜰 뿐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다. 또다시 초등학생 때처럼 무시당할까 봐 무서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1학년을 뺀 5년, 그리고 중학교 3년, 총합 8년, 길다고 하면 긴 시간 동안 서로는 서로를 피해 다니기에만 열중했다.
그렇게 서로는 서로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출격! 애증남녀!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3/02/21/44792232409f3032a99ddd5611c749c9.gif)
"네가 뭐 잘못했겠지"
정국의 구구절절한 과거사를 들은 석진이 과자를 입안에 넣은 채 말했다. 네가 뭐 잘못했겠지. 그 말에 정국은 허! 하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내가 뭘?"
"나쁜 말을 했다거나, 뭘 뺏었다거나 그런 거 있잖아"
"걔한테 내가 욕하고 뺏을게 뭐 있다고, 그리고 나 그런 애 아니었어"
"근데 너 왜 초딩 설날 때 우리 집 와서 내 힐리스 가져갔어"
"아니, 형은 그 이야기가 지금 왜 나와? 엄마한테 뒤지게 맞고 돌려주러 갔잖아"
석진은 그런 정국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때렸나 보지"
"형, 나 평화주의자인 거 몰라?"
"이제 알았다"
"됐고, 형 내 이야기나 계속 들어봐"
석진은 정국의 손에서 과자봉지를 강탈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정국은 상관없다는 듯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가 그 여자애를 얼마 전에 만났거든? 개강하고 나서 얼마 안 지나서 우리 동네에서 만났단 말이야. 근데 또 타이밍이 더럽게 안 좋았던 거 있지. 복학하고 개강파티에서 만난 동기 여자애가 나보고 번호 달라고 막 졸졸 따라왔었다니까? 내가 싫다고 싫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어? 내가 아직 죽진 않았지. 아니 이게 아니라. 근데 그걸 하필 OOO가 본 거야!
몇 년 만의 첫 만남에도, 해가 져버린 어두운 밤하늘에도 정국은 붉은 가로등 불빛에 비춰진 OO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마음속에서 빼내려 해도 도저히 뺄 수 도 없고 빼고 싶지도 않게 콕 들어박혀버린 다이아몬드 같은 아이를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많이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 얼굴에 정국은 무표정으로 잠깐 얼굴을 굳혔다. 머릿속에 당장 앞에 서있는 여자는 온 데 간 데도 없이 OO가 가득 찼다. 아까 고개 들어선 잠깐 내 얼굴 본 거 같은데 또 이렇게 무시한다는 말이지. 반가움과 호기심, 그 중간에서 벙찐 채 있던 정국은 계속해서 번호를 달라고 조르는 여자에 이를 악물고는 무작정 OO를 불러 세웠다.
"나 여친 있거든?"
"... 뭐?"
"야! 너 어디 가!"
설마 했지만 역시나 OO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야! 어디 가냐고! 여러번의 부름에도 전혀 뒤를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 OO에 정국은 아랫입술을 힘주어 깨물고는 앞에서 알짱 거리는 여자를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는 이름을 부르며 OO의 어깨를 붙잡았는데 아무런 사실도 몰랐던 OO는 그제야 세상만사 놀란 표정으로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 전정국?"
대번에 자신을 알아보는 OO에 정국은 남모르게 웃음을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너 진짜, 남친이 이렇게 떡하니 곤경에 처해있는데 이러기야? 섭섭하다, 나"
"..."
"그리고 이 밤중에 어딜 돌아다녀"
OO의 입에서 근 10년 만에 나온 자신의 이름에 정국은 OO 때문에 펑펑 울던 자신의 지난날은 모조리 잊어버린 채 신나게 상황극을 시전했다. 아닌데요? 하고 안 받아줄 상황은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말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진짜 전정국의 여자친구냐며 묻는 여자의 질문에 언뜻 망설이던 OO는 어색하게 웃으며 네, 그런데요?라는 스프라이트를 뿌려댔다. 이래야 OOO 지...! 속으로 나이스를 2958373번 정도 내지른 정국이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너무나도 쉽게 포기해버린 여자가 길목을 떠나고 어린 날, 왜 자신을 무시 하나며 OO를 미워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정국은 헤실헤실 웃으며 반갑고도 반가운 마음으로 OO의 뒤를 따랐다. 그와 비교되게 무감정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기는 OO. 흡사 초등학교 일학년 때의 모습이 완전히 반전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저 자신의 편을 들어줬단 이유만으로 정국은 OO가 어릴 적의 사이가 좋지 못했던 일들을 모두 잊은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사이좋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마음이 퐁퐁 샘솟는 듯했다. 이제 다시 기회가 생긴 것 같았다.
"근데! 왜! 내 톡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지?"
"네가 너무 농담처럼 가볍게 보낸 거 아니야? 그게 아니면 아직도 싫어한다거나"
"이제 다 잊을 때도 됐잖아"
"..."
"형은 그렇게 생각 안 해?"
정국은 제 핸드폰을 두 손으로 부여잡으며 울 듯이 징징거렸다. 석진도 썩 교제 경험이 많은 건 아니었기에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수가 없었다. 나한테 물어보면 내가 참 잘도 알겠다.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을까. 형은 알잖아, 나보다 2년 더 살았으니까 잘 알 거 아냐. 인생의 선배가 이럴 때 도움을 줘야지"
"나도 몰라, 내가 어떻게 아냐. 그냥 네가 잘못했겠지, 가서 빌어"
"내가 뭘 잘못했는 줄 알고, 벌써 10년 넘게 지났는데?"
석진은 대답 없이 있다가 인생의 선배로서 차분히 정국의 등을 다독였다.
"나한테 이러지 말고, 진정해. 밖에 잠깐 나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는 게 어때"
훌쩍.
정국은 자신의 톡에 아직껏 울리지 않는 애꿎은 핸드폰만 노려보았다. 하지만 여기서 정국은 간과한 점이 있다. 석진은 인생의 선배이자 훌륭한 팩트 폭력배라는 것을. 여기서 다시 한 번 흐르듯이 지나간 석진의 말을 곱씹어 보았어야 했다.
>>출 격 ! 애 증 남 녀 !<<
W. 선옥
쉬어야 하는 날에 민윤기나 만나서 과제를 해야 한다니, 내 팔자도 참 고달프다. 우리 팀 세명 모두 장거리 통학러인 탓에 모두가 사는 곳의 중간지점이면서 교통 편이 편한 곳에서 과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놀랍게도 정한 곳은 우리 동네, 와우. 민윤기와 선옥이 집 사이의 딱 중간지점이라나. 학교, 집, 학교, 집, 이 단조로운 인생을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관짝에나 들어가서야 가능한 일일지도.
만나기로 한 동네 카페에 일찍부터 할 일 없이 창가에 앉아있으니 어쩐 일인지 민윤기가 약속 시간 십 분전에 와선 손을 흔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각할 줄 알았는데.
사사로운 이야기를 할 사이까지는 못 되는 터라 민윤기와 약간 서먹하게 마주 앉아있는데 때마침 폰이 울린다. 선옥인가 해서 확인을 해보니 역시나 선옥이다. 이 기지배야 왜 안 와.
이선옥
───────
OO야....
나 오늘 못갈거가태퓨퓨ㅠㅠㅠ 오후 2:58
오후 2:58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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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들이랑
밤새도록 달렸드니
술독 올라부렀으~^*^ 오후 2:59
오후 2:59 뒤져 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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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입니다ㅜ
민융기선배한테는 비밀루~☆ 오후 2:59
오후 3:00 지랄ㄴ
![[방탄소년단/전정국] 출격! 애증남녀!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3/02/21/7158d061162d45ceba863d43d91361e0.jpg)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니 진짜 두시 반에 일어낫오
주제 선정하구 예시자료 조금만
찾아서 보내주면 오후 3:00
![[방탄소년단/전정국] 출격! 애증남녀!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3/02/21/7158d061162d45ceba863d43d91361e0.jpg)
내가 집에서 혼자 자료찾구
마무리하구
완벽히 정리할게여ㅜㅜㅜㅜ
피피티도 만들어갈게ㅜㅜㅜ 오후 3:01
너 나중에 학교에서 볼 때
오후 3:02 뒤통수 조심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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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옥?"
톡을 보고 머리를 부여잡자 눈치 빠른 민윤기가 물었다. 때때로 같이 다니다보면 내가 눈치채지 못한 것까지 알아보는덕에 흠칫거리며 놀랄 때가 있다. 썩은 표정으로 배터리 닳을까 닫아두었던 노트북 모니터를 피며 말했다.
"술독 올랐대요"
"그래서 못온대?"
"저희가 주제 선정하고 예시자료 조금만 보내주면 자기가 다 알아서 정리하고 피피티까지 만들어오겠답니다"
"못온다는 소리구만"
민윤기는 쇄골께를 긁으며 하품을 했다. 보통 이정도면 화가 날만 하지 않나. 민윤기는 화가 났다거나 실망을 했다거나하는 기색을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다. 저정도면 살아있는 붓다가 아닐까싶다. 다른 선배들 같았으면 어떻게 못올 수가 있냐고 벌써 노발대발했겠다. 내가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민윤기도 메고 온 백팩에서 제 노트북을 꺼내서는 옆에 있는 아메리카노를 쪽하며 빨아마셨다. 그리고는 아, 하며 몰랐다는 듯이 탄성을 내뱉는데 왜그러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짜증난다는 듯이 얼굴을 지푸렸다.
"나 카페인 먹으면 잠 못자는데"
팀원 술독 올라서 모임 빠지는 건 괜찮고 잠 못자는 건 그렇게 짜증낼 일이었군요. 한 입밖에 안마신 아이스티를 아무 말 없이 쓱 밀어보이자 민윤기는 좋다며 제 빨대를 아메리카노 컵에서 빼선 내 아이스티를 쪽쪽 빨아마셨다. 오늘 내 목표는 무탈하게 주제 선정하고 예시 자료를 찾아서 선옥에게 보내주는거니 절대 민윤기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된다. 단번에 아이스티 반을 빨아먹은 민윤기는 평온해진 얼굴로 돌아왔다. 이래야 민윤기지.
"얼른하고 끝내죠"
내 말에 민윤기도 빨대에서 입을 떼지 않고는 알겠다는듯이 검지와 엄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
석진에게 쫓겨나듯 집에서 나온 정국은 터덜거리며 동네를 걷다 길바닥에 버려진 커피 캔을 큰 소리나게 찼다. 깡깡 거리며 저 멀리 떨어진 캔에도 속이 시원치않다. 캔은 억울함에 살 수가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국은 후, 하며 길게 숨을 내뱉었다. 아 답답해. 초등학생도 아니고 OO를 막무가내로 놀자며 막 불러낼수도 없고, 더 큰 문제는 그럴 정도로 유한 사이도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다 톡에는 왜 또 답장을 안 해주는 거지, 얼마 전까지만해도 받아주긴 했는데 오늘은 왜 확인표시인 숫자 1도 사라지지 않는 건지.
정국은 마른 세수를 하다 이내 머리를 마구 헝크러뜨렸다. 짜증이 난다는 뜻이다. 도대체 내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도통 힘없는 발걸음으로 정처없이 걷던 정국은 문득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느릿느릿하게 지민이 알바하는 편의점으로 돌렸다. 딱 알바가 끝날 시간이니 폐기라도 얻어먹을까 하는 심산이었다.
뭐, 그런 귀여운 심산을 비웃듯이 지민은 편의점 조끼를 착장하지 않은 채로 정국을 마주했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출격! 애증남녀!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8/08/2/71f4e618ff407d154dedc73aa8c8d48b.gif)
"정국아"
"형 알바 벌써 끝났어?"
"오늘 교대분이 빨리 오셨더라고"
"아, 왜 벌써 끝내"
정국은 통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쓸모없는 앙탈을 부렸다. 지민은 그저 속도 없는지 하하 웃으며 말했다.
"편의점 가려고?"
"아니, 형한테 폐기 얻어먹으려고"
정국의 뻔뻔함이 맥스에 도달했다. 지민은 장난과 진심을 반반씩 담은 주먹을 정국의 팔뚝으로 날렸다. 하지만 평소 할 일 없을 때 운동을 하는 정국의 팔뚝보다 지민의 말랑한 주먹이 더 아프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나 오늘 폐기 가져온거 없는데 어떡해?"
"됐어, 동네나 조금 돌다가 집에 들어가야지"
집 하나를 두고 사는, 그러니까 거의 옆집에 사는 둘은 나란히 발을 맞춰 걷기 시작했다. 평소같았으면 형 있잖아 내가 어쩌고 저쩌고 쫑알쫑알 말을 늘어놓을 정국이 조용하다. 어렸을 때부터 이웃사촌으로 알고지낸게 얼만데 그거 하나 못알아 볼까, 금세 오늘따라 유독 다운되어있는 정국의 상태를 알아챈 지민이 슬슬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왜 그래? 안좋은 일 있어?"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진짜?"
"아니라니까. 다 그렇잖아, 어떨때는 좋고 어떨때는 나쁘고. 그냥 오늘따라 조금 별로..."
별로오오오...하며 말끝을 길게 늘이는 정국에 지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길을 걷는 정국의 시선이 어느새 옆에있는 지민의 어깨 뒤로 넘어가있다. 그리고는 곧 뚝, 하며 발을 멈춰세우는데 저 멀리 보내는 시선이 심상치가 않다. 그 시선이 닿은 곳으로 지민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정국은 혼자만 들릴듯 중얼거리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와 진짜 오늘 기분 별로네"
*
속성으로 두 개의 주제 선정을 끝낸 나와 민윤기는 노트북 키보드를 톡톡 두드리며 지루함에 눈을 꿈뻑거렸다. 아, 대충하고 선옥이한테 보내버릴까. 어제 술처먹고 모임에 오지도 않았는데. 뻐근한 어깨를 부여잡으며 이리저리 목을 뒤틀자 찡하며 뒷골이 당기는것이 보통 피곤한게 아니다. 어떻게 주말이 주말같지도 않냐.
카페에서 파는 케익이나 먹으면서 잠깐 쉴까하는 마음으로 마우스에서 손을 떼는데 앞을 바라보니 이미 민윤기는 두 손을 놓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있다.
저렇게 심각한 표정은 처음이라 당황한 내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왜요, 하고 묻자 제 노트북 옆에 있던 아이스티 잔을 옆으로 밀고는 입을 여는 민윤기.
"잘 들어,OOO"
왜 이래 이 인간이, 과제하기 싫어서 실성했나.
지금 내 상태를 텍스트로 표현하자면 무수히 많은 땀들이 공백을 가득 채울 것이다. 왜 그러는데요... 하고 재차 질문을 하자 민윤기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조심스럽고도 은밀하게 말을 했다.
"너 혹시 근래에 누구한테 원한진 적 있어?"
세상에 이게 무슨 저스틴 비버, 절 들어가는 소리야, 내가 얼마나 착하게 살아왔는데 원한은 무슨 원한. 아까 마신 카페인 한모금에 사람이 정신이 나간 것 같다. 여러분 이렇게 커피가 위험합니다.
뭔 헛소리냐는 듯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자 민윤기는 한 번 더 물었다.
"그러면 혹시 스토킹 당한 적은?"
"없어요"
"그러면 어디 폐가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귀신을 본 적은?"
"없다니까요"
"그럼 도대체 뭐지?"
그러게요. 선배는 도대체 뭐지?
근본 없이 쓰잘떼기없는 민윤기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던 나는 그냥 시답지 않은 장난이구나 싶어 잔을 들었다. 그리고 한 입 마시자마자 내 머리위로 지는 새까만 그림자와 함께 쿵, 하는 묵직한 두드림소리가 들려왔다. 창가에 앉아있던 나는 미세한 진동에 화들짝 놀래며 민윤기의 눈이 향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출격! 애증남녀!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3/02/21/de6ef9b7f4b595d64fa0e480db14cf52.gif)
이젠 놀랍지도 않다.
아니 사실은 놀랍다. 들고있던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매일 마주치지는 않지만 틈날 때마다 동네에서 마주칠 정도면 전정국과 나 사이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있는 터라 똑바로 들리지는 않겠지만 전정국? 하고 외치자 전정국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옆에서 신난 얼굴로 내게 손을 흔들고 있는 지민ㅆ..., 박지민. 민윤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와 전정국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 뭐야, 아는 사람이었어?"
"제 스토커예요"
"어?"
내 스토커라고 소개하기가 무섭게 전정국은 카페 안으로 들어와서는 다 들으라는 듯이 말을 했다.
"나도 커피나 좀 마시다 가야겠다"
마시든 말든.
하지만 곧 내 심정은 마시든 말든에서 제발 저리꺼져로 바뀌었다. 판판한 얼굴로 아메리카노를 들고 온 전정국이 내 옆에 앉았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박지민은 민윤기 옆에 자리 잡았다. 집중 안되게 왜 하필 앉아도 내 옆자리인지. 과연 전정국은 내 학점을 떨어뜨리기 위해 우리 교수님이 고용한 스파이가 아닐까싶다. 의자 등받이에 완전히 몸을 기대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던 전정국은 민윤기를 똑바로 바라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OOO 초등학교 친구 전정국입니다"
초등학교 때 잠깐 친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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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디캅. 선옥입니다. 모두들 즐거운 스쿨라이프 보내고 계십니까?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아니오. 제가 친구들하고 개강맞이 알콜파티를 했더니 글 앞부분에서 알콜냄새가 좀 나는 것 같네요. 부디 참아주세요... 그리고 언제 화해하냐는 말씀들이 많으신데, 오해푸는 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롸라라 지금까지 저번 화부터 이번 화까지 정구기 시점이 많은건 전개상 어쩔 수 없어서 독자님들의 이해 plz... 뭐 나중에 둘이 꽁냥거리는 것이 중요하죠 하하 참고로 냄준과 호석이, 태형이 셋 다 나올 각 지금 재고 있으니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되어용 호호 안나오면 섭하죠. - 후... 언제 종강하죠..? (벌써 말라비틀어짐) 나 선옥쓰 사담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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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신청받구 초성순으로 정리하도록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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