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IU - 밤편지
"뭐 읽어요?"
"로미오와 줄리엣."
"언제는 재미없다면서."
"재미는 없어."
"선배."
"왜."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렇게 빨리 목숨을 끊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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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
w. 복숭아 향기
영화관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내 앞을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의자 위에 앉아있었다. 팝콘을 사러 간 너는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란 포스터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미녀와 야수.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엠마 왓슨이 참 예뻤다.
가끔 너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클리셰를 좋아하곤 했다.
방 한 켠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 중 반 이상은 진부하기 그지 없는 그런 책들이었다.
늘 같은 이야기만 반복이 되는 걸 왜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걸까 라는 의문을 품을 때가 많았지만 너는 오히려 그래서 클리셰가 좋다고 내게 말을 하곤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정착이 되는 거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는 게 너의 논리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클리셰를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꼬인 인간이라.
그런 내게 이런 전형적인 공주 스타일의 스토리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미녀와 야수.
이 동화가 주는 교훈은 매우 간단했다.
사람은 겉모습으로만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살펴봐야 한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정말 아름다운 것이다.
글쎄... 미녀는 야수의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야수를 사랑하지만 야수는 과연 어땠을까.
미녀가 '미녀'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여자였어도 야수는 그녀를 사랑했을까.
아니. 나는 절대 아니다 에 한 표를 던질 수 있었다. 그렇게 따지면 이름부터 웃기잖아. belle. 아름다운 여자.
그렇다면 미녀는 야수를 사랑했을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려 했고 자신을 성 안에 가둬놨던 그 야수를 미녀는 어떻게 사랑하게 된 걸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
"선배."
언제 왔는지 위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작게 웃어보이며 내게 팝콘을 내밀었다.
나는 말없이 팝콘을 받아들었다. 나 이거 안먹는 거 알면서.
둘 다 팝콘 종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득바득 우겨서 결국 팝콘을 사온 너였다.
둘이서 방 안이 아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처음이라 들뜬 걸까. 나는 푸스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화 상영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너는 한 손에는 콜라를 다른 한 손에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었다.
하나는 네 것, 하나는 내 것이었다.
-
영화는 내가 예상한 내용 그대로였다.
엠마 왓슨은 참 예뻤고 노래는 참 좋았다. 스토리는 뭐... 말할 것도 없이 디즈니 애니매이션 그대로였고.
너는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해서 배실배실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부터 묘하게 기분이 좋아보이는 너였다. 나는 턱을 괸 채로 너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
"처음이잖아요."
"뭐가?"
"선배랑 이렇게 둘이 나온 거."
지금까지 못나오게 했던 사람이 누군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너에게 있기는 한걸까.
나는 괜히 빨대를 만지작거리며 눈을 내리깔았다.
영화관 앞에 있어서 그런지 카페 안은 매우 소란스러웠다. 마음만 같아서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있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뭐랄까...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저렇게까지 편안하게 웃음을 내보이며 나를 바라보는 네 모습을.
나랑 같이 나왔다는 사실이 좋은걸까, 아니면 그냥 밖에 나왔다는 사실이 좋은걸까.
그래.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집 안에 있으면 네가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네가 나를 집 안에 가둬놓는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었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내가 너를 집 안에 가두고 있는 셈이었다.
-
"근데 앞뒤가 안맞기는 했어요."
"뭐가?"
"미녀는 프랑스 사람이잖아요."
"응."
"근데 셰익스피어라니... 앞뒤가 안맞지 않아요?"
"그런가?"
"프랑스랑 영국은 유명하잖아요."
"거기서 그럼 레 미제라블을 외칠 수는 없잖아."
"그래요?"
"로미오와 줄리엣. 클리셰 돋고 좋네."
"흐음..."
네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왜? 내가 눈짓으로 묻자 너는 작게 고개를 가로저어보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탁탁 두드렸다.
너는 그런 내 손 위에 손을 겹쳐잡아왔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네 손은 참 따듯했다.
때로는 부정을 하고 싶을 정도로.
"왜."
"선배 입에서 클리셰가 좋다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사람들이 오랫동안 좋아하는 거에는 이유가 있는 거라며."
"그렇죠."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하고 정착이 될 정도면 영국이던 프랑스던 그런 건 상관없겠지. 게다가 책벌레 설정인데."
"헤에..."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조금 뒤로 물러났지만 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내 옆에 앉아 나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오늘따라 아니 한 번 쓰러지고 난 이후로 너는 조금 많이 변한 것 같았다.
가끔 되지도 않는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그렇고 오늘처럼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이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는 건데 설마 너도 그런걸까. 나는 손을 내밀어 네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너는 그런 내 손목을 그러쥐고는 내 손바닥에 가볍게 입을 맞춰왔다.
손바닥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간지러웠다.
"Put out the light, and then put out the light."
(촛불을 끄고나면 이 촛불[생명의 촛불]을 끄겠어요.)
"..."
"사랑의 클리셰는 비극이 많죠."
"희극도 많아."
"선배는 어떨 거 같아요?"
"뭐가?"
"비극과 희극."
"..."
"사랑의 클리셰는 어느 쪽일까요?"
나는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너는 여전히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있었다.
비극과 희극. 사랑의 클리셰는 어느 쪽일까. 라고 네가 물어왔다.
비극이냐 희극이냐.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방금 전 네 입에서 나온 말 중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사랑.'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래서 지금 네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
"Love looks not with the eyes, but with the mind. And therefore is wing'd Cupid painted blind."
(사랑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 그래서 날개가 달린 큐피드는 장님으로 그려져있죠.)
"준아."
"선배."
"..."
"나는 장님일까요?"
"..."
"아니면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일까요?"
"..."
"이왕이면..."
"..."
"저는 오셀로가 더 좋아요."
"..."
"로미오와 줄리엣도 결국은 비극이어서 세기의 사랑이라 하잖아요."
"..."
"사랑의 클리셰는 비극이 맞는 거 같아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너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런 네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 네가 챙겨왔던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전 세계가 기다려온 세기의 사랑. 이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사랑의 클리셰는 비극이 맞는 거 같다.
나는 포스터 한 쪽을 손으로 그러쥐었다. 곱게 그려져있는 드레스 자락이 구겨졌다.
그렇게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보다는
그들은 결국 사랑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함께 목숭믈 끊었습니다. 가 더 여윤이 짙게 남는 건 사실이었다.
여운이 짙을수록 사람들은 오랫동안 기억을 하는 건은 당연했고.
어쩌면 그래서 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네가 입 밖으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는 거 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네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내가 클리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모습 즉 우리의 사랑을 알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를 사랑하는 '너'의 모습은 오로지 '나'만 간직할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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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두유망개 뱐드 현 꾸룩 방칠이방방 달 뜌 윤기와산체 열렬 토끼 다이아몬 뷔스티에 슬픔이 기쁨에게 대추차 땅위 보보 숭니 녹차맛콜라 뉸뉴냔냐냔 헤융
별 초코아이스크림2 마솨 무네큥 호빵이 꾸꾸낸내 단아한사과 찡 쩨이호옵 슈비 밤툰 그때쯤이면 인디핑크 짐꾸 자도 남준이성애자 봉석김 코코링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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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코리타 너만볼래♡ 핫초코
여주가 각성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화는 미녀와 야수를 본 분들이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사실 안 본 분들도 이해할 수는 있어요. 중간에 나온 대사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인 오셀로 그리고 5대 희극인 한 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분량이 좀 짧네요. 죄송합니다...
암호닉 신청 받을게요! 6화가 올라오기 전까지 받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제 글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