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병신아.
03
" 씨발, 딱 하나밖에 안남은 초코우유였는데.. 아진심 내가 싸움만 좀더 잘했어도. 흑. "
" 그냥 포기해, 이미 뺏겨버린 걸 어쩌냐. 지나가는 거지한번 도와줬다고 생각해. "
" 표지훈이 거지냐? 그새끼 소문들어보니까 졸 갑부라는데 왜 선량한 서민의 식량을 약탈해가고 지랄. "
" 피크닉이라도 먹을래? "
축쳐져있는 갈색머리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권. 과자를 집어 입으로 나르던 손을 옆구리에 끼고있던 피크닉으로 가져가 경이의 볼에 척 들이밀었다. 아 차가, 뭐야 이거 우지호 줄거잖아. 안먹어.
우걱우걱 게걸스럽게 과자를 씹어먹던 권이 정색을 하는 경을 보고서 야, 먹지마 먹지마. 지혼자 의리 있는 척은. 입안에 있는 걸 체 삼키지도 않은체 고래고래 뒤에서 소리를 쳤다. 어디서 오리가 꽥꽥거리나...
썩을 대로 썩어버린 기분에 인상을 찌푸린체 양쪽 귀를 막은 경이 주절주절 뒤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권을 뒤로하고 교실문을 퍽소리나게 열어재꼈다.
경은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눈앞에서 천천히 수명을 다하고있는 초코우유를 보고는 뒤로 넘어갈뻔 했다. 마이 달링을 양손으로 붙잡고 쪽쪽 빨아대는 놈이 어떤놈인지는 몰라도 고통스럽게 으께주겠다는 결심을하고 큰눈을 부라렸을때 였다.
"초코 우유 맛있어? "
"응, 고마워. 이렇게 까지 안해도 되는데. "
시종일관 느끼한눈빛을 쏴대고 있는 지훈과 아직도 겁을 먹어 손을 덜덜 떨면서도 초코우유는 절대 손에서 놓지않는 지호가 경이의 사슴같은 눈망울에 가득찼다.
이런 씨벌!! 우지호 저 씨벌놈.. 밖으로 튀어 나올뻔한 육두문자를 속으로 삭히기위해 주먹을 그러쥐고 입에 물었다. 미친놈아! 왜이래! 배신감에 온몸을 베베꼬며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모습에 권이 경이의 어깨를 잡고 세게 흔들었다.
그때서야 정신을 퍼뜩 차린 경이 권이의 옆구리에 낑겨있던 피크닉을 뺏어들었다. 몹시 흥분한 나머지 인중이 길어져 폭력적으로 피크닉을 쥐어 뜯기시작. 입 혀 목구멍 순서가 아니라 입 목구멍 순서대로 혀에 느낌조차 닿지않게 꿀꺽 꿀꺽 삼켜 원샷으로 끝내버렸다.
" 어휴. 제대로 또라이 인증하네. "
"... ... 으억. 졸라게 맛있네!! 초코우유보다 몇백배는 더 맛난다!!! "
"그래,그래...누가뭐래도 피크닉이 짱이긴 하지. "
경은 자신의 등을 토닥여주는 권이의 손을 뿌리치고 아직 다 들어가지 못해 줄줄 흐르고있는 불쌍한 음료를 박력있게 손바닥으로 쓸어내보였다. 그리고 오른쪽에 쥐고있던 빈곽을 꽉 잡고 구겨뜨렸다. 복수할꺼야, 우지호.
권은 경의 손끝에 뚝뚝 떨어지는 투명한 액체에 더럽다며 경악을 금치못했다. 아마 몇달은 이 사과맛음료를 입에 대지도 못할것같았다. 씩씩거리다 결국엔 자기분에 못이겨 뒷목을 잡아 권의 부축을 받고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경의 뒷태는 금방이라도 바스러질듯 팔랑거렸다.
*
지루하디 지루한 한국사 시간. 아마 자고 싶은 마음은 다들 굴뚝 같을 것이다. 몇몇은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꾸벅꾸벅 졸고있었고 열심히 듣고있는 건 정말 소수의 인원.
나머지는 멍하니 칠판만 바라보며 선생이 자신에게 질문같은건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있었다. 그와중에 창가에 앉아 혼자 햇볕을 받으며 반짝 반짝 빛나고 있는 지호. 소수에 인원에 들어가는 이 우수한 학생을 넋이 빠진듯 바라보는 한 오랑우탄이있었다.
오랑우탄과 전교일등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헐, 나 졸라 작명 잘하는듯. 이젠 아예 몸을 틀고 앉아 노골적으로 지호를 바라보는 지훈. 그걸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찬열이있었다. 한심한놈.
찬열이 지호을 흘끗 쳐다보니 뭔가 마려운표정이다. 낑낑거리며 지훈의 시선을 버거워하는 지호도 불쌍하고, 그것도 모르고 죄다 퍼줄라고하는 지훈도 아주 병신같기 그지없었다. 나처럼 요령이 있어야지.
씩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은 찬열이 공책의 끄트머리를 찢어서 그위에 지렁이가 기어가는 글씨로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백현아, 오늘 끝나고 시간있어? 이오빠가 맛있는거.. 아니아니. 이게 아냐.
우리 백현이는 오빠소리 싫어하는데. 혼자생각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지우개로 쓱쓱 지우고 다시 써내려갔다. 이쁜 우리 백현이, 오늘 끝나고 시간있어? 마지막을 빨간색 하트로 마무리지은 찬열이 가르마를 쓱 정리하고 큼큼하고 목을 푼뒤 자신의 앞옆에 있는 백현의 등어리를 손가락으로 콕찍었다.
답이 없는 백현의 동그란 뒷통수를 보고서 볼안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러다 실실 쪼개기시작. 한번쯤은 튕겨야 제맛이지.
"백현아 "
"... ... ... "
"변백현! "
들리게끔 작게 속삭이니 이제서야 백현이 인상을 구기며 고개만 살짝 돌렸다. 뭐, 병신아. 수업이나 들어. 그리고 입모양으로 메세지를 전달.
두번 찔러서 대답해줬어. 대박. 찬열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작게 접은 종이 쪼가리를 건네 주었다.
정적을 깨는 이 초조함. 제발 긍정적인 대답이 들려오길 바라며 두손을 맞잡고 염불을 외고 있을때였다. 찬열의 정수리에 종이모서리가 닿았다가 떨어졌다. 오 마이 백현님. 씨발 졸라 감격.
호들갑을 떨며 종이를 열어본 찬열의 표정이 똥이 된것도 순식간이였다.
ㅗ 꺼져 ㅗ
상남자 백현 다운 상큼한 대답이었다.
*
" 야 이 붕슨같은 새끼야, 그렇게 좋냐? 좋아? 좋아 죽겠어??"
" 어, 좋아 뒤지겠음. 내가 왜 이제서야 지호를 알게 된걸까. 난정말 병신이야 . 죽을때 까지 쳐맞아야되 더 때려줘 준홍아."
" 와, 이것도 병이네. 중증이야 "
지호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돋는 지훈의 양볼에 싸대기를 날리던 준홍이 지친듯 숨을 헥헥 몰아쉬었다. 늘 그렇듯 문제집을 빤히보다가도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지호를 보던 지훈이 허헝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 귀여워, 귀여워. 이젠 팔을 책상위로 모으고 고개만 돌린체 우지호라는 아름다운 피사체를 관람하는 지경까지 오게됬다. 그놈에 우지호가 뭐라고 자신의 친구를 이리도 병신새끼로 만들어버리는지. 찬식이 한숨을 푹쉬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쯤이면 현란하게 입근육을 움직이며 쫑알거려야할 한놈이 보이지않자 찬식이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책상과 혼연일체가되어 끅끅 거리는 찬열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었다.
" 뭐야, 잰또 왜저래? "
" 변백현 한테 또 까였다나 뭐라나. "
" 진짜 멀쩡한새끼 한명이없네. "
" 나 있잖아. 뿌잉뿌잉. "
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끓어올라 목구멍까지 들어찬 느낌을 받은 찬식이 가슴을 부여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헐, 뭐야. 토함?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서 낄낄거리며 그뒤를 종종 따라가는 준홍이었다.
자신의 친구가 죽건 토하던 뭘하던 신경 쓸세가 없는 지훈이었다. 지호의 순간순간의 행동을 캐치하기도 이 쉬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눈깜빡하는 시간도 아까우니 말다한 셈.
입꼬리가 귀끝에 걸쳐있던게 서서히 내려갔고 지훈의 머리속에 적신호가 삐용삐용 울렸다. 긴급상황. 반경 1M 지호님에게 누군가가 접근한다.
몸을 벌떡 일으킨 지훈이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 비리비리하게 생긴모양새가 건들거리며 걷는걸 보니 아부계의 대부 성광이 틀림 없었다. 아유 저 씨방새가.
" 야 야, 오늘 내가 축구좀 하려고 하는데. 과학 숙제좀 해주라. "
" 아 과학 숙제, 나이것만 먼저하고서 해줄게. "
" 그래 내가 항상 너에게 고맙다. 내가 숙제를 하고나면 축구할 시간이 없어진단 말이야 그러니까- 악!!! "
사장님 나이스샷. 성광의 뒷통수를 제대로 찍은 과학책이 제 사명을 다하고 교실바닥으로 널브러졌다. 어떤 호로 새끼야!! 뒤질려고!!
뒷통수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돌린 성광이 목을 좌우로 꺽으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지훈을 스캔하고서 차마 말을 다 끝마치지못했다. 몸이 굳어서 돌이되버린것은 보너스. 금방 쪼그라들어서 굽신거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 자기에 일은 스스로 하자. 초딩때 구몬 학습지도 안풀어 봤냐? "
" 미안, 미안. 내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그게 오늘 축구를 한다고해서.. "
" 그래도 입을 나불거리네. 또한번 맞아봐야 정신을 차릴려나. "
빵사올게 지훈아!! 성광이 해맑게 웃으며 교실 밖을 나가자 한창 떠들석 해야할 점심시간 교실풍경이 싸하게 변했다.
그냥 간단한 숙제. 그딴거 해주면 될것을 일을 아주 크게 만들어버린 지훈이 못마땅한 지호였다. 슬금슬금 지훈의 눈치를 보던 지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화장실좀 다녀와야겠다.
지호의 어색한 말한마디에 들뜬 표정을 하고서 손목을 잡아오는 지훈에 움찔. 지훈이 지호에 옆에 앉아있던 짝꿍에게 눈짓을 해보이자 잽싸게 가방을 챙겨 자리를 이동했다. 그저 이름만 친구인 성규다운 행동이었다. 성규가 있어야할 곳에 떡하니 자리하고 앉는걸 지호가 멍하니 쳐다보니 빙구같은 웃음을 짓는 지훈.
" 걱정되서 안되겠어. 이제부터 내가 니짝꿍이야. "
씨발, 어떻게 엄마. 나 좆됬어.
☆ 암호닉 정리 ☆ |
이불님 포텐님 지호워더님 빡댐님 쌀알님 복숭아님 뱅뱅님 쀼뀨님 레고님 눈이와요님 핫삥꾸님 코큰님 떡덕후님 호닉님 꿀님 0903님 가잉님 뽀뽀틴님 새주님 피코방앗간님 맥쥬님 코쟁이님 귤님 우샤론님 김밥님 챕스틱님 지구님 규요미님 폰님 0201님 권말이님 섹시한우지호님
빠진건 없냐요?ㅎㅎ 우와 암호닉많네여 신청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알신은 사랑입니다여러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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