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경이와 눈은 마주치지 못할것 같아서 화장실 바닥만 쳐다보는데 눈앞이 흐려졌다, 맑아졌다 눈에서 눈물이 툭툭 떨어진다. 데뷔하기 전이나 데뷔한 후로 멤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공백기간 동안 멤버들 모두 우울해져서 훌쩍일 때도 나만은 작업실에 틀어박혀서 미친듯이 곡을 썻던게 생각난다. 나또한 견디기 힘들만큼 무너졌지만 그렇다고 나마저 주저앉을수는 없었다. 회사 사람들이나 멤버들 모두 나를 보고 냉정한 놈이니, 왜 아무렇지도 않냐든지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친듯이 가사를 적는것도, 미친듯이 리듬을 만드는 것도 내게있어선 내 안에 응어리진 슬픔을 토해내는 수단일 뿐이였지, 해소할수있는 방법은 아니였다. 그럴때마다 내가 찾는 사람은 나의 부모님도, 사장님도, 나의 애인인 표지훈도 아닌 경이였다.
"우지호...너...울어?.."
"경아...그럼 안되....나한테는..이제..너밖에 안남았어......."
"우지호....지호야.."
표지훈에게는 말할 수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녀석은 항상 나에게
'형- 진짜 멋있어요-!!'
'형! 형은 진짜 최고예요!'
'역시 블락비 리더다워요-!'
녀석에게 있어서 나는 항상 멋있고, 단단한 버팀목 같은 사람이고, 소유하고 싶은 사람일뿐이다. 나는 그걸 안다. 그래서 말할수 없다.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일 뿐이라도, 아껴주고 싶은 사람보단 그냥 가지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도 나는 녀석에게 쓰러지는 모습따윈, 무너지는 모습따윈 죽어도 보여주기 싫다. 녀석이 먼저 고백했다 할지라도 좋아 한건 내가 먼저 일테니까...
그래서 정말 힘들때, 도저히 견딜수 없을때, 경이를 찾았다. 경이는 그럴떄마다 조용히 나를 토닥여 주거나 안아줄 뿐이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견딜수 있었다. 근데 마지막 희망인 경이 마저 나를 버리려 한다.
"왜 너한테 나밖에 없는데? 표지훈도 있잖아...?!
일단 울지마...울지말라고!!.."
"................."
"지호야..울면 숨 딸려...울지마...소리 질러서 미안하니까..
울지마..지호야.."
나보다 작은녀석이 손을 뻗어 눈가를 닦아주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눈물 때문인지, 내 안의 감정이 폭발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심장이 너무 뛰었다. 불안한것 처럼.. 너무 세차게 뛰어서 울렁거리는 기분에 구역질이 치민다.
"..둘이 ...지금 뭐하는거예요..?"
마치 녀석이 온 걸 알았다듯이...
심장이 미친듯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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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굳어버린 우리 둘을 보던 표지훈은 별 말 없이 그냥 나가버렸다. 사고회로가 정지해버린듯 녀석이 나간 문 만 쳐다보는데 경이 녀석이 내 얼굴을 잡고 돌리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문에서 경이에게로 돌아왔다. 하지만 내 눈에는 경이는 보이지않고 계속해서 녀석이 나간 문 만 떠다니며 머리를 어지럽힌다.
"우지호. 똑바로 말해봐, 너랑 표지훈 헤어졌어?"
헤어졌다니, 입에 담기도 끔찍한 말이다.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니 경이가 한숨을 푹 내쉬며 얼굴에 남아 있던 눈물을 마져 털어내준다.
"그럼..몇일 전부터 너네 분위기 왜그러는데..?
괜히 옆에 있는 다른 멤버들도 어색해지는데,, 표지훈 그새끼는 계속 태일이 형하고만 있고,
싸웠냐?"
"아니..."
"그럼 뭔데... 권태기냐?"
"모르겠다....나도 모르겠어..."
"아...미치겠네...."
경이는 머리를 한번 쓸더니 나를 쳐다보곤 내머리에 손을 얻는다.
"....아픈데 화내서 미안"
아직도 머리는 지끈거리지만 경이의 말에 이상하게도 아침부터 지긋지긋하게 조여오던 가슴이 한결 풀린듯 시원했다.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소파에 앉아 있는 표지훈이 보인다. 막 녀석에게 가려는데 매니져형이 얼른 차로 이동하라고 재촉해서 결국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차에 끌려왔다. 차에 다시타자 후끈한 열기때문에 좀 나아졌던 머리가 다시 아파온다.
쇼 챔피언 대기실에 도착해서 부터는 쭉 쇼파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멤버들이 떠드는 소리, 매니져형의 가만히 좀 있으라는 소리, 코디 누나들의 수다소리...
그 중에도 유독 튀는 굵직하고 거칠한 소리에 눈을 뜨는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또 태일이 형 옆에 붙어서 재롱을 부려대고있다. 열이 오르고 숨쉬기가 힘들고, 심장이 빨리 뛰는데, 녀석은 그걸 모른다. 내가 감기에 걸린 것도 밤 늦게 거실에서 녀석을 기다리다 잠드는 바람에 걸린 것인데도 녀석은 그걸 모른다.
"표지훈."
내가 녀석을 부르자 녀석을 중심으로 웃고 떠들던 멤버들이 조용해진다. 불러도 대답없는 녀석에 다시한번 불렀다.
"표지훈"
"...네?"
"이리 와봐."
이리오라고 몇번 주춤 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에 또 가슴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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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완전 망그루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원래문체가 엄정 무겁고 우울해서 바꿀려고 막했는데 진지해지니까 다시나오무ㅜㅜ
어쩔수 읍서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쨌든 피코행쇼♥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