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
04. 어찌됐던 너네는 이제 부부야
*이니셜은 속마음 인터뷰입니다
-라비와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는지?
HB: 아는 사이였을 수도 있고, 몰랐을 수도 있고? 글쎄요, 저도 모르겠네요. (미소)
벤 카시트에 거의 드러눕듯 앉아 모공까지 잡을 기세로 확대해대는 카메라에도 대충 예 아니오로 대답만 하던 홍빈이 홍대에 들어서자마자 얼굴 만면에 미소를 잔뜩 띄웠다.
차량이 멈춰서자마자 제작진보다도 먼저 뛰어내려가 카페로 달려가는 걸음걸이에서 즐거움이 가득 묻어나왔다.
"라비다."
오모오모 얘네 진짜 뭐 있나봐, 설마 벌써 사귀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제작진의 호기심어린 표정은 단번에 개무시해버린 홍빈이 거침없이 카페의 문을 열어제꼈다.
-
원식은 초조하게 자신의 결혼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곡 작업할 때 찾아온 막내작가한테 좆같이 깽판을 쳐놓았으니 이제 와서 누구냐고 알려달라고 하기도 쪽팔리고,
그렇다고 긴장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흐 시발 주여, 내가 우결을 나가게 되다뇨, 내가 우결을.
원식이 무릎을 달달 떨며 속으로는 갖가지 상상을 이미 펼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소녀핑크의 멤버 A양과 손도 잡고 놀러도 가보고 앞치마 두르고 계란후라이도 만들어보고.
아니라면 걸스걸스의 멤버 B양과 해돋이를 보러 정동진에도 가보고 커플송도 만들어보고…
여태껏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아 왔던 여리여리하고 사랑스러운 여자 아이돌들을 헤집으며 원식이 환상에 젖어 있을 즈음,
-딸랑,
경쾌한 종소리가 울렸다.
원식의 희망에 찬 고개가 힘껏 문을 향해 돌아갔다.
"안녕하…"
"라비 씨이-"
홍빈을 찍던 모든 스태프들, 그리고 홍빈과 동행한 막내 작가의 입이 딱 하고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카페의 문을 우아한 손짓으로 열고 앞머리를 살짝 쓸어넘기는 행동과-
'뭐 시발, 나 실장님이 마음대로 너랑 선약 잡아서 지금 소녀핑크랑 한 약속도 깨고 여기 왔다? 근데 지금 내가 기분이 좋아보이니? '
'알았으면 꺼져, 너도 집어던지기 전에.'
'아 진짜 초면이라고 존댓말 쓰면서 생글생글 웃어주니까 이 누나가 날 호구로 아나'
라고 폭언을 내뱉었던 그 이홍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나긋나긋한 라비 씨이- 라는 목소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순하고 여리고 우아하고 성실하며 사랑스럽고 다정한 미모의 남자 배우가 카페 안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
"와, 방금 전에 지랄맞게 굴던 그 이홍빈 씨 맞나요? 완전 딴판인데."
"방송인데 입조심 좀 해요 형."
"아, 정정할게요. 사납게 굴던."
재환이 방송에서 욕 좀 쓰면 뭐 어때. ㅇㄴㅇ 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신이 내뱉은 욕설을 순화했다.
하여간 병신 또라이… 하고 작게 중얼거린 상혁이 큐카드를 집어들어 그것을 쭉 훑었다.
"…네, 과연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랍콩 커플의 첫만남은 어떻게 될지 굉장히 기대가 되는데요…"
"기대 하나도 안 되는 거 같아요. 국어책 읽어요?"
"아오 왜 시비예요? 수학책 읽는 것보단 낫잖아요."
"방금 그거 드립이었어요? 와, 존나 재미없어."
결국 제작진이 뛰어들어 놓여 있던 자그만 목제 테이블이 재환의 머리와 키스하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화 때문에 씩씩거리는 상혁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자, 그럼 랍콩 커플의 첫만남! 방송으로 보시죠! 라고 상큼한 멘트를 날리는 재환을 보며,
우리의 막내 작가는 생각했다. 패널 갈자던 년 누구야…
-
원식의 순하게 처진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마치 여왕개미 같긴 했지만, 좀 미안하니 패스.
…어쨌든, 라비 씨이- 하며 낭창하게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잘생긴 남자가 자신 앞의 의자에 앉을 때까지, 원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생글생글 홍빈이 원식을 바라보고 원식의 입이 감탄… 은 아닐 것이고 하여튼 놀라움으로 다물어지지 않는 이 장면은 분명히,
전혀 뜻밖의 새신부를 맞이하게 되어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새신랑, 정도의 자막과 함께 방송 전파를 탈 것임에 틀림없었다.
"…어… 이… 홍빈 씨?"
"네 맞아요! 오랜만이죠, 혹시 기억나시려나 모르겠는데…"
"잠깐, 잠깐만요. 근데 여기 왜 오신 거예요?"
"어, 모르고 계셨어요?"
설마, 설마. 제발. 하느님.
원식은 제발 자기가 예상하는 그 얘기만이 아니기를 빌며 종알종알 움직이는 홍빈의 입술을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이번 우결, 남남부부 특집으로 구성…"
"!!!!!!!!!!!!!!!!!!!!!!"
안돼, 안돼. 거기서 그만. 원식의 입이 애처롭게 쩍 벌어졌다.
"…돼서, 저희도 부부로 합류하게 됐어요."
김원식 애도…
-
-새신부를 처음 맞이하게 된 기분은 어떠세요?
RV: 아니, 새신부고 뭐고 남남커플이라는 걸 안 말씀해주시면 어떡해요. (억울)
- 말해드리러 갔었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어금니 꽉)
RV: …아니 그때 그건…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숨)
-새신랑을 보고 상당히 기뻐하시던데, 맘에 드셨나봐요?
HB: 네, 많이요.
-오랜만이라는 말을 했는데, 우결 외의 방송에서 만나셨던 적이 있는 건지?
HB: … 비밀이에요. (웃음)
-
「서로의 짝을 확인한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부부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남자 파트너에 당황하셨죠?
하지만 여러분은 이미 부부가 되셨다는 거~ 이제 빼도박도 못해요!
부부로서 주어진 첫 번째 미션입니다.
첫 만남이라면 으레 따르는 어색한 분위기! 그 분위기를 없애주세요!
노래, 춤, 개인기. 무엇이든 이용해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주면 미션 성공입니다!」
신혼부부의 사랑스러움을 폴폴 풍기는 핑크색 편지봉투 안에 들어 있던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분노를 참지 못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읽던 택운이 결국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운아! 나 노래해줘, 아니 춤춰줘!"
"……"
택운의 꽉 쥐어진 하얀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저 이거 안해요. …못 들었어?!!! 안한다고 이 (삐-)야!!!!!!!!!'
라고 깽판을 부렸지만, 사실상 택운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이미 캐스팅된 거, 자기 하기 싫다고 엎었다간 시청자들의 매서운 질타를 피할 수 없기 마련이었다.
'눈 딱 감고 이번만 해라, 택운아. 너 불러 주는 예능이 어디 흔한 줄 알아? 요즘 예능 안 나가면 못 떠!'
…라는 소속사 사장님의 애절한 말씀 또한 한몫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노래할게, 노래."
"우와! 운이가 나를 위해서 노래를 불러주는 거야? 나 완전 기대돼!!"
택운은 생각했다. 이 새낀 처음부터 긴장이 안 돼 있는 것 같은데…
"무슨 노래 해 줄 거야?"
"…어…"
마땅히 부를 노래가 생각나지 않아 잠시 망설이던 택운에게, 막내 작가가 말했다.
"저희가 미리 택운 씨가 불러주실 노래를 준비해왔습니다!"
"……에?"
당차게 그 말만을 남기고는, 막내 작가가 노래를 틀었다.
딴, 따단, 따 다 다 단, 따- 다다 다다단.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전주 같다고 택운이 생각했을 때,
"우와아! 산토끼? 우리 택운이 산토끼 불러주는 거에요? 귀엽겠다-!"
"잠깐만요, 작가님, 잠깐…"
"하나, 둘, 하나 둘 셋 넷!"
택운이 앉아 있는 학연을 매섭게 째려보았다.
자기를 올려다보고 있는 그 커다란 눈망울에는, 정말 줘도 갖다버리고 싶은 무한한 사랑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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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독자님들ㅠㅠㅠ 절 매우 치세요ㅠㅠㅠ
제가 너무 늦었죠ㅠㅠㅠㅠㅠ 뷰킬도 우결도 모두모두 엉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다려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죄송하고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