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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 에피소드 스릴러 <세피아의 지하철> 8~9 | 인스티즈

 

 

 

 

Episode thriller

세피아의 지하철

 

 

 

 

 

8

9

 

 

 

 

8

곧 부숴질 것만 같은 자전거를 굴리며 이홍빈은 잘도 너의 앞을 추월해 나가어. 그 모습에 넋이 나간 너는 잠시 자전거를 세웠고 멍하니 눈을 깜빡였어.

이홍빈이 교문 안으로 들어갔고, 신호등엔 빨간 불이 켜졌어. 너는 그 곳까지 자전거와 함께 걸어가면서 부산스럽게 손톱을 깨물었어.

머릿속이. 창백해졌어.

 

 

이내 신호등에 이동의 허용을 의미하는 푸른 빛이 켜졌고 너는 느리게 횡단보도를 건넜어. 활짝 열려 있는 교문 앞으로 자전거를 세웠지.

옆에는 색이 바랜 이홍빈의 자전거가 있었어.

분명 어제 그 역 앞에 세워뒀던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넌 이홍빈의 자전거를 훑어보다가 천천히 교문 안으로 걸음을 옮겨어. 초록색의 잔디장과 넓은 운동장이 보였고.

…밝게 웃으며 책가방을 쥐고 있는 이홍빈이 시야로 들어왔어.

넌 문득 만개하는 겨울 하늘의 햇살에 이맛살을 찌푸렸어. 햇살의 광채에 눈이 부시어 똑바로 눈을 치뜰 수가 없었어.

그런 너의 얼굴 위로 커다란 손바닥을 덮어 준 이홍빈이 반대쪽 손으로 너의 손을 잡으며 너를 이끌었어.

 

 

 

 

  "너도 늦잠 잔 거야?"

  "……."

  "자전거 잘 타더라."

 

 

 

 

이윽고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에 네가 이홍빈의 손을 잡아 얼굴로부터 떼어냈고, 걸음을 멈췄어. 그에 이홍빈은 조용히 너를 내려다봤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 이 학년 교실이 있는 학교 건물로 들어서며 너는 혼잡한 머릿속을 정리했지.

 

 

 

 

  "어젠 어떻게 된 거야?"

  "…뭐?"

  "사당 역에서 만나기로 했었잖아, 우리. 근데 아무리 찾아도 네가 안 보이더라. 그래서 그냥 나 혼자 집에 갔어."

 

 

 

 

뜻밖의 말에 넌 표정을 굳혔어. 하얗던 머릿속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분명 그 지하철 안에 있던 이홍빈과 넌 눈이 마주쳤었는데.

분명. 그 지하철도 역을 지나쳐 터널 안으로 들어갔었는데.

복잡한 심경에 가만히 서 있는 널 바라보던 이홍빈이 다시금 너의 손을 맞잡으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어. 넌 별 말 없이 이홍빈의 움직임을 따랐어.

 

 

 

 

  "근데 너 너무한다. 먼저 가는 게 어딨냐."

  "……미안. 아무래도 너무 늦은 것 같아서."

 

 

 

 

너무도 아무렇지 않은 이홍빈의 얼굴에 넌 맘에도 없는 거짓말을 했어. 넌 차마 어제의 일을 이홍빈에게 물어볼 수 없었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그 평온한 얼굴이 마냥 꿈결 같기만 해서 너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어. 어제 그건 정말로, 단순히 악몽에 지나지 않은 꿈이었던 걸까.

 

 

이내 이 학년 교실이 있는 층에 다다랐고 너는 오전의 마지막 수업이 한창인 교실들을 죽 훑어봤어. 들어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복도는 조용했어.

고민하던 네가 삼 반 앞에 걸음을 멈추자 이홍빈은 그 옆에 걸음을 멈췄어.

옆 반. 이홍빈은 너의 옆 반이었어.

 

 

그렇게 이홍빈과 짧은 텀을 사이에 두고 지그시 눈을 맞추고 있던 네가 주머니를 뒤적거렸어. 이홍빈의 핸드폰이 생각났던 거지.

네가 하얀색의 핸드폰을 이홍빈에게로 내밀었어. 그걸 바라보는 이홍빈의 표정이 놀란 듯 풀어졌다가 밝아졌어.

패턴을 풀고 잠시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처럼 보이던 이홍빈이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했어. 점심 같이 먹을래?

 

 

 

 

  "점심?"

  "응."

 

 

 

 

이홍빈이 눈을 깜빡이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어.

어차피 수진이와 급식을 같이 먹을 일이 없어서 혼자 무료하게 점심을 거르는 일이 많았던 너였기에 넌 별 생각 없이 그러겠노라고 대꾸했어.

그러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의 파편에 넌 고개를 들어 이홍빈을 주시했어.

 

 

 

 

  "…너. 어제 화장실 간다고 나가고나서 네 핸드폰으로 나한테 전화했을 때, 어디 들를 데 있다고 했었잖아. 그 때."

  "응."

  "……뭘로 전화한 거야?"

 

 

 

 

일렬성 없이 액정 위로 떠오르던 열 하나의 번호가 머릿속을 둥둥 돌아다녔어.

이홍빈의 핸드폰은 네가 가지고 있었고, 이홍빈은 그 핸드폰에 전화를 했었어.

우선 고등학생이 두 개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됐고, 지하철 안에 사람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이홍빈은 당시에 전화를 빌릴 데가 없었어.

공중전화도 아니었고 말이야. 어쨌거나 이홍빈이 그 때 너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사용했던 건 집 전화도 아니고 공중전화도 아니고 하나의 핸드폰인 것만은 확실했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넌 팔뚝에 소름이 돋아나는 걸 느꼈어.

차학연과의 만남에서 느꼈던 어떠한 공포감과는 다른. 그러한 감정이 순식간에 너를 덮쳐버렸어.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이홍빈을 올려다보자 이홍빈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어. 제법 태평한 표정이었지.

 

 

너는. 대체.

어떻게 전화를 해서 어디를 들렸다 온 거야?

삼 분 이내에 또 다른 지하철이 운행된다는 점과 그 다음 지하철을 타고 있었던 이홍빈을 떠올려보면 이홍빈은 삼 분 동안 '들를 곳'을 다녀왔다는 가정이 성립이 돼.

그 짧은 시간인 삼 분 동안, 이홍빈은 대체 어디를 다녀왔던 걸까.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데에만 일 분의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말이야.

 

 

 

 

  "빌렸어."

  "……."

  "지나가는 사람한테."

 

 

 

 

이홍빈이 가볍게 대꾸하자 너는 할 말을 잃은 채로 멍하니 그 얼굴을 올려다봤어.

복잡한 것 투성이였어. 이홍빈은.

초등 시절 유독 허약스러운 체구였던 이홍빈이 육 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으로 너에게 나타났고, 이홍빈은 왠지 모르게 빈 틈이 많았어.

그러나 이홍비은 그걸 느끼지 못하게끔 잽싸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있었지.

 

 

갑작스레 너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던 이홍빈이 네게 핸드폰을 내밀었어. 패턴은 풀려 있었어.

번호 찍어. 하는 말에 넌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느리게 열 하나의 번호를 찍어줬어.

이홍빈은 그걸 흡족하게 바라봤고 너의 머리통을 살짝 쓰다듬은 뒤 작게 손을 흔들며 옆 반의 교실 안으로 들어갓어.

 

 

너도 이홍빈처럼 작게 손을 흔들어주곤 교실 안으로 들어갔어. 시간은 점심시간의 종이 울릴 때까지 약 20분 정도가 남아 있었어.

넌 반 아이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어.

다행히도 뒷 자리에 몇 몇만 무심결에 너를 쳐다봤을 뿐 아무도 너의 등장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어.

생물과학의 이론 수업이 한창이었어. 넌 조심스럽게 네 책상으로 다가가 그대로 책상 위로 머리를 엎었어. 평소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지.

하지만 머리가 지끈거려 도저히 수업을 들을 엄두는 나지 않았어.

옆 자리인 수진이가 무어라 소근거리며 너의 어깨를 흔들었지만 넌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눈을 감았어.

 

 

 

 

  "나 여자랑 밥 먹는 거 처음이야."

  "……."

  "떨린다."

 

 

 

 

급식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홍빈은 너를 매점으로 이끌었어.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음에도 한참을 가만히 엎드려 있던 네게 다가온 건 이홍빈이었어.

살며시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놀라 몸을 일으키니, 이홍빈은 해사하게 웃으며 너의 머리칼을 가볍게 쓰다듬어줬어.

 

 

일 층에 있는 매점으로 내려가 너는 빵과 우유를 골랐고 이홍빈은 컵라면과 김밥을 골랐어.

컵라면의 사발이 뜨거운 물에 익혀질 동안 너는 테이블에 앉아 빵이 들어있는 봉지를 부욱, 소리나게 뜯었어.

이윽고 컵라면을 들고 테이블에 다가온 이홍빈이 네게 빨대를 하나 내밀었어.

물음표가 떠오르는 표정으로 그걸 바라보자 이홍빈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우유에 직접 빨대를 꽂아 네게 건네줬어.

 

 

 

 

  "딸기우유네. 나랑 취향 똑같다."

 

 

 

 

운명인가?

저가 말하고도 부끄러운지 이홍빈의 귓바퀴가 발갛게 물들어갔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넌 크림빵을 한 입 베어물었어.

달콤함에, 혀가 녹아버릴 정도였어.

…… 앞에는 마치 그림 같이아름다운 소년이 나무젓가락을 뜯고 있었고, 매점의 창틀 안으로는 따사로운 햇살이 주위를 환하게 밝혀 주었어.

잔잔한 평화로움에 넌 잠시 넋을 놓았어.

이제 소년만 곁에 있어준다면, 지하철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던 너였어.

 

 

 


9

이홍빈과 점심을 먹고 교실로 올라온 넌 외투 주머니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작게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꺼내어 확인했어.

이따 끝나고 같이 가자, 이홍빈의 문자였어.

너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면서 알았다는 답장을 보내려던 순간에 네 곁으로 다가와 손목을 잡아버리는 수진이의 행동에 넌 걸음을 멈췄어.

 

 

 

 

  "왜 그래? 아, 맞다. 수진아. 나 이따가 따로 같이 갈 애 있어. 오늘은 혼자 가."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지금. 너 이따가 재환이 오빠 불러서 집에 같이 가."

  "뭐?"

  "김원식, 그 탈옥범 알지? 그 사람 지금 너네 동네에 있대. 뉴스에 떴어."

 

 

 

 

웬 일이야. 하는 수진이의 얼굴을 넌 멍청게 쳐다봤어.

설마, 나갔다가 잡혀버린 건가? 떠오르는 생각에 넌 표정이 굳어감을 감출 틈도 없이 마른 침을 삼켜 넘겼어.

이거 봐. 하며 수진이는 너에게 핸드폰을 내밀었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엔 너의 동네의 지명과 더불어 김원식의 이름이 줄기차게 올라가고 있었어.

오늘 새벽 CCTV에 김원식의 모습이 찍혔는지 캡쳐된 사진도 몇 장 있었어. 다행히도 멀찌감치 떨어져서 걸었던 터라 너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지만.

너는 기사에 덧붙여져 있는 글들을 빠르게 읽어내려가다가 문득 시선을 잡는 문단에 인상을 찌푸렸어.

 

 

  경찰철은 오늘 오후 1시, 어젯밤 7시경 탈옥을 시도해 세 시간 뒤인 10시 5분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난 연쇄살인마 김원식(23)이 현재 서울시 ○○동에 몸을 숨기고 있다는 추측을 내놓았습니다. 현재 경찰들은 김원식의 행방을 쫓기 위해 CCTV 추적 중에 있으며, …… 한 편, 김원식은 무고한 두 명의 시민을 죽여 집행 12년형에 처해져 있었고, …….

 

 

너는 다시 수진이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어. 잘 봤다며, 어색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어.

그러나 덜덜 떨리는 손아귀의 힘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어. 넌 걱정 됐어, 궁지에 몰려버린 생지 꼴이 되어버린 김원식이.

심각하게 떨려오는 손길에 수진이가 잠시 의아한 듯 너를 쳐다봤지만 곧 그 시선은 교실 안으로 들어서는 수학 선생님에 의해서 사그러들고 말았어.

 

 

넌 머리칼을 쓸어 넘겼어.

분명 잘못한 건 김원식이야. 살인은 범죄 행위였고, 김원식은 그걸 세 번이나 저지른 처벌 받아 마땅한 사람이었어.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 거지.

몇 시간 전만 해도, 너는 김원식이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단 하나도 없었는데.

순식간에 머릿속은 온통 김원식의 생각으로 가득해져 버렸어.

 

 

넌 어서 자리에들 앉으라는 수학 선생님의 말에 굼뜨게도 걸음을 옮겼어. 책상으로 다가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은 넌 멍하게 수학 교과서를 꺼냈어.

수학 선생님의 재미 없는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칠판에 공식들이 가득 나열해나가는 동안.

네가 손목을 삐끗해 샤프를 떨어뜨리는 동안. 그에 수학 선생님이 조용히 하라며 너에게 주의를 주는 동안.

수업 시간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그 동안에.

넌 김원식에 대한 걱정을 멈출 수 없었어.

왜 이렇게 그 사람이 신경 쓰이는 건지 너조차도 알 수가 없었어. 생경한 감정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어.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어. 넌 긴장으로 젖어버린 머리칼을 목 뒤로 쓸어 넘기면서 생각에 빠졌어.

지금 당장 집으로 가서 김원식을 도와야 할까?

그러나 설령 그렇게 집으로 간다고 해도 김원식을 도울 방법은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어. 그게 언제가 되던 간에 어차피 김원식은 잡히게 되어 있을 테니깐.

그게 현실이었고 그게 미래였어.

넌 속절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입술을 깨물었어.

 

 

어쩔 수 없었어. 결국 네가 택한 방법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끝까지 수업을 마치는 거였어.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김원식의 입에서 너의 존재가 발설되게 된다면, 골치가 아프게 될 건 너 뿐만 아니라 너의 주위 사람들이었으니까.

넌 두 번 다시는 너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

 

 

저녁 급식을 받지 않는 수진이 때문에 넌 저녁 역시 이홍빈과 먹었어.

저녁은 급식실에서 먹었어. 언제나와 같이 소란스러운 급식실이었지만, 너와 이홍빈은 개의치 않고 사소롭게 웃고 떠들며 식사를 마쳤어.

문득 문득 표정이 안 좋아지는 너에게 어디 아픈 것 아니냐며 이홍빈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어.

그럴 때마다 너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었어.

 

 

야자가 끝났어. 너는 차마 김원식의 행방을 알게 될 것 같아 핸드폰을 만지지도 못했어.

옆에서 자꾸 김원식에 대해 떠들어대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 한 편이 무겁기도 했지만서도.

수진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교실을 빠져나오자 복도에서 이홍빈이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너는 이홍빈에게 가볍게 미소 지어주면서 이홍빈의 손을 맞잡았어.

별 일. 없어야 할 텐데.

집에 꼼짝 않고 있었다면 별 탈은 없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넌 마음 한 켠이 무거워 자꾸만 혀로 입술을 축였어.

 

 

 

 

  "아, 전에 못 물어봤는데. 넌 집 어느 쪽이야?"

  "나?"

  "응."

  "안 알려줄래."

  "그런 게 어딨어."

  "너네 집 근처야."

 

 

 

 

아마. 무심하게 대꾸하는 이홍빈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넌 정류장을 바라봤어.

그제서야 넌 학교 앞에 세워뒀던 자전거가 생각났어.

뭐. 하루 쯤이야 거기에 둬도 괜찮겠지.

생각한 네가 이홍빈과 함께 정류장으로 걸어갔어. 오늘도, 그 지하철을 타게 될까?

 

 

5524가 도착했어. 너는 핸드폰으로 버스비를 지불했고 이홍빈은 교통카드로 버스비를 찍었어.

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하교하는 기분은 왠지 모르게 설렜어.

그러다가 갑자기 너의 무릎 위로 가방을 올려놓는 이홍빈의 행동에 넌 고개를 돌려 이홍빈을 쳐다봤어.

그러자 이홍빈이 개구지게 웃으며 말했어. 예쁜 다리, 누가 쳐다보면 어떻게 해.

넌 붉어진 얼굴을 감추느라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어.

 

 

너와 이홍빈은 역 앞까지 느리게 걸어갔어.

어제 이홍빈이 자전거를 세웠었던 그 곳이 보였어. 넌 알 수 없는 적막감에 괜히 헛기침을 하며 이홍빈의 뒤를 묵묵히 따라갔어.

 

 

역 안은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어. 시간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도.

어제의 그건 정말 꿈이었던 건가 봐.

수 많은 사람들이 하교와 퇴근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어. 넌 그 모습에 잠시 넋을 잃었다가, 이내 멀어지는 이홍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걸음을 재촉했어.

 

 

그 자판기에서 똑같은 음료수를 뽑았고, 어제와 같이 사이 좋게 나눠 마시며 너와 이홍빈은 계단을 내려가 도착할 지하철을 기다렸어.

아무래도 이성이다 보니 일부러 입을 떼고서 마시고 있는데, 네가 그만 실수로 입을 대고 말았어.

그리고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며 저도 입을 갖다대버리는 이홍빈의 행동에, 넌 벌어지는 입을 막을 수 없었어.

그런 너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터뜨리던 이홍빈이 말했어. 뭐 어때, 친구끼린데.

 

 

곧 열차가 출발하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을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익숙한 안내 멘트가 들렸어. 곧 저 멀리서 터널의 어둠을 헤치며 다가오는 지하철이 보였지.

긴장감에 꿀꺽, 침을 삼키던 네가 왁자지껄하게 만원인 지하철을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이로서 어제의 그건 모두 꿈이었다는 것이 사실이 되어 버렸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이 세상에 그런 지하철이 어딨겠어.

 

 

지하철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은 평화로웠어. 다만 앉을 자리가 없어 다리가 조금 아팠던 게 흠이었지만.

집 앞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이홍빈을 한사코 거절한 네가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갔어.

가슴이 뛰었어. 김원식은, 어떻게 되었을까.

 

 

서둘러 현관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넌 싸늘하게 식어있는 집 안의 분위기에 아무렇게나 가방을 집어 던지곤 네 방이 있는 이 층으로 올라갔어.

없었어. 김원식은.

잡힌 걸까? 문득 들어오는 부정적인 생각에 네가 울상을 지었어.

이런 생각이라도 하면 안 되는 건데.

 

 

코트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어. 빠르게 핸드폰의 잠금을 풀어낸 네가 액정을 확인했어.

야근이 있어 늦는다는 아버지의 문자와 수진이의 부재 중 전화가 수도 없이 찍혀 있었어.

예감이 좋지 않았어. 평소 수진이는 통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

느려졌던 심박이 다시금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너는 서둘러 수진이에게 전화를 걸었어.

수진이는 받지 않았어. 끈질기게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가 되어서야 수진이는 너의 전화를 받았어.

 

 

수진이와 통화를 하며 넌 급하게 벗어제꼈던 신발을 다시 신으며 집을 나섰어.

할 말이 있어 너의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던 도중, 누군가 뒤를 쫓아오고 있다는 것 같다는 수진이의 목소리를 듣고 넌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

 

 

다급하게 뛰어 사당 역에 도착했어. 걱정하지 말라며 수진이를 다독였지만 수진이는 불안한지 연신 목소리를 떨어대고 있었어.

수진이로부터 먼저 전화가 끊겼어.

좋지 않은 상황에 넌 이를 악 물고 달리기 시작했어.

사당 역에서 대림 역까지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넌 발을 동동 굴렸어. 다시 전화를 했지만 신호는 몇 번 울리다 끊겨졌어.

 

 

이윽고 지하철을 타 넌 대림 역에 도착했어.

 

 

어제와 같은 상황이 눈 앞에 들어왔어.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고, 주위엔 너 혼자였어. 수진이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가 너는 문득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렸어.

 

 

저 멀리서 수진이의 인영이 보였어.

더불어 그 뒤를 따라오고 있는 검은 그림자까지도.

 

 

수진이는 무심결에 뒤를 돌아봤어. 그 그림자와 눈이 마주쳤는지 수진이가 냅다 비명을 지르며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림자는, 그런 수진이를 무섭게 따라잡으며 네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기 시작했어.

수진이가 너를 발견했는지 순간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멈췄어.

 

 

곧 열차가 출발하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을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 너무도 익숙한 안내 멘트가, 너와 수진이 앞으로 들려왔어.

지하철 안은 역시 한산했어. 느리게 지하철 문이 열렸고, 너와 수진이는 그걸 멍하게 쳐다봤어.

 

 

수진이는 지하철에서 눈을 떼고서 한참이나 너를 바라보고 있었어. 그러다가 문득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는지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지하철 안으로 뛰어 들어갔어.

수진이를 잡을 틈도 없이, 그렇게 지하철의 문은 닫혔어.

한산한 지하철에 갇혀버린 수진이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던 네가,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어.

 

 

 

 

  "난 이상하게."

  "……."

  "검은색 머리카락만 보면 그렇게 이걸 찌르고 싶어지더라."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결코 낯설지 않은 사람의 얼굴이 시야로 들어왔어.

김원식이 칼을 제 주머니에 꽂아 넣으며 중얼거렸어. 죽일 수 있었는데, 아쉽네.

 

 

멍청하게 김원식을 바라보고 있던 도중에 수진이가 타고 있던 지하철이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깊은 어둠의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갔어.

그리고 수진이의 뒤에서 삐딱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차학연을 발견하자 너는 빠르게 식어가는 심장의 박동을 느낄 수 있었어.

 

 

 

 

 

 

 

 

9편에서 꼭 혁이를 등장시키고 싶었는데...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아쉽게 혁이의 등장은 다음 편에 실리게 됐네여... 미안... 혁아...

진짜 점점 막장을 치닫고 있는 세피철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어떡해... (눈물을 닦는다)

그럼 전 단톡방 답글 달아드리러 갑니다. 헷. 뿅. 굿밤 되세요~ (윙크)

언제나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덧붙이자면... 혹시라도! 그럴 분은 없으시겠지만 내용에 나오는 노선들은 직접적인 실재 여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래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대표 사진
독자1
콩빈!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우와일빠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 기먼식소름..ㅠㅠㅠ다음편기대되요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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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코코볼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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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이에요ㅠㅠㅠㅠㅠ헐ㅠㅠㅠㅠㅠ아 뭔가 진쩌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것같어요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엉엉ㅠㅠㅠㅠㅠ김웡식너뭐하는거야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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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김원식뭐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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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헐헐원식이막 이중인격그런거아니죠? ㅠㅠㅍㅍ픂 설레게하다가가갑자기무섭게하고 홍빈이랑바뀨ㅣ고이게무ㅏㅡㅓ에요 ㅜㅜ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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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헐 대박....이게뭐지요
와 저 죽겠어요ㅠㅠㅠㅠㅜ뉴ㅠ와
소오름..!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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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헐..소오름.. 원식이는정말알다가도모르겠네요 학연이랑 한패인건가요ㅠㅠ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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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어흐어흐어허러르어허르어어흐ㅓㅇ오응ㅎ어어엉 다람쥐에요ㅠㅠㅠㅠㅠ 작가님 일부러 지하철 늦은 시간에 올리시는거죠...? 홍빈이한테 어떻게 전화했냐고 물어볼때 지릴뻔.... 잠 어떻게자죠.. 어쩔수없이 빅스로 불태워야겠네요☆ 상혁이!! 상혁이는 어떤역할일지 기대돼요 다음편 기다리고있을게요 잘봤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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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무져워ㅠㅠㅠㅠ괜히불끄고봐가지고 아 미친다 아 혁아넌착하지?그지?헤헿~~~~~~~~~아무서워ㅠㅠㅠ왠지뒤에사람쫓아오면 원식이냐?할꺼같음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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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헐....뭐지이건 ㅠㅠㅠㅠㅠㅠㅠㅠ헝 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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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누누 헐 내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있어 뭐야 뭐지 뭔데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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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콧수염이에요!!ㅋㅋ헐헐도대체 무슨상황이야ㄷㄷ홍빈이는 지하철을 탔는데 멀쩡하게 돌아오고...설마 지킬&하이드?!?!?!하하 제가 잠깐 네요 원식이랑학연이는 서로 거래같은거 한 사인건가요..?누가 좋은놈인지 모르겠고ㅠㅠㅠ좀더 스토리가 진행되야 알것같네요ㅠㅠ완전 흥미진진!!!오늘도 잘보고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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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우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원식아ㅠㅠㅠㅠ싸이코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멋있다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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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헐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진짜미치게하네ㅠㅠㅜㅜㅠ퓨 재밋어어쩜좋아 ㅠㅠㅜㅜㅠㅠ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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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블루밍이예요! 이게 뭐야ㅠㅠㅠㅠㅠㅠ 이건 진짜 한 치 앞도 예상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스토리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아침부터 겁나 무섭다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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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8
뭐줘이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먼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알수없는놈이야 으앙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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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9
헐..소오오오름...홍빈이는 대체 뭘로전화한거지 지하철에 사람 한명도 없었다고 했던거같은데 ㄷㄷㄷㄷ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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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0
헐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갈수록더재밌어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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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1
뭐야뭔데ㅠㅠㅠㅠㅠㅠ김원식뭔데유인한거야? 아닌데너도지하철탈출한거잖아ㅜㅜㅜㅜㅜㅜ뭔데뭔데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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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2
뚱바에요...헐...나지금 무서워 하고 있어요???헐헐헐...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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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3
포로리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뭐져이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김원식 소오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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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4
진짜 의문투성이다ㅠㅠㅠㅠㅠㅠ 중독된 것처럼 자꾸 읽게되뮤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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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5
헐....김원식ㅠㅠㅠㅠ뭐가어뜨케된거죠ㅠㅠㅠ아너무좋네요...♥ㅠㅠㅠㅠㅠㅠㅠ이런글사랑해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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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6
김원식 소르뮤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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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7
뭐지뭐지뭐지 아 뭐지 무서워 하지만재밋어 잘읽고 다음편으로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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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9
헐 아니 직가님 손에 금덩이가 발라져있나 무슨 전개가 와... 김원식이 저런인물일줄은 꿈에도 몰랐네 진짜 다 나쁜놈들이야? 헐? 머리아파ㅠㅠㅠㅠ 뭐가 뭔데ㅠㅠㅠㅠ 수진이는 성음이가 갇힌 지하철처럼 그런건가요? 아니 차학연 넌 왜 거기있는거니ㅠㅠㅠㅠㅠㅠ 진짜로 성음이 돌아가게생겼ㄴ네.. 와 그럼 김원식이랑 차학연이랑 한패? 아니 아닌가 아ㅠㅠㅠㅠㅠㅠㅠㅠ머리아파ㅠㅠㅠㅠ 아니 이런 금글을 난 왜 이제서야 본거지.. 작가님 사랑해요.. 내 사랑 다 가져...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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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0
아니잠시만요저지금까지단톡방만읽던꿀벌인데요..그..암호닉꿀재효요..와..이건또뭐에요..?스릴러라보다가지릴것같아서못보고있다가지금보고잇는데이만큼봣는데너무좋은거어떻게해요???????진짜작가님너무하시네요이렇게제취향을자꾸저격하시면;제꺼같으시잖아요..사랑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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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1
미쳤어미쳤어!!!!으ㅏㅇ긤늑댜거매루니울야야야야야야ㅑ양!!!!기뭔식!!!!!!!!야너!!!!!!야이자식!!!!!너뭐야이자식아!!!!!대박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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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2
헐대박..와진짜 와 정말 무슨 말을 해야될지모르겟다 그냥 작가님 제사랑다드세요 와진짜 뭐지뭐지하면서 소오오오오오름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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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3
헐우ㅠㅠㅠㅠㅠㅜㅜ소름돋고무섭도ㅠㅠㅠ허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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