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는 10대의 끝자락. 수능이 끝나고 할일이 없던 나는 무료히 아르바이트-집, 또는 학교-집이라는 루트만 반복하고 있었다.오늘도 어김없이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길 나는 기묘한 것을 보았다.
멀리서 볼때는 강아지처럼 생긴 한 생물체-아니, 정확히 보면 옅은 갈색눈을 형형히 빛내며 서있는 늑대 한마리를.
[루민]늑대와 나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절대 무서워서가 아니라-그런데 그 늑대의 눈을 본 순간 눈빛에 매료되어 나도 모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이 놈의 늑대는 낯선 인간이 와도 전혀 위협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듯내가 와도 가만히 있을 뿐이였다. 그런데 막상 다가가니 풍기는 분위기에 문득 소름이 돋아 평소의 나처럼 무심한 척 지나가려고 했는데...그만 바지자락이 잡혀버렸다. 당황한 나는 차마 때리지도 못하고 그저허둥지둥 하고 있었는데 늑대의 분위기가 바뀐 느낌이 들었다.
"저...저기?"
"..."
"바지좀...놔줄ㄹ..."
말을 이으려던 나는 늑대가 손을 햝는 행위에 멈춰 버렸고, 사라졌다. 말 없이 이어지는 그 행위에 내 머리가 돌돌-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주인도 없는것 같은데 내가 키워도 되려나? 일단 나 혼자 사니까 부모님 걱정은 안해도 되고, 으으 느낌이 이상한데 차마 멈추라고 할수도 없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내 마음가는대로 하자는 생각이 들어 내뱉어 버렸다.
"저 있지...주인이 없으면 나랑 살래?"
"컹!"
으....진짜진짜 귀엽다! 처음에 이 녀석을 보고 들었던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고 내 말을 알아듣는듯이 말이 끝나자마자 짖음으로 대답해주는 녀석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안아버렸다. 그러자 숨이 막히는지 낑낑대는 소리를 내다가도 나를 생각하는지 몸부림은 치지 않는 모습에 감동까지 받아버렸다. 이렇게 배려해주는 모습까지 귀엽다니....
더 끌어안고 부둥부둥 해주고 싶었지만 밤 10시가 넘어버린 시간에 이러고 있기에는 날씨가 추웠고 약간의 민망함이 들어 안은 그상태 그대로 들었다. 새끼 늑대까지는 아닌지 제법 묵직한 느낌에 잠깐 휘청였지만 곧 흰털의 북실북실함이 손에 전해져 무거움따위-라는 생각이 들게되었다. 이제 집에가면 씻기고 동물병원부터 데려가야하나.... 반려동물에 대한 이것저것을 생각하다가 머리가 아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녀석을 들고 가는길은 춥고 몸이 무거웠지만 자신의 곁에 누군가가 생겼다는 마음은 가벼웠다.
집으로 가던 중 바라본 하늘은 녀석의 눈을 닮아 아름다웠다.
*
"민석아, 김민석!"
"아 왜...나 지금 피곤해...."
"수능도 끝난 지금 피곤한게 뭐있다고!!너 설마 새벽까지 아르바이트 했냐?"
"그런거아니야."
"그럼 왜애애애애애!!!!"
"...아이씨. 어제 늑대한마리 주워서 씻기느라 정신없었어."
"아 늑대...뭐?늑대???"
어제 저녁 기쁜 마음으로 데리고간 녀석이였지만 집에 도착하고 씻기려하니 발버둥을 치는 녀석때문에-사실 말로만 발버둥이지 폭력에 가까운 수준이였다.-내 옷에까지 물이 튀어 1시간 넘게 녀석을 씻기고 내 몸까지씻는라 기진맥진하면서 잠들었었다. 씻길때는 내가 이녀석을 왜 데려왔나...싶었지만 오늘 아침 눈을 뜨자 눈앞에 보이는 하얀 털뭉치에 싱글벙글 웃어버렸다. 그래도 피곤함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여서 책상에 누워 자고자기 직전까지 갔는데 김종대 자식이 깨워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거기다가 자기가 찡찡댄 주제에 대답을 해주자 놀라는 그 뻔뻔한 태도까지. 참 늑대를 키우는게 무슨 신기한 일이라고...가 아니구나. 내가 말을 잘못했다. 눈과 입을 한껏 키우며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모습에 내 말실수를 깨달아 버렸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무슨늑대??시베리아허스키??응ㅇ응응응ㅇ????늑댄줄은 어떻게 알았고?응?"
"....하.. 개보다 등치가 한참커서 알았고 늑대 종류 검색해보니까 북극늑대더라."
아니나 다를까 쉴새 없이 질문해오는 턱에 머리가 아파 대충 대답해주니 그늑대는 어디서 주웠냐, 생김새는 어떻냐- 등의 질문을 쏟아내다 싶이하는 김종대였고 그 방대한 양을 견디다 못한 나는 그냥 엎어져버렸다.그러자 들려오는 절규와 이제서야 도착한 변백현의 뭐야?소리... 시끄럽기 그지없는 이 광경에서 누군가가 대답해주지 않아도 느낄수 있었다. 순간의 대답때문에 망했구나라는걸.
*
결국 김종대와 늦게 합세한 변백현의 공격때문에 녀석과 만난 풀스토리를 가식없이 낱낱이 토해내야 했고 이것도 모자라 생김새 까지 읊어주고 나서야 만족하던 녀석들이였다. 수능 끝나서 할거 없어서 다행이지 수능 100일전에 이랬다면... 궁금한 건 못 참는 자식들이라 무지막지하게 공격해댔겠지... 상상만으로 소름이 돋아 생각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김종대와 변백현을 짜증스럽게 쳐다보니 엄청난 이야기여서인가 벙찐채로 날 쳐다보고 있었고 뭘봐-라고 대꾸하자 변백현의 질문이 툭하니 튀어나왔다.
"그 늑대 보여주면 안돼?"
"응. 안돼."
"와 밍소쿠 짱 단호한거봐. 큥이 상처입겠다."
"김종대 넌 좀 조용히 하지? 여튼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왜 안돼는데!!!!!라며 소리친 변백현의 목소리에 우리반 애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전에 이야기 할때도 시끄러워 힐끔힐끔 보는 시선들이 느껴져서 짜증 났는데 이 무슨경우야. 한숨을 푹 쉬고 변백자식의 팔을 살짝 때렸다.그러자 흘겨보는 눈을 무시하고 다시한 번 말했다. 변백,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그말에 울상이 되어 왜 안돼냐고 물어오는 탓에 그냥이라고 답해버렸다. (사실 늑대녀석의 눈을 보고 귀엽다며, 앞으로 자주 놀러와서 볼거라는 이야기를 할 거 같아 무서웠다.)
"와 김민석 진짜 짜다."
"짜긴 뭘짜. 정 늑대가 보고 싶으면 박찬열을 봐. 닮았잖아."
"...뭐가 닮아!!!!!완전 개구만!!!!!!!!"
"야 똥백 나한테 개라고 했냐???죽을래??"
툴툴거리는 변백때문에 내 기준에선 나름 좋은 해결책을 말해줬지만 오히려 이 말을 들은 변백이 화를 내고 그 소리를 들은 박찬열이 성질을 내 아예 대놓고 말싸움 하는 장면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성질 더러운 변백현보다는너가 그나마 낫지 라는 생각이 들어 김종대를 쳐다보자 궁금증이 풀렸으니 옆에서 싸우든 말든 관심없다는 듯 자고 있었다. 저런 김종따이....
"야 변백, 작작싸워. 애들 다 보잖아."
"시방 지금 그게 문제야!!!! 박찬열이 빡치게 하잖아!!"
"뭐했는데, 뭐 박찬열이 머리 쓰다듬기했냐? 아니면 키 작다고 우쭈쭈했어?"
".....어떻게 알았냐. 점쟁이야??"
"그럴리가."
너네 싸우는게 뻔하지. 박찬열이 너한테 성질 내는걸 한번도 못봤어 내가. 차마 이 말은 하지 못하고 어물쩡 넘겼다. 이런 내 태도를 알아 채지 못한채 그저 네가 단번에 알아맞추자 경악으로 물드는 표정을 무시했다. 내가 적절한 타이밍에 끊은것인지 더 이상 싸우지 않고 핸드폰 게임을 하는 변백. 원래 수능 끝난 고3이 이런것인지 떠들거나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애들이 대부분이였다. 아 그냥 집으로 갈까... 어차피 수업도 안하고 선생님도 자주들어오지 않아 이럴바에야 녀석이나 보자는 생각이 들어 짐을 쌌다. 가방을 챙기고 교실에서 운동화로 갈아신자 변백이 어디가냐 물었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어디긴 어디야, 이 형님은 집에 간다.
"헐, 니 돌았냐?? 아직 점심도 안나왔다."
"어차피 아르바이트로 하루종일 빠져도 뭐라 안하잖아. 그니까 형아는 집에간다."
"쪼끄만게 무슨 형아...가 아니라 진짜 갈꺼야??"
"응 진짜 간다. 담임한테 말 잘 전해주라!"
어벙한 변백의 표정을 무시하고 가방을 매 교실 뒷문을 열었다. 드르륵 소리가 들리고 반 애들의 시선이 모였지만 곧 흩어졌다. 우리반 애들이 이렇게 무관심할 줄이야.
*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 아니, 원래 행복한 줄은 알았지만 더더 행복할줄이야. 원래 하굣길이 그냥 커피면 오늘은 티오피야-라는 생각없는 드립이 나와도 그냥 웃음만 났다. 녀석이 잘 있으려나. 일단 줄 만한음식이 없어서 인터넷 검색해서 그릇에 덜어놓긴 했는데 잘 먹었으려나 모르겠다. 일단 집에 들른 다음에 녀석이 먹을거나 사올까 라는 생각을 하며 룰루랄라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보이는 나의 집. 으흐흐-하며 조금 변태스럽게 웃다가 살금살금 들어갔다. 이렇게 하면 녀석이 깜짝 놀라겠지? 발 뒤꿈치를 들어 조심스럽게 걷다가 녀석이 있는 방문을 활짝 열었다. 그런데 보이는건 상반신을 탈의한채 핸드폰을 보고 있는 옅은 갈색머리의 남자...?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뭐야!!!!! 왜 그렇게 놀라!!!!"
갑자기 푸드덕 거리며 놀란 나 때문이지 핸드폰을 떨어트리며 같이 푸드덕 거리는 남자다. 아니 누구세요....? 내가 울먹이며 물어보자 그 남자는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웃으면서 말한다.
"너가 어제 데려온 북극늑대."
"네??"
"내 이름은 루한이야. 중국에서 태어나서 한국말이 서툴러."
이후 뭐라뭐라 더 말했지만 하나도 이해할수 없었다. 아니 어제 데려온 늑대가 사람이라니...
| 네 안녕하세요! |
쓰고 싶은 내용이 생각나서 직접 들고 온 레퀴엠이라고 합니다! 과연 반응이 좋을것인가....(두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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