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혼자 있는 방
일순간 나의 감정을 깨닫고 머리가 멈췄다. 처음에는 잘못 생각했거니 했는데 루한을 발견할 때 부터 안아주고 뽀뽀해줬을 때 내 반응하며... 완전 내 동생이랑 똑같네. 잘 걷다가 멈춰서서는 멍때리는 내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보던 루한이 많이 아프냐며 내 이마로 손을 뻗었고 놀란 나는 과도한 행동으로 뻗었던 손을 쳐버렸다. 원래는 쳐버릴 생각은 아니였는데... 내가 손을 쳐버리자 루한의 표정은 조금 굳어졌고 나는 옆에서 안절부절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아닌데...
"빠오즈 왜그래...내가 많이 싫은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으으..."
"싫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나 오늘 다른데서 잘테니까 집까지는 데려다줄게."
"너 잘데가 어딨다고!! 그리고 싫은게 아니라니까?"
"아니야 빠오즈. 너네 집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기는 했어..."
처음에는 루한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고 화해할 생각이였는데 일이 너무 꼬여버렸다. 급기에 다른곳에서 잔다는 루한이였고 그 말에 속상해진 나는 소리를 질러버렸다. 아니 이러려던게 아닌데...! 내가 소리를 지르자 루한은 쳐진 모습에서 더욱 더 쳐져버렸고 미안함은 배가 되었다. 우리의 대화는 루한의 미안함이 담긴 대화로 자취를 감춰버렸고 결국 아무말 없이 우리의 집에 와버렸다.
"빠오즈, 잘 들어가."
"아니 진짜...."
"혼자 있으니까 문 꼭꼭 잠그고 낯선사람이 들어올려고하면 열어주지마, 알겠지?"
"..."
도착한 집앞에서까지 아무말이 없는 우리였고, 이 정적은 루한이 먼저 깨버렸다. 그 입에서 무슨말이 나올지 몰라 긴장했지만, 의외로 나오는 말은 간단했다. 잘 들어가-라니. 간단했지만 내 마음을 부수는 말이였다. 다시 한번 해명과 사과를 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단호하게 말하는 루한의 모습에 입이 얼어버렸다. 그렇지만 단호한 모습과는 다르게 말의 내용은 눈물나게 다정했고, 눈물을 참기위해 입을 다무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이런 내 모습이 자신을 내친다고 생각했는지 루한은 이 말을 끝으로 가버렸다. 결국 혼자 남아버린 나는 집에 들어가지 못한채 눈물을 쏟아내 버렸다. 어떻게 깨달은 넌데 이렇게 쉽게 보내버린건지-
*
-루한 시점
결국 민석의 집을 나와버렸다. 사실은 내가 싫은거냐 물었을때 아니라며 당황해하던 민석의 모습이 보였지만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같이 지낸지 고작 이틀이였지만 너무 많이 빠져버린 내 모습 때문이였다. 이러다가 민석에게 부담이 되어버리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으로. 지금이라도 돌아서서 우리가 있었던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너무 보고싶었지만 마음을 누르고 핸드폰을 꺼내 꽤나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어 루한형? 왠일이세요?
-나 잠깐 너네 집에 있을까해서. 너 혼자야?
-아니요 종인이랑 세훈이랑 준면이형이랑 있어요!
-알겠어
-빨리 오세요~
전화를 걸자 들려오는 살짝은 익숙한 목소리. 내가 전화한 사람은 나와 같은 처지인 경수였다.(다른 점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정도) 다짜고짜 들어간다는 내 말에 당황할 법도 한데 별 놀람 없이 빨리오라는 경수다. 얘는 내가 중국에 있는 걸로 알텐데 어떻게 저러는지... 경각심이 많이 없는 듯한 모습에 혀를 차다가도 떠오르는 민석의 얼굴에 고개를 털어버렸다. 이렇게 지내다가 좋아하는 마음이 가라 앉을 때 쯤이면 다시 민석에게 가야지.
*
위치 또한 알고 있었던 덕분에 10여분쯤 걸으니 녀석들이 살고 있는 집이 나왔다. 성격을 닮은듯 커다랗고 적당히 폐쇄적인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실없이 웃음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민석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고 그걸 애써 무시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한 두번쯤 눌렀을까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벌컥 여는 종인의 모습을 보니 황당했다. 왜 이렇게 쫓기듯이 열어... 내 표정을 본건지 살살 웃던 종인은 도경수가 얼른 나가라고 해서요.. 라며 말끝을 흐렸고 저녁을 차리던 도중이였던지 뭐하러 그런 말을 하냐며 크게 소리치는 경수였다. 어수선한 그 모습은 예전과 다를 바 없어서 또 다시 웃음이 나왔다.
"근데 루한형, 왜 오신거예요? 원래 중국에 계셨잖아요."
오자마자 쇼파에 털석 앉는 내 모습을 보고는 말을 거는 준면이였고, 사실대로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십년전에 본 아이를 찾으러 왔다고만 말했다. -다 말하면 가뜩이나 소녀감성인 녀석이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내 얼버무리듯 말한 말이 통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아-소리를 내던 준면은 찾았냐며 나에게 되물어왔고 찾았긴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 거지만 거품마냥 차오르는 민석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말끝을 흐리는 내 모습에 찾았는데 왜 안갔냐며 다시 물어봐야 할 준면이였지만 오히려 녀석은 잠잠했다. 그 모습이 이상해 준면을 쳐다보니 무슨 일 있으셨나보네요, 형 얼굴보니까 다 티나요.라며 말하는 녀석이였다. 자식 눈치가 늘었나보네...
"형 근데 그거 아세요? 크리스 형 한국으로 오신다던데?"
"...뭐라고 세훈아? 다시 말해봐."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크리스형 한국으로 오신데요."
준면과의 얘기가 어색하게 끝나 조용하기만 한 거실에 세훈이 끼여들어 한 말은 충격적이였다. 아니 크리스가 온다니 도대체 무슨... 당황한 내 모습에 왜그러냐며 쳐다보는 세훈과 준면이였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도대체 왜 온다는 거지? 평소에도 의아한 행동을 많이 한 그여서 이유를 생각하느라 시간이 걸렸으나, 생각이 나자 내 몸은 스프링처럼 빠르게 튀어올랐다. 무슨일이냐며 물어보는 세훈에게 별 일 아니라고는 했지만 한 번 생각이 나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예상가능한 행동들 때문에 온지 10분도 안된 집을 다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형 어디가세요?"
"갈데가 있어! 안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저녁 먼저 먹고!!"
"...네 형!"
저 형 왜저러는거지...?크리스 형이 오는게 심각한 일이야? 라며 이야기하는 세훈이였다. 그런 세훈의 모습에 준면과 이야기할 때부터 같이 듣고 있던 종인은 세훈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러겠지라며 이야기했다. 종인이 눈치가 많이 는거 갔지만 지금은 그걸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시간은 어느덧 8시 뛰어가면 5분쯤 걸릴테니 늦지는 않겠지만 민석이 위험하다.
*
-크리스 시점
추적추적 비가 오던 중국과는 달리 한국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니 같은 아시안데 이렇게 날씨가 다를까... 새삼 날씨가 신기했으나 그걸 생각할 시간따위는 없었다. 일단 저의 자리는 레이에게 맞겨놨으나 남은 시간은 별로 없었다. 자신이 자리를 많이 비워두면 아무리 누군가가 있더라도 티가 나게 될거고, 그럼 그 즉시 자신들의 부족이 위험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자라는 생각을 하며 곧바로 인천공항에서 택시를 탔다.
-어디로 모셔다드릴까요?
-ㅇㅇ주택이요.
택시안에서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니 한 소년에 대한 정보를 프린트해주며 이런게 왜 필요하냐며 물어보는 레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긴 10년전에 같이 나가지 않았으니 모르겠지. 누군지 알려준다면 자신도 같이 간다고 할 레이였기 때문에 아무말도 없이 프린트된 자료를 들고 나가버렸다. 더 궁금해 하지는 않겠지... 그 소년이 어떻게 변했든 그 자리에서 없애고 루한을 데려와야겠다. 결국은 상처받을 사람은 루한이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다 왔다는 말이 들렸고, 지폐 몇장을 드린뒤 택시에서 내렸다. 깜깜한 밤에 홀로 서있는 작은 주택 앞에 서니 이 안에 그 소년과 루한이 있을거라는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지금도 중국으로 가면 루한이 있을거같은데... 한숨을 쉬며 집 앞으로 갔는데... 쭈구린 채로 앉아있는 소년이 보였다. 설마...
"저기요 혹시 김민석 군인가요?"
"...네 그런데요...."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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