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민] 김민석에게
W. 아카시아
민석은 맥주와 마른오징어를 들고 쇼파에 앉았다. 시계바늘은 8시를 향해있었다.
늦었나?
민석은 서둘러 텔레비전을 키고 자세를 편하게 고쳐 앉았다. 아직 늦지 않은거 같다. 켜진 텔레비전 화면에는 루한의 얼굴이 비춰졌다.
나이는 나만 먹는건가. 화면에 비쳐진 루한의 얼굴은 못본사이 조금 더 준수해지고 멋있었다.
2년만이다. 화면으로라도 너를 보는것이 2년만이다.
민석은 잘 들리지 않는 루한의 목소리에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혔다.
"루한씨가 한국에 작품활동을 마지막으로 하신게 2년 전인가요?"
"네."
"중국에서도 반응이 뜨겁던데…왜 다시 한국에서 활동을 하기로 결심하셨나요?"
"…그냥요. 그리워서요."
뻥치시네.
민석은 맥주 한모금을 목으로 넘기며 조용히 읇조렸다. 벌써 엑소가 해체한지 6년이 지났다.
멤버들의 의사였다. 그 누구도 강요를 하지 않았다. 사장님은 멤버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해체를 하고나니 멤버들의 빈자리가 허전한것은 사실이었다. 시간이 지나니깐 그 외로움도 익숙해 지더라.
민석은 옛날 생각이 난듯 마른오징어를 뜯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긴 시간동안 내 나이도 서른두살이 되어버렸다.
"한국에 오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나지 않나요?"
"네. 많이나요."
"아무래도 루한씨는 한국에서 아이돌로 활동을 하셨고…"
리포터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루한은 미소로 화답했다. 리포터는 수긍의 뜻으로 알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엑소의 인기가 정말 대단했었죠? 아직까지도 팬분들이 많으신데.. 멤버들하고 연락은 하고 지내나요?"
"네. 근데 자주는 못해요. 각자 열심히 자기 할일을 하면서 살아가니깐요."
"가장 최근에 만난 멤버는 누구인가요?"
"경수요. 아무래도 같은 직종이니깐 만날일이 생기더라고요."
해체를 한뒤, 멤버들은 자신의 못이뤘던 꿈을위해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중국이 고향이었던 크리스와 레이, 타오는 중국으로 돌아갔다. 루한은 한국에 남아 연기연습을 받은뒤, 배우로 전향하였다.
경수도 처음 찍었던 영화의 반응이 좋아 여러 작품의 연기를 하다 루한과 같은 배우로 전향하였다.
의사가 꿈이었던 준면이는 의학 과정을 배우며 레지던트 과정을 밝고있고, 백현은 화려한 말솜씨로 이름있는 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운동을 좋아하던 종인이는 작은 체육관을 차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범님이 되었고, 세훈이는 못이뤘던 학업의 꿈을 위해 백현이 다니는 대학교에 재학중이다.
종대는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보컬학원의 강사가 되었고, 나는 작은 커피집을 운영하는 바리스타가 되었다.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꿈이었다.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삶을 알차게 살아가는 멤버들을 보면 괜스레 나도 힘이난다. 시간이 나면 이렇게 경수나 루한이의 모니터를 해주곤 한다.
카이도 디오도 첸도 시우민도 수호도 레이도 이젠 이런 예명을 들을수 없었다.
"루한씨는 그당시에도 인기가 정말 많았잖아요. 저도 정말 팬이었는데."
"감사합니다."
"열두명의 멤버들중 가장 기억에 남는 멤버… 혹시 있나요?"
"시우민씨요."
그럴줄 알았다. 민석은 당연스럽게 나오는 루한의 대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긴. 내가 루한이랑 제일 친하긴 했지.
민석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시우민 이라는 이름에 낯선 이질감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이게 정말 내이름 같았는데. 새삼 변해버린 자신이 미워지기도 했다.
"같은 그룹으로 활동하셨죠? 특히 친하신가봐요."
"네. 시우민씨가 저를 많이 챙겨줬어요. 한국에서 적응하기 힘들때에 많이 도와줬어요."
"두분 우정 오래가셨으면 좋겠어요. 루한씨는 비밀연애 해보셨나요?"
"아니요."
"엑소로 활동하실때 아이돌끼리 연애설이 참 많이 났었는데.. 엑소는 그당시에 여자친구 없었나요?"
"네. 제가 짝사랑하는 사람은 있었어요."
천천히 조곤조곤 말을하는 루한의 말에 민석의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루한이? 루한이 그당시에 나한테 그런말을 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루한은 여자친구가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도 나에게 단한번도 말해준적이 없다.
제일 친하다면서. 내심 루한의 말이 서운해지는 민석이었다.
"짝사랑이요? 와, 루한씨가요? 그 여자분은 정말 복받으신거네요. 루한씨가 고백하면 바로 받아줄꺼 같은데."
"…고백하지 못했어요."
"왜요? 저라면 그자리에서 기뻐서 죽을꺼같은데.."
"같은 멤버였거든요."
"…네?"
"시우민씨요."
생방송중 갑작스러운 루한의 말에 모든 스텝들이 당황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당황스러워 하는 리포터의 표정을 보던 루한은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웃는 모습이 귀여웠어요. 꼭 만두처럼. 아침이나 시간날때면 커피를 내려서 주곤 했는데 처음에는 써서 못먹겠더라구요.
그친구가 내려주는 커피라서 참고 먹었어요. 제가 커피를 싫어한다는건 아직도 몰랐을꺼에요. 지금은 좋아해요. 커피를 마시면 시우민씨가 생각나거든요."
" …아, 두분 우정 정말 부러워요.."
"그친구는 우정이겠지만, 전 우정이 아니었어요. 시우민씨는 좋은 마음으로 스킨쉽을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사소한거 하나하나 그아이의 행동에 설레이고 몸이 반응했거든요. 저는 나쁜마음을 가지고 있었죠. 가끔 그런 스킨쉽이 과할때면 제자신을 참기위해 한강을 가곤 했어요."
"……"
"멤버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이는 날. 시우민씨를 못볼때도 많아요. 촬영이 많아지면 어쩔수없이 못가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그럴때면 제자신이 얼마나 미워보이던지. 배우로 전향한것이 후회스러울때도 많았어요. 제가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말한적이 있었는데… 시우민씨는
나도 좋아. 루한. 이러면서 웃으며 넘기더라구요. 그때 독하게 마음먹었어요. 저와 시우민씨의 관계를 확실하게 하자고. 멤버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저는 해체하는
이유가 시우민씨 때문이기도 했어요. …커져가는 마음을 주체할수 없겠더라구요."
루한을 바라보고 있던 민석은 리모컨을 들었다. 리모컨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잠깐만, 아주 잠시만 제 얘기좀 해도 될까요?"
"...네. 루한씨."
"김민석은 이걸 보고있을꺼에요. 워낙 사람을 챙기는 성격이라, 저나 경수를 자주 모니터 해주거든요. 채널 돌리지마. 민석아."
화면에 비치는 루한의 눈은 예전 나를 바라보는 눈빛과 너무 닮아있었다. 아니. 루한은 변한것이 없었다.
루한의 말에 거짓말처럼 민석의 손이 멈춰졌다.
"민석아, 너가 지금 많이 당황했을꺼 알어. 잠깐만, 잠깐이면 돼.
아직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 너를 못본지 2년이나 지났어. 나지금 너가 너무 보고싶어. 중국에 있어도 계속 너생각 밖에 안나더라.
넌 잘지내? 한국에 다시 온 이유. 너때문이야. 중국에서 활동하니깐 너가 너무 보고싶어서 미칠것 같더라. 나 너때문에 요즘 커피도 달고살어.
너가 내려주는거 만큼 맛있진 않은데, 커피 마시면 너가 내 옆에 있는거 같아서 계속 마시게 되더라. …민석아. 그떄 내가 너한테 나쁜마음을 가지고 있던거 정말 미안해.
지금 너가 너무 보고싶어. 나 일 끝나면 바로 너희 집으로 갈꺼야. 그러니까…넌 예전처럼 나를 반겨줄수 있어...?"
리포터를 포함한 모든 스텝들이 목에 마른침을 삼키며 루한을 바라보았다. 말을 마친 루한은 애써 밝게 웃어보이지만, 표정이 그리 좋진 않았다.
민석은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속에서는 울렁이는 복잡한 감정과 깊은 한숨이 우러나왔다.
화면에 비쳐지는 루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민석은 떨리는 손을 부여잡은뒤 리모컨의 버튼을 세게 눌렀다.
텔레비전의 화면은 꺼지고 고요한 정적만이 민석의 집안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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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가 해체할일은 없어야 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화면을 끈 민석이는 루한이를 외면한거 겠지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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