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guard w.클로이 01 작년 한 해는 나, 김민석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 생애 첫 드라마에서 여자주인공을 짝사랑하지만,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는 조연을 맡았다. 나의 절절한 연기가 대중들에게 통했는지 '명품 조연', '주연 뺨치는 조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드라마 시청률은 케이블임에도 불구하고 20%대에 육박하게 되었고, 덩달아 나의 인지도도 상승하게 되었다. 전에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기자들은 나와 인터뷰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났고, 내가 전부터 꿈꿔오던 제품의 광고주들은 나와 계약을 하기 위해 줄을 서게 되었다. SNS에서는 내 이야기, 나와 관련된 동영상, 공항 사진 등이 돌게 되었고, 나의 작은 행동 하나도 기사화 되었다. 그렇다. 나는 스타가 되었다. 처음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렇게 내가 꿈꿔오던 모두가 아는 스타. 거리를 거닐면 사람들은 나를 힐끔거리며 사인 및 사진 찍기를 요구했고, 식당 TV에서는 내가 나온 드라마 재방송을 틀어 놓고 있었다. 어느 동요처럼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하지만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법이다. "경수야" "왜요 형" "나 언제까지 집에 있어야 돼?" "내일 스케줄 나가기 전까지요" "나 곱창에 소주 한 잔 하고 싶은데. 새벽에 잠깐만 나가서 한 잔 할래? 콜?" "형 아직 신인이고 이미지 그렇게 만들면 안돼요. 아직 사람들한테 형은 17살에 앞집 누나를 짝사랑하는 순정남이라고요." "야, 그건 내가 현우 일 때고. 난 지금 김민석이잖아. 응? 응? 어떻게 안 될까?" "아 진짜 형. 그만해요. 누군 좋아서 형이랑 이러고 있는 줄 아나." 그렇다. 27살인나는 17살의 현우를 연기해야 했고, 이번이 첫 드라마였기 때문에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나는 '김민석' 이기보다 '강현우' 였다. 한 여자만을 사랑하고 고백도 못한 채 속앓이하는 순수한 순정남 강현우. 하지만 김민석은 알거 다 알고 곱창에 소주, 치킨에 맥주를 즐기는 27살 청년이다. 하지만 데뷔 초이기 때문에 이미지를 잘 잡아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괜히 술을 잘 못 마셨다가는 안 좋은 구설 수에 휘말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아니 처음보다 더 힘들에 이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다. 때문에 경수는 혹여 내가 무슨 일을 일으킬까 내가 자는 걸 확인하고 퇴근하게 되었다. "일단 형, 내일 영화 대본 검토하러 출근해야 되니까 티비 그만보고 빨리 자요. 나도 퇴근 좀 하자." "알겠엉~ 불 꺼" "내일 데리러 올게요. 형" "엉 빨리 가 " 따르륵. 현관문이 열리고 도어락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누워서 캄캄한 천장을 바라보았다. 오늘 밤은 왠지 잠이 오지 않는다.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잊고 있던 술 생각이나 냉장고로 발을 옮겼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많던 캔 맥주는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다. 이 시간이면 밖에 기자도 없을 것이고 팬들도 모두 집에 갔을 것이다. 편의점은 아파트 바로 옆에 있으니 갔다 오는데 10분도 채 안 걸릴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걸어두었던 패딩을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이 새벽에. "오늘 같은 밤은 맥주를 꼭 마셔야겠어." ** 성공이다. 성공적으로 맥주 3캔을 샀다. 편의점 알바생은 피곤했는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조금 후면 시원한 캔 맥주에 매콤한 김치를 안주 삼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 편의점 로고가 박힌 봉지를 앞뒤로 흔들며 투스텝으로 걸었다. 캔이 찰그락 찰그락 부딪히는 소리가 제법 듣기 좋았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달해서야 신 난 마음을 가라앉히고 15층으로 올라가버린 엘리베이터를 1층으로 불러 내리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10층쯤 왔을까? 내 옆에 한 남자가 섰다. 이 새벽에 집에 귀가하는 사람이 있나보다. 슬쩍 옆을 보니 그는 검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스냅백을 푹 눌러쓰고 그 위로 검은색 후드 집업의 후드를 쓰고 있었다. 후드 집업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쇼핑백을 손목에 걸고 있었다. 아마 쇼핑백을 가방처럼 활용하나 보다. 그가 나보다 키가 컸기 때문인지 스냅백 때문인지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제법 날카로운 턱선 뿐이었다. 그에게서 풍기는 묘한 분위기 때문에 말을 걸기 꺼려졌지만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는 생각에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그가 나를 힐끗 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내게 인사를 해주지는 않았다. 아마 낯을 가리나 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32층을 눌렀다. 그는 아무것도 누르지 않고 구석에 기대어 서서 바닥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서서히 엘리베이터는 지정된 숫자를 목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층 사세요?" 그제야 그는 오른손을 뻗어 35층을 눌렀다. 제일 꼭대기 층이다. 그의 손등에는 세로 일렬로 점이 4개가 있었다. 되게 특이하다. 손에 점이 4개 있는것도 특이한데 점이 세로로 4개라니. 그는 다시 구석에 기대어 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우와 높은데 사시네요. 전망 좋죠?"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봤는데 손등에 점이 4개가 있더라구요. 되게 신기하네요." 그는 슬쩍 올려다보았다. 스냅백 때문에 눈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내게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32층입니다.' 그에게 '안녕히 가세요.'라고 가볍게 인사를 건넨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내린 후 왼쪽으로 꺾어 3201호를 향했다. 도어락을 누르기 위해 터치스크린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띠링하고 맑은 소리가 울렸다. 그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려던 찰나, 등에서 푸욱 하고 무언가가 살을 찢고 들어왔다. 처음 겪는 고통이었다. 고통이 온몸에 퍼지기 시작했다. 물에 수성물감을 푸는 듯 했다. 서서히 고통이 확산됨과 동시에 배가 되었다.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나머지 비명조차 나지 않았다. 손에선 힘이 풀려 들고 있던 캔 맥주가 든 봉지가 대리석 바닥에 떨어져 댕그랑 소리를 냈다. 3개의 캔 맥주가 복도에 나뒹굴었다. 등에서 살을 찢은 무언가가 쑤욱 하고 빠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손이 벌벌 떨렸다. 나에게 이런 고통을 준 사람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이 콱 막혀 쇳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나에게 고통을 가한 그는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 뚜벅뚜벅 걸어갔다. 뒤에서 엘리베이터가 스르륵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나뒹구는 3개의 캔 맥주 뿐이었다. 그 캔 맥주마저도 뿌옇게 변하는 시야 탓에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뿌옇던 시야는 서서히 까맣게 변했고 나는 그렇게 까무룩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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