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가는길 (상) W.클로이 너에게 반한건 너무나도 무더운 여름이었다. 지는 해가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을 보며 우리는 집에 가고 있었지. 너는 갑자기 멈춰섰어. 땀에 젖은 머리칼을 하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너. 뭐하냐 물었을 때 넌 바람을 느낀다고 했다. 너무도 청량해 보이는 너의 모습에 나도 눈을 감았다. 시원하지? 라고 너는 물었다.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바람을 타고 오는 너의 땀내음이 너무나 청량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너무 더워서. 그래서 그랬다. 너는 내게 그랬었지. 잘난 외모를 소유하면 뭐하냐고. 얼굴 쓰는 방법을 모른다고. 그럴꺼면 나 달라며 해사하게 웃던 니 모습에 나도 모르게 니 볼을 살짝 꼬집었다. 처음으로 만진 너의 하얀 볼의 감촉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어떤 원단에도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러운 촉감을. 가을 낙엽이 제법 쌀쌀해진 바람에 운동장에서 뒹굴던 그 날, 함께 하교하기 위해 여느때처럼 중앙현관에서 널 기다렸다. 평소보다 늦는 너를 나는 걱정했지. 교실로 찾아가려던 찰나, 너는 내게 달려와서 말했지. 6반 아이한테 고백을 받았다고. 나도 너처럼 인기쟁이라고. 그 때 내 표정은 얼마나 형편 없었을까. 너에게 뭐라 말 해야할지 몰라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축하한다 해야 하나 어떤 표정으로 이야기를 해야하나. 고민 끝에 내가 한 말은 "그래서 사귈꺼야?"였던 걸로 기억한다. 너는 표정관리가 안된 굳어버린 내 얼굴과,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지. 너의 얼굴을 보며 하얗게 변해버린 내 머릿속에서는 이 상황을 벗어나라고 지시했다. 도망치려고 중앙 현관을 벗어나려다 난 그러지 못했지. 뒤돌아서 네게가 너를 품에 끌어안고 말았거든. 한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붙히지 못했다. 다른 반이었던 우리는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하교는 늘 함께했다. 한마디 말도 없이. 난 네게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그 아이와는 어떻게 되었냐고. 소문은 빨랐다. 너와 6반아이가 사귄다고 우리반 경수가 웃으면서 말해줬거든. 확인 사살을 받고 나니 너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늘 함께하던 하굣길을 너와 걸을 자신이 없어 종례가 끝나자 마자 집으로 뛰어갔다. 너는 너의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나와 함께했던 그 길을 걸어 가겠지 생각하며. 난 혼자서 몇번이고 마음을 접었다. 너는 나와 같지 않다고. 하지만 너와 나는 너무도 친했다. 마음을 접으려 너에게서 달아나면 넌 내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니가 날 쳐다보면 떨려서 발 끝만 바라봤다. 여자친구와는 정리를 했다고 한다. 너는 나에게 피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날 잃기 싫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 하굣길을 함께했다. 그때의 포옹에 대해서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서로를 대했다. 나의 마음은 조각이 나버린 채로. 너의 반과 나의 반이 축구경기을 하게 되었다. 축구를 좋아하고 잘하는 너는 경기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몸집으로 너는 빠르게 드리블을 했다. 골을 넣게 되면 자기반 아이들보다 내게와 안겼다. 너의 향이 훅 끼쳐올때면 정신이 아찔했다. 그렇게 축구를 끝내고 수돗가에서 등목을 하는 너를 마른 등을 보며 나는 너무나도 괴로웠다. 왜 윗옷을 벗고 등목을 하냐고. 세수만 하면 충분하지 않냐고 그렇게 말하자 그냥 들어가면 찝찝하잖아 라며 투덜거리는 너를 보며 나는 말을 잃었다. ------------------------------- 한줄의 댓글은 클로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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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상황 알고 나니까 이이경 AAA에서 한 수상소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