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가는 길(하) W.클로이 우린 고3이 되었다. 너는 내게 자신에겐 고3이 영영 안올줄 알았다며 징징거렸다. 그래.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오랜기간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날이 얼마 안남았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꿈을 꾼다면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넌 이과에서도 공부잘하는 심화반이었고 건축가가 꿈이었다. 난 반에서 그저그런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고 딱히 꿈이 확고하지도 않았다. 나는 너에게 물었다. 나는 너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냐고. 너는 내게 말했다. 너같은 걸림돌이 있다면 몇번이고 걸려넘어지겠다고. 11월 첫째주 목요일이 되었다. 12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날이기도 하고 도박처럼 한순간에 바닥을 칠 수도 있는 날이 왔다. 우연히 너와 같은 고사장으로 배치되어 그 날 아침부터 나는 기분이 좋았다. 함께 배치받은 학교로 가기 위해 너를 기다렸다. 한손에 도시락통을 들고 나타난 너는 중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처럼 풋풋해 보였다. 하지만 누가봐도 오늘 시험치는 고3이라는 것을 알 수있을만큼 너는 떨고 있었다. 불안정한 눈빛, 뚝뚝 흐르는 식은땀을 보며 나는 너의 어께를 부여잡고 말했다. 넌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고. 오늘도 앞으로의 일부이니 잘 할 것이라고. 시험 칠 때 만큼은 너에게 주어진 기회가 많은 것처럼 모의고사치듯 치라고. 너는 내 말에 힘을 얻었는지 평소의 생기있는 눈으로 돌아왔다. 너에게 해 줄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해 주고싶다. 불안정한 너를 잡을 수 있었던 오늘 처럼.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너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학교의 건축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난 그저 그런 대학의 기계공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합격통보가 나던 그날 우리는 함께 PC방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이미 수시 불합격을 몇번 경험한 터라 불합격에는 무뎌졌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마지막 기회인 정시였다. 무게가 다른 탓에 나와 너 긴장에 바짝 얼어있었다. 정각이 되고 새로고침을 누르자 합격자 발표 팝업창이 떴다. 나의 합격발표따윈 뒷전이었다. 상향으로 지원한 탓에 11월의 그날처럼 떨고있는 너를 보면 마음 한켠이 아렸다. 합격자 조회버튼을 눌렀다. 합격이었다. 긴장이 풀려 울어버리는 너를 품에 안아 다독여 주며 축하한다 귀에 속삭여주었다. 그렇게 PC방에서 약속된 한시간이 지나가고 나는 집에 가서야 나의 합격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대학에 다니면서도 줄곧 친하게 지냈다. 나는 항상 너를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걱정했다. 누가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는가. 너와 하는 사소한 연락은 고등학교 그 시절처럼 여전히 내 가슴을 덥게했다. 우린 한달에 한번은 꼭 만나 식사를 함께했다. 시간이 지나도 너의 청량함은 여전했다. 아니 더욱 나를 미치게 했다. 내 이 더운 가슴속에 담긴 말을 너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겁이났다. 너와는 더이상은 얼굴을 보지 못할것 같아서.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서. 너는 내게 손을 대면 시들어 버릴것만같은 꽃이다. 우린 군대도 다녀오고 대학도 졸업했다. 나는 중소기업에, 너는 건축 사무소에 취직을 했다. 우리의 나이는 어느덧 결혼 적령기에까지 접어 들었다. 더이상 철부지 고등학생이 아니었다. 어느 주말 오후 네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가 다니던 고등학교 중앙현관에 서 있다고. 괜히 들뜨는 마음에 세운 머리가 이쁘다는 너의 말대로 머리도 세우고, 새로 산 옷을 입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닫힌 중앙현관에 기대어 핸드폰을 보고있는 너를 발견하고 운동장 끝에서 너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너는 나를 향해 그 조그마한 손을 붕붕 흔들었고 나도 너에게 손을 붕붕 흔들었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언젠가 이런날도 오겠지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고 없이 날아온 잽은 내게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붕붕 흔들던 너의 자그마한 손에는 카드가 들려있었다. 올꺼지? 라는 너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10년전 그때보다 나는 어른이 되어있었다. 굳어버린 얼굴을 보일 수는 없었다. 웃으며 말했다. 나에게 여자친구 이야기는 한적이 없지 않느냐고. 동창회에 나갔다고 한다. 거기서 그때 6반 그아이를 다시 만났고 말도, 마음도 잘 통한다 여겨 연애를 했다고 한다. 둘은 1년가량의 연애후에 결혼 적령기라는 점을 감안하여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켰다고한다. 너는 내게 말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 나는 이제 어른이었다. 축하한다고 잘됐다고 말해주었다. 너는 내게 사회와 축가를 부탁했다. 가장 친한친구니 꼭해달라고. 나의 기분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래도 너의 부탁이니 안 들어 줄 수가 없었다.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 장도 뿐이니. 마지막으로 너를 그때처럼 내품에 안아보았다. 너의 목덜미애서는 여전히 여름의 그때처럼 청량한 향이 났다. 가슴이 더워지는 느낌에 너에게서 도망쳤다. 교문을 뛰쳐나왔다. 함께 걷던 하굣길을 10년만에 또 혼자 걸었다. 하늘은 내가 너에게 반했던 그날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아보았다. 어디선가 청량한 너의 향이 나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널 보내줘야겠지.감은 눈에서는 가만히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상반되게도 나의 입은 너의 행복을 빌어주듯 호선을 그렸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이만하면 된 것 같다. "다음은 사회자인 저, 루한의 축가가 있겠습니다. 혼자 다 해먹어서 좌송해요. 오늘의 새 신랑이 바라는 걸 어떡해." 하하하하 하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준비하는 동안 신랑 신부를 바라보았다. 진짜 너를 보내주어야 한다. "제가 부를 노래는 '내게 오는 길' 이라는 노래인데요,이 노래를 신랑 신부에게 바칩니다. 잘가라 김민석." -------------------------------- 한 줄의 댓글은 클로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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