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guard
w.클로이
02
"김민석씨!!! 김민석씨!!! 눈 떠보세요."
눈꺼풀이 무거웠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자고 싶다.
"김민석씨 일어나셔야 되요. 눈 떠보세요."
간신히 눈을 떴다. 형광등의 불빛 때문에 눈을 바로 뜰 수가 없었다. 흐릿한 사람들의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제대로 보기위해 눈을 몇 번 깜박였다. 그래도 개운치 못한 느낌에 손을 들어 눈을 문지르려 했다. 하지만 손등에 꽂혀 있는 링거 바늘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몇 번 더 눈을 깜박였다. 처음 보는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뒤에는 빨개진 큰 눈에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는 경수가 서있었다.
"환자분 자기 이름 이야기 해봅시다."
"김....민석"
까끌한 내 목소리가 울린다. 목이 칼칼하다. 물을 마시고 싶었다.
"네 환자분 의식 돌아왔고요 30분후에 일반 병실 준비 될 테니까 연락 오면 일반 병실로 옮기시면 될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경수가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에게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감사하다고 외쳤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봤다. 경수의 얼굴에는 놀람, 안도감, 분노 등의 감정이 서려있었다.
"형!!!! 형은 도대체.......진짜 내가.....하....자라고 했잖아요!!!!왜 새벽에 나와서는 이런 일을 당해!!!!!!!!!! 내가 진짜……."
"울지 마....형이 다 미안해."
"3202호 아줌마가 새벽에 출근하시니까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형은 진짜....."
울고 있는 경수를 끌어안고 말없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경수는 원래 눈물이 많은 아이가 아니다. 새벽에 자신이 담당하는 배우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전화를 받고 놀라지 않을 매니저가 어디 있는가. 더군다나 경수랑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형제 같은 사이었다. 이렇게 우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 경수 말대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도 내 부주의 탓이다. 내가 그 새벽에 맥주를 마시겠다고 나가지만 않았었어도. 경수가 상체를 일으키곤 눈물을 닦았다.
"형 등에 칼로 찔렸는데 척추나 신경은 다 빗겨 가서 안전하구요 칼이 장기를 스쳐가며 건드린 거 빼고는 손상은 없대요. 상처는 세로로 4cm 정도 된데요. 과다출혈이랑 칼에 찔렸다는 충격 때문에 쓰러진 거래요. 다행이 상처가 깊진 않았데요. 봉합수술 받았구요. CT, MRI 도 다 찍었어요. 병원에서 안정을 취해야 되고 3일 정도 입원해 있다가 몇 번 통원하면 된데요."
"어이구 의사 납셨네. 그걸 어떻게 다 외웠데? 경수야 형 목말라."
"기다려 봐요. 간호사한테 물 마셔도 되는지 물어보고 물 떠올게요."
경수를 보내놓고 새벽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일단 새벽 4시에 귀가하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술 냄새도 나지 않았고 야근 혹은 잔업을 한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늦었다. 그는 35층을 눌렀었다. 나를 찌르고 엘리베이터를 바로 타고 갔다는 것은 내가 내리고 35층을 한 번 더 눌러 무효화 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들고 있었던 쇼핑백에는 나를 찌를 칼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남자가 까만 옷으로 무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경계를 했었어야 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친해지려고 한 것이었다.
***
"경수야 형 찌른 새끼 잡혔어?"
"지금 조사 중이에요. CCTV분석도 하고 있고. 형 기억나는 거 없어요?"
"손등에 점 있었던 건 기억 나. 세로로 4개"
"그런 거 말고 뭐 다른 거는 없어요? 키나 얼굴 생김새 같은거."
"키는 뭐....남자니까 나보다 컸던 거 같고, 턱 선이 되게 날카로웠어."
그때 경수의 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기 위해 경수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연예인이라고 나는 1인실로 옮겨졌다. 도대체 한밤에 돈이 얼마야. 나는 가만히 앉아 몸을 움직여 보았다. 아직까지 찔린 등이 욱신거렸다. 옆의 탁상을 보니 내 폰이 올려져 있었다. 홀드를 풀고 네이버에 들어갔다. 실시간 검색어 1위가 김민석, 나였다.
[독점] '대세' 김민석 자신의 집 앞에서 칼에 찔린 채로 발견.
[속보] 김민석, 오늘 새벽 칼에 찔린 채로 발견.
무슨 제목들이 이래. 칼에 찔려서 죽은 거 같잖아. 드르륵 병실 문이 열렸다.
"야 도경수 기사 제목들이 왜이래. 무슨 죽은 사람……."
"형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아파트 입구, 엘리베이터, 주변 모든 CCTV를 판독했는데, 그 새끼가 스토커더라고요. 형 드라마 종영되고 부터 계속 숨어서 형 지켜보고 있었던 거예요. 형 사고 당하던 날도 형 편의점에서 나올 때 편의점 입구에 서 있었구요. 사가지고 올 때 인기척 같은가 안 느껴졌어요?"
"나 원래 그런 거 잘 못 느끼잖아."
"아오 진짜. 그러게 새벽에 집에서 왜 나와 가지고. 조금 있다가 사장님 오신데요."
"엄청 잔소리 하겠다. 야, 근데 스토커면 나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사람 아니야? 나 왜 찔렀데?"
"그야 전 모르죠. 그 스토커 입장에서 형이 밉보일 짓 했는가보지."
그 때, 병실 문이 세게 열렸다.
"야 넌 또 왜 다치고 그러냐. 걱정되게."
"야 니가 아줌마냐 무슨 드라마 대사를 따라해."
"사장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사장이 사장 같아야지. 뭔 말 할 때마다 웅야웅야거려."
"너 그러는 거 진짜 내 스타일 아니야."
키만 멀대같이 큰 우리 사장이 왔다. 덩치는 산만한데 귀여운 구석이 있다. 조금 놀렸다고 삐져가지곤. 경수가 눈치를 보더니 내게 귓속말을 한다.
[형, 크리스 형 그만 놀려요. 저 형 삐지면 피곤해.]
[안 그래도 그만할 거야]
"야 너네 내 욕 하지? 진짜 도경수 월급 깎아 버릴꺼야."
"전 왜요? 욕 안했어요!!!!!"
"했어 했어. 야 너 종대는?"
"종대는 뭐 좀 하러갔어."
"그래?"
"너 찌른 범인이 스토커였잖아.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어."
"그게 뭔데."
"너한테 보디가드 한명을 붙일 거야. 그리고 그 보디가드는 너랑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할 거야."
"그건 경수 시켜도 충분하잖아"
"니가 자각을 못하나 본데, 경수 어리지만 꽤 직급 있는 매니저야. 얘, 생각보다 바빠. 자는 시간도 쪼개서 일한다고. 조금은 우리 도매니저 여유롭게 해줘야지."
"와 사장님, 진짜 저 평생 충성 할 게요. 나 이렇게 아껴주시는지 몰랐네, 내가."
"직원 걱정 누가하냐. 사장이 해줘야지. 그 보디가드 민석이 너랑 같이 살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고."
"나랑 왜같이 살아. 그냥 지키기만 하면돼지."
"오늘 같은 일 또 있을 수 있어. 안 일어나리라는 보장 없잖아. 그 놈 잡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우리 집에 꼭 같이 살아야 돼?"
"어차피 너희 집 넓고 비는 방 많잖아. 혼자 사는 것보다 둘이 사는 게 안 적적하고 좋아. 오늘 종대가 보디가드 데리러 갔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고."
"뭐야. 이건 뭐 통보구만."
***
저녁밥이 나왔다. 맛이 없었다. 편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맛이 없었다. 옆에선 경수가 굽네 치킨 순살을 먹고 있었다.
"경수야 도경수 혼자먹어?"
"형은 형 밥 있잖아요."
"야 이게 무슨 맛이야. 이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니야."
"그래도 형 입원해있고 병원에 입원 해 있는 사람은 병원 밥 먹어야죠."
"딱 한 입만 먹자. 밥이 목구멍으로 안 넘어 가서 그래."
"아 싫어요. 굽네 순살은 양도 얼마 없는데."
난 침대에서 일어나 경수에게 다가갔다. 굽네 치킨 상자를 손에 든 경수의 큰 눈이 불안하게 떨려왔다. 힘으로는 내게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경수 옆에 자리를 잡고 순살을 먹기 시작했다. 경수는 눈물을 머금은 채 치킨 무를 먹기 시작했다.
"형, 저 그거 법인카드로 안하고 제 카드로 산건데요."
"야 내가 너 전에 스냅백 사줬냐, 안 사줬냐? 또 니가 작년에 대게 먹고 싶다 그래서 내가 사비 들여서 사 줬어 안 사줬어? 콱씨"
나는 손에 달콤한 소스가 묻은 굽네 순살을 들고 경수에게 겁을 줄 요량으로 손을 치켜들었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여기가 김민석씨 병실입니까?"
길에서 마주치면 한번쯤 뒤돌아 볼만큼 잘생긴 남자가 치킨을 들고 있는 나와 콜라를 들이키고 있는 경수를 바라보았다.
"네, 누구신데요?"
경수가 마시던 콜라를 내려두고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김종대씨 소개로 왔습니다. 보디가드 루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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