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소리와 함께 운동장을 빠르게 달렸다. 달리기는 물론 모든 운동에 관심은 물론 재능도 없던 내가 체육대회에, 그것도 체육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반대항 계주 달리기에 나와 뛰게 된 것은 눈치는 정말 요만큼도 없는 짝꿍 이태민 덕분이다.
얘 달리기 잘해. 계주 대표를 정하던 날 내 옆에 앉아있던 이태민이 날 반장에게 추천한 덕분에 지금 이렇게 반대표로 나와 숨가쁘게 운동장을 가르고 있다. 지각하던 날에도 이렇게 까지 뛰어본 적이 없는데! 숨이 턱 막혀오면서 눈 앞에 다음 계주가 보이고 내 다리는 힘이 점점 풀렸다. 아, 안되는데! 평생 이런 속도로 달려본적 없던 나약한 내 다리는 너무나 쉽게 힘이 빠졌고 나는 보기좋게 운동장에 흙먼지와 함께 나뒹굴었다.
oo야! 하고 누군가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달려와 날 들쳐업었다. 업히는 순간 방금 엎어지며 생긴 상처를 건들이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더니 날 업은 사람이 고개를 돌린다.
"ooo,괜찮아?"
민호선배다. 괜찮냐며 묻던 민호선배는 조금만 참으라며 날 업고 운동장부터 양호실까지 달렸다.
*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양호실에는 있어야 할 양호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 민호선배는 양호실 소파위에 날 조심히 내려주고는 약장을 뒤져 소독약을 가져왔다.
"여자애가 말이야. 흉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무릎을 굽혀앉은 민호선배는 내 무릎에 소독약을 발라주며 걱정어린 핀잔을 해줬다.
"아으으, 따가워요!" 소독약이 닿는 순간 나도 모르게 꽥 소리를 지르자 선배는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선, "미안해, 진짜. 조금만 참아. 응?" 하고는 다른 상처위에 소독약을 또 발랐다. 나는 소독약이 닿을때 마다 소리를 지르고 선배는 자기가 뭐가 미안한지 연신 내게 미안하다며 내 상처들에 밴드까지 꼼꼼히 붙여준다."자, 드디어 다 끝났다."
"아... 선배, 진짜 고마워요."
무릎과 팔뚝에 붙어있는 밴드들을 한번 보고 선배를 쳐다보며 고맙다 얘기하니 내 머릴 한번 쓰다듬어준다. "아까 진짜 놀랐어. 간 떨어지는줄 알았다니까?""아, 진짜 죄송해요.."
됐어, 뭐가 죄송해. 하며 내 머릴 한번 더 쓸어주던 선배눈 내쪽으로 등을 돌려 앉는다.
"자, 얼른 업혀." "아, 아니에요! 저 걸을 수 있어요!" 멀쩡히 걸을 수 있단걸 보여주기 위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향해 걸으려 하자 선배가 다짜고짜 날 안아들었다. "으엌 선배!!! 내려줘요!!!!" 갑자기 들린 몸뚱이에 너무 당황해서 선배의 어깨를 붙잡고 바둥거리며 내려달라 했으나 선배는 들리지 않는듯 일명 공주님 안기로 날 안고 양호실을 나섰다. 그러고는 운동장을 향하는 선배에게 제발 내려달라고 혼자 걸을 수 있다며 애걸복걸 했지만 선배는 떨어지면 안되니까 가만 있으라고만 한다. 결국 나도 거의 체념한 상태로 가만 안겨 우리반 무리에 가까워졌다. 나와 선배를 알아본 반 학우들은 수근대며 하나둘씩 우리를 돌아본다. 민망한 기분에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푹 숙이니 머리위에서 선배가 낮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웃지마요! 왜 웃어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로 선배에게 투정하자 선배는 내가 언제 웃었냐며 능청을 떤다. "끝나고 기다려. 데려다줄게." 그새 반무리에 도착해 나를 정말 조심스럽게 내려주고선 웃으며 가버린다. "민호선배랑 언제부터 사귄거야?" "아 대박 그냥 친한 선배라더니!" 선배가 자리를 뜬지 얼마나 됐다고 온 아이들이 몰려들어 민호선배와 나의 관계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아 뭔 소리야! 그런거 아니야 진짜로!" 얼굴은 다시 뜨거워지고 손사레까지 쳐가며 부정을 해댔으나 다들 믿지 않는 눈치였다. 아니, 아예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어쩐지 둘이 너무 다정해보였네,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네 하며 지들끼리 떠들기 바빴다. 이들을 말리지않으면 나도 선배도 곤란할 루머가 삽시간에 퍼질것은 안봐도 뻔한 일이었다. 혹시 아직 가까이 있는 선배가 들었을까 싶어 선배를 돌아봤더니 선배는 가만 멈춰있었고 나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좋아해 oo야!"큰소리로 운동장이 울리게 소리치곤 내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빠르게 사라졌다. 덕분에 반 아이들은 다들 그럴줄 알았다며 언제부터 사귄거냐며 내게 다시 모여들어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그 시끄러운 목소리들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선배가 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나는 그 자리에서 눈을 뗄 수 없어 가만 쳐다보고있다. 두근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고 내 입가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났다.
인티에 가입하고 처음 써보는 글이에요 뷰꾸.
전에 블로그에 끄적였던 거 한 번 끌고 와봤습니다 ㅎㅎ..
저런 선배 있을 거 같져?
안 생겨여.
쓰니는 여고였어서 최대한 상상하며...
아무튼 여러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