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작가 황민현X 무명 보조 작가 ㅇㅇㅇ X 편의점 알바 문창과 강다니엘
첫사랑이나 추억 따위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쓰이는 관용구가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리고 나는 이를 단 한 마디로 받아친다. 지랄. 아프면 아픈 거고 청춘이면 청춘인거지 도대체 왜. 거기에 청춘이란 단어를 끼워 넣는 걸까. 이는 그저 이상한 사회적 관습을 만들어놓은 어른들이 뭣도 모르는 10대, 20대 청춘들에게 닥친 시련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게 만드는 수작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에겐 몰라도 적어도 내겐 그랬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20대 중반이 이렇게 암울할리가 없으니. 내가 꿈꾸던 생활은 좋은 작품으로 좋은 시청률을 내며 스타덤에 올라 돈방석에 앉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천재라며 칭송 받는 작가의 시다바리 정도? 조선시대로 따지자면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했던 노비 정도란 말이다. 이쯤 되니 작가로서의 찬란한 미래를 꿈꾸던 19세의 글 쓰던 소녀에게 사과라도 해야 할 판이다. 아, 그리고 내 주인 쯤 되는 놈은. 저 놈. 지금 내 맞은편에 앉아 담배를 문 채 제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는 저놈이다. 암울한 청춘의 원흉인 저 새끼. 황민현.
“ㅇ작가는 내 얼굴 보면 글이 써지나 봐요.”
“네?”
“눈 치우라는 소린데, 못 알아들어요?”
치워야죠, 네. 누구 말씀이신데. 나는 남자를 흘겨보던 시선을 걷어내곤 몇 시간 째 같은 곳에서 커서만 깜빡이고 있는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뭐라도 써야겠다 싶어 새하얀 자판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았지만 역시나 진전은 없었다. 그래도 나름 명성 높은 대학에서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글을 배웠는데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교수님들의 눈이 다들 어떻게 되신 건가 싶기도 하다. 아무리 노트북을 붙잡고 있어 봐도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시나리오에 결국 탁, 소리를 내며 닫아버리고 말았다. 갑작스런 소음에 민현의 잔뜩 찌푸려진 미간이 나를 반겼고 이 집에서 을, 아니 무 정도 되는 내게 허락된 행동은 어색하게 웃어 보이기. 그 뿐이었다.
“하,하하. 조금만 쉬었다 하려구요.”
“아까부터 계속 쉬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날카로운 민현의 물음이 내 살갗을 마구 찌르는 듯 했다. 저저 쓸데없이 요점만 잘 집는 새끼. 나는 오늘도 그를 향한 욕설을 목구멍 저 너머로 삼키곤 어색한 웃음만을 내비친다.
황민현. 나이 28세, 직업 작가. 필명은 딱히 없다. 그냥 제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충분한 임팩트가 있다는 자부심일까.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대한민국 문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작품 하나가 있었다. 현재까지 찾아 볼 수 없었던 캐릭터 설정, 그 많은 인물의 세세한 감정선 묘사, 탄탄한 스토리 구성 능력, 무엇보다 그 특유의 나른한 문체는 작가의 천재성을 고스란히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작품은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등극은 물론이요 고등학교 교과서와 수능 필수 문학에도 선정되었다. 문학계는 이에 큰 찬사를 보냈지만 당시 고3 수험생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못해 욕이 가득한 반응만을 보내왔다. 정철의 관동별곡, 사미인곡에 이은 좆같은 수능 필수 문학의 등재였으니.
그리고 7년 전의 나는, 수능특강에 밑줄을 치며 작가를 씹어대던 고3 수험생이었다. 제 아무리 문창과를 지원하는 학생이라지만 민현의 작품은 해석을 하면 할 수 록 자꾸만 꼬여가는 아주 아주 좆같은 작품이었다지. 험난한 수험 생활을 동고동락한 친구들과 나누었던 황민현이란 새끼는 성격도 얼굴도 매우 더러울 거다 라며 삐죽거리던 험담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맞은 건 성격이요, 틀린 건 얼굴. 뭔 소린가 싶겠지만 보면 안다.
“ㅇ작가.”
“네.”
반사적으로 나온 의미 없는 대답이었다. 한참, 아니 잠시 동안 그의 프로필을 속으로 읊었을 뿐인데 그건 또 언제 잡아 낸 건지. 여러모로 대단한 새끼. 피식하며 바람 빠진 웃음을 흘리는 그에 나는 애꿎은 입술을 물어뜯어냈다.
“나가서 담배 좀 사와요.”
“지금 입에 물고 계신 건 담배가 아닌 가요?”
“짐 싸고 싶어요?”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제 특기였다.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는 웃음을 지어놓곤 정곡만 콕콕 찔러 상처내기.
“그럴 리가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이 집에서 을도 아닌 갑을병정무, 무 정도의 존재다. 그리고 집의 주인인 황민현은 갑, 그것도 엄청난 갑. 태우지도 않는 담배 심부름만 시키기도 몇 달 째지만 대표 작품 따위 하나 없는 무명작가인 내가 이 집에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운동화를 구겨 신으며 황 작가의 집 근처 편의점으로 향한다.
***
“던ㅎ,”
“여기요.”
“..아.”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현이 자주 사오라 요청하던 담배 곽이 내 앞에 턱하고 놓였다. 조금 당황해 그대로 고개를 올려 손의 주인을 바라보자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알바생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뭐지. 원체 잘 웃지 않는 나와 정반대되는 사람이었다. 이 시간까지 알바하면 안 피곤할 리가 없을 텐 데 저리 웃음을 잃지 않는 것도 신기하고. 알바생의 말려 올라간 입꼬리를 바라보며 캐릭터를 파악하기도 잠시, 알바생의 입술이 움찔거리며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저도 이거 피는데.”
어쩌라는 거지.
“제가 피는 건 아닌데요.”
“아, 그러시구나. 전 또 공통점 생긴 줄 알고 괜히 좋아했네.”
퉁명스럽게 나간 내 말투에도 불구하고 알바생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번진 채였다. 신기한 사람이다. 친화력이 좋은 건지 살갑게 말을 걸어오는 알바생과 같은 사람이 익숙지 않은 나는 그저 잠시 맑은 눈을 바라보다 또 다시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항상 그래왔으니.
“계산 해주세요.”
띠링- 오랜만에 들어보는 문자 알림음이었다. 내가 문자 올 데가 어디 있지. 엄마? 동생? 아니면. 한 손으론 카드를 건네고 남은 한 손으론 휴대폰을 꺼내 잠금을 해제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발신자는.
황작가
[담배를 만들어 와요?] 오후 11:56
“하여튼 성격 더럽게 급해.”
“네?”
속으로 생각하려던 말인데, 어째 밖으로 튀어 나온 건지. 제게 하는 말인 줄 안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이는 알바생이었다. 곱게 접혀있던 눈이 두 배 가량 커지는 걸 본 나 또한 놀라긴 매한가지였고.
“네? 아, 그 쪽보고 한 말 아니에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하자 알바생은 제 눈 상태를 원래대로 돌리곤 인사를 건넸다. 안녕히가세요- 허리를 살짝 숙임과 동시에 알바생의 조끼에 달린 명찰이 형광등의 하얀 빛을 반사시켜 유난히 반짝였다. 강다니엘? 이름 되게 특이하네. 나는 그저 목례로만 살짝 답하며 편의점을 빠져 나왔다. 딸랑, 유독 맑은 종소리가 고요한 길거리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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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화입니당~~ 그냥 공부하다 하기 싫어서 조금 끄적여보았습니다..하핳
제가 연재 하던 글이 성균관 양아치, 응답하라 2007 두 가지가 있는데 지금 올린 조각글까지 합쳐서 차기작 투표를 진행하려고 합니당! 하나의 글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ㅎㅎ무슨 글이 제일 먼저 보고 싶으신지 조사하고 제일 많은 것 먼저 가져올게요! 많은 투표 부탁드려요!! 초록글이랑 예쁜 댓글들 다 너무 감사드려요ㅠㅠㅠㅠㅠ저 진짜 댓글보고 힘내서 글 씁니당헤헿 독자님들 사랑해요 진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