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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미성에 폭풍 가창력이지만, 매번 형들에게 밀려서 파트는 별로 없고
프로필에는 175로 나와있지만 실제 키는 16X에
여장 한번 시켜보고 싶을 정도로 남자치고는 선이 곱고, 하얗고, 예쁘게 생긴 너징은
사실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
어쩌다 보니, 남장을 하고 SM의 신인 보이 그룹 엑소의 13번째 멤버이자 막내가 되었지.
물론 너징이 여자라는 사실은 SM의 고위 간부급 사람들과 너징의 담당 코디 스타일리스트 말고는 아무도 몰라.
심지어 엑소 멤버들도.
이런 너징의 썰을 풀어볼게.
SM 측에서 열애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너징 입장에서도 신인 걸그룹 아이스크림의 멤버 비유화와 따로 만난 사이도 아닌 선후배 사이다, 라고 밝히니까 팬들도 열애설이 루머라는 사실을 알고 깨졌던 쿠크를 완벽하게 붙였어.
그래도 아직은 열애설의 불씨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일주일간 더 너징에게 들어오는 스케줄을 받지 않았지.
너징은 숙소에서 얌전히 치킨을 시켜먹거나, 팬들의 팬래터들을 뜯어서 읽어보고, TV로 멤버들 나오는 방송도 보고, 노트북으로 인터넷 검색도 해보는 등 숙소 밖으로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매니저의 말을 아주 잘 듣고 있었어.
가끔씩 종현이 전화해서 오랜만에 또 놀자고, 이번에는 태민과 기범도 나올 거라고 너징을 유혹해도 너징은 나중에 놀자는 말만 반복했지.
정말, 저엉말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에는 밖에 나가는 것처럼 완전 무장을 하고, 배란다로 나와서 바깥 풍경을 보는 걸로만 만족하며 자기 위안을 삼아야 했어.
고독하게 홀로 야경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에 치얼스-☆★ 뭐 이런 컨셉으로 오랜지 주스 따라 마시며 혼자 노는 법도 많이 익혔고.
너징이 혼자 심심해서 잉여짓도 해보고, 뻘짓도 해보고, 다 해봤는데 마지막 7일 째 되는 날에는 너무 심심해서 몰래 종현에게 전화해서 놀자고 하려 했다가 입 가벼운 종대에게 들켜서 엄청 고생했어.
어떤 고생이냐 하면, 너징이 매니저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또 스캔들 나고 싶냐고, 뭐 이런 내용의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것과 맏이 라인들의 2차 잔소리를 들었다는 것 정도가 되려나?
그렇게 너징의 자숙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고, 멤버들과 함께 스케줄을 소화하기 시작했어.
활동기가 아니라서 스케줄이 빼곡하게 박혀있는 건 아니었지만, 워낙 한 번 스케줄을 잡았다 하면 시간대를 거의 몰아서 잡아버리니까 좀 바빴지.
너징의 열애설 이후로, 너징을 포함한 엑소 멤버들은 모두 소속사 사람들 빼고는 다른 걸그룹들과는 마주쳐도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갔어.
또 열애설이 날까, 싶기도 했고 팬들에게 진실이 아닌 루머로 상처주기는 싫었으니까.
너징도 엑소 멤버들과 있을 때를 제외하고 같이 있는 사람은 엑소 매니저나 코디들, 그 마저도 아니면 저번 아육대에서 친해졌던 인피니트 멤버들, 또는 빅스 멤버들(특히 상혁), 아니면 상혁과 같이 연말 가요대전에서 여장 때문에 친해졌던 막내 멤버들과 있었어.
팬들은 각자 멤버들끼리 친해서 보기 좋았고, 그런 애들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덩치 작고 여리여리한 너징을 두고 메모장을 열어서 각 팬들의 금요일 밤, 토요일 밤, 일요일 밤들을 달래줄 팬픽을 금손으로 써내려갔지.
물론 너징의 역할은 언제나 깔리는 쪽이었지만. (ㅇㅅㅁ)
어쨌든, 음지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줄도 모르는 너징은 오늘도 메이크업 샵에서 우연히 만난 인피니트 멤버들과 한데 어울려서 재미지게 얘기하고 있었어.
남자 셋이 모이면 유리가 깨진다고 했지? 지금 너징을 제외하고 모인 남자 수만 해도 19명이었으니, 얼마나 시끄러운지 알겠어?
오죽하면 각 매니저들이 따로 격리시켜놨어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번에도 연속적으로 스케줄을 짠 매니저 덕에 멤버들이 거의 녹초가 되어서 숙소에 도착했어.
힘들어하는 엑소들을 보던 매니저는 " 그래도 연속으로 스케줄 마치니까 빨리 끝나고 좋잖아. "라며 마지막으로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 크리스 등을 두드려줬지.
그 말에 멤버들이 어색하게 썩소 짓든 씨익 웃고는 각자 터덜터덜 방으로 들어가거나 소파에 드러눕거나 했어.
너징은 옷부터 갈아입으려고 막 문고리를 잡았는데, 매니저가 입을 열어.
" 너네 이번에 열애설 나서 새해 휴가 없었잖아. 내일부터 5일동안 휴가다. 그동안 고생했어. "
" 헐!! 휴가?! "
" 머? 휴가라고? "
" 대박. 형 진짜? 내일부터 휴가야? "
매니저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있던 백현이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치자, 부엌에서 물 마시던 타오가 파닥파닥 달려나와서 되물었어.
매니저가 대답을 하려고 하기도 전에, 휴가라는 소리에 방에서 나온 종대가 다시 묻는 바람에 매니저는 슬쩍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지.
" 각자 고향에 돌아가도 좋지만, 중국 멤버들은 고향으로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니까 팬들이 알기라도 하면 위험해서 안 되는 거 알지? 대신 너희에게는 다음에 중국 갈 때 휴가 한 번 더 줄게. "
매니저가 뒤에 덧붙여 뭐라고 더 말했지만, 멤버들은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휴가다!!! 새해 휴가야!!! 헐, 젼나 져아!!!!!!!!! 끼야호!!!!!!!!!!
방 안에서 조용히 혼자 옷 갈아입던 너징도 시끄러운 거실에 ' 뭐야.. 아직도 소리칠 기력이 있어? '하면서 나갔다가 휴가라는 말 듣고 같이 소리질렀다는 사실.
너징은 드디어 엄마랑 아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씡나서 핸드폰 꺼내들고 조용한 방에 들어가서 전화했어.
느헝허어헝 엄마! 아빠! 이제 딸내미 볼 수 있어여!!!ㅠㅠ
*
" 그럼 내일은 중국 멤버들 빼고 다들 고향으로 내려가는 거야? "
" 서울이 고향이면? "
" 뭘 물어봐. 그냥 걸어서 갔다 와. "
" ㅋㅋㅋㅋㅋㅋㅋ자동차 타고 갈 거야. "
" 그러시든가. "
" 아, 다들 조용히 좀 해봐. 다들 조심히 갔다 오고, 마지막 휴가 날에는 꼭 모두 숙소에 모여있기. 알았지? "
" 응. "
" 엑소, 사랑하자! "
늘 그랬지만, 시끌벅적했던 저녁 회의 시간이 끝나고 다들 뿔뿔히 방으로 흩어졌어.
오늘만큼은 늦게 잘 멤버는 없을 거야.
내일 일찍 일어나서 되도록이면 사람 많이 없는 아침 첫차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갈 멤버들도 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이 고향이거나 고향에 못 가는 중국 멤버들도 오늘은 왠지 피곤해서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털썩 누웠으니까.
너징도 서울이 고향이라 천천히 가도 되었지만, 오늘따라 피곤해서 침대에 눕자마자 골아떨어졌어.
오랜만에 가족들 볼 생각에 자면서도 기분이 좋았지.
*
" 그럼 우리 갈게- "
" 응. 마지막 날에 보자. "
고향이 서울이 아닌 다른 멤버들은 아침부터 출발했어.
전라남도가 고향인 종인 역시 그 무리 사이에 끼어서 나갔지.
굳이 서울이 아니라도 종인이나 중국 멤버들을 제외하면 다 경기도가 고향이라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다들 오랜만에 보는 가족이라 더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빨리빨리 출발하는 것 같았어.
너징은 자다 깨어서 좀 졸렸지만, 그래도 현관에서 하품을 하며 멤버들 배웅을 해줬지.
쌩하니 달려나간 종인, 백현, 경수, 종대, 민석에 문이 잘 닫아지지 않아서 너징이 슬리퍼를 대충 신고는 저벅저벅 현관을 걸어서 문을 제대로 닫았어.
멤버 12명의 신발 모두를 보관해야 하는 신발장과, 그 안에 다 들어가지 못한 신발을 정리해둬야 하는 현관은 당연히 커야 해서 12명이 눕는 건 좀 오바고, 12명이서 나란히 방석 깔고 앉아있어도 될 정도의 크기는 되었지.
너징은 문을 닫고 거실로 돌아오자마자, 더 잘까도 싶었지만 잠이 확 깬 느낌에 입맛을 다시다가 저번에 사 온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서 냉장고를 열어 막대 아이스크림을 꺼냈어.
너징이 아이스크림 꺼내서 한 입 무는 걸 본 타오가 자기도 달라고 했고, 타오를 시작으로 거실에 한가로이 몰려있던 나머지 멤버들도 아이스크림 달라길래 너징은 그대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는 타오 것을 포함한 7개의 아이스크림을 품에 가득 안고 거실 소파로 다가갔지.
" 막내, 여기 앉아. 같이 TV나 보자. "
" 응응. "
마지막으로 너징이 건넨 막대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봉지를 까서 입에 넣던 세훈이 자기 옆자리를 팡팡 치면서 말하자, 너징은 쪼르르 가서 폴싹 앉았어.
열심히 남은 멤버들이랑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면서 예능 프로를 보는데, 그게 너무 웃겨서 너징이 아이스크림 먹다 말고 푸하하 웃으니까 너징 앞, 바닥에 앉아서 그새 다 먹고 아이스크림 막대만 질겅질겅 씹고 있던 타오가 너징 손에 들려있는 아이스크림을 보고 말해.
" 징어, 안 머글 거면 나 져. "
" 싫어. 나 먹을 거야. "
" 나 한 입만. "
" 아, 형 엄청 많이 먹잖아. "
" 조금만 머글게. 조금만. 응? "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너징 쳐다보는 타오에 너징은 결국 넘어가서 아이스크림을 건네고 말았어.
너징이 아이스크림 건네자마자, 초롱초롱했던 눈망울을 싹 지우고는 너징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크게 앙, 하고 베어무는 타오야.
타오가 엄청 크게 베어무니까, 너징은 뜨악! 하는 표정으로 베시시 웃으며 우물우물거리는 타오를 보다가 금방 울쌍을 짓고는 타오 어깨를 팡팡 때렸어.
" 으아아아!! 진짜 조금 먹는다며!!! 아, 뱉어!!! 뱉으라고!!!! 으헝,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 "
" ㅋㅋㅋㅋ징어, 미안. "
" 아, 몰라아!!!! 나 이거 좋아한단 말이야ㅠㅠㅠㅠㅠㅠ 타오 형 짱 싫어ㅠㅠㅠㅠㅠㅠ "
" 시러? "
" 어!! 싫어!!!! 짱!!!!! 싫어!!!!!ㅠㅠㅠㅠㅠ "
너징이 울쌍을 지으면서 조금밖에 안 남은 너징 아이스크림 보고 있는데, 타오는 또 너징이 짱 싫다고 하니까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똑같이 울쌍을 지어.
타오가 너징 팔 붙들면서 " 타어 시러? 미아내, 나 아이스크림 더 가져올게ㅠㅠ "라고 말하고 금방 벌떡 일어나서 아이스크림을 가져왔어.
너징은 남은 아이스크림 깨작깨작 먹다가, 타오가 아이스크림 하나 더 가져오니까 또 금방 풀려서는 헤실헤실 웃었지.
그 모습을 본 루한이 징어 화가 너무 쉽게 풀린다면서 웃었어. 덤으로 너징 머리도 시원하게 헝크려줬고.
너징은 루한이 너징 머리 헝크려도 새 아이스크림 봉지를 뜯으면서 방글방글 웃어.
그런 너징이 귀여웠는지, 준면을 비롯한 형들은 너징을 아빠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지.
*
" 그럼 나도 슬슬 출발해야겠다! "
" 어, 막내! 나랑 같이 가자. "
준면과 세훈은 좀 나중에 간다고 했고, 너징이 시간을 확인하고 소파에서 일어서니까 찬열도 따라 일어났어.
너징은 찬열이 방에서 옷을 갈아입을 동안, 현관에서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지.
팬이 선물해준 목도리인데 색이 하얘서 피부가 하얀 너징에게 잘 어울렸어.
근데 목도리가 길어서 혼자 끙끙거리고 있으니까, 지켜보던 세훈이 다가와서 목도리를 잘 둘러줘.
" 음- 다 됐다. "며 너징 어깨를 팡팡 치는 세훈에 너징은 고맙다고 말하려다가도, 왜 애꿎은 어깨를 치냐며 똑같이 세훈의 어깨를 치니까 세훈이 장난스레 킥킥 웃으면서 " 우리 막내 키 흡수하려고 그랬지. "라고 해.
금세 심통이 나서 세훈의 배를 장난식으로 때린 너징은 준비 다 됐다며 방에서 나오는 찬열에, 쪼로로 찬열 쪽으로 달려갔어.
그리고 거실에 있는 멤버들에게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찬열과 나갔지.
*
" 엄마!! 아빠!! "
" 징어야! 어이구, 우리 딸! "
" 어디 안 아프지? 여기까지 오는 데 안 힘들었어? "
" 서울이잖아. 힘들긴, 뭐가 힘들다고.. "
너징이 웃으면서 너징의 엄마랑 아빠를 한 번씩 안고는 목도리와 코트를 벗었어.
오랜만에 너징 방에도 들어갔다가 나오고, 아직 고등학생이라 방학은 했지만 고등학생의 방학은 방학이 아닌 지라...^^ 학교에 있을 동생은 나중에 천천히 만나기로 했지.
" 처음에 니가 데뷔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여자애들끼리 모여서 나오는 건 줄 알았더니 남자애들 사이에서 머리도 짧게 깎고 무대 나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
" ...에이. 그게 언제적 일인데, 엄마는. "
" 그래도! 하나뿐인 딸내미가 남자 행세를 하는 게 안타까워서 그렇지. "
너징이랑 안부 전화하고 그럴 때는 항상 너징보다 밝으시던 너징의 엄마가, 너징이 남장하고 남자 행세를 하는 게 내심 속상하고 안타까우셨는지 그렇게 말하시며 눈시울이 붉어졌어.
그 모습에 너징도 괜히 눈시울이 붉어져서 엄마를 한 번 더 안았지.
" 괜찮아, 엄마. 멤버들이 다 나한테 잘해줘. 팬들도 나 좋아해주고, 코디 언니도 친절하고.. "
" ...응. "
" 그럼!! 오늘 하루는 내가 엄마를 위해서 치마 입고 있을게. 알았지? 응? "
그렇게 말한 너징이 금방 너징 방으로 다시 들어가서, 너징이 숙소 합류하기 전까지 입었던 너징의 옷들을 쭈욱 둘러보다가 겨울에 입는 원피스를 꺼내서 입었어.
중학생 때 샀던 옷이었는데, 한 번도 안 입었던 옷이었거든.
안 맞을까, 걱정했었는데 지금까지 키가 안 자라서 그런지 딱 맞더라.
...이거,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좀 모르겠다...☆★(조용히 눈물을 훔친다)
아무튼 너징 엄마랑 아빠는 너징이 원피스 입고, 머리에 머리띠까지 하고 나오니까 되게 마음에 들었는지 내내 웃는 표정이셔.
너징 머리카락이 진짜 남자처럼 그렇게 짧은 건 아니고, 목을 살짝 덮는 정도라서 머리를 묶으려고 하면 묶어도 지거든.
아무튼 여자애처럼 하고 나와서 집안일도 돕고 하니까 부모님은 이제야 딸 같고 좋으시지.
*
남동생도 학교에서 돌아와서, 간만에 가족 4명이 뭉친 기념으로 외식이나 할까도 했지만 너징이 여자 모습이라 외식은 좀 무리일 것 같아서 그만 뒀어.
너징이 " 남자 옷 입고 나가면 되잖아. "라고 해도, 부모님이 반대했거든. 오늘 하루는 딸로 있어달라고.
그래서 결국 부엌에서 고기파티를 했지.
너징은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서 괜히 울컥하기도 하고, 아무튼 기분이 좋았어.
가수 한다고 오디션에 덜컥 합격해놓고 보니까, 막상 데뷔는 남자로 하고, 고등학교도 남자 교복 입고 가고... 너징은 부모님께 불효한 것 같다는 생각에 늘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지만, 애써 티 안 내려고 노력했지.
" 쓰레기는 내가 버리고 올게, 엄마. "
" 응? 괜찮아! 너 그렇게 나갔다가 누가 볼 줄 알고. "
" 요 앞이잖아. 그 정도는 괜찮아. 연예인 닮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여자 차림이니까 누가 뭐라고도 안 할 거고, 화장도 안 했잖아. "
걱정하는 너징 엄마를 겨우 진정시킨 너징은 쓰레기를 받아들고 신발을 신었어.
어차피 시간도 좀 어둑어둑하니까, 못 알아볼 가능성도 높았고.
그래도 혹시 몰라서 너징 남동생이 같이 나왔어.
너징 남동생은 160.7인 너징과는 다르게 182의 우월한 키를 자랑했어.
너징의 키 유전자가 모두 동생에게 간 기분....ㅎ..
그리고 외모상으로도 너징과 별로 안 닮아서, 학교나 이런 데에서 엑소 멤버 오징어의 남동생이라는 걸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거야.
너징은 흰 피부에 동글동글 선한 인상이지만, 남동생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좀 날카롭게 생겼거든.
아무튼 너징과 너징의 남동생이 아무 일 없이 쓰레기 버리기 미션을 성공하자, 다음날부터는 너징 혼자 쓰레기 버리러 간다고 해도 부모님은 말리지 않았어. (너징은 휴가동안에는 모두 집에 있을 예정이라서 숙소에 돌아가지 않고 계속 집에 있었어.)
*
" 엄마, 아빠, 또 올게. "
" ...그래. 얼른 가. 지하철 끊기겠다. "
" 응. 숙소 가면 전화 꼭 할게. "
" 알았어, 알았어. "
" 에이.. 왜 자꾸 나 내보내려고 해, 엄마는. ...뭐, 아무튼 갈게. 밥 잘 챙겨먹고, 알았지? "
" 너나 잘 챙겨먹어. 삐쩍 말라가지고는... 나중에 엄마가 반찬 챙겨서 숙소로 갈까? "
" 아니야. 번거롭게 뭘. 괜찮아. 그럼 진짜 간다! "
" 그래.. "
너징은 휴가 4일째 밤에 집을 나섰어.
휴가 5일째, 그러니까 매번 휴가 마지막 날은 숙소로 모여있어야 하는 게 엑소 내에서의 규칙같은 거라서 그 전까지는 숙소에 도착해야 했거든.
다행히 숙소와 가까운 곳에 집이 있는 너징은, 마지막으로 운행하는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가기로 해서 어둑한 밤에 출발했지.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처럼 따뜻한 코트를 입은 너징은 마지막으로 가족들 한 번씩 안아주고는 현관을 나섰어.
추운 밤공기에 너징은 잠깐 부르르 떨다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바삐 걸음을 옮겨.
*
" 징어야! "
" 어, 민석이 ㅎ... "
" 징어 누나!!!!!!!!!!! 목도리 놓고 갔어!!!!!!!!!! "
" ............ "
" ............ "
" ......누나?"
" ...헐. 아, 아니.. 그게...! "
너징은 마지막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너징 어깨를 툭 치면서 이름을 부르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에 너징이 웃으면서 너징의 어깨를 친 민석을 부르려고 했던 찰나, 아무도 없어서 조용히 혼잣말을 해도 울리는 내부에서 엄청 큰 목소리로 너징을 ' 누나 '라고 칭한 너징의 남동생에 너징은 그대로 굳었고, 민석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되물었지.
너징의 남동생은 너징 외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거에 당황해서 아차, 싶은 표정이었고.
너징은 더 당황해서 힝설수설 아무 말이나 내뱉었어.
" 아, 아니... 형, 그게.. "
" 누나라니? 쟤 니 동생 아니야? "
" ㅈ, 쟤가 장난으로 가끔씩! 어? 가끔씩! 나를 누나라고 불...러. 하하하하. "
너징이 어색하게 촤하하 웃어봐도, 민석은 전혀 넘어올 것 같지 않았어.
너징 동생은 뻘쭘하게 너징 목도리 들고 서서 주춤주춤 다가왔고.
너징한테 목도리 건네준 동생은 삐걱거리며 민석에게 인사를 하고는 은근슬쩍 빠지려는데, 또 커다란 소리가 지하 내부를 매워.
" 딸!!! 그냥 지금 숙소에 반찬 가져가!! "
" ......ㅇ..엄마.. "
" ............ "
너징 엄마 출연.ㅇㅇ
너징 엄마와 너징 남동생은 당연히 늦은 시간이라 너징밖에 없을 줄 알고, (지금까지의 휴가동안 그래왔었어.) 크게 소리지른건데 너징 외에 다른 남자가 있어서 당황했지.
뒤늦게 아니라고 하려고 하기도 전에, 지하철이 도착해서 민석에게 뭐라고 변명도 못 한 채 너징은 민석과 텅 빈 지하철에 탑승했어.
*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말해, 오징어. "
" ......형.. "
" 니가 왜 딸이라고 불리고 누나라고 불리는 건데? 동생은 그렇다 쳐도, 어머님은...! "
" ............ "
" 솔직히 말해. 너, 남자 맞아? "
" ............ "
너징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였어.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 그것도 이런 식으로 들키리라고는 너징은 상상도 못했거든.
너징이 말이 없자, 민석이 한숨을 쉬더니 다시 물어. " 너 여자야? "
" ......응. "
" ...!!! 너, 진짜야?! "
" ............ "
너징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니까, 민석은 답답한 표정을 하고는 한숨을 여러번 쉬어.
천장을 보고 한 번, 앞을 보고 한 번, 눈을 감고 한 번, 미간을 찡그리고 한 번.
" ...다른 애들은? 더 아는 애 있어? "라는 민석의 물음에 너징은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어.
" ...백현이 형이랑.. 경수 형.... "
" 하.. 진짜.... "
어느새 숙소가 위치한 역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들려왔고, 너징과 민석은 지하철에서 내렸어.
여전히 사람이 없는 지하철 역에서 민석의 뒤로 고개를 숙인 채 졸졸 따라 걷는 너징이야.
몇 번 한숨을 더 내쉬며 고민하는 듯하던 민석이, 갑자기 뒤를 돌았어.
그에 좀 놀란 너징이지만, 내색하지 않고는 눈을 내리 깔고 바닥을 쳐다봤지.
" ...백현이랑 경수는 다 알면서도 다른 멤버들에게 비밀로 했다는 거네. "
" ......응.. "
" 내가 여기서 모두에게 밝혀버리면 나쁜 놈이 되어버리는 거지? "
" ............ "
너징은 말 없이 가만히 있었어.
사실은 너징이 더 나쁜 놈이잖아. 그동안 멤버들을 속여왔으니까.
너징이 아니라고 부정하려던 찰나, 민석이 먼저 입을 열어서 말해.
" 그럼, "
" ............ "
" 오빠라고 불러봐. 그러면 나도 비밀로 해줄게. "
=============
다른 편들보다 좀 길죠? (뿌듯뿌듯)
아, 맞다! 앞에 썼던, 암호닉 공지 말인데요.
제가 15화 이후로 암호닉을 받지 않겠다고 했었죠? 그런데 새해이고, 또 오늘이 우리 경수 생일이잖아요♥
그래서 암호닉을 다시 받도록 하겠습니다!! (함성) (폭죽)
암호닉 신청해주세열♥ (⊙♡⊙)/
(저번 편에 암호닉 신청해주셨던 분들은 이번 편에 다시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ㅅ^)
저번 편에 댓글 달아주신, 40분들! 정말 감사드려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