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서로 매우 심하게 거리가 있거나 상반되는 것-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인생의 회전 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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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로 영민과 동현은 알게 모르게 신경전을 하였다. 동현은 더 자주 주의 집에 놀러왔고, 영민은 더 주의 옆에 붙어있었다. 하루는 주가 손을 살짝 베였는데 눈을 크게 뜨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다른 약과 밴드를 가져와 주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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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붐비는 곳을 싫어하는 주때문에 셋은 집에서 영화를 다운 받아서 보기로 했다. 무서운 걸 못 보는 동현이 있어 다른 장르를 고르고 있는데 이번에는 안 무서워하고 볼 수 있다며 무서운 거 보자는 동현이의 말에 결국 무서운 영화를 보기로 했다. 불도 다 끄고 암막 커튼도 치니 영화관 못지 않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미리 사둔 팝콘과 나쵸를 하나씩 들고 셋은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주는 동현이 걱정되어 슬쩍 쳐다보았다. 긴장한 얼굴로 입술을 물고 팝콘을 꼭 안고있는 동현의 모습에 주는 동현의 손을 잡아주었다. 동현은 갑자기 잡힌 손에 잠시 놀라는 듯 하더니 이내 깍지를 껴 제대로 손을 고쳐 잡았다. 영화에 무서운 장면이 처음 나왔을 때 동현은 소리를 지르며 못 보겠다고 했고 결국 영화를 튼지 십 분도 안 돼서 창 닫기 버튼을 누르게 됐다.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주와 영민에 동현은 머쓱해하며 원래 보려고 했던 영화를 틀었다. 무섭다고 소리지를 일도 없으니 영화를 보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없었다. 어느새 셋은 팝콘과 나쵸를 먹지도 않고 숨죽여서 영화를 보았다. 조금 심오한 내용의 영화라 그런지 반 정도 집중해서 보던 주는 눈을 껌뻑껌뻑하더니 이내 영민에게 기대어 잠이 들었다. 혹시나 저가 움직이면 주가 깰까봐 영민은 영화가 다 끝날 때까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영화가 다 끝나고 영민은 주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방에 눕히고 나왔다. 주를 눕히고 거실로 나오니 먹던 팝콘과 나쵸를 정리하고 탄산 음료를 따라 마신 컵을 닦고 있는 동현이 보였다. 밤에 영화를 봤기때문에 이미 새벽을 가리키는 시곗 바늘을 보고 영민은 동현에게 자고 가라고 말했다. 방학이 되고 종종 자고 가던 동현은 갈아 입을 옷도 있었기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영민은 동현이 덮을 이불을 꺼내어주고 잘 자라고 말한 뒤 본인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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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잠깐 본 무서운 장면이 눈을 감으면 자꾸 떠오르는 탓에 잠을 못 이루고 있던 동현은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티비를 켰다. 재방송을 하는 예능을 보고나니 어느덧 시곗바늘은 새벽 3시를 가리켰다. 이제 볼게 없어서 채널만 열심히 돌리고 있을 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주가 눈을 비비며 나왔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나온 줄 알았던 주는 부엌이 아닌 소파에 앉아있는 동현 옆에 앉았다. 눈을 다 뜨지 못하는 주의 모습에 동현은 더 자지 왜 나왔냐고 물었고 주는 고개를 저으며 이따 잠이 오면 더 자겠다고 말했다.
"왜 안자고 있었어?"
"어...음...잠이 안 와서...?"
동현의 대답에 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니 동현은 눈만 감으면 아까 그 무서운 장면이 보인다고 솔직하게 다시 대답했다. 민망한듯 목을 긁적이며 답하는 동현의 모습에 주는 살짝 웃으며 손을 뻗어 동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주야."
"응."
제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잡고 분위기를 잡는 동현에 주는 살짝 놀란듯 눈이 잠시 커지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냥 별 뜻 없이 하는 말이니까 듣기만 해줘."
혀로 입술을 축이다 이내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말하는 동현에 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만히 있었다.
"내가 올해 초에 형 이삿짐 옮기는 거 도와주러 서울에 잠시 왔는데 엄청 예쁜 여자를 만났다? 내가 핫팩을 떨어뜨렸다면서 나를 불러서 떨어진 핫팩을 주고 갔어."
"키는 160 정도 돼 보였고 되게 하얗고 예쁜 그런 사람이었어. 그래서 완전 첫눈에 반해버린 거 있지?"
"한동안 다시 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고 다녔는데 형한테서 전화가 온 거야. 그 여자를 봤다고. 자기가 자취하는 집 앞에 있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있었다고.
"그래서 그 여자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어서 전학 가겠다고 하루에 한 백 번씩 얘기했다? 처음에는 고3이 이제와서 무슨 전학이냐고 반대하셨는데 계속 얘기하니까 결국 허락하시더라."
"그래서 결국 전학을 가게 됐어. 그 학교에 가자마자 그 여자를 찾아다녔는데 안 보이는 거야. 형이 잘 못 본 건가 싶어서 물어도 봤는데 그럴리가 없다는 말만하길래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3반에 있다고 하더라고."
"그 말 듣자마자 3반으로 달려갔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여자는 보이지 않았어.그 반 아이를 붙잡고 물어봐도 어디있는지 모른다는 말만 하길래 실망하고 다시 반으로 가는데 그 여자 뒷모습이 보이는 거야."
"바로 달려갔지. 근데 그 여자는 나를 못 알아보더라고. 하긴 진짜 스쳐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이었을테니까."
"처음에는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눈치더라고 그 여자가 근데 그렇다고 물러날 내가 아니잖아? 자꾸 다가오는 내가 마음에 들어서 받아준 건 아닌 것 같지만 나름 많이 친해졌어"
"밥도 같이 먹었고, 영화도 같이 봤고, 집에도 놀러가고, 이렇게 단 둘이 나란히 앉아도 있고."
"답을 바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야.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 얘기해주고 싶었어, 언젠가, 그 언제가 오늘인 것 같아서 말한 거고."
동현의 말이 끝나자 주는 뭔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동현의 눈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 동현아."
"나랑 친구 해줘서 고맙고, 때로는 가족처럼 날 챙겨줘서 고맙고, 나 좋아해줘서 고마워. 다 고마워 동현아,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때 편견 갖지 않아줘서 고맙고, 다른 사람 말보다 내 말을 먼저 듣고 믿어줘서 고마워. 다시 태어나도 너 같은 사람은 만나기 힘들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나에게 큰 선물이야, 너는."
"근데 나는 그 선물을 놓치고 싶지 않아. 욕심부린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잃고 싶지 않아. 나는 그 선물을 평생 간직하고 싶어. 나에게 정말 소중한 선물이거든."
한 자 한 자 진심을 담아 말하는 주에 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나한테 큰 선물이야, 주야."
"나도 잃고 싶지않아. 선물이 어떤 형태든 그냥 옆에만 있었으면 좋겠어."
"그냥 바라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건 괜찮지?"
약간은 슬픈 눈으로 주를 바라보며 말하는 동현에 주는 당연하지-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모두가 잠든 이 새벽은 서로의 진심을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임과 동시에 짝사랑이 끝나길 바랐던 한 남자의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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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조금 바빠서 분량도 그렇고 하루 쉰 것도 그렇게 죄송한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다음 11화에서 뵐게요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따로 신청 없이 댓글 앞에 [체리맛토마토] 이렇게 달아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