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연하와 6살 연하 그 사이에서
w. 체리맛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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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동안 남자때문에 고생해 본 적 없는 나는 요즘 두 남자때문에 조금은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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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힙합에 관심이 많아 음원사이트에 나오는 힙합 음악은 다 들었었고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찾아서 듣기도 했다. 처음에 음악만 듣던 나는 하나 둘 공연을 가기 시작했고 공연을 자주 가서 친해진 래퍼들 덕에 한 크루에 들어가게되었다. 랩이나 노래를 하지 않는 나는 크루원들이 내는 앨범을 듣고 부족한 점을 말해주거나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다가 자기 이번 앨범 작업 A&R를 맡겼던 작은 회사에 인원이 별로 없어서 그런데 도와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고 뭐 하나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가 A&R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이다. 고등학생임에도 피피티를 만들거나 아이디어 내는 걸 꽤 잘했던 나는 칭찬을 많이 받았었다. 그때부터 진로를 그쪽으로 정하고 공부했던 것 같다. 졸업하자마자 본인 회사로 들어오라는 러브콜이 있었지만 나는 정중히 거절하고 대학교에 들어갔다. 내가 한 회사에만 있을 것도 아니고 보통 지원 자격이 대학 2년제 이상 졸업자기때문에 전문대에 들어가서 3년동안 공부를 했다. 3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중간 고사가 끝나면 기말 고사가 왔고 기말 고사가 끝나면 방학이 되어 좀 더 크루원들의 앨범 기획을 도와주었다. 이런 생활을 6번 정도하니 3년이 지나가있었고 누구나 그렇듯 취업 준비를 했다. 어디에 서류를 넣을까 찾아보고있는데 같은 크루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은 대충 우리 회사에서 A&R팀 구하는 중인데 너 졸업했으니 들어 올 생각 없냐는 얘기였다. 어딜 들어가도 좋았을텐데 같은 크루 오빠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힙합 레이블로 유명한 브랜뉴라니 나는 고민없이 알겠다고 말했고 내가 23살이던 시절부터 브랜뉴뮤직에서 일을 하게 됐다.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해서 3년 꼬박 쉬지 않고 일을 했다. 3년을 끝으로 브랜뉴와의 계약이 끝났다. 재계약을 하지않겠냐고 물어왔지만 조금 쉬고 싶은 마음에 거절했다. 내 대답에 대표님은 그럼 조금 쉬다가 언제든 다시 오라고 말하셨고 나는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회사에서 나왔다.
몇 달은 그냥 집에서 뒹굴 거리며 쉬었던 것 같다. 간간히 크루원들을 도와주긴 했지만 제대로 시간을 정해서 하는 일이 없으니 지루했다. 이 때 뭐라고 해야겠다싶어 시작하게 된 게 음반, 공연 기획 유료 강의이다. 최대 스무 명 정도 생각했던 강의였는데 신청자가 백 명이 넘어갔다. 아무래도 실습도 할 생각이기때문에 신청자를 한 번 받은 다음 몇 명만 뽑아서 진행하기로 했다. 신청서를 쭉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열 명을 뽑아 연락을 돌렸다.
일주일이 지나고 그 열 명과 사무실에서 만났다. 첫 만남이니 나를 소개하고 각자 소개를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지금은 잠시 쉬고있지만 브랜뉴 뮤직 A&R 팀 팀장이었던 여주입니다."
"먼저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각자 이름 나이 이 강의을 신청하게 된 계기정도 소개해 볼까요?"
왼쪽 맨 앞부터 차례대로 자리에 일어나서 자기소개를 짧게 했다.
"안녕하세요. 22살 임영민입니다. 작년에 저희 학교로 팀장님이 강의 오셨는데 그 때 그 강의 인상깊게 들어서 팀장님 SNS 팔로우 했다가 이 강의 알게 됐고 그래서 이렇게 신청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게 4살 연하 임영민과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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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총 20번 진행되었다. 이론 강의 중간 중간에 과제를 하나씩 내주었다. 본인이 제작하고 싶은 음반 기획서를 만드는 과제라던가 협찬 제안서를 작성하는 과제라던가 본인이 만들고 싶은 공연 기획서 작성이었다. 이 강의는 대학 강의도 아니고 억지로 과제를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때문에 과제는 원하는 사람에 한에서만 이루어졌다. 약 다섯 번 정도 과제를 내줬는데 영민은 한 번도 빠짐없이 과제를 해왔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지도 않았다. 내가 아직 브랜뉴에 있었다면 스카웃 제의를 할 만큼 좋은 아이디어로 피피티를 만들어 발표하였다. 발표가 끝나면 질문을 몇 개 했는데 나름 허를 찌른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답하며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 네 달 간의 이론 강의가 끝나고 한 달 동안은 음반 팀과 공연 팀을 다섯 명씩 정해서 실습을 하였다. 우리 크루 멤버 오빠 음반 작업을 도와주는 것과 작은 공연을 만드는 것으로 실습이 진행되었다. 처음 팀을 나눌 때 영민은 한참 고민하다가 공연 팀으로 갔다.
아무래도 실습이다보니 일주일에 다섯 번은 만난 것 같다. 음반 팀은 아티스트와 회의 자리를 만들어 같이 상의 해가며 앨범을 준비하였고, 공연 팀은 직접 아티스트 섭외부터 공연장 섭외, 협찬 제안서를 작성해 하나하나 완성 시켰다.
"..."
"거절 당했어요?"
"네..."
아티스트 섭외 전에 미리 전화를 걸어 실습하는 애들로부터 섭외 연락이 갈 거라고 한 번 쯤은 거절해 달라고 했더니 진짜 거절을 했는지 영민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팀장님...하고 말을 늘어뜨리며 나를 불렀다.
"한 번 거절당했다고 포기할 건 아니죠?"
"당연하죠!"
"영민씨 잘 하니까 다시 연락해서 잘 말하면 섭외 될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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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해서 음반 기획과 공연 기획 실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실습이라곤 했지만 시간을 내어 일을 한 거기때문에 수입금을 나누어 입금해줬다. 마지막 실습까지 끝난 날 마지막인데 회식을 해야하지 않겠냐는 내 말에 다들 환호를 하였고 우리는 고깃집으로 향했다. 다들 성인이었기때문에 술을 시켰고 다 같이 잔을 들었다.
"잘 따라와줘서 고맙고 5달 동안 다들 수고했어요. 강의는 다 끝났지만 궁금한 게 있거나 피트백 받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계산은 제가 할테니까 많이 먹어요. 자, 첫 잔은 원샷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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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단이 거의 완결이 나서 차기작 살짝 올려두고 갑니다. 하핫
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일주일 간격으로 연재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