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들-B W.christmas rose 세훈×준면 준면의머리속에서 어머니의목소리가 사라져버린날이 계속해서재생되었다.엄마,엄마 내이름좀불러봐요.그러나 준면의어머니는 끝내준면의이름을 담지못했다.준면의어머니가 목소리를잃은이유는,어머니가 가정부로계셨던집에서 생긴사고로인해 발생한것이였다.얼마나 아팠을까,얼마나 힘들었을까.어린준면의두눈에서 끊임없이눈물이 쏟아져내렸다.죽은듯이 침대에누워계신 어머니의목을멍하니 바라만보던준면은,이제부터 자신이어머니를 책임지고행복하게 만들어드릴거라는 맹세를했다.준면의 어머니의손은 보들보들한 준면의하얀손과는달리 까칠까칠했다.준면은 사고이후에 어머니의얼굴을볼때마다 죄책감에휩싸여 고개를숙였다. "ㅁ....엄마,엄마......" 헉,준면이 숨을들이쉬며 놀랜가슴을진정시켰다.요즘은 이꿈을꾸지않았는데,아마도다시 시작된것같았다.준면이잠결에본것은,사랑하는 어머니가 목에붕대를두르신채로 누워계신모습이였다.준면은 어릴때와같이 무릎에얼굴을파묻으며 혹여어머니가들을세라,작게흐느꼈다.그러다가 어머니의목에둘러진붕대가 점점빨개져갔다.어머니의가녀린목에서 새빨간피가바닥으로 뚝뚝떨어지고....준면이 안좋은기억을떨쳐내려,세차게고개를저었다.준면은옆방에서 주무시고계실어머니를알아 조심조심걸어서 퉁퉁부은눈을지우려 화장실로들어갔다. 몇분정도 차가운물로 세안을하니,한껏기분이나아진것같았다.준면은 거울속에 비친제모습을들여다보았다.물로인해 젖은세면대가 티셔츠에닿아 젖는데도불구하고,준면은 그저멍하니거울속의 자신을응시했다.거울속의자신은 자신을바라보고있었다.준면의말아쥔주먹에 힘이들어가며,하얗게질려갔다.왜나한테만,왜우리가족한테만.준면은 수건을꺼내들어 얼굴을벅벅문질렀다.어떻게해도 두려움이진정되지가않았다.아마도 오늘밤은꼼짝없이 지새야될것같다고생각하며 자리에눕자,또다시아까의 장면이데자뷰처럼 눈앞에선명히그려졌다.힘없이축늘어져있는 어머니와,그앞에서울고있는 나.지금생각해보면 그때자신의형은,담담한얼굴이였던것같다.준면은그순간,돌아가신자신의아버지가 미치도록그리웠다. "더자시지,왜일어났어.엄마" 준면이물어도 준면의어머니는 대답이없었다.말을못하는 벙어리이니까 말을못하는것은당연한일이였다.준면이 우두커니서계시는 어머니를방으로모시려 자리에서일어서자,준면의어머니가 가까이다가온준면의 얼굴을유심히살펴봤다.그러다가 책상에놓여져있던 아무종이나꺼내어,무언가를적기시작했다.'우리아들,울었어?' "....아니,안울었어.괜찮아" 그러자,준면의어머니가 다시종이에 글씨를적어나갔다.쓱싹이는소리와함께 준면의어머니의 손도떨려갔다.'거짓말하지마.너를낳은사람이누군데,엄마는 다알아.울었잖아.' "안울었다니까? 어서들어가서 주무세요." '혹시 그때일때문에그런거야?' ".....엄마,그때일때문에 그런거아니야.걱정하지마요" 준면의어머니가 준면의얼굴을훑더니만,이내 부드럽게웃으며준면의어깨를 다독거렸다.준면은왠지 그녀의따듯한손길에 다시금왈칵눈물을 쏟아버릴것만같아,고개를떨구었다.준면은서서히 붉어지는눈가가 그녀에게들킬까두려워 눈을꼭감았다. *********** 세훈은 감았던눈을뜨며 지끈거리는머리를 손으로감싸쥐었다.이따끔씩,이렇게 머리가깨질듯이 아파오곤했다.세훈은 침대에누워 제방의천장을바라보며 과거를떠올렸다.칠년전떠났던 미국으로의유학,그곳에서세훈은 그어디보다편안하다는 느낌을받았었다.집안의눈총이없고,오직자유로운생활뿐인 그곳이그렇게도 좋을수가없었다.그럼에도 미국에서의유학생활 중간중간에 한국에서의악몽같던일이 떠올랐다.일년이지나고,삼년이지나고,오년이지나도.그기억은 세훈의머리에서 사라지지않았다.세훈은 탁자위에놓인 핸드폰을켜서 시간을확인했다.새벽4시 21분.깨기엔 아직이른시각이였다. 세훈은 핸드폰을다시꺼두고는,자신이보이지않도록 이불을머리끝까지 덮었다.답답한공기에도불구,세훈은 아랑곳하지않고 숨을몰아쉬었다.어째서 이런밤중이면 그일이생각나는것일까.세훈은 몸을움츠리며 이불을꼭끌어안았다.버석버석한 새이불에는 그어떤 사람의향기조차남아있지않아 공허했다.그때의죄책감은 아직까지도 세훈을끊임없이 따라오며세훈을 괴롭혔다.때때로 꾸는꿈들은,전부그일에관한것들이였다.무표정으로일관하며 갑옷을입고있지만,그일에대한죄책감이란 단단한화살앞에서는 세훈도꼼짝을못했다. 세훈은몇일전 가족끼리의모임을빙자한 미니주주총회에서 자리를박차고나가버린 루한을떠올렸다. 배신당한눈빛으로 아버지를쳐다보는 형의눈빛은 그누구보다처연했다.너무나가련하고 애처로워서 형에게다가가 그너른등을힘껏 껴안아주고싶었다.루한형,하고부르면서 형을껴안아본적이 언제였더라.기억이 까마득하다. '아버지,언제까지 제게이러실생각이세요.전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정말로 목적수단안가리고 사시는분이시네요.좀 실망했습니다.' 물론 세훈과루한도언젠간 이런일이있으리라고는 예상했었다.다만그시기가 좀더빨리온것뿐이지만말이다.세훈은 결혼통보를 받은것이나다름없는 형이불쌍했다.몇년후면 세훈자신도겪게될 끔찍한일중의하나였다.약혼과결혼.그리고 기업간의협력과 합병,약속.세훈은 기업간의약속을전제하에 이루어지는 이모든것이지루하고 따분하다생각했다.세훈은 지금루한이 그누구보다 위태위태할것이란것을잘알았다.거친풍랑속에서 혼자 무리에서떨어진 배한척과도 같은그동떨어진기분은,겪어본적만아는 더러운기분이였다. 형은지금쯤 무슨생각을하고있을까,결혼제의에반대할까? 아니,오히려 그라면 실질적인기업의둘째인 자신을견제하려 정략결혼을승낙할지도모른다.바보같은 루한.세훈은 남들의생각과는다르게도 기업의높은자리에는 관심이없는사람이였다.하지만루한은 그런세훈을알면서도,늘세훈을끊임없이 견제해왔다.마지막으로 루한과함께 마주보며웃었던적이 언제더라-세훈은 어느새인가부터 루한의웃는모습을 본적이없었다.세훈은 그런무심한 루한의모습을이해했다.그누구라도 발에돈이채이고 굴러다니는집안속에서 장자로써살아간다면,자신의동생들이 후에 자신의입지를 위협할것을 두려워할것이였다. 세훈은 한참동안을이불을 덮어쓰고있다가,이내이불을거칠게 벗어제꼈다.더운숨을몰아쉬며 세훈은 자신을중심으로 천장이핑핑도는듯한 느낌을받았다.더워,더워.세훈은 겨울이지만 급하게몰려오는더운공기에 몸을일으켜 침대에걸터앉았다.불어오는차가운 바람이무색하게,세훈의이마엔 땀이송글송글맺혀있었다.세훈은 시계가4시 54분을가르키자,한숨을내뱉으며 무릎에고개를묻었다.아무래도 오늘밤은 더이상잠이오지않을듯했다.세훈은 피곤함에쩔은채로 더욱더무릎에고개를파묻었다.피곤한데 잠이오지않는꼴이라니,세훈은 내일쯤눈가에다크서클이 달려있을거라고예상했다. ".......졸려......" 졸린다,졸린데.잠이오지않는다.이보다짜증나는상황이 어디있겠는가.세훈은 이짜증나는더위와 잠을없애기위해 자리에서일어섰다.세훈은 일어서는순간,찌뿌둥한느낌을받은탓에 인상을찡그렸다.여러가지 값비싼 가구들을지나쳐문을열고방을나서자,복도에는 일정한간격으로장식품들이 전시되어있었다.세훈은그것이익숙한지,무심한얼굴로복도를걸으며 하품했다.일층으로통하는 계단에점점다다를수록,누군가의 설움이묻어난한탄소리가 점점크게들려왔다.술이거나하게취한듯,목소리에는 취기가서려있었다. 세훈은 직감적으로 그목소리의주인을 단번에알아챘다.여인의한이서린목소리는 애달팠다.세훈은 집안에서이렇게 술에취해있을사람은 단한명뿐이라,곧바로 계단을내려가 그녀가 술을마시고있을거실로달려나갔다.그녀에게가까이다가가자,풍겨오는술냄새가 그녀가마신술의양을 증명해주었다.세훈은 진하게풍겨오는 술냄새에코를찡그리며 그녀의곁에앉았다.그녀는 제곁에다가와앉은 세훈을보며,올라오는술기운에 어린아이같이 배시시웃었다. "세훈아.....우리아들,멋진우리아들.하나밖에없는 우리아들." "응,나여기있어요.엄마" "그래...잘생겼다,우리세훈이.세훈이는 내가낳았지....내가." "....응,우리한여사님이 나를낳으셨지." "흐흥,세훈아.이엄마는,한기애는.오세훈너만 있으면돼.세훈이너만....오세훈너만..." "나도,우리엄마만 있으면돼요." "진짜그래?? 진짜로?" 자신에게 해맑게웃으며 재차물어오는어머니가 불쌍해세훈은 환하게웃으며 그녀의볼을쓰다듬어주었다.그녀가 세훈의대답을기다리는듯,눈을반짝이며 세훈을바라보았다.세훈은 그런그녀의손에쥐어진 술잔을뺏어들어,자신의입에털어넣었다.안돼,내꺼야.이리줘,세훈아.그런그녀의애원에도불구,세훈은 남은한방울까지 입에털어넣었다.사실술은별로좋아하진않지만,이대로놔두면 술이떨어질때까지 계속해서퍼마실 그녀를알기에,세훈은 양주병을그녀의손이 닿는곳으로부터멀리 치워놓았다. "그렇다니까.엄마,사랑해요." ".....아,그거듣기좋은소리네.엄마도 세훈이많이사랑해-" "왜이렇게 술을많이마셨어,엄마.이러다가 건강이라도나빠지면...." 세훈은 자신의어깨로힘없이쓰러진 그녀에희미하게 쓴미소를띄웠다.엄마,잘자요.세훈에게로쓰러진 그녀는,어딘가모르게 많이지쳐보였다.이런그녀의모습을 이사장이나,자신의아버지가 보기라도한다면 큰일이날터였다.또 술을마시느냐고 잔소리를할것이므로 세훈은어서그녀의방으로 그녀를옮겨야했다.그녀는 자신을걱정하는 세훈을아는지모르는지,평온한표정으로 세훈의품에안겨있었다. 세훈은그대로 그녀를업어,그녀의방으로향했다.세훈이한걸음,한걸음뗄때마다 그녀가세훈의등에서 잠결에움직엿지만,세훈은 다시자세를고쳐잡고선 묵묵히그녀를업었다.세훈의어머니가 술을먹고거실에서 뻗기라도하면,늘뒷처리는 세훈의몪이였다.세훈은 저번보다더가벼워진 어머니의무게에 안쓰러웠다.그누구가뭐라해도,제게는한없이 다정하신어머니였다.세훈은 침대에그녀를조심조심 신주단지모시듯이 내려놓고선,방까지허리를굽히고오느라 불편했던탓에,팔을뻗어기지개를켰다. 세상모르고 잠에빠져든어머니의 모습은,마치아이같았다.세훈은 그녀의아이같은모습에 입가에미소가떠날줄을몰랐다.세훈은그러면서도,자신의어머니가 왜술을마셨는지 그이유를알아 고개를주억거렸다.보나마나 집안의본부인인 이사장때문이겠지.세훈은 혹여그녀가깰세라,그녀의목과귀에서 장신구를빼주며 그녀의볼에가볍게 입을맞추었다. ".....엄마,잘자요." *********** 루한의 유년시절은 재벌집아들이라는 타이틀에도불구하고,매우불우했다,루한의삶은 어느날부턴가 아버지가데리고나타난 왠여자와,그여자가낳아온 어린남자아이에의해서 산산조각이나버렸다.그들은 원래부터제집이였단듯이,루한의집안에 스며들었다.새로들어온 여자는아이를출산한사람인데도 매우아름다웠다.그리고 여자가데리고온 남자아이도꽤나 귀여웠다.어린루한은,그아이가 누구의아이인지도모른채로 그저해맑게웃었다.루한은 나중에서야알게된 아이의아버지에,고개를갸웃거리며 의아해했다.왜 엄마가다른데 아빠가같아? 그문제의해답은,루한이점차나이를 먹어가고 머리가좋아지면서 저절로깨달았다.아,우리는이복형제구나.아버지는같지만 어머니가다르지.난 형이고,넌동생이야.그럼에도루한은 마냥귀엽기만한 제이복동생이좋았다.어머니가 다름에도,자신을쏙빼닮았으며 가끔씩집안을 총총뛰어다니는것이 귀여웠다.하지만 이복동생의어머니와 몇년전에안방을차지한 여자는싫었다.왜냐고묻는다면,그냥.그냥그여자들이 싫었다.당신들은 내어머니가아니니까.루한은 초등학교 고학년때까지만해도,여섯살차이가나는 제동생이 제게보여주는 웃음이좋았다.학교를다녀오면 저보다한참은어린동생이 저를현관문앞에서부터 기다리고있었다. 저가옷을벗으려 방안으로들어가면,또거기까지 짧은걸음으로 쫑쫑쫓아오는모습도,일이뜻대로 되지않아 서럽게우는동생의모습도 동생바보가되어버린 루한의눈에는 귀여웠다.그렇게루한은 몇년간을동생에게 빠져살았다.그러다가 중학교이학년때쯤,루한은 경영수업을받고 세상에대해점차알아가면서 제이복동생을 멀리하기시작했다.이복동생이라도,내위치를 위협할수있는거야.루한은 저에게동화책을 읽어달라고동생이 방까지쫓아오면,그때마다 무표정으로 거절하곤했다.하지만 루한은이것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가의자제로태어난이상,어쩔수없는일이라고 여기었다. 루한은 심심풀이로보는 신문에서,형제간의 다툼으로 망하는회사들을종종보았다.증조할아버지때부터 대대손손전해져내려온 이뼈대있는회사를 굳건하게지키기위해선 자신도냉정해져야된다고 다짐했다.루한은자신을낳은후 몇년안되어서 돌아가신어머니를 위해서라도,꼭기업의장자자리를 지킬것이라 마음먹었다.그런세상의 냉정함과 루한의다짐이,루한자신을 냉정하고 메마른사람으로만들었다.그렇게 루한은 감정이퇴화되며 자라났다. 이복동생의이름은 세훈이였다,세훈아.너는왜 이런삭막한집안에서 나와형제로태어날수밖에 없었니.루한은 습관처럼하루에도몇번씩 세훈을떠올리곤했다.오세훈,루한은 동생의유치원원복에 매달려진명찰을 보며 생각했다.어떤노력을하든지간에 너와난이복형제이고,넌 아버지의 성을물려받은 친아들이야.루한은 어릴때부터 보면볼수록 자신과닮은세훈의얼굴이 신기했다.어떻게어머니가다른데,이렇게 닮을수가있을까.루한은 이왕이면 자신과세훈이 친형제라면좋겠다고 생각도했었다.그렇다면 세훈은서자로써 살지않아도돼는것이고,자신은 그누군가의눈치를보며 살지않아도돼는것이니까. 그렇게 귀여운동생을 자신에게서밀어낼때마다 루한은상처받은 세훈의얼굴이두려웠다. 왜 그런표정으로 나를바라보는거야.어느덧 세월이흐르고흘러 마냥어리기만하던 세훈도 초등학교사학년이되었다.더이상세훈도 자신에게 무엇을부탁하거나,같이놀자고 선뜻다가오질않았다.하루는 세훈과 세훈의어미되는사람이 거실에서놀고있는것을본 루한이,그들에게 다가간적이있었다.그러나 루한의 동생을향한발걸음은 세훈의도주로인해 처참하게깨졌다.그럴만도했다.요근래들어서는 세훈이자신을더욱더 밀어내고있는것만같아 가슴이아팠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일학년쯤엔,루한은자신과 동갑인남자아이를만났다.자신의동생만큼이나 귀여운외모를가지고있는 소년이였다.소년은 숫기가없는루한에게 먼저다가와말을걸어주었다.안녕,네가 루한이라면서? 반가워.루한은 그런아이같이해맑은 소년의모습에 어안이벙벙하여 소년이내민악수를받았다.그런환한웃음은 오랜만이여서그랬을까.루한은 자신과동갑인친구를 만났것같아기뻤다.내로라하는집안의 자제들만다니는 학교에서의가식적인 친분이아닌,진짜 사람끼리의우정을 처음으로느껴본 루한이였다. 김민석.나중에서야알아본 소년의이름이였다.그날이후로,루한과소년은 매일밤마다 서로연락을 주고받았다.밥먹었어? 일상적인 문자라든지,괜찮아?라는 다독거리는문자라든지.루한은 소년과대화를할때면 마음속의 꽉막혀있던부분이 시원하게뚫리는기분이였다.어머니가없는 루한과달리,민석에게는 부모님이아예없었다.어느정도 친해지고나서 말한민석의사연은,루한의집안에서 만든재단에서 고아로써 후원을받고있던것이였다.하지만 루한은그런것따윈 상관이없었다.고아라서,친구를사귀면안돼는거야? 민석과루한은 서로의비밀을교환한뒤로,급속히친해져만갔다.민석과루한은 매일마다같은 차를타고등교를했다.루한이 민석이혼자사는 오피스텔앞으로오면,민석이미안해하며 같이가는식이였다.루한과민석이다니는 고등학교는,날고긴다는 애들만다니는 명문사립고등학교였다.민석은 학교에몇없다는 사회전형배려자였다.그당시 루한의학교의학생들은,철저히 약자들을 따돌리자는주의였다.그런학생들의눈에,민석이사배자임을 들키게하지않기위해 루한은온갖애를썼다.민석과 매일같이등교하고,매일같이다녔다.하교도물론 민석과함께였다.루한은 그런생활이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어영부영하다가,루한과민석은 어느덧고등학교삼학년이되었다.처음몇달간은 평온했다.하지만,민석과루한의사이를 의심한 아이들로인해 민석이사배자라는것이 온학교에들통나버리고야 말았다.자신이고아라는것을 들킨그순간부터,민석은 아이들에게 상상도못한 치욕스러운대접을받아야만했다.루한은 그런민석이 너무나도가엽기만했다.하루는 민석이사물함을열자,쓰레기들이 쏟아져나왔다.또다른하루는 민석의교과서가 교실의바닥에 나뒹굴곤했다.민석은 그런대접에도 꿋꿋하게울지않고 남은몇개월간을 끝내버텨냈다. 삼학년마지막졸업식날,루한은민석과의 미묘한관계를 다시한번생각보는 계기가되었다.루한은그제서야 민석과자신이 아슬아슬한줄타기나 마찬가지인 친구이상연인이하의 관계라고깨달았다.루한은 그동안민석이제게 보여주는웃음이 좋다고만생각했지,막상왜좋은지는 생각지못한것이다.루한은 민석이왜좋은지에대해 곰곰히생각해보았다.첫째,민석이웃는얼굴이좋아서.둘째,민석이 제게해주는 모든것이좋아서.셋째,민석이그냥좋아서.따지고보면,모든사람이 그냥좋아서 관계를유지할리는없지않은가. 하지만 사랑하는사람끼리는 서로에게무한한 애정을주는관계였다.조건없는 무한한애정.루한은 그것을바랬다.어머니가없어 홀로외로운시절을 보내야만했던루한이였다.루한은민석을만나고나서부터,처음외로움이라는것을 느꼈다.남의사랑을받으면,그것에적응이되어버리니까 마약같이계속해서 사랑을 요구할수밖에없는것이였다.루한은 대학교에올라가서도 민석과의관계를유지했다. 그런데민석은 루한이느끼고있는 감정이아니였었다.그냥 친한친구.잘웃고,서로맞는 친한친구였다.민석은어느날부턴가 제게다른행동을보이는 루한에의아해해었다.루한이 나한테왜저러지? 오랫동안 혼자머리를굴려 고민한끝은,이건누가봐도 사랑에빠진남자의 행동이였다.설마,아닐꺼야.아니겠지.루한이내게.....그럴리가없어.민석은 그생각이후로 하루종일을 루한에대해서만생각했다.고민하고 또고민해보아도,결국나오는것은 루한이자신을 좋아한다라는 말도안되는해답뿐이였다. "이명문고등학교에 고아인내가 교사로부임했다는것이 알려져도,다시한번 사배자로살아보는것도 그리나쁘진않을거야.뭐,옛날고등학교때 추억도되살려보고." "그런소문따윈 알려지지않을테니까 너는아무걱정하지마." 그순간,루한에게서 등을돌리려던 민석의발걸음이멈추었다.이학교에서 내가고아라는것이알려지면,아이들이나를 바닥으로보겠지.민석은 지금까지저혼자서 지우려해도지울수없은 자신의비참한신분때문에 혼자서끙끙앓던중이였다.여태다른 평범한일반고등학교에서 교사를하다가 갑자기 회장님의지시를받아 명문사립고에서 교사를하자니,그게또 어려운것이였다.요즘사람들이말하는 낙하산과도같았다.게다가 민석이새로부임받은곳은,자신과루한이 옛날에다니던고등학교였다.지금도교실을 돌아다닐때면,그때의악몽이 기억속에꼼짝없이자리잡아 민석을괴롭혔다.돈이없는아이와돈이많은아이.이잔인한학교는 그야말로 사회의축소판과도같았다. 민석은 그것이싫었다.친구들과 놀러다니고,공부에대해불평할나이에 이학교의학생들은 온몸에보란듯이 수백의명품을휘감고다녔다.민석은 가끔씩보이는 사배자아이들을볼때마다 옛날의자신이생각나 일부러더챙겨주었다.민석도 사배자인것을들키고선 늘같은반아이들에게 대놓고배척을당했었다.민석은그쯤되니,자신의친구인 루한이부러웠다.돈많고,인기있는 너라면얼마나좋을까.민석은 매일아침등교때마다 자신을데리러오는 차에만타면,무언가 자신만이 이질적인것같았다. "루한....네가,기사막아준거야?" "잘해.괜히애들한테 무시나받지말고." "...고마워,루한." "......" "늘챙겨줘서 고맙다고." "알면 우리관계에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나해." 민석은그대로 자리에서 몇분동안을 꿈쩍하지않았다.사람끼리의 서로를대하는감정이 다르다는것은 참힘든일이였다.그리고 그감정을 외면하는것도 만만치않게 힘든일이였음을 깨달은민석이였다.밀어내는것도,받아들이는것조차 힘겨운것이였다 ******** 면목이없어요...또제목을바꿨네요...죄송해요 나의작은하인은 열심히쓰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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