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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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질문이 있는데…"
택운이 늑대를 누운 채 올려다보았다.
"왜 계속 사람으로 변해 있지는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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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누워 있던 늑대가 몸을 뒤척이더니 곧이어 자세를 바로잡고 앉았다.
일어서지 않았는데도 상당히 커다란 늑대가 택운을 빤히 바라보자, 택운이 머뭇거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민감한 질문이었나, 싶어 택운이 머리를 긁적이는데,
늑대가 앞발을 들어 택운의 얼굴에 턱 하고 얹는다. 커다란 앞발이 자그만 얼굴을 전부 뒤덮었다.
"…으아 이게 뭐…!"
택운이 놀라 그 앞발에 손을 얹었다.
털의 거친 감촉을 느낄 새도 없이, 그 솥뚜껑 같던 앞발은 순식간에 따뜻한 살결로 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커다래서 택운의 얼굴을 뒤덮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우와."
눈 앞에는 그 소년이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자신을 안아들고 유리창을 깨며 달리던.
택운이 반쯤은 얼 빠진 멍한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주 천천히 관찰했다.
처음 소년을 봤을 때는 사실 소년의 얼굴을 확인할 시간도 없을 만큼 경황이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천천히 바라본 소년의 얼굴은,
꽤나 앳된 티가 풍겼고, 순한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냥 순하지만은 않았다.
…그보다 결정적으로 소년은-
"…잘생겼네?"
잘생겼다. 택운은 호오, 하고 자그맣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순수하게 감탄하는 택운의 얼굴을 보고는 소년이 으하하, 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칭찬이지?"
"뭐야, 말도 잘 하네."
"늑대인간이기는 해도 인간이거든?"
"아니 근데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너 몇 살이야?"
다섯 살… 소년이 말하자마자 택운이 소년의 어깨를 찰싹 내리쳤다.
새파랗게 어린 게 무슨 반말이야. 중얼거리는 택운의 손목을 소년이 턱 하고 잡았다.
당황한 택운이 손목을 돌려 빼려고 했지만, 순수한 눈매와는 다르게 소년의 악력은 상당했다. 손목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늑대 나이로 다섯 살이고, 실제 나이는 너랑 비슷할 걸? 조금 더 어릴지도 모르지만."
"너 이거 안…"
"기껏 사람으로 변해 달라고 해서 변했더니 다짜고짜 주먹질이야-"
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알아? 소년이 삐진 듯 불퉁하게 나온 입술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왜 사람으로 계속 변해 있지는 않는지 궁금했었지.
"사람으로 변해 있으면 사냥당할 일도 없지 않아? 왜 계속 늑대 모습으로 있는 거야?"
"사람으로 완벽하게 변할 수는 있지만, 힘도 들고. 늑대 모습으로 있는 게 편하거든. 그래서 웬만하면 혼자 있을 땐 잘 안 변해.
변하더라도 변해 있는 채로 힘을 많이 쓰면 거의 탈진해. 어제도 너 안고 도착해서 바로 잠들었거든.
잠들면서 정신을 놓으면 저절로 늑대로 변해, 나."
"그럼… 그럼 쫓길 땐 사람으로 변해 있으면 되잖아."
너 생각보다 관찰력 없구나. 소년이 툭 던진 한 마디에 뭐?! 하고 택운이 발끈하자, 소년이 웃었다.
소년이 얼굴을 택운의 코 앞에 쑥 들이밀었다. 갑자기 가까이 다가온 소년에 택운이 움찔했다.
"나 정말- 인간으로 보여?"
"…어, …아! 눈동자-"
그제야 택운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분명히 사람인데, 눈매는 순하게 웃고 있는데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던 이유는 바로,
선명한 노란빛을 띄고 있는 눈동자였다.
"안 잡힐 거 같아?"
"그렇구나…"
"눈동자 색은 우리 종족의 특징이니만큼 인간으로 변해도 달라지지 않더라고.
게다가 늑대로 변해 있는 쪽이 편해. 달리기도 더 빠르고, 사냥할 때도 더 유리하고."
그렇구나, 택운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택운의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부끄러웠는지 택운의 뺨이 살짝 발갛게 물들었다.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
"나도 배고파서. 뭐 먹을래? 난 사슴."
"사슴…? 생고기 말이야?"
"생고기 싫어해? 완전 맛있는데."
"빵… 이나 수프 같은 건 없어?"
"난 그걸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 건지 모르겠더라."
택운이 거의 좌절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라 음식도 늘 가장 깨끗하고, 가장 부드러운 것만 먹던 택운이었다.
두 손에 피가 뚝뚝 흐르는 날고기를 한 웅큼 쥐어 온 소년이 짚 위에 날고기를 툭 던졌다.
기겁한 택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왜 그러냐는 듯한 눈빛으로 택운을 바라보는 소년에게 택운이 비장한 표정으로,
"…마른 장작 좀 구해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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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돌쇠입니다 :)
5편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썰이었는데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 기쁘네요ㅠ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