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째였다. 그녀석을 바라본게. 그리고 그녀석 또한 한시간째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듣는 첫강의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고 있는데 혼자 여유롭게 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널 바라본건 아니였다. 열린 창문사이로 불어오는 기분좋은 바람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너를 발견한거다.
너에게서 눈을 뗄수 없었다. 넌 참 이질적이었다. 그 곳에 넌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어울렸다.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왜 인지는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아마 첫눈에 반한거겠지. 라고 혼자 추측할 뿐이다.
한참을 바라 보니 이제서야 니옆에 있는 남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황민현. 동기들에게 수도 없이 들었던 이름이었다.
그리고 황민현 옆을 따라오던 이름. 이지은.
당시에는 재미없어 대충들었던 말이었는데 자세히 들어 놓을껄 후회가 된다.
"성우야- 우리 점심 같이 먹을래?"
"아니. 나 선약있어."
수업이 끝나고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오는 여자동기들을 무시하고 너에게 다가갔다.
"안녕."
"...응."
"나는 옹성우야. 우리 같이 점심 먹을래?"
"..."
늘 듣기만 했던 점심먹자는 얘기를 내가 하게 될줄은 몰랐다.
아니 여자에게 먼저 말을 건낸것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선뜻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떨렸다. 나름 여자도 많이 만나보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인생을 헛 살았나보다.
"지은이 나랑 같이 먹기로 했는데. 괜찮으면 같이 먹을래?"
옆에 앉아 있던 황민현이 대신 말했다.
"그래."
너와 함께있고 싶은 마음에 허락한 것이었다.
그 날은 셋이서 학식을 먹었다.
처음 대화를 나눈 것이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황민현은 생각 이상으로 다정했고 너는 관심없는 척했지만 내 말을 조용히 다 들어주고 묻는 말에 대답도 잘해주었다.
나름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황민현과 밥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이지은과 단둘이 먹고싶다고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친구에서 연인까지
그 둘은 참 신기했다.
이지은이는 자기 자신이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오히려 황민현보다 더 눈에 띄었다.
황민현이 외모때문에 눈이 간다면 너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때문에 관심이 갔다.
주위를 끄는 뭔가가 너에게는 있었다.
말은 틱틱되지만 다정하게 챙겨주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성격도 좋았고
뿐만아니라 자세히보면 하나하나 다 예쁜 이목구비, 작지만 좋은 비율 등 너는 황민현 못지않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 둘은 혼자있어도 눈이 띄지만 둘이 함께 있을땐 더 심했다.
이지은과 황민현은 꼭 쌍둥이마냥 붙어다녔고 그 사이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것 마냥 행동했다.
하지만 그 사이를 끼어든게 나였다.
사람들은 어느새 이지은, 황민현에서 이지은, 황민현, 옹성우까지 나를 포함해서 말을 하는데 나는 그게 좋았다. 진짜 친구가 된것 같았다.
이 평화가 깨진건 민현이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후였다.
민현이가 여자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 질수록 나 또한 지은이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 졌다.
괜찮지 않을꺼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너는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이때까지는 나는 내가 지은이를 좋아하는 지 몰랐다.
적지 않은 연애를 했으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몰랐다는게 참 웃기지만 진짜다.
시간이 지날 수록 니가 점점 더 예쁘게 보이고 눈에 안보이면 궁금하고 걱정되고. 이걸 지식인에서는 사랑이라고 하더라.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더욱 욕심이 났다.
이 마음을 황민현은 알았나보다. 아니 나보다 더 먼저 내 마음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셋이 있을 때 민현이가 지은이에게 집착하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민현이가 여자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지은이는 민현이보다 나를 더 찾기 시작했다. 그걸 민현이는 마음에 안 들어했다.
보상이라도 받듯 가끔가다 셋이 만나면 민현이는 눈에 띄게 나를 따돌렸고 내 눈앞에서 지은이에게 많은 스킨쉽을 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처음에는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하고 넘어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는 민현이의 여자친구가 알아차릴정도로 심해졌다.
너는 몰랐겠지만 민현이와 은서선배는 너때문에 많이 싸웠다.
그리고 민현이가 헤어지던 날도 은서선배와 니 얘길 하다 헤어진것이었다.
민현이는 은서선배에게 자신은 양다리를 이해해줬는데 왜 지은이랑 함께있는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냐에 대해 처음으로 화를 냈고 은서선배는 민현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게 어쩌다 결혼때문에 헤어지게된거라는 소문이 난건지는 모르겠다.
술을 먹고 헤어진얘기를 하는 민현이를 보며 난 무슨 얘기를 해야될지 모르겠었다.
민현이가 술이 깬 다음 날 나는 내 속 마음을 얘기했다.
내가 지은이를 좋아하는거 같다고 그러면 안되는데 자꾸 너희 둘이 붙어다니는게 짜증난다고.
그때의 민현이의 표정이 잊쳐지지가 않는다.
민현이는 그때 슬픔, 아픔, 화남 이런게 아닌 그냥 무표정이었다.
꼭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 후 민현이는 이별을 빙자해 지은이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아니 사랑을 자극했다.
나는 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했다.
민현이와 은서선배의 이야기도 지은이의 마음도 민현이의 마음도. 그리고 내 마음도.
고백할 자신이 없었다. 지은이와 민현이가 서로 좋아한다는걸 알았다.
승리하지 못하는 게임에 도전할 만큼 나는 바보도 아니였고 용기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친구로서 너와 민현이가 너무 소중했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고는 민현이를 피해다니고 힘들어하는 널 위로해주는게 다였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기회는 찾아왔다.
민현이가 은서선배와 다시 사귀기로 했고 지은이는 차였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민현이가 왜 은서선배를 다시 만나는지. 왜 좋아하는 지은이를 찼는지. 민현이의 마음이 너무 궁금했다.
민현이에게 물어보면 그냥 아픈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민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더 겁쟁이었다.
지은이가 아직 민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아는데 고백하는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했다.
소중한 친구인 너희를 잃을까봐 겁이났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니가 소개팅을 한다는 소리에 머리가 띵해졌다.
왜? 왜?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 난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거 같았다.
민현이도 지은이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과부화된 머리에 생각도 없이 홧김에 너에게 고백했다.
"이지은 남차친구 그거 내가 해준다고."
"..."
하지만 곧 후회를 했다.
민현이를 잃고 싶지 않았다. 널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전하지 않으면 평생 전하지 못할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나 좋아해?"
"글쎄...좋아하면 어떻게 되는건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제발 아니라고 말해줬으면하는 니 생각이 얼굴로 들어났다.
하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더 이상 기다리다가는 진짜 평생 후회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응. 나 너 좋아해."
"..."
"이지은. 나도 이제 남자로 봐주면 안돼?"
너에게 어떤 말이 흘러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민현이가 날 미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내 마음가는 대로 행동할 것이다.
성우는 그 날 밤... |
"지은아. 내가 어떻게 해야할까?"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더욱 가슴이 아려온다. "피식- 잘자. 내일은 내가 민현이 데려올꺼야. 그럼 너네 둘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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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좀 많이 어둡네요....처음은 이정도는 아닌것같은데 가면 갈 수록 어두워지네요....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해서 달달한걸 쓰고싶어요....
오늘은 브금을 안 넣었어요. 제가 막귀라 어울리는 브금도 못 찾겠고 모바일로 들으니 자꾸 끊켜서 오히려 거슬리더라고요
이거 다음편도 미리 써놨어요 그랬더니 남주가 확실히 정해지는 느낌이에요ㅋㅋㅋㅋ
그래도 혹시 제가 원하는 남주와 여러분이 생각하는 남주가 다를까 걱정이 되어 투표를 해용
여러분이 원하는 남주가 누군지 투표해주떼용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