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황민현!!!쌤이 너 오래!!!"
친구들에게 붙잡혀 억지로 축구를 하고 있으면 니가 나를 부른다.
"어어. 알았어."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너에게 달려가면 너는 날을 힐끗 쳐다보더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준다.
"넌 진짜 바보야."
"아이. 왜 또 이러실까. 지은이 좋아하는 매점갈까?"
"에-휴"
내가 너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을 돌리면 너는 그냥 한숨 한번 쉬고 모르는척 매점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염분알르레기가 있어 땀을 흘리면 안됐다. 그래서 축구 등 모든운동을 하면 안됐다.
하지만 다른아이들에게는 티낼 수 없어 항상 억지로 축구를 했었는데 지은이가 나타나고 부터는 그러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우리 평생 친구하자."
내가 그렇게 말하면 다시 날 흘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너다.
친구...이렇게 나는 너에게 평생이라는 약속을 받아낸다.
친구에서 연인까지
사실 나는 널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다.
작은 키와 작은 손발 모든게 작은 너는 다른 사람들이 봐도 참 귀여웠다.
그리고 관심없는 덤덤한 눈빛도 나는 너무 귀여워 보였다.
너에게 먼저 말을 걸고 싶었으나 좀 처럼 기회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자리를 바꾸는 날 미리 니 옆자리에 앉을 애에게 가서 자리를 바꿔달라고 말했다.
다행히 그 애는 내 부탁에 순순히 바꿔주었다.
"안녕"
"...응"
너는 날 보더니 눈이 살짝 커졌다가 실망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바뀐다.
너도 날 알까? 사실은 너도 날 바라보고 있었던걸까? 나는 기대를 했지만 예상대로 넌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어 보였다.
"넌 안 피곤해?"
"응?"
시끄러운 교실 속에서도 너의 목소리는 그 무엇보다 크게 들렸다.
니가 처음으로 말을 걸어줬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 니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까먹었다.
"안 피곤하냐고 그렇게 살면."
안 피곤하냐고? 들어본적도 생각해본적도 없는 질문이었다.
"익숙해서 괜찮아."
"..."
사실 그대로 말했다. 익숙했다 이 생활. 어렸을때부터 이런생활을 하게 교육받아왔고 앞으로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나 걱정되면 이거 도와주라"
"싫어"
"흠...나 도와주면 바나나우유사줄게."
"..."
"너 맨날 아침마다 바나나우유 먹잖아. 바나나우유 좋아해?"
"...이것만 도와줄거야."
"그래."
먹을꺼에 넘어 간 니가 너무 귀여웠다.
너는 모르겠지만 그날 난 집에 돌아서 달력에 표시까지 해 놓았다.
이지은과 처음 대화한날.
그 만큼 나는 니가 좋았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 고백하고 싶지 않았다. 너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쉽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내가 어렸을 적에 집을 나가셨다. 그리고 그 후는 다른 집처럼 뻔한 얘기다.
아빠는 알코올중동자가 되셨고 자살기도를 할 정도로 심각해 지셨다.
그러다 일을 하다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 일들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내 머리속에 똑똑히 박혀있다.
아빠에게는 말 못 했지만 사실 엄마에게는 다른 남자가 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모르는 아저씨 품에 안겨있던 엄마의 행복해하던 표정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고모에게 엄마와 아빠에 대해 물어본적이 있다.
엄마와 아빠는 어느 커플처럼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다고 그리고 할아버지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혼에 성공했다고.
그런 얘기를 하며 은근슬적 엄마를 욕하던 고모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이때 알았던것같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고 변한다는걸.
그리고 다짐 했던것같다. 절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나는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 받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버려질바에는 갖지도 않을것이다.
나에게 넌 답답한세상 속에서 날 구해준 구원자이자 안식처이다.
넌 나의 친구이자 여자친구, 가족 아니 그 이상. 내 전부이다.
널 잃고 싶지 않아 친구라는 이름으로 널 가뒀다. 니가 쉽게 떠나가지못하게. 다른 사람들이 널 넘보지 못하게.
나는 너에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줬지만 사실은 니가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겁쟁이에 불과했다.
니가 착각 하고 있는게 있다. 사실 나는 눈치가 빠른편이다.
너의 마음도 성우의 마음도 사실은 내가 젤 먼저 알아차렸을 것이다.
개강 첫 날 뚤어지게 널 쳐다보는 성우를 먼저 발견한것도 나였고 도서관에서 너에게 추파를 던지던 놈을 먼저 발견한 것도 나였다.
그 외에도 이때까지 있었던 널 향한 대시들을 쳐 냈던게 나였다.
"이상하네."
"뭐가?"
"요즘은 동기들이 소개팅얘기를 안꺼내."
"좋은거 아냐?"
"그건 그렇지."
궁금해하는 표정이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그거 내가 애들한테 부탁한거야.
속으로 애써 삼킨말을 뱉는다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은아 나 은서선배 좋아해."
이 말을 하는 내 기분을 너는 모르겠지.
고3. 그 중요한 시기. 너는 나때문에 반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나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너는 여자들의 시샘을 받았고 그 정도는 점점 심했졌다.
너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그걸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학교에서 제일 유명했던 은서선배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은서선배는 현재 졸업해서 학교에서도 마주칠일도 없었고 졸업 전까지 유명했던 사람이었기에 파급력이 확실했다.
소문은 널리 퍼졌고 더 이상 우리 둘을 건들이는 애들은 없었다.
그게 대학교에서까지 소문이 퍼질꺼라는 생각은 못했다.
"너 사실 나 안 좋아하지?"
"..."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친 은서선배에게 인사를 하고 자연스럽게 지나치려는데 은서선배의 말이 날 멈추게 했다.
"나랑 사귀자. 내가 방패가 되어줄게."
"방패 필요없는데요?"
"넌 필요없을 지 몰라도 이지은이는 필요할껄?"
정곡을 찌르는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선배들이 우리를 탐탁치 않게 본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학기 초부터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그 관심을 질투하는 사람들이 선배들 중에도 많다고 들었다.
특히 지은이는 성우와 나 때문에 여러 여자들의 시샘을 받았다.
은서선배는 방패가 될 만큼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었지만...싫었다.
"걱정마 나도 남자친구있어."
"..."
"날 진짜 사랑하라는 말도 안할테니까 그냥 옆에만 있어줘."
"...알았어요."
널 위해서 나는 그냥 그러기로 했다. 널 지킬 수 있다면 더한 것도 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교제가 너에게 상처가 될거라는 걸 알았다면 나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것이다.
나에게 제일 중요한건 너였다.
니가 나보다 성우를 더 찾을때. 그때 난 내 선택이 잘못 됐다는걸 깨달았다.
오랜만에 본 너와 성우의 사이에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다.
못본사이에 성우가 널 쳐다보는 눈빛이 더 부드러워졌고 너의 눈빛도 별반 다를게 없었다.
그래서 성우의 마음을 알면서도 평소보다 더 너에게 다가갔다.
이유없이 손을 잡고 어깨동무하고 얼굴을 만지고 널 안았다.
그래도 불안한 내 마음을 진정 시킬 수 없었다.
그후 은서선배는 뒷전이고 지은이와의 시간을 더 늘렸던거 같다.
은서선배는 항상 나에게 불만을 늘어놓았지만 무시했다. 내가 진짜 남자친구도 아니고 그런것까지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너 요즘은 은서선배 안만나?"
"왜? 내가 선배 안만고 너랑 있으니까 좋지?"
"그런거아냐. 그냥...너 차일까봐 그런다!"
얼굴이 빨개져 거짓말을 하는 니가 너무 귀엽다.
"으구. 우리 지은이 이렇게 귀여워서 내가 혼자 못 나둬."
"니 눈에만 귀여운거라니까"
"그래그래. 그런거로 하자"
치-하며 입술을 내미는 니가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안아버렸다.
"야! 너 여자친구있는 애가 이렇게 막 막..안고 그럼 안돼!"
"넌 친구니까 괜찮아. 아구 귀여워라 우리 지은이."
당황해하는 니가 너무 좋다. 너무너무 좋다.
이렇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너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잔혹하다.
소문. 나는 소문을 그다지 신경쓰는 편이아니다. 오히려 소문을 즐기고 이용할 줄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너와 관련된 소문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은서선배와 헤어지고 또 다시 너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 퍼졌다.
"형!!!큰일났어!!"
"응?"
평소 우리를 잘 따르던 대휘가 헐래벌떡 뛰어와 얘기한다.
"누가 페북에다가 지은이누나가 은서선배한테서 형 뺏었다는 글 올렸어요! 그래서 지금 사람들 누나 욕하고 난리도 아니에요!"
그 누군가가 은서선배 일것이다. 선배는 그 후로 자주 연락이와 나에게 다시 사귀자고 말했다.
거절하는 나에게 지은이를 가지고 협박했고 나는 그냥 무시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단 지은이 귀에 이거 안들리게해."
하. 미친년. 진짜 할 줄이야.
수소문을 해 은서선배의 집으로 찾아갔다.
피해자코스프레를 하려고 학교를 안 나오는줄 알았는데 아니였다.
완벽했던 그 여자는 술에 취해 쇼파에 널부러져 있었고 집안에서는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익숙한 장면에 집안으로 들어가는게 망설어졌다. 아니야. 여긴 우리집이 아니야. 속으로 되내이며 조심히 그 장면 속으로 향한다.
평소 하지않았던 욕을 한바가지 해줄려고 인터넷까지 찾아봤는데 이러면 못하잖아.
"하. 선배 지금 뭐하는 거에요."
"어? 민현이왔네."
"도대체 저랑 지은이한테 왜 그러시는 거에요."
"나쁜새끼. 나는 지 때문에 남자친구랑도 깨졌구만."
"그건 제 잘못이 아니라..."
"좋아해."
"...장난치지 마세요"
"진짜 좋아해 황민현. 그러니까 나 버리지마."
흠칫-
다시 잊고 있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나 너 없으면 못 살아. 세컨드도 괜찮으니까 나....나 혼자두지마."
날 바라보며 우는 은서선배의 모습에서 돌아가신 아빠가 보인다.
혹시 내가 지금 엄마와 같은 짓을 한건가....
아니야...난 아니야....
다가와 안기는 은서선배를 밀어내지 못했다.
"민현아. 민현아. 정말 사랑해. 가지마."
나는 버려진 그 여자를 버리고 떠날 수 없었다. 버려진 그 여자를 두고가기에는 아직 난 어린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니가 상처받을 껄 알았지만 날 사랑해주는 사람을 버린다는건...나는 할 수 없었다.
"나 너 좋아해."
내가 너한테 고백을 들었을 때 어떤기분이 었는지 아니? 넌 모르겠지.
나 조차도 말로 설명 못 할 정도로 복잡한 기분이었는데.
기쁨, 슬픔, 분노, 실망 등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내 기분들이 소용돌이 쳤다.
"미안해. 지은아."
너에게 상처를 주는 내 자신이 너무 싫고 미웠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 후로 난 그 여자에게 휘둘렸다. 천하의 황민현이 휘둘린다는게 말이 안됐지만 그 여자는 계속 나의 잊고싶은 과거들을 자극했다.
소중한 너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여자는 나에게 엄청난 집착을 했고 내가 자신을 따라 주지 않으면 자해까지 했었다.
시간이 지난면 되돌아가면 될꺼야. 라고 나를 안심시켰지만 상황은 점점 안 좋아졌다.
나때문에 니가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걸 알았다.
돌아가고 싶었다. 예전으로. 널 순순하게 좋아하던 중학교때로. 아무것도 모르던 풋풋한 그때로.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너에게 내 진심을 모두 얘기 할꺼다.
널 좋아한다고. 그래서 니가 떠날까봐 무섭다고.
이게 늦은 후회인건 알지만. 나는 눈을 뜨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는 기적을 바라며 감기지 않는 눈을 억지로 감는다.
헤어진 날 |
"나 은서선배랑 헤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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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는 어제 다 써서 일찍 올릴려고 했는데 인티가 아파서 움짤이 안올라가더라고요ㅠㅠㅠ하. 브금도 안오라가네요ㅠㅠㅠ
그래서 될때까지 기다렸는데 아직 안되서 그냥 올려요. 다음에는 새로 수집한 예쁜 민현이 움짤로 찾아뵙겠습니다ㅎㅎ
아 그리고 저 초록글에 올라갔어요!!이 영광을 모두 독자님들에게 돌립니다(하트)
민현이 시점의 글....정말 어려웠어요. 많이 어둡죠?ㅠㅠ 민현아 미안해ㅠㅠㅠㅠ
이 어두움도 다음편까지입니다!! 다음편에 민현이 시점을 마무리하고 다시 투표를 할꺼에요.
주말에는 여행이 예정되어있어서 못오고 아마 월요일 오전에 올꺼같아용!! 그때까지 복습하시면서 이상하거 있음 말씀해주세용ㅎㅎㅎ
암호닉은 정리되면 올리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용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