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이에게 깨끗하게 차이고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성우의 집으로 갔다.
성우는 내 집업을 벗겨주고 집업을 쇼파 위로 가볍게 던졌다.
옹성우가 다리를 구부려 내게 눈을 맞춘다.
"...술 필요해?"
"아니."
"그럼? 매운 떡볶이라도 사올까?"
"아니. 체할꺼같아."
"그럼...안아줄까?"
"...응"
성우는 조심스럽게 나를 끌어당겨 안았다.
그제서야 눈물이 나오는거 같다.
나쁜놈. 황민현 나쁜놈.
속으로 황민현을 욕하며 성우 품에서 펑펑 울었다.
친구에서 연인까지
머리가 띵했다.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옹성우가 나를? 에이...근데 왜?
사람이 참 웃긴게 왜? 라는 이유는 필요없는데 항상 궁금했다.
"왜?"
멍한 내 한마디가 웃겼는지 성우는 웃으면서 말했다.
"뭐가 왜야"
"...왜 내가 좋냐고. 아니 왜 이때까지 티 안냈어?"
"너는 이유가 있어서 민현이 좋아해? 그리고 티냈어. 너빼고 다 알아."
"...다? 민현이도 알아?"
이와중에 민현이를 물어본다...참 웃긴다. 이지은.
"응. 황민현도 알아."
황민현도 알아...민현이도 안단말이지...
진짜 생각이 정지되는 기분이다.
많던 생각들이 싹 사라지면서 집에 가고 싶다. 자고 싶다. 딱 이생각만 든다.
"나 집에 갈래."
"...그래. 대신 다음에 올 때는 생각 잘 정리하서 대답 들고 와. 민현이도 같이 정리해서 오면 더 좋고."
민현이를 정리하긴 뭘 정리해...개가 물건처럼 정리되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는데 성우가 내 손목을 잡는다.
"아니라는 대답도 괜찮으니까...피하지만 마."
"...알았어. 절대 피하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마. 정리되면 올게."
가슴이 아팠다. 친구는 닮는다더니 왜 제는 이런걸 닮아서...
내가 민현이 한테 고백하고 힘들어하는거 옆에서 다 봤으면서...
내가 민현이 아직 좋아하는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왜...왜 하필 나를 좋아해서...
"이지은. 이제 나도 남자로 봐주면 안되냐?"
"나 너 좋아해"
내고백과 성우의 고백이 오버랩된다.
애도 많이 힘들었겠지. 나만큼. 아니 나보다 휠씬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고백은 받아줄 수 없다. 성우의 말처럼 나는 쉽게 민현이를 정리할 수 없다.
"응. 황민현도 알아."
"성우도 같이 먹지 왜 안온데?"
왜 알면서 모른척했어? 너는 정말 나한테 아무 감정이 없는거야?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거야?...
'끼-익'
"학생 어딜보는거야!!!"
화가 난 아저씨가 욕을 하고 있지만 나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황민현이 뱉어내는 가쁜 숨소리만이 들렸다.
나는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민현이의 손을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아저씨."
나 대신 사과하는 너의 얼굴에는 걱정이 서려있었다.
지금은 니가 나올 타이밍이 아니야. 나한테 무슨 말을 들을려고 나타나.
"괜찮아? 무슨 생각을 하길래 차가오는지도 모르고 다녀."
제법 화가 난듯한 단호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넌 나한테 아무감정없어?"
"...어?"
사실 나는 기대를 했나보다. 민현이도 나를 조금은 좋아할꺼야. 그래서 날 매일 보러 오는걸꺼야.
나의 착각이었다. 딱 친구. 나는 그냥 친구였나보다.
지금 날 걱정하는 것도 내가 친구여서 이겠지.
갑자기 화가 나서 손을 뿌리쳤다.
"성우가 나 좋아하는거 왜 말 안해줬어?"
"..."
나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나도 알고있지만 지금은 황민현이 너무 미워서 화를 내고 싶었다.
"내가 너한테 뭐야? 친구이긴해?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거 아냐?"
"그런거 아냐. 성우는..."
"넌 왜 항상 니 생각만해?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면 나 헷갈리게 친절하게 굴면 안되는거잖아."
"..."
모든게 미웠다. 내가 먼저 예전처럼 지내자고 했고 민현이가 내 말을 따라 준거지만. 그래도 미웠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그 원인은 황민현도 옹성우도 아닌 나란걸 알았다.
내가 민현이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성우를 좋아했더라면. 생각은 생각을 물고 끝을 향해갔다.
"성우가 나 좋아하는거 알았을때 무슨 생각했어?"
"...지은아."
"성우가 나 좋아한다까 나 떨궈낼 수 있다고 좋아했어?"
"그런거 아니야."
"그런데 왜 모른척 가만히 있었는데!!! 내가 성우랑 잘되든 잘 못되서 친구도 못하게 되든 너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거잖아!!!"
"..."
"이제 됐어. 나 이제 너 안볼꺼야. 이제 헷갈리게 하는 니 행동도 지겹고 떠나는 니 등보면서 아파하는 것도 이제 안 하고 싶어."
"..."
"갈게."
빠르게 말을 뱉고 성우의 집으로 되돌아 갔다.
민현이가 준 상처는 생각보다 컸고 생각해보면 그 상처에 밴드를 붙쳐 준건 전부 성우였다.
성우라면...괜찮을 것이다. 성우라면 나름 나쁘지 않은 시작이 될것이다.
이제 더이상 민현이 때문에 아프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를 위로해주던 성우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 뿐만아니라 성우도 지금까지 나와 같이 아팠을것이다. 황민현과 나 때문에 아팠을 가슴에 이제는 내가 밴드를 붙쳐줄 것이다.
'띵동-'
성우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성우가 나올때 까지 머리속을 정리했다.
'벌컥'
"뭐야. 벌써 정리 끝난거야?"
내가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는지 놀란 성우의 표정이 제법 웃기다.
성우의 얼굴을 보자 흥분됐던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풋- 너 표정이 그게 뭐야"
내말에 성우는 표정을 관리한다고 급 정색을 한다.
그게 더 웃겨. 하여튼 옹성우.
말없이 내가 웃고만 있으니 성우가 당황해서 왜왜하고 묻는다.
애써 진정을 하고 성우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본다.
"나 정했어. 정리는 덜 했는데 너랑 같이 하면 쉽게 정리될꺼같아."
"...이지은"
"나..."
"...하."
나는 말을 끝맞치지 못했다. 내가 망설인것도 성우가 다시 웃기는 짓을 한것도 아니다.
황민현이...내 입을 자기 손으로 막았다.
뛰어온건지 등 뒤에서 민현이의 열기가 느껴진다.
황민현...도대체 너한테 나는 뭐야?
"이지은...왜 내 말도 안듣고 너 혼자 생각해."
"..."
"성우야. 미안해. 나 애 데리고 갈게."
입을 막던 손을 내려 내 손목을 잡는다.
그리고 내 반대손을 성우가 잡았다.
"..아니. 여기서해."
"..."
"옹성우."
민현이가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성우를 불렀다.
끼어들지 말라는 듯이.
"나 이제 더 이상 양보 안해. 얘기하고 싶으면 내앞에서 해."
"..."
"성우야"
"황민현. 나 이제 들을 자격 충분하지 않아?"
끼어들지 못하고 둘을 번갈아 쳐다보기만 했다.
성우의 진지한 표정. 전혀 익숙하지 않은 저 표정을 오늘 도대체 몇번이나 보는지.
늘 여유로운 민현이의 다급한 표정도 익숙하지 않은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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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 드디어 기다리시던 민현이의 속마음이 나올꺼에요
민현이 시점으로 쓸려니 생각보다 어렵네요ㅜㅜㅜ
오늘 조금 짧은 느낌이 드는데 다음편은 엄청 길꺼에요!!!
암호닉 신청은 이번편에서만 받을 꺼고 기간은 이번주까입니다.
암호닉 한정 텍파 돌릴꺼에요. 텍파에는 여기에 쓰지 못한 추가 내용도 넣을꺼에용ㅎㅎㅎ
0713 님, 정수기 님 , 강낭콩 님 은 암호닉 신청 감사합니당ㅎㅎㅎ
빨리 이 관계를 해결해서 달달한걸 쓰고 싶네요ㅠㅠㅠ
오늘은 저희 동내는 비가 오는데 독자님들은 날씨 어떠신가요?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세용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