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guard
w.클로이(Occulumency)
05
'현우야. 넌 마치 내 친동생 같아. 오래 봐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넌 항상 날 도와주고, 자상하고. 너 없었으면 나 어쩔 뻔 했니.'
'괜찮아. 나도 좋아서 한 거니까.'
'누나가 결혼해도 항상 니가 나 챙겨주고 했던 거 잊지 않을게. 내 동생 고마워. 청첩장에 장소랑 시간 있으니까, 꼭 와.'
'알겠어. 누나, 잘 가.'
[그렇게 누나는 떠났다. 내가 자상하게 대한 것, 내가 도와준 것 사소한 하나하나가 그녀에게는 호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나의 마음은? 어리다고....단지 어리다고 그저 호의로만 받아들여지는 건가? 이런 게 어디 있어, 이런 게 어딨어!!!!!! 이럴 거면 고백이라도 한 번 해 볼걸. 이렇게 후회 할 거 였으면.....한번이라도 진실 되게 내 마음을 전해 볼 걸.....]
'현우'는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눈물을 참으며 놀이터를 거닐었다. 커져가는 슬픔에 다리에 힘이 풀려 놀이터 바닥에 쓰러져서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의 오열하는 모습은 나를 소름끼치게 했다. 내 옆에 앉아있는 그가 연기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소에 드라마를 자주 보지는 않는다. 남들이 재미있다고,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하는 드라마를 봐도 이 정도로 몰입해서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달랐다. 절로 눈에서는 눈물이 났다. 마치 내가 '현우'가 된 것처럼. 그렇게 현우의 연기는 끝이 났다.
"내가 저 씬 한 방에 성공했잖아. 감정 잡기 얼마나 힘들었는데. 차에서 2시간 정도 감정 잡고 찍은 거야. 촬영 끝나고도 내가 감정수습이 안돼서 이틀 동안 우울했었어."
"민석...."
"왜?"
"민석의 연기...정말 훌륭하네요. 소름 돋을 정도로"
'훌륭하다는 단어보다 더 좋은 단어로 그의 연기에 대한 평가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훌륭하다' 그 이상의 단어가 떠오르질 않았다. 아니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데 이게 드라마 데뷔작이라니.
"어...어? 허허허 당연하지 그러니까 내가 요즘 대세지!!! 히히히"
자신의 입으로 자신이 대세라고 말하는 그가 전혀 건방져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겸손해 한다면 보기 좋지 않았을 그런 느낌이었다.
"저 씬 말고 그 누나 결혼상대랑 손잡고 걸어가는 씬 찍을 때. 나 진짜 몰입이 안 되는 거야. 너무 추워서. 손발이 이렇게 이렇게 막 덜덜 떨리면서 막..."
"아 그래요?"
"그리고 앞집 누나 역으로 나온 소현이가 진짜 웃긴 얘거든? 쟤랑 나랑 동갑인데 막 내가 자기보다 어린 역할 하니까 짜증난다면서 얼마나 징징거렸는데. 나 개인 촬영 할 때는 메이킹 찍는 카메라를 막 음악방송처럼 돌리고 흐흐 .나 그게 너무 웃겨서 NG내고 피디님도 웃고. 난리도 아니었어, 진짜."
입가에 미소를 띠며 드라마를 찍는 동안 있었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씩 내게 털어 놓았다. 민석을 보고 있노라면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재미있어서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열정이 너무도 부러웠다.
"민석, 민석의 목표는 뭐에요?"
"음....국민 배우가 되는 것? '국민'이라는 단어를 아무에게나 붙이는 게 아니잖아. '국민MC', '국민 남동생'. 우리나라를 대표 할 만한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 그만큼 내가 몸을 사려야 하기도하고."
자신의 목표를 이야기하는 그의 눈빛은 꽤나 진지했다. 목표...나는 목표가 있을까? 언젠가 목표가 생길까? 일을 하면서 민석 만큼의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저 스토커의 칼에 찔린 여리고 작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는 너무도 멋있었다.
**
민석이 퇴원을 하는 날이 되었다. 경수는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민석은 마지막 검사를 받으러 갔다. 나는 조심스레 경수에게 물었다.
"경수씨"
"네 루한이 형"
"어제 민석씨 드라마를 보니까 민석씨 연기가 굉장하더라구요. 그런데 소위 말하는 대세가 되고 연기력을 인정 받은 건 작년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정도 연기면 일찍 뜰 법도 한데. 왜 못 뜬 거죠?"
경수는 한숨과 함께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형은 예전부터 연기자가 꿈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어릴 때는 형이 덩치가 굉장히 컸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꿈을 말했다가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라 여겨 그걸 숨기고 있었죠. 굉장히 소극적인 성격이었기도 하구요. 20살이 되고 형은 대학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연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오디션을 보러갔죠. 하지만 학원에서는 외모가 뛰어나지 못한 형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저 학원비 내는 학생이라고 여겼던 거죠. 그러던 중 JM엔터테이먼트에서 연락이 왔어요.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학원사람들도 놀라고 저도 놀라고 형도 놀랐어요. JM이면 대형은 아니어도 그래도 나름 인지도가 있는 회사였으니까요."
민석은 꿈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손등을 꼬집어봐도 이건 현실이었다. 그는 JM에서 한줄기 빛을 보았다. 자신의 꿈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그는 자신의 꿈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김민석이라고 합니다."
'뭐야 저 돼지는.... 어떻게 오디션 붙었데?'
'연기를 소름끼치게 잘하나?'
동료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들은 무시하기로 했다. 상처가 되는 말들이었지만 나에게 영양가 없는 이야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야 막내 나가서 물 좀 사와."
"나는 써니텐 노란색"
"나는 밀키스!!!"
연습생 막내의 생활은 이러했다. 속된말로 선배들의 시다바리. 사오라면 사와야 했고, 하라면 해야 하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밖으로 나가 편의점에 들렀다. 선배들의 주문대로 음료를 샀다. 그래 이것도 언젠가 배우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연습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실장님의 방 앞을 지나쳐야했다.
'......민석이.......내가........'
실장실에서 내 이름이 들려왔다. 서두르던 발을 멈추고 실장실에서 들리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야. 13번과 14번을 헷갈렸어. 13번 아이는 외모, 연기력 모두 출중했지. 14번...민석이는 덩치도 크고 연기도 뭐 딱히,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걘 살 안뺀데? 그 몸으로 데뷔가 가능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야. 어쨌든 원서를 잘 못 봤어 내가.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번 월말 평가 때 하는 거 보고 대충 잘라.'
'알겠습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실수로 나를 뽑았다고? 덩치가 커서 별로라고? 내 연기는? 연기는 보지도 않고? 봉지를 든 손이 달달 떨려왔다. 연습실로 들어갔다.
"넌 무슨 음료수를 만들어 오냐? 어? 돼지새끼가. 행동도. 굼떠서. 뭐라도. 하겠냐?"
"야아 넌 얘한테 그런 말을 하구 그러냐. 낄낄낄"
최고참 연습생이 내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주변에 있는 연습생들은 모두 나를 비웃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날로 나는 회사를 그만뒀다. 그때 실장의 표정은 기쁨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내 머리 속에 각인 시켰다. 회사를 나온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헬스장 등록 이었다. 개인트레이너도 붙였다. 엄청난 운동량과 식단 조절은 내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하지만 실장의 그 표정, 연습생 선배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살을 뺐다. 그렇게 6개월간 미친 듯 운동을 했다. 그 결과 내 몸무게는 58kg이 되었다. 운동을 한 덕분에 몸에 근육도 적당히 자리 잡게 되었고, 체질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 되었다. 훈련을 한 덕분에 먹는 양도 예전보다 줄었고, 운동에 재미도 붙여 트레이너 없이도 몸무게를 유지할 정도의 운동을 자발적으로 하게 되었다. 6개월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경수를 만났다. 경수는 나를 못 알아봤다. 나임을 밝히자 경수는 뒤로 나자빠졌다. 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 있느냐고.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경수는 '형, 수고했어.' 라는 말과 함께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살을 빼는데 알바비를 올인했기 때문에 연기학원에 다닐 돈이 없었다. 이젠 헬스를 그만 다니고 그 돈으로 연기학원에 등록해야했다. 운동은 한강을 뛰는 걸로 대체하면 된다. 알바를 하러 가기 위해 가로수 길로 향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을 하기에는 거리가 애매해서 터벅터벅 걸어갔다. 터벅터벅 운동화 소리가 오늘따라 듣기 좋았다. 말라진 팔도 마음에 들었고 얇은 다리도 너무 좋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투스텝으로 뛰었다. 그 때, 키 큰 남자가 나를 툭툭 쳤다.
"저기요 웅야웅야.... 알아요?"
"네?"
"얼마나 불렀는지 아시냐구요."
"아....네.....왜 부르셨는데요?"
"저 사기꾼 아니고요 혹시 연기할 생각 있으세요?"
"네?"
"연기 할 생각 있으시면 여기로 연락주세요."
[EXO.P Entertainment 대표: Kris]
"........"
"아 진짜 사기 아니고요 회사 처음차려서 아직 연예인이 없어요. 저희 회사 첫 번째 연예인이 되어주셨으면 해요."
"저희 회사 돈도 많고 인맥도 빵빵해요."
"그 얘기를 왜해."
"그래야 사기 아닌 줄 알거 아니야."
둘이 투닥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지금 길거리 캐스팅이 된 것이다. 아니야, 이 사람들이 오해한 것이다. 나를 캐스팅 할 리가 없다.
"지금 저 캐스팅 하신 거예요?"
키 큰 남자와 투닥거리던 입 꼬리가 매력적인 남자가 이야기 했다.
"네 지금 캐스팅하는 거예요. 저희 회사로 오세요. 어....어 왜 우세요."
확인사살을 받고 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내가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다. 그간의 설움이 폭발했다. 처음 보는 사람의 품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알바고 뭐고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머리를 한대 망치로 맞은 것만 같았다. 그토록 간절히 바랬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울지 마시고 아무리 길거리 캐스팅이지만 오디션은 볼 테니까 이번 주 중에 시간 나시는 날 와주세요. 그때 봬요!!"
"....그때 민석이 형은 23살이었고 크리스형과 종대는 민석이 형의 연기력에 감탄했죠. 민석이 형의 부탁으로 저는 EXOP에서 민석이형 전담 매니저를 맡게 되었어요. 형은 1년 정도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었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그리곤 차근차근 TV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크리스형 인맥이 있어도 인지도가 0인 사람을 한방에 띄우기는 힘이 들었죠. 그래서 파일럿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지나가는 행인1로도 출연하고 장난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이수만 감독님의 작품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고, 형은 '현우'에 꽂혔죠. 자기 대사뿐만 아니라 대본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그 결과 캐스팅 오디션에 합격하고 지금의 민석이 형이 탄생한 거예요."
"나 검사 다 했지롱 가ㅈ....뭐야 무슨 얘기했어? 내 욕했지?"
"아 무슨 형은 크리스형을 닮아가요"
"야 크리스라니 불쾌하다. 루한, 사실대로 말해. 너희 진짜 내 욕 안 했어?"
".....글쎄요."
"아 뭐야. 진짜 내 욕했어? 도경수 죽을래? 니가 주도했지? 니가 그러고도 매니저냐?"
"헐 뭐야 나 못 믿어요? 루한이형은. 루한이형은!!!!"
"야, 루한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대박, 루한이형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요!!!!"
"우리 퇴원 안하나요? 어서 퇴원하죠."
나는 빙긋 웃으며 짐가방을 들었다. 연예인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냥 연기 잘하면 연기자 되는 거고 노래잘하면 가수 되는 거지' 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의 민석에게는 과거의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김민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고 땀을 흘려야만 했는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견뎌야 했던 그 인내의 시간을 견딘 민석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해사하게 웃으며 경수를 놀리는 민석을 보고 있으니 내 입에도 슬며시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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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편은 루한이 외전이었으면 05편은 스토리 속에 녹아있는 민석이 외전이네요.
솔직히 이번편은 무슨 정신으로 썼는지 모르겠어요.엉엉 오늘처럼 정신 없기는 처음이네요.
그냥 제가 민석이에 젖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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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큐르님, 로망님, 굽네님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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