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과 황민현에게 사랑받는 법
여주가 1년동안 휴학을 하게 된 계기는 다름이 아닌 민현때문이었다. 딱 보자마자 민현에게 묘하게 끌려버려서 민현에게 치대고, 치대서 몇 번이고 실패한 고백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쯔음 민현이 받아줬으니, 여주는 CC고 뭐고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땐 여주에게 민현이 전부였다. 그러고보니 그래서 그때 여주의 성적이 안 좋았던 것도 민현때문일지도 모른다. 꽤나 귀찮은 표정을 짓고선 알겠다며 여주의 고백을 받아준 그때 민현의 생각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아마도 표정 그대로, 여주가 귀찮아서 받아준 거 같다. 사귈 때를 회상해보면 민현은 여주에게 어떠한 애정도 주지 않았다. 꼬박꼬박 선톡도 여주가 먼저하고... 그렇게 여주가 민현에게 지쳐서 헤어짐을 고하려고 할 때쯔음에 민현이 여주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여주에게 사랑도, 애정도 주지 않아놓곤 여주가 질렸단다. 그 날 이후 여주는 민현을 볼 자신도 없고, 머리도 정리가 안 돼서 휴학을 결심했던 거같다.
근데, 잘 됐지. 여주는 휴학을 낸 동안 알바도 쉬지 않고 다녀서 사치라는 사치는 온갖 다 부려서 민현을 잊어보려고 했다. 근데 민현이 여주에게 꽤 큰 존재였나보다. 잊혀지지가 않아서 하루는 술 마시고 민현에게 전화도 할 뻔했으니깐. 휴학을 끝내고 등교를 오랜만에 하기로 했을때, 여주는 이제부턴 민현과 영영 마주치지 않기로 다짐했다.
유아교육과 황민현에게 사랑받는 법
오랜만에 학교에 오니 뭔가 달라진 건 없지만 어색한 여주는 그저 학교 근처 카페에서 산 아이스 초코만 쭉쭉 빨아마시고 있었다.
"헐, 야! 이여주 오랜만이야! 대박, 살아있었다니..."
"어, 김종현 너도 오랜만인데... 황민현 없지?"
"어?"
종현은 주위를 둘러보다 머리를 긁적이며, '하핫.'하곤 웃었다. 여주가 봤을 때 이 웃음의 의미는 주변에 민현이 있다는 얘기인데... 여주는 감각을 곤두세우곤 민현을 찾았다. 여주가 찾은 민현은 종현의 뒷편에 있었다. 민현은 여전히 인기가 많나보다. 그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인데 왜 좋아하지... 괜히 여주는 빨대를 곱씹었다. 여주가 본 민현은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고 있는 거 같았다.
"좋, 좋아해요! 민현 선배님..."
애휴, 쯧쯧. 여주는 혀를 차며 귀찮다는 민현의 얼굴을 보고 상처받을 아이를 걱정했다. 하지만 여주의 예상과는 달리
"어... 날 좋아해주는 건 고마운데... CC는 하기 싫어서... 미안해, 친구야."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선배님!"
민현은 여주가 고백했던 때랑은 달리 정중하게 거절했다. 물론 이게 맞는 거지만... 여주가 고백했을 때엔 정말 귀찮고, 싫다는 표정이었으니깐. 심지어 지금은 웃고 있다! 여주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애써 감추려고는 하지만 종현의 눈엔 다 보였다.ㅡ종현은 여주와 소꿉친구이기도 하며, 민현의 친구이다.ㅡ 아, 얘가 정말 화났구나... 종현은 웃으며 여주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앞에 서지만, 여주는 종현의 틈 사이로 해맑게 웃는 민현을 쳐다보았다. 괜한 시기감, 질투감이 문제다.
"쟤 원래 저래? 아니잖아."
"어... 너가 휴학하고 좀 바뀐 거 같아."
"왜? 왜 그랬다는데."
"나, 나야 모르지!"
"아, 헐 황민현 온다. 나, 나는 갈게."
여주는 민현이 자신과 종현 쪽으로 오는 걸 보자마자 황급히 자리를 떴다. 종현은 어느새 제 손에 쥐어진 여주가 먹다만 아이스 초코를 보았다. 어지간히 화가 났었는지 빨대에 씹힌 자국이 그대로 있었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건지. 여주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종현은 한숨을 쉬며 아이스 초코만 빤히 바라보았다.
"어, 종현아 기다렸지. 미안."
그런데 종현은 그런 여주의 태도도 어느정도 이해는 가는 거 같다.
"그나저나 그 음료수는 뭐야?"
"이거? 아... 아까 전에 샀지."
"너 초코 안 좋아하지 않아?"
여주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나서 성격이 바뀐 듯한 민현은 종현에게도, 종현과 여주를 제외한 민현의 주위 사람에게도 어색했으니깐. 물론, 바뀐게 훨 나았다. 유치원교사가 될 거라면서, 그런 성격을 계속 유지했음 아이들이 다 울고 민현에게 전혀 오지 않겠지.
"가자. 전공 수업 늦겠다."
무척이나 까칠하고, 인간 관계를 별로 신경 안 쓰는 거 같은 민현이 갑자기 다정해졌으니깐. 그것도 여주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나서 여주가 휴학기를 내고 나서 그렇게 바뀌었으니깐. 종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 아이스 초코와 민현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여주가 휴학기를 낸 게 충격적이었나? 종현은 제 앞으로 가는 민현의 등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민현이 그 시선이 느껴졌는지 돌아봤다.
"안 와, 종현아?"
"아, 아니. 가야지!"
참으로 이상하고, 이상함을 느낀 종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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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주야.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지냈어?"
아, 망했다... 여주는 속으로 비속어를 수십번 외쳤다. 아무렇게나 신청한 교양 수업을 들으려고 온 여주는 익숙한 뒷태를 발견하고, 설마했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다름이 아닌 민현이었다. 여주는 앞으로 민현과 같은 교양을 들어야한다는 슬픔에 좌절했지만, 금세 '그래, 옆자리에 안 앉으면 되는거고! 같은 조만 안 걸리면 되는거야!'라고 자기자신을 진정시킨 여주다. 그런데, 갑자기 여주의 옆으로 민현이 자리를 옮길 줄은 그 누가 알겠는가. 어느새 제 옆으로 자리를 잡은 민현이 자신에게 말을 걸자 여주는 땀만 삐질 흘렸다. 그러다가 주마등처럼 민현과 사귀었을 때가 생각나 또 화가 부글부글 끓은 여주는 세상에서 제일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어, 오랜만이네."
"휴학 보낼동안 뭐했어?"
네 욕했지, 뭐했기는. 여주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애써 진정하며 민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선 대답했다.
"여행 다녔어."
"아, 그렇구나. 어디어디 갔는데?"
"저기 나 공부할 건데 그만 말 걸면 안 될까?"
"공부할 거였구나, 미안."
...? 금세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민현의 모습에 여주는 당황했다. 이러니 제가 오히려 더 예의없는 사람 같았다. 아니, 왜 저렇게 많이 바뀐 거냐구! 여주는 주먹을 꽉 쥔채 화를 삭혔다. 때마침 교양 교수님이 들어오시고, 여주는 제 양 뺨을 두어 번 치고선 정신을 차렸다. 그래, 생각하지 말자... 속으로 그 말만 수백번 외친 거 같은 여주였다.
그런데... 분명 공부를 하기로 했는데 교수님의 수업이 전혀 귀에 안 들린다. 옆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때문일까... 설마 민현이 저를 째려보고 있지는 않겠지? 땀을 홍수처럼 흘리는 여주가 제 소매로 이마를 두어 번 문질렀다. 와, 여기 에어컨도 안 틀어주는가봐. 여주는 애써 안 느껴지는 척, 공부 열심히하는 척을 하며 펜을 꼭 쥐고 교수님이 칠판에 적는 걸 공책에 따라 적었다. 오늘따라 몸에서 홍수가 나네.... 그때, 누군가의ㅡ사실 누가봐도 민현이다.ㅡ소매가 여주의 이마에 닿았다. 아니,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놀란 마음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여주였다. 순식간에 제게 모든 시선이 몰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이여주 학생?"
"아, 하하... 그, 제가 질문이 있어서요..."
"뭔가?"
"수, 수업! 수업이 잘 이해가 안 돼서요."
"......기초적인 건데. 지금부터 잘 들으면 잘 들릴 것이야. 자리에 앉게나."
"아, 예... 예."
아, 진짜 휴학기 한 번 더 낼까... 아니 이번엔 자퇴를 해야할 거 같은데. 여주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쟤때문에 이게 뭐냐고! 그렇게 여주가 앓는 소리를 내며, 심각하게 자퇴를 고민하고 있을 때 옆에서 민현의 웃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여주는 째려보듯 민현의 쪽을 쳐다보자 민현은 해맑게 웃고있었다. 이렇게 된 게 다 누구덕인데... 너무 좋아하네.
"진짜로 귀엽네."
"......?"
아니, 이게 무슨. 여주는 동공이 흔들렸다. 저 말은 민현이 여주와 사귈 때 하지도 않는 말이었다. 지금 뭐야? 다시 사귀자는 거야, 뭐야. 여주는 그런 민현에 헷갈렸다.
"뜬금없이 물어볼 게 생겼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
"여전히 똑같구나, 넌."
"......내가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너 진짜 사람 헷갈리게 왜그래?"
여주는 민현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언가 기분이 나빴다. 이렇게 잘 대해주면서, 왜 저와 사귈때는 그러지 않았는지. 여주는 한숨을 쉬었다. 됐다, 말을 말아야지. 여주는 곧이어 펜을 잡았다. 오랜만에 하는 등교 첫 날에 이렇게 기분이 우울해지다니. 여주의 말에 민현은 웃던 얼굴을 굳혔다. 물론 민현도 자기 자신이 왜이렇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전의 제 성격이 문제였다고 늘상 생각은 했었다. 애기 돌보는 것을 좋아해, 유아교육과에 왔는데 성격이 이러니... 민현은 사람이 자신에게 호의를 배풀면 귀찮다는 표정을 짓곤 했으니깐. 펜을 쥔 민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민현 쪽으로 포스트잇 한 장이 날라왔다.
끝나고 나 한 번 보고 가. 할 말있어.
민현은 여주 쪽을 쳐다보자 여주는 민현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민현은 필기를 하다말고선 포스트잇 구석에다가 여주에게 보낼 답장을 적었다. 그리곤 여주 쪽으로 보냈다.
난 없어.
민현의 답장을 읽은 여주는 표정이 굳어졌다. 늘상 이런식이지. 그래, 그래야지 너지, 황민현... 여주는 포스트잇을 구기곤 손에 꽉 쥐었다. 사람 심기 건들이는데엔 뭐가 있네. 여주는 콧김을 뿜었다. 되는 일이 없어...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여주를 민현이 옆에서 지켜보았다. 제 답변이 여주의 심기를 건들인 걸까. 민현은 곧이어 턱을 괴고선 여주를 쳐다보았다. 전이랑 정말 똑같다, 화가 나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삭히는 게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민현은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 귀퉁이를 살짝 찢어 다시 펜을 잡고선 적었다.
학식 같이 먹을래?
여주는 민현이 준 종이를 보고 기가 찼다. 허, 참. 대화하자 할 땐 안 하더니, 학식? 여주는 펜을 잡고 빠르게 글씨를 휘갈겨 썼다.
학식 말고, 대화부터 해.
여주가 보낸 답장을 읽은 민현은 귀찮다, 라고 생각했다가 몇 분 안 하겠지... 싶어 알겠다고 답장을 적었다. 민현의 답장을 본 여주는 고개를 혼자서 주억였다.
그래, 대화부터 하자. 휴게실에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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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과 여주 사이에 정적만이 흐른다. 이렇게 둘이서 마주보고 대화하는 게 얼마만이지... 1년하고, 헤어지기 전에 근 1주일정도는 못 봤으니깐. 심지어, 헤어지자는 것도 문자로 통보받았다. 여주는 화가 나 음료수를 꿀떡꿀떡 마셨다. 민현의 그저 앞에서 다음 교시에 있는 전공책만 쳐다볼 뿐이었다.
"너, 나한테 할 말 없어?"
"없는 거 같은데......"
"너 지인짜 뻔뻔하구나.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
"나랑 사귈 때, 날 좋아하긴 했어?"
여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자 민현은 고개를 들어올려 여주를 쳐다봤다. 눈가에 눈물이 가득찼다. 민현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손을 올리기도 했고, 안아주려고 살짝 일어섰다 앉았다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가방 속에 있는 휴지를 꺼내, 여주에게 건넸다. 여주는 민현이 건넨 휴지를 휙, 받고선 코를 세게 풀었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너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나도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네가 헤어지자고 하면 안 되는거지."
"내가 다 미안, 미안해. 그러니깐,"
"뭐가 미안하냐고. 헤어지고 나서 지금에서야 잘해주는 건 또 뭔데?"
"하아, 여주야...... 나 머리 아프거든."
"이봐, 피하잖아. 왜 그래? 이제서야 내가 좋아지기라도 한 거야?"
여주의 어조가 거세졌다. 민현은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 물론, 민현도 제 자신이 여주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할 처지는 아니었다는 건 안다. 그런데, 너무 한 쪽만 좋아하는 관계가 싫었다. 제가 말을 안 하면 이대론 서로 안 헤어지고, 서로에게 짐만 되는 사이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먼저 고한 거였다. 서로를 위해서. 근데 여주도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
"너가 날 위한 적이 있어?"
"...여주야, 심하다."
"뭐가, 뭐가 심하다는 건데? 너가 더 심했어, 황민현."
"......"
"앞으로 나한테 오늘처럼 그렇게 대하지마."
"......."
"아님, 선을 긋던가, 제대로."
여주와 민현이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여주는 음료수를 한 입에 다 털어놓고선 남은 음료수 캔을 꽉 쥐었다. 캔이 힘없이 구겨졌다.
"헷갈린단 말이야."
"......"
"니가 그렇게 대하면, 날 좋아하는지... 헷갈린다고."
"....그래, 그럼 그냥 친구처럼 대하면 된다는 거지?"
"제발, 그렇게 해줘."
"난 다시 널 좋아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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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가 가고 난 휴게실엔 민현만 남았다. 민현은 머리를 붙잡았다. 그때, 민현의 휴대전화가 문자 알람소리에 의해 울렸다.
종현
민현아 너네 교양 조교님이 알려준 너네 조 조원이야... 2인 1조라던데... 나한테 전달하래... 파이팅...
민현은 종현이 보낸 문자를 보고 또다시 머리를 부여잡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민현과 여주가 같은 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민현은 현실을 부정하려고 했지만, 이미 정해진 거... 그냥 해보자, 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된 거 과제하면서 어색해진 거 풀고, 그냥 편한 친구사이로 지내면 되겠지. 민현은 종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종현아 여주 전화번호 알려줄 수 있어? 혹시 바꿨을까봐.
종현
안 바꿨을 걸? 전화 해봐!
종현의 말에 민현은 한숨을 쉬었다. 혹시나 싶어서 카톡에 들어가보니, 여주의 프로필이 새친구로 떴다. 휴학하기 전에 탈퇴를 하고, 다시 가입을 했나보다. 여전히 프로필 사진은 아무것도 없네. 민현은 여주의 프로필을 구경하다가, 먼저 카톡을 보냈다.
1 우리 같은 조라던데, 종현이한테 들었어?
1 2인 1조인데 같은 조 됐다더라.
1 뒤에 수업 없으면, 학교 근처 카페로 와.
전혀 안 읽는다. 설마 미리보기론 읽어놓고, 대답은 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대화방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폰이 울리며 여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민현은 깜짝 놀라 그저 울리는 휴대전화 화면만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입술을 혀로 촉촉히 적히곤, 전화를 받으니 언제 우리가 말다툼을 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여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지금 카페야. 빨리 와."
"어? 어... 알겠어."
"자몽에이드 먹을거지? 시켜놓을게."
"아니, 괜찮은데..."
"아무것도 안 시키고 하면 그렇잖아. 아까 전 일도 그렇고, 내가 미안해서 그래."
얼른 와라는 여주의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민현은 그저 멍을 때렸다. 아, 진짜 왜그러지. 그러면 안 되는데... 괜히 붉어진 귀를 매만졌다. 내가 뭔 낯이 있다고 걔를 좋아하는 거야. 민현은 혼자 고개를 젓고는 가방을 메고선 일어서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카페로 가는내내 여주가 제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말 왜 난 그렇게 모질게 여주를 대해놓고 여주에게 갑자기 왜그러는 걸까. 아니, 여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왜 그럴까. 민현은 카페 앞에서 괜히 제 양뺨을 두어 번 약하게 쳤다.
카페 안에 들어가니 여주가 아이스 초코를 마시며 노트북을 보는 게 보였다. 민현은 조심스레 가 여주의 앞에 앉았다. 여주는 민현을 힐끗 보고선 제 앞에 있는 자몽에이드를 내밀었다. 민현이 건네받아 마시니 여주는 웃었다. 그런 여주의 표정을 보곤 민현의 귀가 또 붉어졌다.
"고마워."
"내가 미안해서 산 거라니깐."
"내가 자료 찾고, 발표할까? 네가 PPT 만들면 되잖아."
"자료는 같이 찾음 되는거고, PPT도 같이 만들면 되는거고. 발표는 너가해라."
"......"
괜히 민현은 자몽에이드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여주는 노트북을 보며 말하다 말고 민현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여주가 히죽이자 민현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넌, 얼굴이 되잖아, 이목도 끌 수 있고. 그리고, 알잖아 나...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거 잘 못하는거."
여주의 말에 민현은 고개를 푸욱 숙였다. 한 방 당했다. 아, 이런 기분이었구나. 민현은 한동안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여주가 왜 저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젠 알았다. 알 것만 같다가 아니었다, 이젠 알 수 있었다. 민현은 노트북을 쳐다보는 여주를 쳐다봤다. 그래, 여주도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민현은 시원한 자몽에이드를 제 볼에 가져다대었다.
"너도 충분히 예뻐."
"알거든. 내가 우리 학교에선 제일 예뻐."
"와, 진짜 뻔뻔해, 이너랑."
"뭐, 문제 있어?"
"아니, 그냥 귀여워서."
반응 없음 지워야지... 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