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guard
w.클로이(Occulumency)
07
ㅁ....뭐야. 얘 왜 이래. 나는 그저 루한이 당황하길래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장난을 친 것뿐이다. 루한이 내게 이런 반응을 보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루한 밑에 깔려 누워있다니. 우린 같은 남잔데? 얘 뭐야. 루한이 슬금슬금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다가옴에 따라 나도 괜히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다가오면 떨릴 법도 해 그치? 다가오는 묘한 루한의 반짝이는 눈동자 때문에 나도 모르게 슬며시 눈을 감았다. 귓가에서 루한의 숨소리가 들렸다
"민석 눈 떠요. 왜 눈을 감아."
"... 어 ..어?"
"왜요, 나 섹시해요?"
"아...아... 뭐래!!!!!!"
"윽, 민석이 먼저 나 유혹했잖아요."
나도 모르게 루한을 퍽 밀치고 일어났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밀쳐쳐서 소파끝에서 멍하니 풀린 눈빛을 하고 있는 루한보니, 그 색정적인 눈빛에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간 정신이 퍼뜩 들어 루한에게 외쳤다.
"뭐.... 뭐래!! 나는 자... 장난한 거지!!!!!"
"나도 장난친건데요?"
"ㄱ.... 그래? 아. 아. 시. 간. 이. 늦. 었. 는.걸?. 나. 는. 자. 야. 겠.어.ㄹ...루한도들. 어. 가. 서자. 잘. 자. 빠이빠이 하하하"
약간 벌어진 샤워가운을 단단히 여미고 벌게진 얼굴을 한 손으로 감싸고 내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방문을 잠그고 침대로 다이빙했다. 아오 미쳤나봐. 왜 괜히 장난친다고 나대가지고!!!!!!! 아마지막에 발 연기 뭐냐고!!!! 시간이 늦었는걸? 어이구. 9시? 드럽게 늦은 시간이네. 아오!!!! 진짜!!!!! 맨마지막에 나 왜 웃은 거? 아악 돌았나봐 내가아아아아아!!!! 내일 얼굴 어떻게 보냐고!!!!! 아악ㅁㄱㅎㄷ가ㅗㅓㅣㅑ ㅕ ㅛ ㅑ ㅕ@#$%^&* ())(*&^%$@#$%^&(*%$!!!!!!!!!!!!!!! 손가락, 발가락, 오장육부가 모두 소멸하는 듯한 느낌에 침대에서 이불킥이 무엇인가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김민석이었다.
그렇다고 상남자 루한이 멀쩡한가? 그렇지도 않았다. 루한도 민석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닫고는 침대에 털썩 앉았다. 루한은 루한대로 멘붕이 찾아왔다. 내가 왜 애를 눕힌겨? 남자잖아? 물론 나 보다 좀 작고 그래서 아담한 맛은 있다고 생각해. 근데 남자잖아. 잘생각해보면 민석이 나를 올려다 볼 때 눈이 똘망똘망한 거 같기도 하고, 쌍커풀 없는 눈이 섹시하기도 해. 피부도 왠만한 여자보다 좋은 것 같고 아까 가운 사이로 보니까 다리도 꽤 얇고 뽀얗던 거 같.....아아아아아아악. 내가 요새 운동을 소홀히 했나? 욕구 배출을 완전히 하지 못했나? 그렇다고 여기기엔 요즘 민석을 보면 항상 마음이 이상했어. 괜히 떨리고 신체 부위 하나하나가 굉장히 섹시하게 느껴지고, 클로즈업 되어서 보이는 것 같았어. 아까는 진짜 심장이 떨어지는줄 알았는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루한은 폰을 꺼내들었다. 카카오톡에 접속해서 김종대와 크리스에게 똑같은 내용의 카톡을 보냈다.
[나 어떤 사람을 보면 계속 떨리고 심장이 부들거리고 얼굴이 빨개져. 그 사람 신체부위가 섹시하게 보이고 내 눈에 클로즈업 되어 보여. 그 사람 눈을 똑바로 못 쳐다 보겠고 그래. 이거 뭐야?]
전송 버튼을 누르고 폰을 두 손에 꼭 쥐었다. 에이 설마 9신데 자겠어? 둘 중 하나는 답이 오겠지. 그렇게 폰을 쥐고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을 기다렸지만 결국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다 지친 루한은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
[까까오 또~꾸]
평소 잠귀가 밝은 루한이 카카오 톡 알림음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아직 어두웠다. 메신저를 확인하기 전에 시간을 확인했다. [6:28 AM]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보다 약 2시간 반 정도 일찍 일어났다. 속으로 어떤 정신나간 놈이 카톡을 보냈는지 욕을 하며 카톡에 접속했다. 김종대였다.
[축하 드립니다. 루한 고객님! 사랑에 빠지셨군요. 자, 이제 제가 답을 내려 드렸으니 어떤 여잔지 썰을 풀어주세요. 루한 고객님의 첫 여자라 저 김종대 상담원은 매우 떨린답니다♡]
내가 사랑에 빠졌댄다. 그 상대는 민석이었다. 나와 같은 xy염색체를 가진 남자 '김민석' 이었다. 내 마지막 연애가 언제였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10살 중국에 거주당시 옆집에 살았던 동갑내기 여자아이, 샤오지에가 마지막이었다. 솔직히 그걸 '연애'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내가 여자를 너무 안 만나서 남자에 반한건가? 나는 줄곧 운명을 믿어왔다. 영화에서처럼 반하고, 그 상대가 움직이면 움직임이 모두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그런 운명같은 사랑. 그런데 그 상대가 남자다. 그럼 난 게이인가? 전 세계 인구의 80%를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차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줄곧 나는 아닐꺼라 생각했다.
머리를 감싸쥐고 생각을 했다.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 세상의 시선을 어떻게 견뎌야하지?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지? 김민석과 나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의문들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나는 김종대도 좋아해야 하고, 크리스형에게도 설레여야만 한다. 또한, 꽤 잘생긴 도경수 매니저의 얼굴에도 반했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민석과는 느낌이 다르다. 일단 나는 민석의 외향이 아니라 연기에 대한 열정, 자신의 뚜렷한 목표에 대한 자신감에 반했다. 즉, 인간성에 반한 것이다. 그 후, 민석의 외향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한 결과,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나는 xy염색체를 가진 남자 '김민석' 을 좋아하는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람 '김민석'에게 반한 것이다.
침대에서 결론을 내리고 생각을 잠시 정리했다. 요 근래 민석을 보며 떨리는 감정은 나쁜 감정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굉장히 기분좋은 떨림이었다. 이 감정을 더 느끼고 싶었다. 그러려면 다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남자' 대 '남자'라기보다 '사람'대'사람'이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 졌다. 남들의 시선, 그런것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짝사랑이다. 어느 드라마에서 말하듯, 짝사랑에는 관객이 필요 없다. 그저 나 혼자 공연을 할 뿐. 결말이 해피엔딩이 될지 새드 엔딩이 될지는 모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이라는 단어는 부질없다.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잘되길 빌어주는 짝사랑도 존재한다. 물론 마음이 아프지만, 공연의 주인공이 행복해 한다면 그게 해피엔딩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죽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항상 살아있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산다면, 이것 또한 새드엔딩이라고 정의 할 수 없다.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나누는 것은 사람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민석은 유명인이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할 유명인. 민석과 내가 잘된다고 하더라고 민석은 연기를 버리지 못할 것이다. 나 또한 민석이 연기를 버리길 바라지 않는다.만일 민석이 내가 싫다고 해도, 나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알게 해준 민석이 고마울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좋은사람과 만나 행복하길 빌어 줄 것이다.
생각이 정리되자 나에게 목표가 생겼다. 김민석이 행복할 수 있도록 지켜 주자. 그를 위험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보디가드가 되어야겠다. 생각이 정리되고 목표가 생기자, 어제와 다른 내가 된 것 같았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나를 이리도 변하게 할 줄은 몰랐다. 폰으로 시계를 봤다. [9:04 AM] 조금 있으면 경수가 올 시간이다. 휴식기가 끝나고 이제 민석의 스케줄이 시작 될 것이다. 어젯밤 일때문에 조금은 어색할테지만 무덤덤한 척, 아무렇지 않은척하는 것. 그리고 보디가드로서의 내 임무를 다하는것. 그것이 내가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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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루한이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는? 그런 글이에요.
글이 조금 무겁네요.헣헣 새벽이라 그런지 생각도 많아지고.ㅎㅎ
항상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오타지적 환영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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