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따라마실 잔이랑 과자를 몇개 뜯고 은혜로운 치킨 앞에 앉으니 이 개자식들이 다리를 다 뜯고있네?
" 디질래? 나는! 나도 다리! 야! "
" 넌 날개 먹어 날개 날개. 애새끼 오빠한테 양보할 줄을 몰라. "
" 아아아아!! 나도 다리!! "
" 한 마리 더 시켜. 니 돈으로. "
" 진짜 저것도 주둥이라고 맛있는건 알아서 다리만 쳐먹고 진짜. 아오. "
" 미.. 미안하다. 내가 괜히 온 건가.. "
" 아니야 아니야 우리 홍빈이 잘왔어! 형이랑 오랜만에 술도 좀 하고. 어? "
" 존나 대단한 의형제 나셨다. 에이. "
가슴살 퍽퍽해서 다이어트할 때도 안먹었는데. 결국 닭가슴살을 입에 넣고 괜히 이홍빈을 발로 툭툭 찼어. 찔리라고.
" 우리 술마실껀데, 너도 마실래? "
" 지금까지 먹은 이 많은 맥주는 뭐야..? "
" 그건 미리보기지. "
" 맛보기겠지 병신아. "
" 어떻게 둘이 싸우는건 맨날 봐도 웃겨. "
이홍빈이 툭하고 날린 한마디에 다시 정신을 차리곤 그대로 네 방으로 들어와 버렸어.
아니 오빠라는 저 생물체는 어떻게 여행갔다 오자마자 지 동생도 아닌 놈이랑 술을 저렇게 쳐마시는지.
요즘 동생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물어보지도 않는지.
기대도 안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계속 올라오는 건 사실이야.
" … 자? "
" ……. "
" 형님 뻗으셨는데, 어떻게 해? "
" 몰라. "
" 안잤네. "
" 미친 놈. 작작 좀 퍼마시지. "
" 너나 형이나, 술 못마시는건 똑같네. "
" 그냥 이불이나 덮어 줘. 오빠 방에 이불있어. "
" 오케이. "
어차피 꺼져있는 방 불을 다시 켜는 것도, 켰다 끄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꺼진 채로 누워있기로 해.
몇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홍빈이가 금방 네 방으로 들어왔어.
" 몇시야? "
" 12시 48분. "
" 벌써? "
" 그러네. "
" 빨리 가라. 니도. "
" 여기서 자고 가라는데? "
" 누가 그래? "
" 이모랑, 형이랑. 다! "
" 우리 엄마가? "
" 응. 오늘 하루만 여기 신세 좀 지자! "
" 근데 왜 이리 와? "
" 왜? 나 싫어? "
" 아니, 싫은게 아니라. 거실도 있고, 오빠방도 있고. 응? "
" 여기가 편한데. 거실은 춥고 형방은 무섭고 안방은 절대 안되잖아. "
" 미친... 아오.. "
" 니가 날 덮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어휴 무서워라 "
" 그럼 꺼ㅈ "
" 워워 누님. 잡시다. 저 누워요. "
암흑 속에서 펼쳐진 대화 탓에 뭐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필요는 없었지만, 그 다음 상황에 넌 또 다시 입이 벌어졌어.
너무 자연스럽게 침대에 눕잖아. 마치 제 침대인냥. 게다가 너도 누워있는데.
" 디질래? 안꺼져? "
" 온수매트 혼자 쓰면 일찍 죽는대- "
" 누가 그래. 꺼져. "
" 이홍빈 박사님이라고, 쩌어기 하버드에서 "
" 꺼지라 했다. "
" 왜에- 아 나 추워- "
" 넌 남자잖아, 이건 말도 안되는. "
" 입 다물고 잡시다 아줌마 "
미친, 이홍빈.
등 돌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백허그에 손으로 네 입까지 틀어막은 홍빈이야.
아무리 편해도 그렇지, 한 침대라니 말도 안되는거 아닌가?
물론 심장은 미친듯이 뛰어댈테지만.
결국 너도 가지 말라고 하고 자기도 침대 밖으로는 죽어도 안나가는 이홍빈때문에 너도 체념을 하고는 눈을 감았어.
지가 뭘 어쩌겠어. 사귀는 사이도 아닌걸.
건들기야 하겠나.
" 자? "
" 아니. 야 이홍빈, 너 안 잘꺼면 "
" 또 꺼지라고 하려 그러지. "
" ……. "
" 오늘 많이 힘들었지? "
" 응? "
" 친구 좋다는게 뭔지. 확실히 알겠다. "
" 고맙냐? "
" 많이. "
" 나중에 갚아. 배로. "
" 옛썰. "
" 너 근데 진짜 팔 안놔? 아 답답해, 덥고. "
" 더워? "
" 그럼 온수매트 켰는데 안덥냐? 니 추워? "
" 아니아니, 따시다. "
" 다음에 그년이 또 이상한 소문내면, 데려와 반 죽여놓게. "
" 거기서도 말 이렇게 했어? "
" 아니지.. 거기선 둥글게 둥글게. "
" 진짜 고마워. 오늘 일은. "
" ……. "
" 너 나 좋아하지. "
" 개지랄염병을 하고 자빠졌!! … 왜. "
" 날 좋아하지 않고서야 감정도 없는데 이렇게 몸이 뜨거울리가 없지. "
" 온수매트 병신아 "
" 코드 안꼽았어 병신아 "
미친. 몸 뜨거운거 봐.미쳤지. 미쳤다. 어떡하지. 말해버릴까. 아 더 아닌가.
그냥 분위기 좋은데 이대로 키스할까.
로필에서는 성준이 자기는 연애할 때 키스하고 시작한다던데. 나도 그렇다그럴까.
무슨생각을 한거지 와 진짜
머릿 속에 드는 온갖 잡생각 속에서도 정답을 찾지 못해 그냥 쭈구린채 다시 잠을 청하려 하는 너야, 그리고 이홍빈의 일침.
" 사랑이 그렇게 궁하냐? 불쌍한 것. 뭐, 내 사랑이라도 너한테 좀 줘? "
" 개새끼야 당장 팔 치워. "
" 내사랑이 필요하면 언제든 준다. 에헤엠- "
드디어 잠을 쳐자시려는지 요란하게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자기가 편하도록 자세를 다시 고쳐잡은 홍빈이가 네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살짝 들어 더듬더듬 니 얼굴을 찾아 가볍게 볼을 꼬집었어.
" 잘 자- 홍빈이 꿈 꾸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