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늦은 만큼 더 써왔습니다
여러분 아직 빙판이 남아있어요 핸드폰하면서 걸으면 제 꼴 나요
그러니까 제 말은 건강 챙기시라구요
와타시는 여러분 수니니ㄲ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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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이라는 짧은 문자를 남기니 역시나 10분 만에 네 눈앞에 서있는 이홍빈을 보며 넌 나름의 감동을 받았어.
이홍빈은 널 그저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네 머릿 속에 스스로 최면을 걸고는 다시 웃으며 홍빈이를 맞이하는 너야.
" 도서관은 왜? "
" 그냥 뭐, 오랜만에 책이나 좀 읽을까 하고. 니도 한 권만 골라. 한 권만 읽고 나가자. "
" 나가서 뭐할껀데? "
너무 능청스럽게 뒤로 다가와서는 네 어깨에 얼굴을 척 하고 올려버리는 이홍빈때문에 순간적으로 심장박동이 터질 듯이 올라갔지만 이내 어깨에서 찡찡거리는 이홍빈때문에 넌 다시 돌아오고야 말았어.
설레긴 무슨. 설레서 뭐 어쩔껀데. 설렌다고 다 사귀면 세상 사람들 중에 솔로는 아무도 없다 흥.
" 밥 사주면 돼? "
" 에이, 밥은 남자가 사는거고. 커피! "
" 그래 뭐.. 일단 책부터 골라. "
그리고 3분 후, 책을 읽고 있는 니 앞에 떡하니 앉은 이홍빈이 펼친 책은 제목부터가 참 이홍빈다운 선택이었어.
여자, 30분이면 게임 셋.
표지에 그려진 남녀의 진한 포옹은 책읽기 딱 싫어하는 이홍빈이 읽을 만한 수준의 책이였지 뭐. 안봐도 뻔해.
" 넌 뭐 읽어? 왜 세계의 절반은 굶.. 이게 뭐야.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어보이는데. "
" 그러는 니 책은 감동으로 가득 차겠다 아주. "
" 너도 그렇게 느끼지? 아 진짜 나다운 선택이라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책 좀 읽어 볼까? "
주머니에서 잘 쓰지도 않는 안경을 꺼내 쓰더니 또 에헴거리며 헛기침을 해.
홍빈이 버릇이거든, 뭐 하나 집중하거나 제대로 할 때 헛기침하는건.
애새끼, 안경 하나 썼을 뿐인데 더럽게 잘생겼네.
그리고 또 너의 마음을 긁어놓을 한 년이 등장하지
아, 년 이라는 단어에 다른 뜻은 없어.
그저 이홍빈과 관련된 여자사람은 가족과 너 빼고는 다 년이라 부르는 너니까.
그년이 글쎄, 이홍빈 어깨를 툭툭, 치더니
" 이 학교 다니시는 거에요? "
" 아 네. "
" 혹시 지금 잠깐 시간 되세요? 시간 되시면 저랑 커피 한 잔.. "
" 커피.. 먹을꺼라서. 다른 할 말은 없어요? "
" 저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는 저 연가시같은 년을 당장이라도 떨쳐내고 이홍빈과 나가고 싶지만, 넌 애써 책에 눈을 돌리며 책에 집중하기로 해.
하지만 귀가 그 쪽으로 솔깃하는건 어쩔 수 없나봐.
" 아, 여자친구요? 있는데, 어쩌지. "
" 있으.. 세요? "
" 여기. "
책을 잡고 있던 네 손위로 홍빈이의 손이 포개어지는게 느껴져.
따듯한 손이 차가운 네 손에 닿자 왠지모를 설레임에 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는 너야
물론 지금 잠깐 저 여자를 밀어내기위해 하는 거짓말이겠지만, 그대로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너도 몰래 들고 말았어.
" 아, 그럼. "
그 여자가 가자마자 홍빈이는 지루하다는 듯 턱을 괴고 널 빤히 바라봐, 아 물론 잡은 손도 놓지 않고.
자기가 무슨 15초의 요정인줄 아는건가, 반하겠네 진짜.
" 가면 안 돼? "
" 다 읽고. "
" 아아아아, 나 가고 싶어. 나 또 누가 꼬시면 어떡해. "
" 잘 대처하더만. "
" 가자. 응? 밥은 홍빈이가 살게요. 응? "
" 아 오글거려. 오글거리는 것도 못하는게 무슨 애교야. "
" 아 그러니까 가자고. "
진짜 이홍빈 이새끼는 인격이 몇개인지, 애교를 부리자마자 정색을 하는 바람에 니가 살짝 긴장한 걸 눈치챈 홍빈이가 이때다 싶어 굳히기에 들어가. 나가자면서.
결국 어깨동무를 당하고선 질질 끌려나가는 식이 되어버렸어.
" 이홍빈!! "
" 어, 선배. "
" 너 여기 다녀? "
" 네! 선배님 어쩐일로.. "
" 내가 형이라 부르라 했지. 형 잠깐 볼 일 있어서. 어 안녕하세요. 여자친구? "
널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는 저 선배라는 사람, 기타가방 맨걸 보아하니 기타 동아리나 밴드 동아리 일텐데, 제법 어울리네.
근데 잠깐, 여자친구라니?
" 아? 아 맞아요!! 여자친구!! "
" 홍빈이 너 이래서 요즘 연락도 없었구나? 그땐 그렇게 사생마냥 쫓아다니더니. "
" 사생이요? 얘가요? "
" 아, 여자친구한테는 아직 안 밝힌건가?
우리 홍빈이가 그땐 나한테 고 … 아 미안, 먼저 가봐야겠다. 연락해 밥 살테니까. 여자친구도 꼭 데리고 나오고! "
" 아 저 여자친구 아ㄴ 악! "
" 네 형! 들어가세요! "
잡고 있던 네 어깨를 빡 하고 짓누르는 이홍빈때문에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해명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선배라는 사람을 보내버렸어.
" 아 왜! 내가 니 여친이냐? "
" 저 형 앞에서만. 응? 제발. "
" 꺼져. 커피도 니가 사 개새끼야 "
" 알았어 알았어. 가 아니라.. 나랑 커플이라 그러면 좋아해야하는거 아닌가? "
" 지랄 "
" 아님, 아직도 한상혁 좋아해? 미련 못버려? "
" 미친놈아 쫌 "
" 너 나 좋아하냐? "
" 니가 날 좋아하는거겠지. 난 니가 남자로 보이지도 않아. "
" 신체적 구조를 보고서도? "
" 니가 팬티바람으로 싸돌아다녀도 난 관심없다. "
" 지랄. 진짜 한 번 해봐? "
" 에에에에 안들린다 에에에에 악! 아 왜 때려! "
" 여백이 너무 많아서. 채워주려고. "
" 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 "
머리를 꽁 하고 쥐어박은 뒤 혼자 방방뛰는 너를 흐뭇하게 바라보는가 싶더니 자기 코트 속으로 널 파묻어버린 이홍빈,
시간이 멈춘 듯 두근거리기만 하는 고요한 정적 속에 너도 모르게 살포시 눈을 감았어.
" 저기요, 나 너한테 뽀뽀할 마음 없거든? 아무튼 애가 하나를 주면 열을 달라 하니. 줄 수가 없어. "
" 내, 내가 언제!! 내가 언제!! "
" 눈은 왜 감아? "
" … 커피나 마시러 가자. 제발. "
" 결론은 내야지. 너 나 좋아하지? 그치? "
" 아니라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
" 뭘 또 네번씩이나, 됐다. 그만하고 가자. "
이홍빈은 무슨 독심술이라도 부릴 줄 아는 건지. 너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탈이야. 그냥 조금 모른 척 해주고 넘어가면 안되나, 아님 지가 먼저 넘어오던가.
속상한 마음에 괜히 애꿎은 바닥을 툭툭 차며 걸어. 네 뒷편에 서있는건지 홍빈이는 보이지도 않는 상태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