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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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
"야!"
'뭐, 이 시발새끼야.' 나는 뒤를 돌아보고 박흥수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미친, 고자새끼나 되버려.
"어디가는데,"
"아, 나 진짜. 야 이 미친년아. 너 진짜 고자로 만들어버리고싶어. 더러워 죽겠어."
"내가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라…."
차라리 여자라고 생각하고싶었다. 그래서 나는 박흥수를 미친'놈'이 아니라, 미친'년'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저 박흥수새끼는 내가 본인을 년이라고 부르건 말건
일단 변명이 우선이고, 근데 나는 이 말도안되는 상황에 변명따위 하나도 듣고싶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1시간 전 쯤에, 항상 그랬던것처럼 박흥수네 집에
놀러가서 빵빵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서 티비를 보다가 무한도전이 끝나고 더워서 샤워를 한 다음에 더블침대에 누워서 졸다 눈을 떴을때에, 박흥수도 샤워를 하고
나와 내 옆에 누워있었다. 그래, 여기까진 아무 일도 없었지. 근데 뭔가 이상했다. 박흥수가 말도 없고 슬픈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맨날 부르는 남돌이가 아니라,
'야, 남순아….' 라고. 나는 괜히 자는척을 했다. 자냐? 하고 물어도 대답도안하고 계속 자는척을 했는데, 갑자기 뭘 잘못쳐먹었는지 어쩐건지 모를 새끼가 갑자기 나를
안았다. 기분이 존나 이상했지. 그래서 나는 눈을 뜨곤 빠져 나오려 했지만 내 허리를 붙잡고 절대로 놓아주질 않았다.
내가 '발정난 개새끼야! 팔 안풀어?' 하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겨우 박흥수가 팔을 풀었다. 시발, 다시 생각하기도 싫어. 흥수가 팔을 풀자마자 나는 뛰쳐나가려고
신발을 신고있는데, 내 팔을 꽉 붙잡고 '내가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라….' 하며 시덥잖은 저 따위 변명거리를 내뱉지를 않는가?
"그럼, 뭔데. 너 게이였냐?"
" "
"아니라고 해라. 빨리,"
대답을 못했다. 안한건가? 나는 아니라고 말하길 바랬다. 그냥…. 씹구라여도 좋으니까, 그냥 아니라고 해줬으면 했다. 그러나 어찌나 솔직한지 박흥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내 팔목을 꽉 잡고있던 손도 말없이 풀렸다. 그래서 나도 그냥 뛰쳐나왔다. 흥수가 나를 잡기를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도 날 잡지 않았다. 더워 죽겠는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진짜로 게이는 아니겠지? 9년짜리 친구가 게이일거라고는
생각해본적도 없다. 어떤 미친놈이 그렇게 생각하겠냐고. 나는 혹시나 해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시발, 괜히 확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 2개. 부재중 3개. 안봐도
뻔하다. 박흥수잖아, 차라리 전화하지말지. 문자도 보내지 말지.
[야. 미안하다]
[나 너 좋아해]
한숨을 쉬었다. 아, 시발. 아니길 바랬는데…. 빌었는데…. 어디까지 가려고 그러는건데? 도대체 언제부터 이랬던거야. 나는 정말로 설마. 설마했다. 그래, 아니겠지.
이 새끼가 요즘 더워서 발정났나보다. 그냥 없던일 해야겠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려고했다. 근데 쐐기를 박는구나. 나더러 어쩌라고. 나는 집 현관문 앞에서 가만히
멍하게 서있었다. 엄마 얼굴보기가 싫다. 내가 게이인것도 아닌데, 왜? 게이친구를 뒀고, 그 친구가 오늘 날 덮치려고 했다고 말하기도 싫다. 말할수도 없다. 박흥수는
어떻게 살았을까. 나도 이러는데, 당사자는 얼마나 속이 끓었겠어? 하루 24동안 같이 얼굴보는 나한테 좋아하는 티도 못내면서 친구라고 쳐 웃기가 얼마나 개같았겠어.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엄마는 날 쳐다보지도않았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들어오자마자 엄마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어디가?"
"밖에. 밥차려놨으니까 알아서 먹어."
왜 안나가고 집에 있나했다. 대답도 하기전에 엄마가 나가버렸다. 나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가만 누워서 눈을 감는데, 또 생각났다. 차라리 자는 척 하지
말 걸…. 별의 별 생각을 다했다. 왜 흥수 침대는 더블시트인거야. 샤워 하지말걸. 에어컨 더 세게 틀걸…. 최대한 박흥수를 원망하지 않으려고 정말 별걸 다 원망했다.
솔직히 말해서 더러운데, 그 새끼가 날 안았던것도. 게이인것도. 그걸 숨겼던 것도…. 근데 나는 10년의 시간을 없었던 것 처럼 할 만큼 약은 새끼는 아니니까. '더러워
죽겠어.' 내가 아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근데 진심이다. 갑자기 떠오른건데, 오래전에 같이 티비를 보며 채널을 돌리다 퀴어영화가
나온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아, 시발. 저게 뭐야? 더러워.' 하며 흥수의 손에 들려있던 리모콘을 뺏어 채널을 돌렸던 적이 있다. 기억이 안난다. 그때 흥수 표정이
어땠었는지. 나는 당연히 흥수도 그렇게 생각하고있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하나는 기억난다. 그 날 흥수가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면서 먼저 갔었던거. 나 말고
만날 사람은 있지도 않으면서. 근데 그때는 별 생각 없었다. 이이경이랑 이지훈이 한잔하자고 한 줄 알았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니까 그럼 나도 당연히 불렀어야됬다.
몰랐는데 그동안 나는 생각이 존나 짧았다. 박흥수가 날 좋아하는것도 모르고 친구새끼, 친구놈 해가면서 그 새끼한테 상처를 하나씩 주고, 내가 받을 상처도 하나씩
준 셈이였다. 내일 학교 가기가 싫어졌다. 같이 미용실 가기로 했었는데…. 나는 억지로 눈을 감았다. 양도 세어보고 숫자도 세면서 일부러 잠을 자려고 애를 썼다.
아까 그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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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죄송해여..똥글투척....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쓰고있던거나 어떻게 처리하지...이러고있네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