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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빙의글] 그 사이에서 01 | 인스티즈

 

 

 

 

끈질기고도 농염하며 진득한 시선은 당연한듯 언제나 내게로 향했다. 마치 먹이사슬에서 뱀의 아래에 놓여진 쥐가 뱀에게 잡아먹힌듯, 숨이 턱 막혔고 기분이 더러웠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는 너가 있었다. 내가 불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 아무렇지않게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입꼬리를 올리며 매력이게 웃어보였다. 너, 나 엿 그만 먹여. 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으르렁 거리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 애가 나타나 너와 나의 사이에 서 말리기 바빴다.

 

 

 

" 니네 그만 싸워라. 질리지도 않냐. "

 

 

 

백현이 장난스레 웃으며 책상에 걸터 앉은 뒤 나와 도경수를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사탕 두어 개를 꺼내더니 각자의 손에 쥐어주었다. 보나마나 난 딸기맛, 도경수는 포도맛이겠지. 나름대로 괜찮아진 기분에 사탕을 까 입에 넣은 뒤 책상에 걸터 앉으려 몸을 숙였는데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눈길이 날 쏘아보았다. 뭔데, 또. 입술을 깨물고 눈을 가늘게 뜨며 도경수의 눈길을 마주했다. 언제봐도 짜증난다. 곧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그에 따라 기대었던 몸이 살짝 젖혀졌다. 놀라 손을 뻗어 모서리를 잡고 몸을 지탱할려는데 어느새 눈 안에 도경수의 얼굴이 가득했다. 뭐야, 저리 안 꺼져? 이를 앙 물고 내 뱉은 소리에도 도경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기가 차 허, 하는 김 빠진 웃음이 나올려는 찰라 규칙적인 숨소리가 귓가에, 머리카락에 느껴졌다.

 

 

" 무서워하지 마. "

"  …. "

" 그러면 더 괴롭히고 싶어져. "

" 꺼져. 무서워한 적 없어. "

 

 

그 때였을까, 조각 조각 난 기억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8살 때, 막 초등학교에 입학 했던 날이었다. 교문 앞에서 쪼그려 앉아 손 장난을 하며 백현이를 기다린지 몇 분이 지났을까, 저 멀리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날 불렀다. 야, 땅꼬마! ..백현이? 벌떡 일어나 손까지 흔들며 맞이한 내가 머쓱하게 변백현은 낯선 남자아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오느라 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뭐야, 기껏 기다려줬더니. 기다리느라 꽁꽁 언 손을 주머니에 넣어 감춘채 삐죽거리는 입술과 동행하여 먼저 교문을 통과 해버렸다. 그게 나와 변백현, 그리고 도경수의 첫 만남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변백현과 친해왔던 난 단숨에 친해진 둘을 보고 질투했다. 그와 동시에 도경수에게 꽤 퉁명스럽게 굴었다. 도경수을 기다려 같이 집에 가자는 백현이의 손을 잡아 먼저 학교를 나서는 것은 기본이고, 도경수가 말을 걸어오면 대답만 해줬을 뿐 절대로 눈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어린 마음 친구를 뺏길 까봐 한 유치한 행동이었다. 무난하고 무난했던 초등학생 생활을 지나 중학교에 입학하고 중학교 생활에 익숙해져있을 때였다. 여전히 우리 셋은 같이 다녔고, 초등학교와 다르게 난 알게모르게 질투어린 눈총을 받고 지내고 있었다. 그런 눈총을 받는 이유는 다름아닌 여자에게 전혀 관심 없는 도경수가 내게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었다.여자애들이 말을 걸어도, 호의를 베풀어도 무시하기 바빴던 도경수는 나에게만은 달랐다. 먼저 말을 걸었고, 호의를 베풀었다. 성격상 그런 관심을 싫어하고, 평범한 생활을 바라는 나에게는 도경수 ..., 도경수 덕분에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조용히 살아온 날이 없었다. 저 녀석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딱히 밉보인 적이 있던 것도 아니고. 끓어오르는 감정에 언제나 처럼 가운데에 위치해 곤란한 백현이를 흘겨보았다.

 

 

" 왜, 왜! "

" 뭐. "

" 왜 그렇게 무서운 눈빛으로 쳐다보냐, 쫄리게! "

" 쫄보 새끼. "

" 아닌데, 아닌데! "

 

 

유치한 말장난이 오고 몇분 째. 단발 머리의 귀염상인 여자 애가 뒷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도경수 앞에 섰다. 명찰을 보니 1학년, 우리보다 1년 후배인듯 싶었다. 보나마나 도경수에게 고백할려고 온 거겠지. 눈치 없게 도경수의 옆에서 얼쩡거리는 변백현의 소매 끝을 잡고 끌려고 하자 낯선 손이 불쑥 나타나더니 내 손을 잡아챘다. 당황한 입가에서 짧은 신음소리가 튀어나왔고, 동시에 여자 애의 시선이 닿았다. 짜증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 어디 가. "

" 뭐야. "

" 나 자리 여기잖아. "

" 장난 하지마. "

" 나 장난 치는 거 아닌데, ㅇㅇ 아. "

 

 

순간 소름이 끼쳐 반사적으로 손을 빼 뒷걸음을 쳤다. 손목에는 어느새 손자국이 나있었다. 분위기가 좋지않게 흘러가자 벙쪄 있던 백현이가 앞장서 빨개진 내 손목을 잡아 자신의 등뒤로 숨기며 도경수을 진정시키고, 여자 애에게 가보라고 말을 전했다. 내 쪽을 지날 때 여자 애는 날이 선 눈으로 날 흘겼다. 또 이렇게 됬다. 밀려오는 두통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  경수야, ㅇㅇㅇ 얘가, 튼튼해보여도 아닌 거 잘 알잖아. 적당히 해, 적당히. "

" 사탕 더 없냐. "

" 너 또 구렁이 담 넘듯이 넘어갈… "

" 당 떨어질려고 해, 빨리. "

 

후, 내쉬는 한숨이 무거워보였고 점점 부어오르는 손목이 독을 가진 무언가에 물린듯 쓰려왔다.

 

 

 

펼쳐지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넘실거렸다. 향긋한 바다 내음과 볼을 간지럽히는 바람에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여름 방학을 맞히해 세운 3박 4일 섬여행은 순조롭게 진행 됬다. 도경수가 온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바람에 갈 곳을 읾은 머리카락들이 산발이 되어 날리고 있는 게 불편해 대충 똥 머리로 묶으니 한결 시원해지고 기분이 나아졌다. 아, 좋다! 눈을 감고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데 볼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았다.

 

 

" ㅇㅇㅇ! 혼자 여기서 뭐하냐. "

" 야, 너 멀미 난다며. 괜찮아? "

" 괜찮으니까 나왔지. 잘 봐봐. 내 친구가 저번에 새우깡으로 갈메기 잡았댔거든? "

" 넌 그걸 믿어? "

" 당연하지! ㅇㅇ아, 너도 해봐. "

" 됐어. 너나 해. 바보야. "

 

 

기어코 내 손에 새우깡 하나를 쥐어준 변백현이 새우깡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갈메기에게 소리쳤다. 그 행동이 퍽 귀여워 웃음이 나왔는데 팔에 소름이 쫙 돋았다. 보나마나 어디서 도경수가 쳐다보고 있는 거겠지. 괜스리 으스스해지는 느낌에 팔을 감쌌다. 파랗고 말간 하늘을 보자니 문득 집에 놓고 온 동생들이 생각나 미안해져 자리를 옮겼다. 여전히 팔을 감싼 채 계단을 내려 오는 데 남자들 몇 명이 순식간에 내 주위를 둘러쌌다. 어디선가 본 얼굴인데..

 

 

" 아까부터 계속 혼자 있던데, 일행 없는 거 맞죠? "

" ..네? "

" 예쁘게 생겼네. 몇 살이야? "

" 오빠들이랑 놀래? "

끈질기고도 농염하며 진득한 시선은 당연한듯 언제나 내게로 향했다. 마치 먹이사슬에서 뱀의 아래에 놓여진 쥐가 뱀에게 잡아먹힌듯, 숨이 턱 막혔고 기분이 더러웠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는 너가 있었다. 내가 불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 아무렇지않게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입꼬리를 올리며 매력이게 웃어보였다. 너, 나 엿 그만 먹여. 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으르렁 거리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 애가 나타나 너와 나의 사이에 서 말리기 바빴다.

 

 

 

" 니네들 또 싸워? 그만 싸워라. 질리지도 않냐."

 

 

 

몇 초 이내에 쏟아지는 엄청난 질문 공세에 당황해 멍청하게 서있기만 하는데 큰 손이 어깨를 끌어당겼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도경수가 웃고있었다.

 

 

" 미안하지만, 얘 내 여자친구라서. "

" 아, 뭐야. 남자친구 없다며. 새끼야. "

" 없는 줄 알았지. "

 

 

도경수의 말에 짜증이 확 올라와 표정이 굳어지고 미간이 좁혀졌다. 손을 들어 어깨에 올려진 손을 쳐냈고, 꽤 힘이 들어갔는지 짝소리가 났다. 손을 감싼 도경수의 표정이 금세 굳어졌다.

 

 

" 누가 니 여자친구야? "

" 맞잖아, 여자인 친구."

" 웃기지마. "

 

 

난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입 안에 멤돌고만 있는 말이 나오지 못하고 여전히 멤돌기만 하였다. 제법 긴 손톱이 살을 파고 들 때까지 주먹을 쥐고 있다가 앞을 막아서고 있는 남자들의 사이로 들어가 그 곳을 빠져나왔다. 여전히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던 변백현이 굳어진 내 표정을 봤는지 뒤쫒아왔지만 발걸음을 빨리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몇 번 문을 두드리며 무슨 일이 있냐며, 경수랑 또 싸웠냐며 이것 저것을 물어보던 백현이도 지쳤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항상 이런 식으로 기분을 망치게 한다. 어디까지 내려가야 끝이 보일까. 알 수 없는 물음에 머릿속의 회로가 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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