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팀장님. 처음뵙겠습니다.
요즘 일 때문에 바쁘다며 만나지 못한 경수를 만난다. 오랜만의 경수라 설레는감이 없지않다. 심호흡을 하고 억지로 광대를 내려도.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갈 생각을 하질않는다. 혹시나 경수가 이 모습을 보고 비웃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미친 여자로 보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해봤다. 뭐 어쩌란말인가 머릿속엔 이미 경수의 얼굴만이 떠다니는데. 마침 카페에 좋은 음악이 흘러나와 창밖을 바라보며.분위기를 만끽했다. 내 앞의 의자가 끌려나가는 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자릴채웠다. "경수야." "응" "만나서 반갑다? 도경수." 장난스레 인살건네자 못말린다는듯 웃으며 내게 맞장굴 쳐줬다. 경수에게 살풋웃으며 하지 못한 이야길 꺼내며 일하는 곳의 상사들을 욕하기도 했으며 요즘 근황도 이야길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나의 이야기만을 듣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뭔가 나만의 세계에 퐁당 빠진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경수에게 물었다. "경수야. 너 이번에 좋은 직장 얻었다며." "응. 좋아. 미래도 촉망하고." "어딘데?" "..." "응?" 내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고 은은한 미소만 가득했다. 뭔데. 뭔데. 졸라도 알려주지 않자 조금 서운했다. 무슨일을 해도 나한테 못가르쳐 줄게 뭔데... 서운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입이 튀어나왔나 보다. 나 삐쳤어요 하고 홍보하는 것도 아니고 쪽팔리게. 내 모습을 본 경수는 은은한 미소를 지우고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지었다. 곧 테이블 위에 올려진 내 손을 잡고 꼼지락 거리더니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 "뭐" "내가 이 직장에서 자릴 제대로 잡을때 이야기 해줄게." "왜?" "이 상태로 프로포즈를 할순 없으니까..." "..." "우리 아직 어리고.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아! 너랑 나랑 결혼 할 앞날은 정해져있는거다? 약속 ○○○. 약속" 내 눈을 피하지 않고 이야길 하는 경수에게 난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이런 남자가 내 남자다 하는 기분에. 경수는 내손을 잡고 있던 두손중 한손을 놓고 나에게 주먹을 꼭 쥐고 약지만 세운채로 밀어댔다. 난 오랜만에 보는 경수의 어린 모습에 그 약지에 내 약지를 꼬았다. 겨우 작은 약지 이지만, 그런 접촉도 23살의 우리에겐 달달했고 부드러웠다.
전화 속에 울린 경수의 좋지 않은 목소리에 그와 만나기로 한 공원벤치에 앉아 내 손에 끼워진 그가 내게 준 프로포즈 반지만을 만지작 거렸다. 이 새벽에 경수가 날 불러낸적은 많지 않았다. 날 배려해주는 차원에서 그랬었다. 오늘은 뭔가 달랐다. 결심한듯한 목소리. 어둡고 침울한 목소리. 경수가 만나자고 하는 그 순간에 왠지 불안한 마음에 침만 꼴깍 꼴깍 삼켰다. 곧 가로등에 길다란 그림자가 내 앞에 서 있었다. 고갤들자 양복을 입고 어두운 얼굴을 한 경수가 보였다. 안좋은 표정의 경수에 내가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 매번 그에게서 풍겨오던 은은한 나무향은 어디가고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가 났다. "경수야... 술마셨어? 무슨일있지. 응?" "○○○." 경수는 술을 많이 먹고 비틀거려도 혀하난 꼬이지 않았다. 그런 그인지라 겉으로 보이는 겉과 달리 또박또박한 발음이 나왔다. 난 내이름에 반응하며 경수에게 부드럽게 대답했다. 곧 그의 손은 나의 손으로 향했고. 나의 손을 잡아왔다. 언제나 안좋은 일이 있을때 손을 잡던 그이기에 나도 경수의 손을 잡아줬다. 그리고 내 손가락은 허전해졌다. 매일 경수생각에 만지작 거리던 반지. 경수의 손에는 나의 손이 아닌 그와 나의 커플링이 올려져 있었다. 의아함에 경수를 바라봤다. 경수는 매일 뜷어지게 바라보던 나의 눈이 아닌 우리의 반지에 향해있었다. 곧 경수는 자신의 손가락에 있던 반지 마저 빼서 손바닥 위 나의 반지옆에 살포시 내려놨다. 경수야. 말을 마저 잇기도 전에 경수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경수야 왜그래..." 곧 일어날 일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데 난 무작정 눈물만 났다. "○○아. 미안해." "무슨일인데 경수야, 경수야..." 내 앞에 무릎을 꿇은 경수에게 눈높일 맞추기 위해 나도 꿇어 앉았다. 곧 공원엔 나의 흐느낌뿐만 아니라 경수의 흐느낌도 들려왔다. 경수는 울었다. 한번도 그의 눈물을 본적 없는 나인데. 일단 경수를 일으켜 세웠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경수를 벤치에 앉혔다. 나도 경수의 옆에 앉아 그에게 물었다. 무슨일 이냐고. 경수의 입을 열릴때 까진 몇십분의 시간이 흘러야만 했다. "내가. 내가... 미친거야." "..." "난 미친거라고..." "들어줄게." "난 너랑 결혼 안해." 그 소리가 나에겐 날벼락이었다. 도경수 그게 무슨 소리야. 하며 반문할 생각도 하지 못한채 초점없이 경수의 눈을 바라봤다. 곧 입이 씰룩거리며 올라갔다. 웃겨 도경수. 개그 늘었다. 하며 웃었고. 아무말 없는 경수에 눈물을 흘렸다. 이유따윈 궁금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와 내가 했던 흔 약속이 사라진다는 것에. 결혼이 무산된다는 것에 대해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 생각이 없었다. "미안해... 미안..." "..."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후. 내가 나쁜놈이야. ○○아." "몇주전에. 잠자릴 가졌어." "...뭐?" "알아 미친놈인거. 근데.. 근데..." "씨발... 말하지마.. 하지말라고 씨발!!!!!" 텅빈 공원에 나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그 다음에 경수가 할말이 너무 가혹할것 같아서. 세상이 따라주지 않아서. 눈물이 주체가 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임신을 했다고 하더라..." "...흐윽.. 나쁜새끼야..." "낙태를 할순... 없잖아... 아기..." "그래서. 니가. 키우겠. 단 말이야?" "...결혼 하기로 했어." 그 여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의 대학교의 선배였다. 어쩌다가 그녀와 경수가 잠자릴 가졌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가버린 경수가 마냥 밉고 미웠다. 그녀와 아무렇지 않게 잠자릴 가지고 그녀의 아기를 그녀와 같이 키우겠다니. 날 놔두고? 경수는 자신이 쥐고 있던 반지를 옆 하수구에 버렸다. 난 그 떨어진 반지를 공허하게 바라봤다. 결국 이렇게 되어버릴껄. 경수는 자신의 코트를 벗더니 차가워진 내 어깨위에 얹어주었다. 가로등 불빛에 그림자가 져 검게 되어버린 그의 얼굴을 봤다. 경수의 볼에 흘어내리는 눈물이 누런 가로등 불빛에 반짝였다. 그는 아무말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떠났다. 곧 그에게 온 메신저로 그때에 일어났던 일을 접해야했다. 자세히는 읽지 않았다. 어차피 결론은 그녀와 경수의 결혼 일테니까. 그렇게 우리의 25은 칠흑같은 어둠속으로 무너져 내려갔다. 아. 오랫만에 옛 꿈을 꿨다. 눈물로 축축한 이불이 눈에 들어온다. 빨아야겠네. 천장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오늘따라 한 구석에 걸어져 있는것이 신경쓰인다. 출근 준비를 마친 내 시선은 한 곳을 향해 있다. 그의 검은 코트에. 오랜만이에요 제 인티가 아파서 못왔어요. 설이라고 인티가 나았네요! 오늘은 옛날 일... +++++++++ 암호닉 이야기가 나왔는데 받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