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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강동원 온앤오프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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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콩랍콩] 1666 PROJECT : 차마 말하지 못했던 | 인스티즈













시작: 그들의 경우



대강당의 아이들은 들 뜬 모양인지 시끄러웠다.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한다 던지 귀에 이어폰을 꽂고 가만히 앉아있는 학생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아 위험해보였고 풋풋해보였다. 홍빈은 예전부터 어울리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원식은 하품을 찍 뱉으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애써 이해하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강당에서 선생님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마이크를 톡톡 치는 소리가 울리더니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진다는 차분하고 앳된 소녀의 목소리에 다들 조용해졌다. 지루하다 못해 귀를 긁는 홍빈은 이내 하품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운동화 코 끝을 두세 번 내리 찍고 고개를 들며 잘 듣는 척 고개를 끄덕거리니 아이들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원식은 멍 때리다 아이들이 내는 소리에 따라 스스로 박수를 쳤다. 아홉시 반까지 교실에 들어가라는 목소리에 올챙이 때처럼 우르르 나갔다. 순식간에 비어버린 강당이 지저분하게 널려있는 빨래 더미 같아 한숨이 절로 나오려는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뒤를 따라 교실로 향했다. 일학년의 교실은 묘하게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끼리끼리 모이는 습성을 그대로 풀어버렸는지 교실에는 이미 작은 모임들이 이루어져 있었다. 홍빈은 아이들의 말을 듣다 허허 웃고는 열심히 듣는 척을 했다. 원식은 너네 들 끼리 놀라며 손을 휘휘 저었고 이내 엎드렸다. 벽의 찬기보다 햇빛의 따듯함이 좋았는지 원식은 이내 숨소리가 차분해졌다. 선생님이 들어오고 자신의 소개를 하며 칠판에 이름을 적었다.


"차학연이야. 사회 담당이고."


주저리 떠드는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홍빈은 아까부터 잠만 자는 원식의 뒷모습을 보았다. 일 분단 둘째 줄 끝과 넷째 줄 끝은 가깝고 멀었다. 홍빈은 햇빛을 제대로 맞으며 자는 원식의 미간이 씰룩거리며 이내 가방이 뒤적거리더니 담요를 꺼내 슬쩍 눈을 가린다. 차라리 고개를 돌리지. 홍빈은 원식이 좀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식은 그것도 모르고 선생님의 눈초리를 받으며 꿋꿋하게 잠을 잤다.





01: 이홍빈의 경우 (동아리)



낮을 많이 가리던 나에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많았다. 나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사람들이 알아서 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에 비해 너는 항상 누군가의 옆에서 축 처진 눈꼬리로 웃으며 남들보다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고, 운동 신경이 좋아 축구와 농구 하는 것을 즐겼다. 어색한 삼월 달의 남학생들은 생각보다 쉽게 친해졌고, 대화의 코드도 상당히 유하게 흘러갔다. 햇살 좋은 봄 날 너는 아이들과 금방 친해져 자주 운동장에 나갔다. 급식 시간이 끝나기 오 분 전 땀을 뻘뻘 흘려가며 교실에 들어오는 너와 우연히 눈이 맞춰졌다. 너는 민망했던지 금방 시선을 옮겼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았다. 기타 소리와 그에 맞는 남자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렸다. 


//


동아리를 정해야 하는 날, 너는 당연히 축구부를 들어갔고 나도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사진부에 들어갔다. 어느 날 동아리 때문에 카메라를 가져 온 적이 있었다. 친구들은 이홍빈이 작은 대포를 가져 왔다며 깔깔 웃었다. 일부러 카메라를 들어 녀석들을 찍는 척 셔터를 눌렀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컸는지 신나게 피해 다니던 아이들은 쪼르르 내 곁으로 와 잘 찍혔냐며 물었다. 그 꼴이 나는 우스웠다. 이왕 찍힐 거 곱게 찍히던가. 흐릿하게 찍히면 귀신같잖아. 투덜거리며 지우다 이내 몇 장을 더 찍었다. 찍지 말라며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아이들 사이에 너는 당당히 검지와 검지만 피며 해맑게는 아니더라도 슬쩍 웃었다. 순하게 생긴 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고, 종이 쳤다. 


“책 펴라.”


종이 울리자마자 들어온 선생님은 바로 책을 펼치라며 교탁을 두드렸고, 시끄럽던 교실은 이내 기죽은 쥐새끼마냥 조용해졌다. 오십분의 지루한 수업시간에 나는 필기를 하고 너는 엎드려 볼펜을 이리저리 돌렸다. 너는 수업을 잘 듣지 않았다. 엎드린다거나 잠을 잔다거나 가끔 반듯하게 허리를 세워 수업을 듣는다 싶으면 한 손에 꼭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필기를 마치고 선생님이 교과서를 덮는 순간 종소리가 쨍쨍하게 들렸고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고개를 든 너는 내 앞에 나를 마주보며 앉았다. 아까 찍은 사진들을 보여 달라 말했다. 나는 카메라를 덥석 너에게 주었고 녀석은 이것저것 누르다 사진을 하나씩 넘겼다. 자신이 찍힌 사진을 보자 너는 헷 하는 바보 같은 소리를 냈다.


“에이 못생겼다.”


한마디 툭 뱉고 만약 사진을 뽑으면 저에게 달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너는 평상시처럼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아마 이 날부터 나는 너의 사진을 하나 둘씩 찍으며 모았던 것 같다. 내 짝사랑이 시작된 시점도 아마 이 날이 아닐까 나는 종종 생각한다.





02: 이홍빈의 경우 (수련회)



수련회에 가던 날, 남자 아이들의 방은 고작 두 개였고, 너와 나는 같은 방을 썼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이해가 되듯 너의 친구들은 내 친구들과 참 잘 놀았다. 시끌시끌하게 떠드는 모습도, 차 안에서 과자를 몰래 먹는 모습도, 담배를 무는 것도, 베개를 던지며 뛰는 것도 너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너는 알게 모르게 혼자 있는 걸 즐기는 듯 했다. 이어폰이 항상 목에 걸려있었으니 말이다. 이른 아침에 나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너는 늦게까지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잠들었다. 제일 먼저 씻은 나는 너를 깨우려 너의 앞머리를 정리하고 흔들어 깨웠다.


“아, 엄마 오 분만.”


나를 등지고 이불 안으로 꼬물꼬물 들어가는 네 모습이 꼭 우리 누나를 보는 것 같았다. 당연히 우리 누나보다 네가 더 귀여웠다. 덩치도 산만한 게 춥다며 이불을 푹 뒤집어쓰며 세우처럼 몸을 돌돌 만다. 나는 친절히 이불을 빼앗아 대충 던져버리고 너의 상체를 벽에 기댔다. 너는 눈을 비비더니 화장실로 들어갔다 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누가 자신을 깨웠냐며 아이들에게 물었지만 나는 답하지 않았다.


//


제주도의 석양은 참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바다에 가자며 나의 팔을 잡아 끌었고 너는 다른 친구들과 저 앞까지 가 있었다. 너는 너의 몸보다 한참이나 아무런 무늬 없는 흰 티셔츠와 검은 색의 오 부 바지를 입고 닳아버린 스니커즈를 땅에 끌며 아이들의 끝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동안 너의 고운 허리선이 참 아름다웠다. 나는 카메라를 가지고 나오는 것을 잘 했다 생각하며 조심히 카메라를 잡고 셔터를 눌렀다. 짙은 주황색의 석양이 구름 때문인지 덕분인지 퍼지는 모습과 너의 뒷모습이 나도 알지 못할 만큼의 그리움을 흘렸다. 나는 그 사진을 보고 한참이나 제자리에 서 있어야 했다. 너는 알다가도 모를 아이였다. 





03: 이홍빈의 경우 (여름방학)



방학 때 다 같이 여행가자는 동아리의 의견에 따라 학교 앞에서 만났다. 다들 카메라를 챙겨 온 걸 보니 여행을 제목으로 붙이고 사진 찍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한 녀석이 삼각대를 무용실에서 가져오지 않아 제일 할 일이 없는 내가 가져오기로 했다. 동아리 실 청소를 하다 미처 가져오지 못했는지 아직 그 자리에 먼지만 받아들이고 있을 삼각대가 불쌍해 빨리 무용실로 가보았다. 문을 열자 꽤나 격한 노래가 들렸고, 벌써부터 축제 연습을 하는 아이들은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너는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 내가 들어오는 것도 모를 정도로 거울을 보며 춤을 추고 있었다. 너는 생각 외로 유연하고 섬세했다. 분명 내가 췄더라면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걸로 보이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들어가 구석에 먼지 이불을 덮고 있는 삼각대를 조심히 들어 어깨에 들춰 업고 조심히 나왔다. 너는 아마 어떤 춤을 춰도 요염할 거라 나는 생각했다.





04: 이홍빈의 경우 (모의고사)



모의고사를 보았다. 적당히 평타를 칠 만큼의 성적이 나왔고, 나는 담임선생님께 불려가 조금 더 노력하라는 말을 듣고 교실에 들어왔다. 너는 방금 선생님에게 불려 나갔고, 가뜩이나 처진 눈이 더 숙여지며 교실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무슨 소리를 들었는데 기가 죽어서 들어 오냐는 듯 물었다. 너는 투덜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녀석의 성적이 좋지 않았나보다. 자신은 공부 체질이 아니라며 찡찡거리다 이내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너는 뭘 해도 낙천적이다. 뭐라도 믿는 구석이 있는 건지 너는 항상 여유가 가득하다. 너도 나도 꿈은 없는데 참 다르다.





05: 이홍빈의 경우 (학생회)



너는 유난히 머리색이 밝았다. 내 눈에만 밝은 게 아니라 항상 녀석은 교문 앞에서 선생님 혹은 교복을 입은 아이와 실랑이를 하다 가끔은 늦게 들어오기도 했다. 너는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겨울방학 전 너는 방송에 이름이 불렸고, 아이들은 학생주임에게 두들겨 맞겠다며 잘 가라며 우는 척, 손을 흔들어 줬다. 너는 벌점이 쌓여 학생지도부실로 갔고 수업 시간이 되도 교실로 오지 않았다. 너의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지금쯤 바닥에 붙어있는 껌 딱지를 때고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겨울방학 전의 수업은 영화나 영양가 가득한 영상들을 주구장창 보는 시간이니 나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 말을 하고 교실을 나왔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니 너는 이층과 삼층 사이의 공간에 쭈그려 앉아 바닥을 긁어냈다. 나는 너의 앞에 너처럼 앉았다.


“뭐냐.”

“너 놀리려고 왔지.”


녀석은 피식 웃더니 빨리 꺼지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너는 춥지도 않은 지 마이 하나만 덜렁 입고만 있었다. 나는 내 목에 둘러있던 목도리를 너의 목에 대신 말았다. 너는 놀랐는지 바닥을 긁다 나를 보았다. 내 두툼한 야상을 보다 너는 고개를 숙여 바닥을 마저 긁었다. 매점 가자는 나의 빈 말에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에 내려가 매점에 들어갔다. 너는 따듯한 코코아를 꺼냈고 나는 바나나우유를 꺼냈다. 빨대를 꺼내 너에게 주니 너는 검지로 몇 번 깔짝거리며 깡 하는 소리가 나며 캔이 열렸고 빨대를 쏙 넣었다. 너는 손이 조금 컸다. 내 손은 많이 작은데. 끝이 빨간 너의 작은 두 손이 작은 캔을 감쌌다. 많이 추웠나보다. 너와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음료만 쪽쪽 마시며 아까 그 자리로 돌아왔다. 종이 칠 때까지 나는 너의 옆에 있었다. 너는 껌들을 때어내며 빗자루로 바닥을 쓸었다. 종이 치자마자 나는 교실로 올라오려 계단을 올랐다. 너는 손을 흔들었다. 뒤를 돌아 너를 보았다. 후 입으로 바람을 불면 하얀 연기가 나는 그리 추운 날에도 너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사랑스러웠다. 





06: 김원식의 경우 (체력검사)



개학한 지 이 주정도 흘렀을까. 체력검사를 한다며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나오라는 방송에 한숨부터 쉬었다. 귀찮고 피곤하고 꽃가루 때문에 심해 질 아토피가 내심 걱정이었다. 꾸역꾸역 옷을 갈아입고 아이들과 줄에 맞춰 서있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햇빛은 점점 위로 올라가고 과하게 따듯한 봄의 날씨는 바람 덕에 살 만 했다. 겉옷을 가져오려다 만  나의 선택이 실수였는지 눈도 살도 가렵기 시작했다. 그늘이 어디 있더라. 나무 아래 벤치에 힘없이 앉았다. 눈을 꾹 누르다 이번엔 팔 부분이 가려워 생각 없이 벅벅 긁었다. 하늘의 색이 티 없이 맑았다. 구름도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보다 너는 나를 데리러왔다.


“우리 차례야.”

“아, 어. 응.”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너의 뒤를 따라갔다. 너는 붉은 내 팔을 보다 고개를 돌렸다. 손에 들고 다니던 후드 집 업을 나에게 던졌다. 내가 멀뚱멀뚱 보기만 하자 너는 입으라며 친절히 지퍼까지 열었다. 나는 그 옷을 입었다. 너는 후드까지 내 머리에 씌우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 마냥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장난으로 더 까매지면 어떡할 거냐는 말에 서로 힘없이 웃었다. 그러다 너는 다시 뒤를 돌아 나와 눈을 맞췄다. 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넌 참 잘 생겼다.


“팔 자꾸 긁지 마.”


너는 한 마디로 나를 전쟁 나듯이 흔들었다. 저 말이 뭐라고. 항상 듣는 말인데.





07: 김원식의 경우 (수련회)



그 날 이후로 나는 신경 쓰였다. 너는 수업을 잘 듣는 모범생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얼굴과 솔직한 언행 그리고 너는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겼다. 분위기가 꼭 내 동생이 좋아하는 성당오빠 같은 느낌 이였다. 나는 주로 아이들 곁에 다가가 대화를 듣는 입장이라면 너는 아이들을 모아 대화를 들어주는 입장 이였다. 그렇게 조금씩 반 분위기가 풀릴 무렵에 간 수련회는 어김없이 제주도였다. 숙소에 짐을 놓고 구석으로 가 폼으로 무는 담배가 맛있다며 지랄을 떨어대는 아이들을 피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담배 때문에 필요할 껌과 몰래 먹을 과자를 사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길가에 꽃들이 널브러져 있듯이 피었다. 마침 너는 그 곳에서 작고 노란색의 꽃을 꺾고 내 자리로 왔다. 너는 가만히 앉아있다 아이들이 오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짧은 순간에도, 몇 초 되지도 않는 그 자리에서 난 얼마나 떨었는지 넌 모를 거다.


//


저녁 먹기 전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너의 친구들과 나의 친구들은 언제 친해졌는지 금세 잘 놀았다. 나는 너를 보려 일부러 슬쩍 뒤로 갔고, 너는 역시나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풍경을 사정없이 찍어댔다. 저물어가는 해가 구름에 갇혀 어설픈 주황빛을 띄고 있는 그 가운데 너는 참 아름다웠다. 아마 누군가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 언제 가장 빛이 났었냐고 물을 때면 나는 당당하게 내 열일곱 수련회 때라고 당당히 말한다. 지금도 과거에도 미래에도.





08: 김원식의 경우 (중간고사)



방학을 나름 알차게 보낸 뒤 개학을 하고, 바로 중간고사 날이 다가왔다. 고등학교도 올라왔으니 공부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부모님의 말에 고개는 끄덕거리면서도 손은 컴퓨터 작곡 프로그램에 가있었다. 한참을 밤낮없이 만졌을까 시험이 일주일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때 서야 나는 발등에 불이 났었다. 한참 교과서를 보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 물어보았다. 색이 다른 볼펜으로 밑줄도 긋고 필기도 하며 나는 내 나름대로 열심히 들었다. 문학은 네가 잘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어설프게 너의 옆에 앉았다. 


“홍빈아.”

“어?”


나는 문학책을 들이밀었다. 너는 한 번 읽더니 내가 물음표로 친 부분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너는 내 손에 들려있던 볼펜을 가져가 밑줄을 처가며 알려주었다. 시조는 특징이 없다며 주절주절 말을 하는 데 나는 그저 너의 목소리를 생각 없이 들었다. 생각보다 낮은 너의 목소리는 교과서를 읊는데도 참 듣기 좋았다. 너는 알았냐는 듯 내 눈을 맞췄고 나는 교과서를 들고 고맙다며 후다닥 내 자리로 도망 왔다. 사실 지금도 그 내용은, 모르겠다. 





09: 김원식의 경우 (축제)



나는 이번 축제 때 아이들과 무대에 서기로 했다. 오전과 오후로 알맞게 나누어져있는 시간대는 틈틈이 축제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공연이 끝난 뒤 뒤풀이로 노래방에 가자는 아이들의 말을 거절하고 뒷정리를 시작하는 축제의 마지막을 늦게나마 구경했다. 내가 제일 먼저 간 곳은 네가 있을 사진동아리 아이들이 전시해놓은 교실 이였다. 제법 잘 찍은 아이들은 풍경부터 시작해 인물과 특정한 물건을 두고 찍은 사진이 많았다. 천천히 걸으며 사진들을 감상하다 교실 한 가운데 유난히 큰 사진이 걸려있었다. 이건 분명 내가 예쁘다고 한 너의 사진 이였다. 수련회 날, 붉다 못해 눈이 부신 석양과 오른쪽 끄트머리에 내 뒷모습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 그 사진 이였다. 나는 설마 이 사진을 전시할 줄 꿈에도 몰랐다. 이 중에서 제일 괜찮은 사진을 골라달라는 너의 말에 내가 나온 사진을 고른 것 뿐 인데. 축제에 이 사진을 걸다니. 나는 당황스러웠고 내심 뿌듯함과 고마움이 가슴 안에 먹먹히 돌아다녔다. 꼭 마치 고백을 받은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알게 모르게 쑥스러워졌다. 너의 사진 중에서도 특히나 내가 눈을 뗄 수 없었던 이 사진은 그 어떤 사진보다 참 아름다웠고, 분위기는 말 할 필요도 없이 웅장하고 개운했다. 나는 그림을 한참동안 보았다. 너는 마무리 담당 이였는지 너 혼자 교실로 들어왔다.


“이거. 내가 예쁘다고 한 사진이네.”

“응. 제일 크고 보기 좋은 곳에 걸었어.”


너는 내 옆으로 와 나와 같이 그림을 보았다. 언제 봐도 신비로운 느낌의 사진은 시끄러운 축제의 마지막과는 달리 차분하고 고요했다. 너와 나만 있는 그 곳은 참 조용했다. 너는 작은 사진부터 하나씩 떼어내기 시작했다. 돌돌 말아 검은 통에 집어넣었다. 한참을 정리하다 마지막으로 남은 너의 사진을 떼어 돌돌 말더니 나에게 주었다. 너는 보조개가 푹 파일정도로 맑게 웃었다. 부피가 큰 그림은 내 품에 곱게 안겼고 너는 나보다 작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물이야. 모델 해줬으니 그걸로 퉁 쳐줘.”


너는 빨리 나오라며 나를 교실 밖으로 끌었고, 너는 검을 통을 어깨에 메며 교실의 불을 끈 뒤 뒤를 돌아 확인하고 앞문을 단단히 여미였다. 정리가 끝났는지 여기저기서 잘 가라는 아이들의 소리가 이질적으로 들렸다. 나는 너의 모습을 보다 너의 조심히 가라는 한마디에 뒤늦게 얼굴이 빨개졌다. 품에 안긴 그림을 갓난아기처럼 소중하게 들고 가 지금도 종종 꺼내 본다면 너는 믿을까. 나는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10: 김원식의 경우 (겨울방학)



겨울방학이다. 목도리를 칭칭 싸매고 아이들에게 손을 흔든 뒤 밖으로 나왔다. 너와 나는 한 달 동안 보지 못할 것이다. 나에게는 기회다. 어설프고 절대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루어 질 수 도 없는 첫사랑을 정리해야 한다. 나는 한 걸음씩 걸을 때 마다 생각했다. 나는 너를 잊을 수 있을까 나는 너를 그동안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나는 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할까. 답이 나오지 않는 내 스스로의 질문에 괜히 목도리 안으로 코를 박았다. 몇 일전, 녀석이 나에게 목도리를 매준 적이 있었다. 교복만 입어도 추위에 버틸 만 했는데 한 번 따듯함을 알아버려서 더 이상은 교복만 입고 다니질 못하겠더라. 겉옷은 깜박하는 습관 덕에 안 입지만 그 뒤로 목도리는 매일 했는데. 이제 이것도 안녕이다.





끝: 그 둘의 경우 



우리의 짝사랑과 첫사랑이 일 년 정도 흘렀을 때 우리의 교실이 달라졌고, 1로 시작하던 학번은 2로 바뀌고, 층수도 다르고 원하는 과도 달랐다. 우리는 서로의 뒷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었고 우연히 만나는 것도 서로 지쳐갔다. 그렇게 조금씩 멀어졌다. 우리는 가끔 생각한다. 정말 우연히 어디선가 다시 만난다면 그 때는 우리의 첫사랑과 짝사랑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우리가 서로의 감정을 알고 다가갈 수 있을까. 우리는 나중에 먼 훗날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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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1. 너무 기네요.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인데.


2. 제가 원하던 건 랍콩이였는데 콩랍콩이 되어버렸어요. 딱히 구분 없는 것 같아서. (주륵)


3. 홍빈이는 원식이가 짝사랑이고 원식이는 홍빈이가 첫사랑인데 상당히 구분이 없어졌네요. 흡. 나레기.


4. 읽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5. 아 그러고보니 제 필명을 안 적었네요. 안녕하세요. 새벽달입니다!


6.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다들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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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담담하게 말하는 어투가 좋아서 긴지도 모르고 빠져들어서 읽었네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10년 전
Via Latea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10년 전
독자2
재미있었어요ㅠㅠㅠ분위기때문에빠지는느낌이예요ㅜ
10년 전
Via Latea
이 노래를 들으면서 썼는데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ㅠㅠ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
10년 전
독자3
차마 말하지 못했던, 제목이 자꾸 머리에 맴돌아요. 만약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러면서도 서로를 보다가 끝내 멀어지는 감정이 예쁘고 애틋해서 정말 짝사랑을, 그리고 첫사랑을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비밀처럼. 서로는 모르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을 품고 바라볼 수 있는 사소한 무언가들이 정말 교복을 입은 원식이와 홍빈이한테 어울려요:-) 그 둘의 경우, 에서 말한 것처럼 먼 훗날 다시 만난다면 그 때 감정을 떠올리면서 웃고 인사를 하고 손을 맞잡고, 그렇게 스쳐갈 수 있었으면 해요.
10년 전
Via Latea
말했다면, 적어도 서로를 향한 눈이 더 애정이 담겨 있었을 텐 데 말이죠. 어른이 되어서, 추억 할 수 있는 감정들이 많았으면 해요.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10년 전
독자4
되게 잔잔하면서도 여운이남아요ㅠㅠㅠ
10년 전
Via Latea
글 읽고 나서도 여운 남는 글을 쓰는 게 제가 원하는 건데 ㅠㅠㅠ 읽어줘서 고마워요!! :)
10년 전
독자5
계속 남아요ㅠㅠㅠㅠㅠㅠ막 생각나고....짝사랑으로 끝난 제 첫사랑도 떠오르고...여운이 남네요ㅠㅠㅠㅠㅠㅠ
10년 전
Via Latea
모든 첫사랑이 짝사랑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루어지던 이루어지지 않던 소중한 첫사랑의 감정들이 전 좋더라구요!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10년 전
독자6
ㅠㅠㅠ신알신했는데 왜 자꾸 안울리는지ㅠㅠㅠ엉엉 이제서야 봤네요ㅠㅠㅠㅠ와 여운도 계속 남고 문체도 담담하다는 듯이 얘기해서 잔잔하니 읽기 좋았어요ㅠㅠㅠㅠ서로 속마음 모른채 이루어지지않아서 안타깝긴한데...그게 첫사랑.짝사랑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ㅠㅠㅠ너무너무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당♥♥♥
10년 전
Via Latea
너무 담담해서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더 여운에 남지 않을까요?
10년 전
독자7
엄청 담담한데 다담고있네요....짝사랑아닌 짝사랑이 제일 기억에 남을거에요 될듯 안될듯...그렇게 시간따라 흘러가는거...
10년 전
Via Latea
시간의 흐름에 따라 두 사람이 얼마나 더 좋아하는 지 쓰고 싶었는데 못 담아서 아쉽네요.. ㅠ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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